〈 87화 〉87
물로 닦은 게 자극이 되었는지
그 부위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붓기 시작했다.
나는 동생분이 마련해준
잠옷을 입었다.
잠옷 바지 앞쪽이 볼록해졌다.
좀처럼 줄어들것 같지 않았다.
나는 욕실을 나와
안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동생분이 머리에 수건을 쓰고
화장대 앞에 앉아 크림을 바르고 있었다.
나는 그 크림의 종류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 크림에 밤에 꼭 발라야 하는 긴급을 요하는 것인지 모른다.
나는 동생분 뒤에 섰다.
앞으로 나온 신체 부위가
동생분의 등을 찔렀다.
동생분은 바르던 크림을
바로 닦아냈다.
나는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갔다.
그녀가 팔로 내 목을 감쌌다.
그녀는 살아 있었다.
최근들어 생기는 내 주변의 허망한 죽음에
나는 내성이 생겼다.
소중한 사람이 죽어도
죽었나 보다 할 정도로
내 정신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아무리 사람이 적응을 잘 하는 동물이라지만
죽음 앞에서
무덤덤해지는
내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다.
사람도 하나의 동물이니
죽음이 당연한 것이지만
내 주변에서는
그 모진 이벤트가 드물었으면 하는 바람
그것은 누구나의 소망일 것이다.
배고픔이 일상화된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소녀는 자기가 배고픈지도
자기 몸이 아픈지도 모르고
담담히 눈만 껌뻑인다.
그러다가 땅에 쓰러져
앙상한 갈비뼈를
날아가던 독수리에게 보인다.
독수리는 그 좋은 시력으로
하필 쓰러져 있는 소녀를 발견한다.
성큼 성큼 다가가
그 소녀 앞에서 날개짓을 한다.
그걸 지켜보며
사진만 찍어대는 개새끼
그 개새끼의 정신상태랑
내 정신상태랑
개찐도찐이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친구엄마이자
내 섹파이자
내 아들의 후원자였던
그녀가 죽었을때
난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지
슬퍼할 방법을 잊어버렸다.
나는 사람이 아닌 짐승인가.
하은이는 나와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내 아들의 동생이다.
그 가엾은 여자 아이의 죽음 앞에서도
나는 무덤덤했다.
나는 벌써 그 어린 여자아이의 얼굴마저
잊어 버렸다.
내일 한번 더 그 아이의 사진을 보고 나면
평생 다시는 그 얼굴을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죽음 앞에 슬퍼할 줄 모르는
나는 사람이 아닌 짐승인가
요즘들어 나는 순간 순간
내 머릿속에서 덜커덩 소리가 나고
삶의 의지가 꺽이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삶의 의미를 애써 찾아도
찾을 수없다.
단지 순간 순간 즐거움을 찾아
내 말초적인 감각에 흐뭇함을 느끼면 그만이다.
착하디 착한
동생분은 내 말초적 흐뭇함을 위한
희생양일 뿐이다.
나는 그녀가 앞으로
어떤 정신적 고통을 당할 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녀는 그녀의 언니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을 것이다.
그녀가 나와 같은 정신 세계를 가졌다면
그녀는 슬퍼할 이유가 없다.
막대한 유산 앞에 즐거워 할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나와 세번째 관계를 맺는것에 대해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
나 혼자 설레발을 치며 연약하고 착한 그녀의 마음이라는
상상의 개념을 가져온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녀는 강한 멘탈로 무장된
여전사일 수도 있다.
쉽게 부서지는 유리 마인드 소유자
병신같은 나를
소중하게 지켜주는
여전사가
지금 내 옆에 눈을 감고 누워 있는지 모른다.
그새 그녀의 숨소리가 차분해졌다.
"괜찮아요?'
"응. 괜찮아. 오늘 특별히 내 몸이 뜨거워졌던것 같아. 부끄러워."
"부끄러워 할 거 없어요. 다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언니가 옆에서 보고 있는 거 같아."
"언니는 신경쓰지 마요.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사람은 산사람의 삶을 살아야죠."
"내가 어릴때 결혼 했으면 어땠을까."
"행복했을 수도 있고, 모르죠 고통받고 있었을 수도 있고."
"내가 만약에 너랑 결혼하면 어떨까?"
"에휴...전 잘 모르겠어요."
"나 정말 내조 잘 해줄 수 있는데."
"난 내조 필요 없어요. 혼자인게 좋아요."
"너 나 좋아하긴 해?"
"사랑해요."
나는 그녀의 입술을 다시 훔쳣다.
그녀의 입술이 말라 있었다.
나는 그녀의 입술에 침을 묻히고
입술 안으로 내 혀를 밀어 넣었다.
그녀는 다시 내 혀를 뜨겁게 받아주었다.
그녀의 혀가 살아나 내 혀와 함께 춤을 추었다.
그녀는 다리를 올려 내 허리를 감쌌다.
나는 그녀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진적이 있을까
상상해 보았다.
혹시나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졌다 해도
나는 질투하지 않는다.
나는 동생분을 책임 질 수 없다.
착한 성품으로 봐서
결국 동생분이 물려받은 유산은
내 주머니의 돈처럼 쓸 가능성이 많지만
그래도 나는 독점적으로 어느 여자에게만 사랑받고 싶지 않다.
나는 모노거미 즉 한 남자가 한 여자와 평생 사랑해야 한다는
오래된 고리타분한 생각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인류는 원래 집단으로 섹스하고
집단으로 양육했다.
그러다가 권력자가 나타나면서
최고권력자가 다수의 여자를 차지한다.
그리고 먹다 남은 혹은 먹고 남은 여자들은
그 밑의 권력자들이 차지하고
그 서브 권력자들이 먹다 질린 여자들은
그 밑에서 특별한 기술이라도 있어 입에 풀칠 하는 사람들이 차지했다.
그 아래 계층은 노예같은 신분으로
밥이나 먹고 살면 다행이었다.
그들에게 허락된 여자들은 여자로서의 매력이 없는
그저 암컷 포유류로서 그저 생식이 가능한 여자정도였다.
노예같은 신분의 대다수 사람들은
들은 서로 기회가 되면
섹스를 하고
아기를 낳고
함께 모여 살았다.
애초에 결혼이라는 제도는
왕실이나 귀족사회에만 있었고
결혼의 의미도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가문과 가문이 계약을 맺는 제도이다.
여자측 가문도 힘이 막강하면
남자측에선 여자가 미워도 함부로 여자를 내치지도 못했다.
이혼을 원할땐 신의 허락까지 받아야 했다.
노예같은 하층민에겐
가문이란 개념 자체가 없으므로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없엇다.
그저 하루하루 식량을 구해 살아가다
기회가 되면 서로 아무대서나 섹스를 하고
기회가 안되면 말고.
그 가난한 사람들이 낳은 아이들 역시
남녀가 같이 어울리다 기회되면 서로 섹스하고 아니면 말고였다.
생식능력이 생기는 십대인 아이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은
또 가난한 삶을
어렵게 살아가고.
동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똑같은 패턴으로 살아갔다.
그게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민들의 삶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개 돼지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산업혁명을 지나
부의 규모가 커지면서
재산을 모은 평민들은 왕족과 귀족의 생활을 흉내내고 싶어했다.
그들도 비로소 남녀 일대일 결혼이란 것을 하게 되었다.
실상 남녀가 배타적으로 일대일로 결혼하는 것은
그렇게 보편적인 결혼 형태는 아니다.
일부일처제는
최근 수백년 세계역사에서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
유러피안들의 전유물이다.
그것도 평민들이 아닌 왕실이나 귀족의 전유물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부 일처제가 아닌
다른 형태로 가족구성하는것 자체를
야만적인 행위로 바라보는데
실상 역사상 더 많은 사람들은
일부일처제라는 제도보다
일부 다처제에 익숙해 왔다.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범 아시아권 문화에도
범 이슬람 문화에도
아프리카 문화에도
일부 다처제가 보편적이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80년대만 해도
많은 가정에서 아이들은 아버지의 둘째 부인에게 작은엄마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특히 지방으로 내려가면
부잣집 남자의 경우 두명 세명의 첩을 두고 있었다.
부잣집 남자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서 그런게 아니라
그게 그 당시엔 당연한 제도였다.
사회적으로 넉넉한 부를 거머쥔 남자들은
더 많은 여자들의 경제생활을 책임진 것이다.
그런 상황은 동남아시아나 이슬람 문화, 아프리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유러피언들이 정복한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카톨릭가 기독교 교리가 생활의 법률처럼 퍼졌고
그들의 귀족들이 선호하는 일부일처제가
당연한것 처럼 퍼졌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시아 문화권에서
일부 일처제가 잘 지켜지고
아메리카나 유럽에서
새로운 결혼제도가 유행하고 있다.
다중혼이라고 해서 남자둘 여자둘이 함께 결혼하기도 하고
남자하나 여자둘이 결혼하기도 한다.
그런 참신한 결혼 형태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기도 하지만
유럽이나 아메리카의 자유로운 영혼들은 그런 제도에
신경쓰지 않고 제 멋대로 살아간다.
결혼 자체를 안 한채 수십년 동거 해도,
경제적 불이익을 받지 않는 나라의 경우
결혼 자체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넓은 눈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우리의 전통도 아닌데
우리의 전통인줄 착각하는
결혼 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때이다.
인생은 이렇게 살아도 후회하고
저렇게 살아도 후회한다.
짧은 인생을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나의 것이다.
언젠간 나도 여자에 대해 싫증을 느낄 수 있다.
당뇨가 심해져서 발기 부전이 올 수도 있고
여자보다 더 재미 있는 것에 미칠 수도 있고
뇌기능 이상으로 더이상 여자를 봐도 흥분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내 최대 관심사는
여자이다.
여자의 몸 자체라기 보다는
여자와 잠자리를 갖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