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9화 〉89 (89/105)



〈 89화 〉89

"그래서 어떻게 하실거에요? 합의 하실거에요?"

"뭐 적당한 선에서 합의 가능하면 합의 하는데...너무 터무니없으면 재판 가야지 뭐...아 증말 요즘 같아서는 치과 하기 싫다."



그는 다시 잔을 채우고 나와 잔을 부딪쳤다.

우리는 잔을 한입에 털어넣었다.




그때 짧은 치마에 커피색 스타킹을 신은


알바생이 안주를 가져 왔다.




테이블에 커다란 접시를 내려놓고

뒤돌아서는데


나는 그녀의 팬티스타킹 재봉선을 볼 수 있었다.




내 물건이 급속도로 커졌다.



"캬~ 알바생이 제대로네? 내꺼 막 껄덕 거린다."


옆 치과 원장은 혼자 너털 웃음을 웃고

모듬안주중 감자튀김을 포크로 찍어

입 안에 밀어넣고 입술을 오물오물 거렸다.



나는 수박 하나를 집어 입안에 넣고


수박씨를 우적 우적 씹었다.




나는 소주잔을 들어 그의 잔에 소주을 채웠다.

그리고 내 잔도 채웠다.


옆 치과 원장이 검지손가락을 소주병에 대면서

귀여운 척 하는 표정을 지었다.



순하고 마음이 여린 사람인데 두번씩이나

사고를 당해  마음이 아팠다.


"뭐라 위로  말이 없네요. 술이나 한잔 받으세요. 평생 액땜할거 지금 다 했다고 생각하세요."


"그래 그래도 그 말 들으니까 위로가 되네. 고마워"




우리는  한잔씩 나우어 마셨다.

소주병이 비었다.


"여기 소주 두병만 주세요."



급한지 옆 치과 원장이 테이블 벨도  누르고

큰 목소리로 소주를 주문했다.

"네 바로 가져다 드릴게요."


알바생들이 일제히 합창을 했다.



아까 팬티스타킹 재봉선을 보여주었던 알바생이

소주 두병을 테이블에 놓고 돌아섰다.


다시 내 물건이 꿈틀거렸다.


나는 소주병 하나의 뚜꺼을 열고

옆 치과 원자의 잔을 채웠다.




"근데  알바생 너무 고맙게 생기지 않았어?"

"네 좀 쌕 하네요. 저 지금 섰어요."

"히히히 나두..."



그는 머쓱하게 머릴를 긁적였다.



"그런데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 내가 맨날 자기 치과에 찾아갔는데 문은 잠겨있고, 소식을 아는 사람은 없고. 뭐 자기 동문들도 자기 소식을 모르던데? 무슨  있었어?"

"아뇨 그냥 여행좀 다녀왔어요."

"어디로?"


"미국에요."

"그래?...미국 좋지...한국처럼 답답하게 꽉 막혀있지 않고 가슴 탁 트인 넓은 평원이 아주 짱이잖아...사람은 그런 자연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러게요."

"미국 어디로 갔다 왔는데..."

"네..엘에이에 있었어요."

"거긴 어때? 치과들은  만 한가?"

"뭐 똑같죠 뭐..어딜가나 경쟁 아닌데가 있겠어요?"

"남극 어때 남극...거긴 경쟁이 없을  같은데..."

"너무 없어서 탈이겠죠...남극 인구가 얼마나 되나요?"


"모르지 한 천명도 안 될거 같은데...각국에서 연구원들 파견한 거 말고는 원주민이 없잖아."

"그렇겠죠?"

"거긴 일년중 반은 24시간 어둠에다가 어마 어마한 강풍이 분다네...난 그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

"원장님이 지금 가슴이 답답하신거 같네요... 남극 거기 영하 70도까지 내려간다는데
밖에서 1초도 못 서있을 거에요. 그런 무서운 곳에서 어떻게 살아요. 미우나 고우나 여기 대한민국에서 살아요."



나는 어딘가로 탈출하고 싶어하는 그 앞에서


마음에도 없는 대한민국 애찬론자가 되어 버렸다.


"근데 자기 언제 치과 다시 시작하는거야...나 혼자 외로워 죽겠어..."


"그 옆에 여자 원장 있잖아요. 아직 미혼인가..."

"에이 그 여자 원장 눈빛이 쌀쌀맞아서 글렀어...난 그런 여자랑 안 놀아.."

"그래요? 나한텐 살살 웃던데..."

"그건 자기가 물건이 크니까 그런거고,  자기도 알다시피 소인용이잖아."


"하하하 원장님 입담이 여전하시네요."

"이봐 자기 우리오늘 이거 나오는데 가볼까?"



그는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아마 여자 접대부를 의미하는  같았다.


나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다.


몸이 피곤했다.

하지만, 낙심하고 있는 그가 안쓰러웠다.

"거기가 어딘데요?"

"아 룸싸롱처럼 비싼대는 아니고, 간판도 없이 맥주 팔고 뭐 노래방 같은거 하고 그러나봐...아마 불법 영업이겠지? "

"원장님은 거길 어떻게 알았어요?"

"아 김원장이라고 내 학교 후밴데..아마 자기도 알껄?"


"얼굴 보면 알 거 같아요."


"그친구도 나도 집이 같은 곳이야..."

"원장님이 어디 사셨더라..."

"나 신림동 살잖아..."

"아...관악구민이셨죠.."

"그래 나 거기다 아파트 사고 벌써 20년이 더 됐지. 나 완전 관악구 귀신이야."

"그렇게 오래 사셨구나."

"그래. 김원장도 한 10년 살았나...하여튼 그 놈이 한번은 나를 거기에 데려갔어...후배한테 얻어먹기 그래서 둘이 뿜빠이 했는데 이십만원도 안나왔어...괜찮은거 같아...여자 애들도 이쁘고..."

"하하하 원장닌 그런곳도 다니시네요."


"난 원래 취미 없는데...뭐 한번 가니까 재미있더라고."

"네...그럼 우리 한번 가볼까요?"

"그래..여기서 술좀  먹고...여기 안주 남았잖아..."

"어휴 거의 다 먹었잖아요...일어서요.."




 치과 원장은 남은 안주을 허겁지겁

손으로 집어 먹었다.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소주값을 계산하고

일층으로 내려왔다.



새벽 공기가 찼다.



헐벗은 여자들이 아직도 많았다.



마음속으로 나는 벌써


여러명의 여자들을 정복했다.



어쩜 이렇게 이쁜 여자들이


거리에 많은지

강남사거리는 축복받은 땅이었다.

옆 치과 원장이 이층에서 우당탕 소리를 내며 내려왔다.

"에잇...소주값은 내가 내려고 했는데 그렇데 계산하고 나가버리면 어떻게 해..미안하게시리."


"에이 전에 내가 무수히 많이 얻어먹었잖아요."


"내가 그래서 자기를 좋아하는거야.히히힣"




옆 치과 원장은 내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갔다.

누가 보면 게이커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나는 그저 그의 순수한 마음이 좋았다.

내가 아는 치과의사들은 예외없이 탐욕스러웠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양심따윈 걸리적 거리지도 않았다.

모임에서 치과의사들을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제법 순수했던  마음에  가는 일이 반복되었다.


점점 나도 그들의 꼼수를 닮아가고

점점 내 양심에도 털이 자라났다.

하지만 옆 치과 원장은

순수  자체였다.

편법도 모르고 어리숙하기만 한


그가 어떨게 굶지 않고 밥을 먹고 사는지

그게 미스테리였다.



사실 내가 내린 결론은

원래 그의 집안에 돈이 많다였다.




그렇지 않다면 그와 같은 행동이 나올 수 없었다.




그의 치과는 환자들에게 툭하면 외상을 준다.

많은 환자들이 그것을 악용해


그의 외상장부는 점점 두꺼워졌다.

그의 치과는 보험치료를 적극 권한다.

비보험치료를 하면 벌 수 있는 돈의

십분의 일만 받고 그는 바보처럼 웃는다.

보험진료가 바로 양심있는 치료라고 할 수는 없다.

보험적용되는 재료 자체의 물성이 비보험재료에 비해


꽤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위주의 진료를 하면 시간대비 병원이 수입은

확실하게 줄어든다.

통상 치과의 수입구조는


보험진료해서 월세내고, 직원월급 주면

딱 적당한 진료 수입 배분이라고 했다.


그리고 비보험 진료를 해서 세금 내고 남은 돈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그 말은 옆 치과 원장의 경우


월세 내고 직원월급 주고

더이상 가져갈 돈이 없다는 뜻이다.

모르긴 몰라도 꽤 많은 달수로


그는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바보같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의 웃는 얼굴을 좋아했다.



그가 데려간 가게에 손님이 없어 조용했다.



마담같은 여자가 나와

카운터 뒤에 섰다.


"몇분이세요?"

"두명입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아 네..."

우리 둘은 쭈뼛쭈뼛하면서


아마추어 티를 냈다.



마담은 우릴 보고 웃었다.

우리 둘은 머리를 긁으며 그녀를 따라갔다.


"여기서 노래 하시면 되요."

"네."

"마실 거 드릴까요?"


"네 맥주좀 주세요."


"저희 짝으로 파는 거 아시죠?"

"아 네..."

나는 아무래도 느낌이 좀 이상했다.

짝으로 맥주를 파는 작부집 영업스타일이라니...

우리는 한짝에 얼만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원장님 사전에 얼만지 물어봐야 하는거 아니에요...그러다 눈탱이 맞으면 어떻게 해요?"

"에이 괜찮아 걱정마..저번에도 인당 이십이 안 넘었어...자기는 나만 믿고 따라와"




나는 걱정이 되었지만

분위기를 깨기 싫었다.

밖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마담이 직접 무거운 맥주박스를 들고 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맥주박스를 받았다.



"아가씨도 불러드릴까요?"


"아 네..."

"몇명? 두명 할까요"

"네..."

우리는 학생부에 끌려온


얌전한 학생마냥


무릎에 두손을 모으고


짧게 대답했다.


마담은 빙긋 웃으며 방을 나갔다.

나는 맥주 두개를 땄다.


맥주가 작은 사이즈라 컵에 부어 먹기도 어중간 했다.


나는 그대로 병째 마시기로 했다.


나는 맥주병 두개의 뚜껑을 따서

한개를  치과 원장에게 건넸다.


"전 그냥 병나발 불게요....원장님은 어떻게 하실래요?"

"나도 그냥 병나발 불지 뭐....어메리칸 스타일..."


우리는 병을 서로 부딪치고


병나발을 불었다.

"노래 할까요?"

"먼저 해봐. 자기 노래 잘 하잖아...그거 들어 보고 싶어...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에이 형님도 분위기 빠지게시리..."




나는 리모컨으로 솔아솔아를 눌러 노래를 시작했다.

내가 부르고 있지만,

나는 그 노래가 처량하다고 생각했다.

한참 클라이 막스를 부르고 있을때

여자들이 들어왔다.





허걱 둘다 헐 벗었다.

한명은 내가 좋아하는 커피색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다른 한명은 하얀 스타킹에 빨간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