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0화 〉90 (90/105)



〈 90화 〉90

그런데...빨간 미니스커트 입은 여자는 낯이 익었다.


나는 리모컨에서 취소버튼을 찾아 눌렀다.



"언니들 반가워요..."




나는 밝은 목소리로 여자들을 환영했다.


"안녕하세요?"

"오빠들 안녕?"



오빠들이라는 말에서 나는 그녀가 누군지 생각났다.



그녀는 내 치과 환자였다.

분명 그녀도 내 얼굴을 알고 있었다.


내가 임플란트 수술을 하고

치아까지 만들어 주었는데


기억을  할리 없었다.



나는 임플란트 수술을 하고

픽스쳐가 뼈와 단단히 붙은 다음

바로 보철물을 올리지 않고

내가 직접 임시치아를 만들어 테스트 기간을 갖는다.



내가 아는 교합학 이론과

실제 환자가 가진 저작운동과는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나는 내가 직접 임시치아를 수정해 가며

최종적으로 환자의 저작 운동에 적합한 보철물을 제작한다.

다른 치과의사보다 환자와의 대면시간이 많고

환자의 의견청취를 오래 하는 편이라

임플란트 환자의 얼굴을 잊어버릴 수 없다.


그건 환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환자는 내 얼굴을 잊어 버릴 수없다.

하지만 이자리는 치과가 아니다.

진정한 프로는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여기서 나는 치과의사도 원장도 아니다.

단지, 손님으로 유흥업소에 놀러온 것 뿐이다.



나는 전혀 아는 티를 내지 않았다.



"우리 이렇게 만났는데 건배한번 할까요?"

"네 건배~~"

여자들도 병나발을 불었다.



"오빠 우리 노래할까?"



커피색 스타킹이 리모컨에 번호를 찍고 바로 시작을 눌렀다.

전주에 337 박자소리가 들렸다.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



딱 들어도 이천년 이전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십대라는 언니들이


급 사십대로 보였다.

하얀색 빨간치마 언니도 마이크를 들고

춤을 추면서 노래에 합류했다.


나와 옆 치과 원장님도 엉거주춤


박수를 치며 합류했다.

나는 가사가 나오고 나서야 무슨 노랜지 알아차렸다.



이제는 옸는거야 SMILE AGAIN~~
행벅한 순간이야 HAPPY DAYS~~~
움주린 어깨를 펴고~~
이 세상속에~~ 힘든일 모두~~ 지워벌여

슬픔은 있는거야 NEVER CRY~~
뜨거원 태양하래 SUNNY DAYS~~
언제나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라면 돼

엄정화의 페스티발



첫노래로 안성맞춤이었다.

반주와 노래 구성이 좀 옛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신이 났다.

옆 치고 원장님고 나는 손을 흔들며 열심히 따라 불렀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다 보니


어느새 노래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눈물은 잊는거야 NEVER CRY
푸르른 햇살처럼 SUNSHINE DAYS
언제나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기도 할게~~



첫노래 굿~~

나는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서


부르스를 위한 옛날 발라드를 불렀다.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

도입부에 바이올린 연주만 들리는걸


내가 성악 발성으로 도입부를 불렀다.

"이히리베 디히 소 비두미 암아벤트  아모르겐~~"



나는 신승훈이 나에게 빙의 한 것같이

디테일을 살렸다.


특히


"~~내일이면 찾아올 그리움 때문일......꺼야"


이런 부분은 아주 아주 정성 들여 불렀다.



옆 치과 원장은 내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커피스타킹과 부등켜 안고 부르스를 췄다.


하얀스타킹은 내 옆에서 부분 부분

코러스를 넣었다.




"어제는 사아랑을 오오늘은 히이벼얼을~~ 미소짓는 얼굴로 울고 있었지~~하지만 나 이렇게 슬프게 후우는건 내일이면 찾아오올~~ 그리움 때문일......꺼야."

내가 노래를 멋지게 마루리하자


언니들이 난리가 났다.

열광의 도가니였다.

나는 우쭐했다.



빵빠레가 울린뒤

하얀스타킹이 내 마이크를 받아 노래를 시작했다.



이제 다시 울지 않겠어~~

더는 슬퍼하지 않아~~

다신 외로움에 슬픔에 난 흔들리지 않겠어~~
더는 약해지지 않을께 많이 아파도 웃을꺼야~~


그런 내가 더 슬퍼보여도 날 위로 하지마~~

가끔  욕심이 많아서 울어야 했는지 몰라~~
행복은 늘 멀리 있을때  보이는 걸~~




하얀스타킹의 목소리는 서영은 만큼이나 힘이 있었다.

옆 치과 원장은 벌써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커피스타킹이 들고 있던 마이크를 뺏어


입앞에 대고 박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가 되었다.

그는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힘이 들땐 하늘을 봐 나는 항상 혼자가 아니야
비가 와도 모진 바람 불어도 다시 햇살은 비추니까
눈물나게 아픈날엔 크게 한번만 소리를 질러봐
내게 오려던 연약한 슬픔이 또 달아날 수 있게





그의 얼굴은 이미 시뻘게 졌고

안경에 김이 서렸다.

그는 악을 쓰며 울고 있었다.

커피스타킹과 하얀 스타킹이 당황했다.


커피스타킹이 내게 물었다.


"저오빠 괜찮아?"

"응 괜찮아...그냥 힘든일이 있어서 그래."



하얀 스타킹이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 받았다.

가끔 어제가 후회되도~~
 지금 사는 오늘이 내일보면 어제가 되는 하루 일테니~~



다시 얼굴이 홍당무가  안경이

마이크를 잡고 소리를 질렀다.

그건 노래라기 보단

절규에 가까웟다.


그도 그럴게

노래가사가

그의 상황에 딱이었다.



힘이 들땐 하늘을 봐 나는 항상 혼자가 아니야
비가 와도 모진 바람 불어도 다시 햇살은 비추니까
눈물나게 아픈날엔 크게 한번만 소리를 질러봐
내게 오려던 연약한 슬픔이 또 달아날 수 있게




 치과 원장은 후렴구 노래를 다시 부르고


엉엉 목놓아 울었다.

"노래 마무리 해주세요"

그는 우는 와중에도

하얀스타킹에게 부탁을 했다.



하얀스타킹은


서영은이 빙의 한 것 처럼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노래를 마무리 했다.


그녀의 노래는 내 마음에도  물결을 일으켰다.




앞만 보고 걸어갈께 때론 혼자서 뛰어라도 갈께.
내게 멈추던 조그만 슬픔도 날 따라오지 않게



"와우 노래 정말 잘 하시네요."


"아니에요."


"정말 내게 다가오던 연약한 슬픔이 달아날 거 같아요."


서영은의 노래는


정말 명곡이었다.



지친 병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장한 군가보다


더  힘이 있었다.



내가 힘이 들때

이 노래를 백번 반복해서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드는 생각이 로고송이었다.

 치과 원장이 오열을 했던 것처럼

이 노래는 힘이 있었다.


관악구엔 지치고 힘든 유권자들이 많다.


이들에겐 딱인 노래였다.




오호라...바로 이거다...


나는 이걸 누나에게 로고송으로 추천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얀스타킹의 노래가 끝나고

우리는 환호하고 박수쳤다.


우리는 맥주 한병씩을 따서

건배를 하고 원샷했다.


"왜 그렇게 많이 우셨어요? 원장님"

"내가 좀 그랬지? 에이 쪽팔려 내가 안 울려고 했는데...그냥 뭔가 콱하니 머리를 때리는데...미안 미안 분위기 깨서 미안"


그가 예약해 놓았던

제주도 푸른밤의 반주가

흘러가고 있었다.


"에혀...술이나 마시자..."


그는 맥주병을 따서 벌컬 벌컥 들이켰다.

"오빠야 힘든일 있었나 본데...이 또한 지나가리라 모르세요...좋은 일이 있을거에요."




커피스타킹이 한마디 거들었다.

"맞아요 오빠. 나두 힘들고 쟤도 힘들고 그런데..이렇게 노래 부르면서 웃잖아요."

나는 도우미들이


팁이나 바라고 살살 꼬실줄 알았는데


왠걸 인간미가 있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오빠야 근데 우리 밤에 택시 타고 왔는데 용돈좀 주라.."


"얼마나...뭐 알아서 줘야지 그걸 내입으로 말하냐?"

"나는 얼마를 줘야 할 지 몰라서...알려줘봐..."


"그럼 우리가 노래 해서 구십점 넘으면 만원씩 모니터에 붙여."


"그래.."

"백점 나오면 오만원~~"

"그래.."


나는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옆 치과 원장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와 우리오빠 아주 시원시원해서 좋네...우리 그럼 한잔 아니 한병 해요."


우리는 그녀의 제안에 맥주병을 땄다.


네명이 맥주병 네개를 부딪치며


위하여를 외쳤다.


정확히 무엇을 위하여


건배를 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건배를 하고 맥주병을 원샷하자 마자


커피 스타킹이 시작버튼을 눌렀다.

그녀는 스크린 앞으로 가서 노래할 준비를 했다.

Sweet little kitty~~~

Sweet little kitty~~~

오호라 낭만 고양이
오랫동안 못들었던 고양이~~

커피 스타킹이 노래를 시작했다.


내 두 눈 밤이면 별이 되지~~
나의 집은 뒷골목 달과 별이 뜨지요~~


그녀는 제법 노래를 잘했다.

모션도 체리필터의 싱어 조유진같았다.

나는 한번 체리필터 콘서트에 간 적이 있었다.

대학교 운동장에서 이루어진 콘서트에서



그 작고 가냘픈 싱어는

샤우팅으로 스피커를 터뜨려 버렸다.

정말 말 그대로 스피커가 아웃되어

콘서트는 취소가 되었다.




콘서트가 취소되어

내 시간을 빼앗겼다는 생각보다

그런 희안한 역사적인 순간에


내가 거기 있었다는 사실에


몸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난다.


조유진은

대단한 에너지를 가진

특출난 가수였다.


지금 내 앞에 커피 스타킹은

체리필터 싱어인 만큼 열정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나도 마이크를 들고

후렴구에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 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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