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7화 〉97 (97/105)



〈 97화 〉97

검은 옷이 또 나타났다.


"왜 또 나타났어요?"

"다시 한번  의지를 확인 하기 위해서 왔다."

"내 뜻은 분명하게 여러번 말 했잖아요."



"너때문에 하은이와 네 섹스 파트너가 죽었어."

"아니에요.  책임 없어요."

"내가 경고 했을텐데...네가 나와 함깨 가지 않으면 다른 두명이 죽게 된다고."

"그런 경고하고 나하고 상관 없는 일이에요."



"너는 계속 그런식으로 도망가기만 할건가? 너때문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텐데 그래도 상관 없다는 말이지?"

"그렇다고해서 내가  사람들을 죽이는 건 아니잖아요. 그 사람을 죽인건 당신이지 내가 아니에요. 내가 당신과 같이 가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다른 사람들이 죽길 바란다는 것은 말이 안되요.  둘은 분명히 분리된 독립 사건이에요. 논리에 맞지도 않는 억지 부리지 마세요."

"논리라...넌 세상이 논리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생각해? 논리라는 것은 허상일 뿐이야. 실제하지도 않는데 인간의 머리로 만든 인간에게만 적용될  있는 허상."


"허상같은 소리 하지 말아요. 논리는 인간이 갖고 있는 최후의 보루와 같아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유일한 힘이에요. 인간은 논리에 따라 집단지성을 이용해 이렇게 발전된 문명을 만들었어요. 그걸 어떻게 허상이라고 폄하할 수 있죠?"

"그러니까 내가 네가 말하는 논리를 허상이라고 하는거야. 태생적으로 인간은 제한된 감각을 갖고 태어났어. 그렇게 제한된 감각으로 논리를 증명하니 그 논리는 제한된 틀 안에 갖혀 있는 거지. 인간의 논리는 그 감각 안에서 쳇바퀴 도는 거야. 인간의 머리로 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제한된 범위에서 참 일 수밖에 없어. 인간은 인제 겨우 이상적인 평면으로 알았던 이차원이 실상은 중력장을 따라 휘어있는 평면이라는 사실을 알았어. 인간이 생각하는 직선은 영원히 직진해야 하지만 실상 지구 중력장 안에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만나게 되지... 이건 아주 쉬운 예야. 인간이 진실이라고 착각하는 수많은 법칙들이 사실은 인간의 착각이라는  인간들은 모르고 있어. 그래서 내가 인간의 논리를 허상이라고 하는 거야."


"논리라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수천년동안 구축해놓은 견고한 성이에요. 허상일 수가 없어요."




"처음에 말 했잖아 인간은 인간이 가진 제한적인 지적능력으로 논리를 만든다고. 과학자들 중엔 지구가 평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여러 증거로 깔아뭉게는 사람들이 있지? 더 높은 지적능력으로 바라보면 지구가 둥글든 평면이든 육각형이든 아무런 의미가 없어. 다 똑같은 공간이야. 다윈이란 사람이 진화론을 들고 나온 이후로 아직까지 인간들은 창조론이 맞나 진화론이 맞나 논쟁중이지? 인간의 지적 능력이 제한적이라서 그런거야. 인간들은 수천년이 지나도 그 논쟁에서 벗어날 수 없어. 하지만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는 수준에서 바라보면 논쟁 자체가 의미가 없어 진화론이나 창조론이나 마찬가지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모르겠는데요?"



"말 했잖아. 인간의 머리로 이해가 안된다고. 나도 널 설득시킬 수 없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네 논리로 모든걸 재단하지 말라는 거야. 그게 항상 옳은게 아니니까. 심지어 넌 완벽하게 논리적이라고 생각해도 다른 인간을 설득할 수 없어. 설득은 논리에 의해 이루어 지는게 아니야. 대부분 비 논리적인 요소로 이루어져."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그건 마치 기독교이 길거리에서 이러 저러 이러 하니까 당신은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예수를 믿으세요 외치는 것보다 그저 자기 일 열심히 하고 내게 항상 친절한 이웃이 교회에 다니면서 행복해 하는 걸 보고 교회에 스스로 가는 것과 같은 이치야. 토론 프로그램 본적 있나?"


"네 있죠."


"너는 토론프로그램을 공정한 심판의 눈으로 보고 있다고 생가하지만, 사실은 넌 벌써 둘중 한편에 속해 있어. 너와 같은 의견을 가진 패널이  할때 너는 쉽게 공감하고  패널이 말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반대쪽에 속한 패널이 말 할때 너는 이미 그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선입견을 갖고 거부감을 느껴. 너는 상대방 패널이  하는 긴 문장을 따라갈 의지가 없어. 왜냐하면 너는 상대방 패널을 토론 준비가 안 된 토론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이미 규정지었거든,"



나는 그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


결국 그가 하려는 말은 내가 멍청하니까 묻고 따지지 말라는 말이었다.

인간은 신에게 혹은 귀신에게 묻고 따지면 안되는 존재인가?

그렇게 무시되어도 되는 존재인가?


나는 인간이 하루종일 움직이는 개미들 같이 느껴졌다.

개미들은 서로 협동하며 꽤 위대한 일을 이루어낸다.


짧은 시간에 그들의 왕국을 건설하고

가혹한 날씨 변화와 언제 침입할 지 모르는 적으로부터

다수를 보호한다.



그렇게 개미는 지구 방방 곡곡을 정복했다.


하지만 인간의 눈에 개미는 개미일 뿐이다.

그것들이 어떤 기술이 있는지 어떤 논리를 가졌는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개미와 인간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선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신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없는 숙명이 있다.


귀신의 영역으로 조차 들어갈 수 없다.

사실 나는 검은옷이 말한대로


인간계 밖의 일을 알 수 없다.

"알겠어요. 무슨 말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정할 게요. 내가 이해할  없는 세계가 있다는 걸 인정할 게요. 그럼 제가 여기서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뭐죠?"


"없어."

"그럼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거에요?"


"맞아."


"너무 가혹해요. 시간을 좀 연장해주고 그럴 수는 없나요?"


"이미 연장해 주었어."

"기왕 연장하는 거 이번 선거 끝날때 까지만 더 연장해 주세요.  평생에 처음으로 재미 있는 일을  볼까 하는데 너무 아쉬워요."

"좋아 그때까지 연장해 줄게. 하지만 그땐 너만 데려가지 않을 거야. 적어도 다섯명은 너와 함께 가야해."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알아서 하세요."


"명심해 다섯명이야."

"그건 제가  바 아니라니까요."



"네? 손님 불편하신 데라도 있으세요?"

"아 아닙니다. 제가 졸았나 봅니다."

택시 운전사는 나를 룸미러로 쳐다봤다.

"말씀하신 목적지에 거의  왔습니다."


"네 저기 아파트 단지 입구에 내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택시가 아파트 입구에 섰다.

나는 택시비를 내고


아파트 건물로 걸어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며 내는 소리가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나는 생명연장을 보장 받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시한부 인생


하지만, 그 때 가서 어떻게 되겠지라는

요행의 마음도 있다.



어찌 되었든

누나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피곤한 하루였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 마자


침대 위에 쓰러졌다.



옷도 안 벗고 그래도 잠들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났더니

벌써 해가 서쪽에 걸려 있었다.

나는 집 안에 있는 먹을 것을 찾아 보았다.

마땅한게 없었다.




집 밖으로 나가 한끼 때우기로 했다.




집 밖에 있는 식당들이 다 고만 고만 했다.


뭘 먹을  선택이 어려웠다.

무난하게 수제 돈까스를 먹기로 했다.

계단을 올라


돈까스 집으로 들어갔다.

가게 간판이 깨끗한게

새로운 가게 같긴 한데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


누군가 주문받으러 오기까지 기다렸다.



앳된 여자가 주방에서


앞치마를 한채 나왔다.


"어서 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돈까스 드시고 싶으세요?"

그녀는 손으로 만든 듯한


메뉴판을 내게 내밀었다.




"네...여기 있는 안심 돈까스 먹을게요."


"네 감사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가서 조리를 시작했다.


나는 셀프라고

안내판이 붙어있는


정수기 앞으로 갔다.




쇠로된 컵을 하나 들고


정수기에서 물을 받았다.



물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새로 인테리어한 벽지며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둘러보며

돈까스가 나오길 기다렸다.




그때 문이 땡그렁 소리를 냈다.

손님이  들어오나보다 하며

출입문을 봤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우리는 서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김현미 대위...



그녀는 옆 부대 지휘관이었다.




내 직속상관은 아니었지만,

오며 가며 마주치면

나는


그녀에게 경례를 절도 있게 붙였다.


행정병이었던 나는


그녀의 사무실로 파견을 나간 적이 있었다.

그녀 부대의 대대장님이

사무실 컴퓨터 전체를 업그레이드 하라고


지시한 상황에서

그녀의 대대에는 컴퓨터를 잘 아는 병사가 없었다.

나는 당시 행정병이었지만,


단지 공대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행정반을 비롯해 모든 대대 컴퓨터를

책임지고 있엇다.

사실 내가 자대에 배치 받았을때만 해도

나는 컴퓨터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까라면 까야 하는 군대 특성상

나는 하드웨어 책을 구해 다섯번 정도 정독을 했다.


그제서야 감을 잡고

물품창고 한 구석에 컴퓨터 부품 케비넷을 만들었다.




부대내 컴퓨터가 고장나면,  부품을 사서 교체하고


서플라이어라든가 odd, 또는 자잘한 악세사리 같은 것들을 차곡차곡 모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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