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8화 〉98 (98/105)



〈 98화 〉98

어느새 부품캐비넷에는 각종 부품이 모여

거의 컴퓨터 조립가게를 차려도 될 정도가 되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내 실력은 좋아졌고


대대를 넘어 사단내 컴퓨터 수리를 위해 출장 가는 날이 많아졌다.

김현미 대위를 만났을때

나는  병장을 달았다.



병장의 맛을 한 참 만끽하고 있었을 때라

나는 출장업무가 귀찮기만 했다.


"아니 김대위님 이게 얼마만입니까?"

나는 일어서서 거수 경례를 붙였다.

엉겹결에 김대위도 내 경례를 받았다.




"앉아."

나는 앉았다.




"쉬어. 편히 쉬어."

어이없게 나는 지금

김대위와


 지겨운 병정놀이를 하고 있었다.

김대위가 내 앞에 앉았다.




"넌 여기 어쩐 일이야?"


"내가 여기 살지 말입니다."


"너 여전하네...이 동그란 얼굴..."

"김대위님은  이뻐지셨지 말입니다."

"장난하냐. 내가 지금 나이가 얼만데...이 피부 쪼글 쪼글 한거봐라."

"지금도 부대에 계십니까?"


"제대 했어."

"아~~~ 에잇~~~에이 열여덟....민간인이네...야 현미야...눈  깔아..."

"이게 어디서 죽을라고...한번 상관은 영원한 상관 몰라?"

"그런 이상한 법이 어디있어...어이 아줌마 김현미~~~  어디 아줌마냐? 여기살어?"

"이게 증말..너 그러다 맞는다."

"어쭈구리.... 군인이 군인 때리면 영창, 민간인이 민간인 때리면 교도소...어이 민간인 교소소 한번 가볼텨?"

"야 일절만 해라...지금 내 주먹이 운다. 그러지 않아도 나 너한테 감정 안 좋다."



사실 나는 김현미 대위와 수많은 일이 있었다.




내가 처음 김대위를 보고

경례를 붙였을때

김대위는 사색이 되어 있었다.


 경례를 받는둥 마는둥

컴퓨터를 끌어안고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대위님?"


"아니..이게 방금전에 뻥 소리 나면서 불꽃이 튀었거든...너 컴퓨터좀 아냐?"



대위씩이나 되서


병사 앞에서

컴퓨터를 부등켜 안고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




그러니까 여간부들의 별명이


오또케가 되는 거다.



여간부들은

아는 것도 없고


용기도 없고


배려심도 없고


이기적이고


사건이 터지면,

"오또케? 엄마 오또케?"

하며 눈물 흘리기 바쁘다.


어떻게 그런 간부를


병사들이 따르겠는가

군대에서는


왜 상시 잠정적 열외 병력을

비싼 돈 들여 먹여 살리는가


내가 경험이 부족해서 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행군을 나가서

군장을 끝까지 매는 여간부를  적이 없다.

간부면 최소한의 자존심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부식 배분할때


꼭 인기 있는거는 지들끼리 먼저 고른다.

그러면서 똥통 청소는

지들이 안 하고


애꿎은 병사를 시킨다.



만약 전쟁이 난다면


여간부는 전력증강은 커녕

부대의 어마 어마한 짐이  그런 존재들이었다.

차라리 여군들만 모아놓고


지들끼리 작전짜고 훈련하게 해서


유사시엔 단독으로 적진에 투입시키는 것이

그나마 남자부대의 병력을 까먹지 않는길이다.



여간부가 야전부대에 기생하면

병들 뿐만 아니라 남자 간부들도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견물 생심이라고,



남자들끼리 있을때는


그냥 그냥 대충 해결하고


넘어가고 하던 일들이

꼭 여간부와 얽혀


큰 사건으로 번진다.



여간부들은 걸어다니는 흉기다.

걸어다니는 흉기에서 암내가 나면

수캉아지들은 이성을 잃고


군기교육대도 잊어 버리고

영창도 잊어 버리고

불명예 제대도 잊어 버리고

흉기 앞으로 돌진하여

행여나 제대로 맛이나 보면 모르겠는데


맛보는 시늉만 하다가

거품무는 제스쳐만 했다가도


큰 일을 치루고 만다.



흉기에 찔려


회복할 수 없는

골로 간다.



"대위님 제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나는 김대위가 끌어안고 있는 컴퓨터를 살펴 보려고


그녀에게 다가 갔다.



그녀는 끌어안고 있는 컴퓨터를 놓지 않았다.


내가 힘으로 그녀의 팔을 잡아


컴퓨터에서 떼어 놓았다.

힘을 쓰는 과정에서

그녀의 말캉한 가슴이


내 팔꿈치에 제대로 전해졌다.




 전투복 바지가 앞으로 크게 부풀었다.

나는 의자를 갖다 놓고

컴퓨터를 분해 했다.



탄 내가 아주 익숙했다.

김대위의 진술과 엮어서 판단해 보건데

우선 서플라이가 나간게 분명했다.



"와우 우선 이십만원 되겠습니다."



그녀는 울상이 되었다.


나는 그녀를 골려주기 위해 가격을 마구마구 불렀다.




"그리고....가만 보니까...이거 마더보드가 나간거 같은데요...삼십만원 추갑니다. 램은 괜찮나 모르겠네요.....이거 나가면 이십오만원인데...."



김대위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갔다.


하얗게 변한 김대위의 얼굴이 너무 섹시했다.

찍어바른 립스틱의 빨간색이 더 도드라졌다.


"김대위님 이거 돈 많이 들겠는데요?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놧어요? 난 대대장님한테 업그레이드 하라는 지시사항 듣고 왔는데 이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수준이 아닌데요? 전 못하겠습니다."



김대위가 내 팔을 잡았다.



"야 부탁한다. 어떻게 좀 해 줘... 나 이거 걸리면 영창감이야."

"무슨 컴퓨터 하나 망가뜨렸다고 영창씩이나...뭐 탱크를 망가뜨린것도 아닌데...오바하지 마세요."

"야 이거 한시간 전까지만 해도 대대장님이 잘 썼단 말이야."


"그럼 대대장님이 뭘 잘 못했나보죠. 걱정하지 마세요..."


김대위가 내팔을 넘어 허리를 붙잡았다.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을 태세였다.

"대대장님 나가기 전에 내가 컴퓨터 껐다 킨거 보셨단 말이야. 내가 최종 사용자인줄 알  계셔..."


"대대장님도 이해 하실거에요. 전 할일이 없어 부대로 복귀하겠습니다.  백오십만원 이상 들겠네요. 용산에 컴팔이들 몇명 아는데 소개해 드려요?"

"야 정말 니가 할 수 없는거냐?"


김대위는 무릎을 꿇고 내 바지를 잡았다.



간부가 자존심도 없게


사병앞에 무릎을 꿇는 단 말인가.



그것도 겨우 컴퓨터 한나로.


이게 대한민국 여간부의 현 주소였다.



나는 순간 그녀가 가르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대위님 그럼 제가 우선 고쳐드릴테니까 제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겁니다."


"응 알았어...설마 나 이상한거 시키고 그런건 아니지?"

간부라면 아마 나보다 세살에서 다섯살 정도 나이가 많을 텐데


김대위의 옹알거리는 모습은

영락없이 어린애의 모습이었다.




이런 한심한 간부를 믿고


어떻게 대한민국 국방을 맡긴단 말인가.

"김대위님 차 있으시죠?"


"응."


"저좀 태워서 저희 대대로 이동해 주십시오."


"알았어."


나와 김대위는 막사를 나와

그녀의 차에 탔다.



그녀의 차는 하얀색 액센트였다.

그래도 의외로 깨끗하게 관리되 차였다.



그녀는 천천히 차를 몰아

우리 대대 막사로 이동했다.

연병장에서

대대원들이 유격훈련을 하고 있었다.


액센트 안에서 여자옆에 앉아

에어컨 바람을 쐬는 내가

아주 약간 미안했다.



 그니까 군대는 보직이지..



"김대위님 병사들 보는 눈이 있으니까, 차 밖으로 나오지 마시고 안에 앉아 계십시오. 제가 금방 나오겠습니다."

"알았어."

나는 잽싸게 막사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파워 써플라이어를 챙겼다.


사실 파워 써플라이어 하나만 나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안전을 위해 파워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셧다운 되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사기를 쳐 놨다.

 사기는 더 좋은 사기의 기회였다.

나는 램과 그래픽카드 그리고 ODD까지

쓰레기들로 바꿔칠 마음을 먹었다.

쓰레기를 하나가득 박스에 챙겨

막사를 빠져 나왔다.



"인제 가시면 됩니다."

"알았어 고마워."




그녀는 차를 몰아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그녀가 안고 있던 컴퓨터를 분해 하여

우선 파워 서플라이어를 떼어냈다.

그리고 테스트 해 보았다.



예상대로 파워만 나갔다.



나는 슬쩍 파워를 다시 끄고


번쩍 번쩍한 램과 비디오카드를 떼어냈다.

그리고 쓰레기 램과 쓰레기 비디오카드를 꼽았다.




테스트 해 봤다.

화질의 저하와


속도의 저하가 느껴졌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구분 못할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깨끗한 ODD를 떼어 내고,


쓰레기로 교체했다.

영화 씨디가 있어서


성능을 테스트 해 보았다.

무리없이

국방뉴스가 나왔다.




"김대위님 인제 다 된거 같습니다."


나는 구석에서 떨고 있는 김대위를 컴퓨터 앞으로 데려왔다.

김대위 앞에서 시연을  주었다.




김대위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나를 끌어 안았다.



김대위 입장에서는 어린 내가

동생 같아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으흉한

아니 사악한 사기꾼에


포악한 마쵸남이었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잡았다.

"뭐야?"



그녀가 나에게서 떨어졌다.



"너 지금 뭐한거야?"

그녀는 마르지 않은 눈물 사이로

레이져 광선을 쏘아 보였다.



나는 갈등했다.

직진할 것인지

고개를 숙일 것인지

나는 결정했다.




나는 눈물을 흘렸다.

"김대위님 죄송합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제가 저도 모르게..."


"아니야 껴안은건 나니까 내가 잘못했어. 이제 뚝. 아무한테도  이를테니까 뚝."



나는 작전상 더 서럽게 울었다.


"어헝....어헝...죄송합니다. 제가 여자친구 생각이 나서....그만...죄송합니다. 제가 영창에 가겠습니다. 벌을 주십시오."

"야...괜찮다니까...이제 그만해..."



나는 무릎을 꿇고

김대위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정말 죽을 죄를 졌습니다. 벌을 주시면 달게 받겠습니다. 벌을 주십시오. 제가 얼마전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정신을 못차렸습니다. 영창에 가겠습니다. 상관을 욕보였습니다."


"아니야 임마. 내가 동생같아서 안아준거야. 딴생각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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