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3화 (103/430)

“너무 아쉬워하지 마. 다시 보여줄 테니까.”

“저, 정말!”

“그럼 지금 당장...”

“대신! 오늘 치 모험을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완수해 낸다면 말이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두 여인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눈을 사납게 치켜뜨고서,

“데니스! 뭐 하고 있어! 어서 앞장 서!”

“어서 출발 안 하면 데니스의 부모님들과 교관님들께 데니스가 보였던 추태를 다 일러버릴 거야!”

“큭! 젠장!”

데니스를 몰아세웠다.

그는 이를 악물며 반항하려고 했으나 두 여인의 등쌀에 못 이겨 결국 전투 직전에 땅바닥에 내려놓았던 배낭을 들어올렸다.

“데니스! 험한 말 하지 마! 파티장님의 귀를 더럽히잖아!”

“욕했다고 일러버린다! 그리고 파티장님께 존댓말 해!”

“씨발! 씨이바알!”

““데니스!””

“큭!”

이 날, 데니스는 진리 하나를 깨달았다.

이 세상은 정말 불공평하고 더러운 곳이란 걸.

외전-3일 동안

모험을 떠나기 3일 전, 도원향 안.

쿵!

“후우.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 지을까?”

사람 셋은 여유롭게 누울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침대를 내려놓은 준이 등허리를 쭉 펴며 그리 물었다.

그러자,

“찬성!”

“동의하옵니다.”

각가지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던 천사님과 신수님이 흔쾌히 동의를 해왔다.

털썩

준은 침대에 앉아 주위를, 신혼방처럼 꾸며진 텐트 안을 살폈다.

그러던 중 똑같이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의 시곗바늘들이 눈에 들어왔다.

“벌써 12시네. 하루가 왜 이렇게 짧게 느껴지지?”

“아침부터 이것저것 산다고 많이 돌아다녔잖아. 저녁 먹고 나서도 이곳을 꾸민다고 쉴 틈이 없었구.”

“무척 알찬 하루였사옵니다.”

찰싹 엉겨붙어오는 천사님을 끌어안고 옆에 다소곳이 앉은 신수님의 손을 잡아주며 준은 짧았던 오늘 하루를 회상해보았다.

길드에서 미궁 안에서 쓸 각종 무기와 물품들을 사고, 로렌스를 찾아가 도원향을 가꿀 동식물을 사고, 구매를 도와준 두 사람(캐롤, 로렌스)에게 보답으로 저녁 식사를 사준 뒤 구매한 물품들을 정리하고.

정확히 따지자면 오늘 한 건 구매와 정리 딱 두 가지 뿐이지만, 그 규모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만큼 소모된 돈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백금화를 적어도 30개 정도는 쓰지 않았을까?

고작 30개? 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백금화를 한화로 환산하면 100만원이었다.

그러니까 준은 오늘 하루 물품구매로 3000만원을 썼다는 소리다.

“...가계부를 작성해야 하려나.”

어마어마한 지출액에 준은 자신의 무계획적이고 무절제한 소비스타일을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그도 그럴게, 자신은 곧 있으면 여러 아내들을 둔 대가족의 가장이 될 몸.

아내들과 그녀들에게서 태어날 아이들을 가난으로 고생시키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알뜰하게 생활해야 했다.

“가계부는 갑자기 왜?”

“도화도 왔겠다, 이제 본격적인 살림살이를 시작해 보려고.”

“옳으신 판단이옵니다. 허나, 낭군님. 그러한 일은 소첩에게 맡겨주시옵소서.”

“맞아. 그런 뒷바라지는 준의 아내인 우리들에게 맡기고 준은 남편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해.”

“남편으로서의 역할? 돈 벌어오라고?”

“아니 그것 말고.”

“그럼?”

준의 질문에 포르투나는 음흉하게 웃어 보이며 그를 도화쪽으로 밀쳤다.

자연스레 살짝 떨어져있던 도화와 몸이 밀착되었다.

“어머.”

곧 포르투나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챈 도화가 백옥 같은 피부를 복숭아빛으로 물들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활짝 피어나는 꽃봉오리처럼 참으로 고왔다.

그렇기에 준은,

스윽 스윽

달콤한 꿀냄새에 홀린 꿀벌처럼 저도 모르게 그녀의 분홍빛 볼을 쓰다듬었다.

청순가련한 꽃송이가 더욱 탐스럽게 익었다.

‘갖고 싶다.’

준은 눈앞의 꽃송이가 진심으로 갖고 싶어졌다.

은혜, 임신, 신좌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저 남자로서, 수컷으로서 눈앞의 여자를, 암컷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그 마음을 고스란히 꽃송이에게 전했다.

“도화야.”

“예, 낭군님.”

“너를 나에게 주겠니?”

“아니요.”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

그에 준이 멍하니 입을 벌리려는 찰나,

쪽!

“낭군님께서 소첩을 발아시켜주셨을 때 소첩은 곧바로 낭군님께 소첩의 몸과 마음, 영혼을 보답으로 드렸습니다. 이미 드린 것을 다시 드릴 수는 없사옵니다.”

꽃송이가 수줍게 입을 맞춰왔다.

두 눈에는 투명한 이슬을 머금고서.

준은 꽃송이의 눈매 끝에 맺힌 이슬을 훔치고는 꽃송이가 그러했듯 입술을 포갰다.

풋풋한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그때,

“그럼 두 사람 다 내일 아침에 봐. 나는 이만 나가볼게.”

포르투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준과 도화를 생각해 애써 웃어보이고는 텐트 밖으로 걸어 나갔지만, 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감추지는 못했다.

그대로 보냈다간 밤을 눈물로 지새울게 뻔했다.

그에 준이 그녀를 달랠 수 있도록 도화에게 양해를 구하려는 순간,

“언니, 어디를 가시려고 하옵니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도화가 먼저 포르투나를 멈춰 세웠다.

“응? 그, 그냥 요 앞에 나가 있으려고.”

“그러지 마시고 함께 있어 주시옵소서.”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대답을 내놓는 도화.

설마 그녀가 그런 말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준과 포르투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 어? 그치만 뭐처럼의 첫날밤인데. 내가 같이 있기는 조금 그렇지 않아?”

잠시 후 정신을 차린 포르투나가 그리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혹하기는 하는지 걸음을 멈춘 채 준과 도화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사옵니다. 오히려 같이 있어 달라 부탁드리고 싶사옵니다.”

“어, 어째서?”

“소첩은 낭군님께 잊지 못한 밤을 선사해드리고 싶사옵니다. 허나, 경험이 없어 그것이 불가능할 것 같사옵니다. 그러니 부디 낭군님과의 경험이 풍부한 언니께서 모자란 동생을 도와주시기 바라옵니다.”

“그게, 그러니까...”

말을 흐리며 준을 바라보는 포르투나.

그녀의 시선에 준은 곤란한 듯 뺨을 긁적이다가 고개를 돌려 도화를 바라보았다.

때마침 그녀 또한 준을 지긋이 올려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분홍색 눈동자 안에 진심을 가득 담고서.

그녀의 진심을 알아챈 준은 다시 포르투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머리를 끄덕였다.

“언니만 믿어!”

그에 포르투나는 해맑게 웃으며 도화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도화야, 잘 들어. 평소 때의 준은 무척 착하지만 밤의 준은 무척 난폭하고 사납고, 심술쟁이야. 뭐, 평소 때도 가끔 그러기는 하지만, 밤엔 특히 그 정도가 심해. 아무튼,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걸 좋아해서 이쪽에서 조르고 매달리는 걸 어엄엄청 좋아해.”

“그렇사옵니까? 그럼 제가 어찌하는 게 좋겠사옵니까?”

“처음엔 키스를 졸라야 하는데 이때 어떻게 해야 하냐면...”

그렇게 침대로 돌아온 그녀는 도화의 곁으로 가 부탁대로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낭군님, 음∼.”

정상적인 취향을 지닌 남자라면 한 번 쯤은 꿈꿨을, 청순가련한 아내가 품속으로 안겨와 수줍어하면서도 어서 입을 맞춰달라는 듯 어여쁜 분홍빛 입술을 쭉 내미는 씬이 연출되었다.

살랑살랑

살짝 벌여진 입술 사이로 얼핏 보이는 설육이 유혹하듯 살랑거린다.

준은 지체하지 않고 유혹에 넘어갔다.

움찔

입을 포개는 것과 동시에 준의 혀가 입속으로 들어오자 긴장해서 몸을 떠는 도화.

그런 그녀를 포르투나가 등을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 물론 조언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도화야, 겁먹지 말고 준의 혀를 한 번 쪽 빨아봐. 아주 달고 맛있을 거야.”

“하웁? 음! 쪼옥! 쪽!”

“그래, 그렇게. 그리고 준의 머리를 팔로...이미 감쌌네.”

포르투나가 조언을 하기도 전에 도화는 준의 머리를 팔로 꼭 감싸고서 열정적으로 입을 맞추고 있었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이걸 입맞춤이라고 해도 되려나?’

첫 딥키스인 것을 감안해도 도화의 움직임은 이상했다.

그녀의 혀는 애무를 한다기 보단 무언가를 모으기 위해 준의 혀와 입속을 누볐고, 그녀의 입술 또한 애무가 아닌 그렇게 모은 무언가를 자신의 입속으로 빨아들이기 위해 오물거렸다.

꿀꺽

“흐응♡”

도화의 혀와 입술을 타고 넘어간 무언가, 준의 타액이 그녀의 목구멍 너머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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