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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것은 잡아먹힌다-30화 (3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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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로첼리아 공주, 여기 계시다 들었소. 방문에 대한 공주의 허락을 미리 구하지 않았으나 잠시 시간을 내어…"

느끼한 목소리의 자클란 대공이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오다 말고 멈췄다. 공주의 곁에 레오나드가 있고, 공주의 손은 공작의 큰 손에 가려지듯 잡혀 있었다. 왜 지금 공주의 곁에 다름 이가 있는 것이며 왜 하필 그게 카엔 공작인걸까. 어제 왕 앞에서 어린애처럼 열을 내게 만든 인간이 떡하니 공주의 곁에 서있다. 매우 불쾌한 상황이었으나 자클란은 로첼리아를 향해 공손한 인사를 건네었다.

"지난 번 일에 대한 답을 들으러 왔습니다만, 먼저 온 손님이 계시군요."

"예, 지금 저희는 함께 여신님의 고결한 말씀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마침 가장 중요한 ‘함께함’에 대한 부분을 배우고 있었는데, 자클란 대공께서도 저희와 같이 하심은 어떠십니까."

레오나드는 평소처럼 느긋하면서도 능글맞은 말로 그를 초청했다. 자클란 대공은 예를 갖추며 로첼리아의 손을 강하게 끌어 입술을 맞췄다. 로첼리아는 차마 거절치도 못하고 입술을 받아야 했다. 찡그리지도 못한 채 굳은 로첼리아를 지켜보던 레오나드가 대신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대공.”

"카엔 공께선 괜찮다면 잠시 자리를 내주시지 않겠습니까. 로첼리아 공주와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러나 혹 제가 연관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함께 자리하면 안 되겠습니까?"

능글맞은 대답에 대공은 불쾌하다는 듯 콧수염을 삐죽거렸다.

"뭐, 오히려 카엔 공께서 저희들의 증인이 되어 주시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군요. 그래요. 여기 있도록 하세요."

대공은 한쪽 무릎을 꿇고 손바닥 만한 상자를 열어 공주 앞에 내밀었다. 상자 안에는 화려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다. 레오나드는 코웃음을 쳤다. 자신이 공주를 위해 모아둔 것에 비해 전혀 화려하지 않은 싸구려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공은 느끼한 목소리로 잘난 척 하며 말했다.

"로첼리아 공주, 어제 말씀 드린 것처럼 저와 혼인하여 헤슈텐으로 함께 가시겠습니까?"

대공은 부드럽게 청혼하는 척 했으나, 목소리에는 교만함이 가득했고, 묘하게 강압적이었다. 로첼리아가 손을 빼내려 해도 붙잡은 그의 손의 악력에 옴짝 달싹 할 수 없었다. 로첼리아의 눈동자가 심히 흔들렸다. 레오나드를 바라보자 그는 따스한 눈으로 공주를 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용기를 얻은 로첼리아는 자클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자클란 대공 전하. 저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으르렁 거리는 말에 놀랐지만 로첼리아는 눈을 꽉 감았다 떴다.

"대, 대공과는 혼인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지금…제 청혼을 무시하는 것입니까? 감히 당신이?"

거칠게 돌변한 대공이 공주의 손을 꽉 잡았다. 로첼리아가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팔을 빼내려 했지만 힘 차이가 너무 컸다. 그때 레오나드의 팔이 부드럽게 둘 사이를 파고들어 벌어지게 만들었다.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레오나드는 대공을 향했다.

"아주 중요한 대화에 갑자기 방해 드려 죄송합니다만, 그건 정말 안 될 말입니다."

"뭐가 말입니까, 공은? 아직도 여기 있었습니까? 중요한 상황인 것을 안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나가지 못하겠습니까? 알렌사의 귀족들은 예의도 모르는군요!"

자신이 있으라 했던 것도 다 잊고 대공이 버럭 소리쳤다. 그러나 대답하는 레오나드는 여유만만했다.

"아뇨, 중요하기에 더더욱 떠나기 어렵겠습니다. 지금 이 상황을 보니 저에게 발언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되는군요."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공주를 뒤로 숨기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공작의 태도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은 대공이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살덩이가 밀려 괴상한 주름들을 만들었다.

"공주께선 저와 꽤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대공께선 전혀 모르셨습니까? 예를 들면…"

쪽, 로첼리아의 뺨에 레오나드의 두 입술이 가볍게 닿을 듯 가까워졌다 떨어졌다. 과하게 큰 쪽 소리에 로첼리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나 자클란 대공은 이를 살필 여유가 없었다. 레오나드의 행동 자체에 이미 눈이 반쯤 돌아간 상태였다.

"이, 이, 이 무슨!"

"보시다시피 이런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레오나드의 환한 미소에 대공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둘을 가리키며 악을 질러댔다.

“카엔 공작, 어제 함께 이야기 나눌 때도 이런 이야기는 없었잖습니까! 갑작스런 이런 행동은 신뢰할 수 없소. 공주는 정숙한 여인이오! 감히 내 눈앞에서 공주를 희롱하다니!”

“물론 공주께서는 매우 정숙하신 분이십니다. 그러나 연인끼리의 감정을 나누는 행위를 희롱이라 볼 수 없지요. 희롱이란 것은 여인 몰래 신체를 훑어 본다던가 여인의 허락도 없이 몸을 만진다던가 하는 행위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레오나드가 허리를 살짝 숙여 자클란의 얼굴 앞으로 들이댔다. 웃고 있는 표정이었으나 음성은 매우 서늘했다.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요!”

레오나드는 공주를 등 뒤에 숨긴 채 대공에게 작게 속삭였다.

“오페라 공연장 말입니다. 보는 눈들이 참으로 많았지요. 설마, 본인께서 저의 사랑스러운 공주님께 그 날 무슨 짓을 하셨는지 정녕 모른다고 하시진 않으시겠지요?”

“그, 말도 안 되는!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오! 로첼리아 공주! 말해보시오! 공주는 이 상황을 똑바로 설명하시오. 내게 아주 소상히 말해야 할 것이오! 깨끗한 척 하더니, 이제 보니 그것도 아니었군! 날 속인 죄는 내 꼭 물을 것입니다!”

대공은 빨개진 얼굴로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비난의 손가락을 로첼리아를 향해 날리고 있었다.

“전 그렇지, 않아요,”

로첼리아가 어찌할 바를 몰라 쥐어짜듯 대답하며 떨자, 레오나드는 그의 망토로 공주의 어깨를 가려 제 품으로 당겼다.

“자, 진정하시지요, 제 소중한 공주님께 그리 격하게 말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대공. 공주께서 놀라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공주께선 대공을 속인 적이 없습니다. 죄는 모두 다 공주님과 저의 관계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제게 있지요.”

대공이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하도 주위에서 정숙한 여인이라 칭찬이 자자 하길래 내 믿어 의심치 않았소. 나와 하루 동안 함께 있기까지 하지 않았소? 그런데 이렇게 사람도 없고 어둑한 곳에서 둘이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게요? 게다가 지금까지 만나오면서 공작과의 사이를 전혀 알리지 않다니, 정말 실망스럽소!“

레오나드가 로첼리아를 향해 몸을 조금 숙여 물었다.

“공주님, 대공께서 혹 공주님께 다른 남성과 연인관계인지 여부를 물은 적이 있습니까?”

“아뇨, 없어요. 그, 그리고!”

로첼리아는 급히 말을 이었다.

“혼,인 이야기는 오페라가 마치고 나서 였어요. 그 전까진…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요.”

“분명 공주님께선 대공께서 하루 동안 함께하자는 것이 청혼을 위한 것임을 알았더라면 이를 거절하셨을 터이지요. 저를 위해서 말이지요.”

로첼리아는 따스하게 물어오는 레오나드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나드는 안타깝다는 눈으로 대공을 보았다.

“방금 들으신 것처럼 대공께서 공주께 묻지도 않으셨으니 공주께서도 굳이 알리실 필요도 없었지요. 저 또한 대공의 뜻을 몰랐으니, 단순히 양국의 친밀함을 높이기 위한 왕실간의 일반적인 교류라고 생각하였지 뭡니까. 게다가 그날 대공을 모신 것은 왕의 명령이었을 뿐입니다, 대공.”

자클란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거칠게 외쳤다.

“증거를 대시오!”

“무슨 증거를 더 대란 말입니까."

"진정 둘이 깊은 관계라는 것 말이오."

“저런, 남녀간의 관계에 대해 서로에 대한 확신적 언어 외 더 어떤 것으로 알려드려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 조금 난감합니다만, 대공께서 신뢰를 못하시니 아무래도 백 마디 말보다는 한번 눈으로 확인하는 게 좋겠지요.”

레오나드의 말에 고개를 돌린 로첼리아의 몸이 반쯤 돌아가도록 이끈 레오나드는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안고는 바로 얼굴을 가져다댔다.

"읍!"

로첼리아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기도 전, 그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하아…하…으음.”

두 남녀가 격한 숨소리를 내고 얼굴각도까지 살살 돌려가며 입을 맞추고 있었다. 잠시 떨어지는 두 얼굴 사이로 붉은 혀가 살짝 보였다. 또다시 두 얼굴이 겹쳐졌다. 대공 쪽에서는 레오나드의 넓은 등에 가려 공주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등 너머로 간간이 공주와 레오나드가 내는 작은 신음소리와 입술이 맞닿는 소리만 들렸을 뿐이었다. 공주의 손이 레오나드의 망토를 붙잡았다.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꽉 쥔 손은 그러나 공작을 밀어내지 않았다.

"이, 이, 이, 이 무슨!"

대공은 화를 제대로 내지도 못한 채 소리를 치더니, 결국 쿵쾅거리며 도서관을 박차고 나갔다.

발자국 소리가 멀어진 걸 확인한 레오나드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공주의 입술 위에 그의 엄지손가락이 닿아있었다. 그 위로 공작이 입술을 포갠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공주님. 허락도 없이 그런 행동을 해서 불쾌하셨지요? 정말 죄송합니다."

가까웠던 두 얼굴이 떨어지자마자 레오나드는 품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어 로첼리아의 입술을 조심스레 닦아 주었다. 룬베리처럼 붉은 입술이 하얀 손수건에 대비되어 더욱 붉게 보였다. 혹시나 기분이 상했을까봐 최대한 맨살은 닿지 않게 하는 움직임이었다.

나이 많은 대공은 쉽게 속지 않을 거라 생각한 레오나드는 각도를 돌릴 때마다 일부러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때마다 공주의 속눈썹이 떨리고 주먹을 꼭 쥐고 있는 게 보였다. 자클란이 아직 쳐다보고 있자 다음엔 엄지손가락에 혀를 대고 빠는 소리를 냈다. 그에겐 거짓 입맞춤을 꾸며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거기까지 하자 대공이 등을 돌렸다.

“다…닿지 않았는걸요, 공 덕분에요.”

콩콩콩콩 급히 뛰는 심장에 로첼리아는 주먹으로 가슴을 누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이 너무 가까웠었다. 손가락을 마주하고 느껴지는 그의 뜨거운 숨결과, 그보다 더 꿰뚫는 듯한 눈빛, 긴 속눈썹과 자신의 코에 닿을락 말락한 그의 코,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었다.

“자클란 대공을 어떻게든 떨어뜨려드리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제가 조급히 행동했는데, 공주께 사전에 말씀드리지 않고 멋대로 한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레오나드의 얼굴은 혹시라도 공주가 싫어할까 걱정이 가득했다.

“아니에요, 공. 아무 일도…없었잖아요. 오히려 감사…해요.”

붉어진 얼굴을 로첼리아는 가리면서 문 쪽을 계속 힐끔거렸다. 언제라도 대공이 되돌아 올까봐 걱정하는 듯했다.

“그런데…대공이 바로 아바마마께 가지 않았을까요?”

“그러진 못할 겁니다. 저리 뵈도 자클란 대공은 자존심이 무척 센 양반이지요. 사실 연인은 따로 있었고 헛물을 켠 것이라 말하는 건 그에게 있어서 매우 모욕적인 일일 겁니다. 아마 곧바로 헤슈텐으로 떠날 짐을 꾸리고 있을 겁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제 진심은, 공주님께서 원하시는 방법이 있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역시 저는 이 방법이 가장 공주님께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레오나드는 한쪽 무릎을 굽힌 채 공주 앞에 앉아 맑게 올려다보았다.

“공주님, 부디 잠시나마 저 레오나드 프란체 드 카엔의 연인이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두근,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는 것 같아 로첼리아는 작게 주먹을 쥐었다.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아주 짧은 시간 만입니다. 이 모든 사태가 끝날 때까지, 그때까지만 함께 해주시면 안 될지요. 저런 이에게 공주님이 가시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제가 도울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그래도 정말 괜찮은 걸까.’

그녀를 올려다보는 그의 눈은 올곧았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들어줄 것만 같은 깊고 푸른 눈동자가 로첼리아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방법이 없어. 대공이 다 보아 버렸는걸. 그렇다면-카엔 공작이 말한 대로 하는 것이 그나마 나은 방법이 아닐까. 그는…그는 분명 날 도와 줄 거야.’

잠시 동안 진지한 그의 눈을 바라보던 로첼리아는 드디어 결심했다. 고개가 작게 끄덕여졌다.

“네, 공작. 부탁 드려요.”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내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공주님. 공주님을 저 악한 이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저 레오나드 프란체 드 카엔, 공주님 앞에 이 카엔 가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는 바입니다.”

레오나드는 공주의 손등에 짧게 입을 포개었다.

****

자클란은 왕궁에서 나오자마자 마차를 돌려 어둡고 음습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낡아 보이는 외관과는 다르게 안은 화려했다. 가장 끝 방으로 들어간 자클란이 쾅, 문이 열어젖히자 안에 켜진 촛불들이 일렁였다. 밖은 훤한 대낮임에도 이 방은 어두웠다. 두꺼운 커튼으로 모든 햇빛을 가렸기 때문이었다. 방안에는 묘한 향이 공기 안에 가득차 있었다. 대공 앞으로 새하얀 모슬린 원피스를 입은 갈색머리 여자들이 들어왔다. 모두 공포에 질려있었고 그중 몇몇은 목이나 팔, 다리에 줄로 묶여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시종은 굽신거리며 문을 닫았고, 어둠 속에서 자클란 그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작은 여자 앞으로 다가갔다.

"네년이 좋겠구나."

그는 머리채를 잡아 여자를 질질 끌고 침대 위로 던졌다. 다른 여자들은 벽 구석에 더욱 밀착하여 도저히 눈도 뜨지 못했다. 남자는 우선 여자를 채찍으로 갈겼다. 짜악, 짝, 소리가 나며 하얀 모슬린 드레스가 찢겨나갔다. 그 틈으로 벌겋게 난 상처, 그리고 맺히는 핏방울이 비쳤다. 남자는 만족해하며 손으로 우악스럽게 여자의 옷을 찢었다.

“그 공주와 비슷하게 생겨서 더 불쾌하군.”

여인의 맨 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여인은 공포에 떨며 도망치려 했지만, 남자의 살집 두둑한 손이 여인의 발목을 잡아 넘어뜨렸다. 다리가 넓게 벌려졌다.

“이, 망할! 나쁜 년! 더러운 년!”

“아악!”

"그래, 더 해라 이년아. 더 소리 질러 봐라."

자클란은 울부짖는 여자를 공주라 생각하며 더 가학적인 폭력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기분나쁘게 달큰한 향이 그를 더욱 흥분시켰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한 척 지랄을 하더니 더러운 암캐 같은 년. 분명 공작과도 이렇게 놀았겠지. 감히 나를 농락하고도 내가! 가만! 있을 줄! 아느냐!”

"아, 아! 아악!"

가녀린 여인은 한없이 그에게 짓눌려졌다. 낡은 침대가 부서질 듯 굉음을 내며 삐걱거렸다.

자클란은 그가 가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바탕 베르트 왕세자에게 퍼붓고 왔음에도, 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여인에게 온통 퍼부었다. 원래라면 지금쯤 그 어린 공주를 이렇게 하고 있었을 것인데, 그 망할 공작이라는 놈이 모든 걸 망쳐놓았다. 그는 짜증을 내며 여인을 더 거칠게 몰아갔다. 여인의 고통 어린 비명이 새어나왔다.

그때였다. 복도 쪽에서 소란이 일더니, 굳게 잠겨 있던 문이 반쪽이 나며 부서졌다. 콰지직, 방안에 있던 여인들은 놀라 비명을 지르고 일어섰다. 뿌옇게 올라오는 먼지사이로 검은 갑옷을 입은 사내들이 들어왔다. 침대를 가리고 있는 천 조각들을 걷어내고 맨몸으로 땀을 뻘뻘 흘리는 자클란을 잡아 끌어냈다. 그리고 팔을 뒤로 꺾고 바닥에 자클란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 대공은 벌개진 얼굴로 침을 튀겨가며 소리를 질러댔다.

“이, 이! 웬 놈들이냐!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이러는 것이냐!”

“물론,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헤슈텐의 자클란 대공.”

뿌연 먼지들이 부유하는 방안으로 황금빛 머리칼을 가진 레오나드가 망토자락을 펄럭이며 들어왔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blaustern입니다.

레오나드, 힘내(찡끗?)

원래는 더 @@하고 ##했지만 과감히 생략했습니다^^ 보기 역하실까봐...행복한 설연휴 전에는 아름다운 것만 보아야죠!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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