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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것은 잡아먹힌다
아직 짙푸른 대기가 하늘을 감싸고 있는 시간. 레오나드는 품 안에서 곱게 잠들어 있는 로첼리아를 내려다보았다. 공주는 긴장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순한 얼굴로 숨소리마저 내지 않은 채 잠들어 있었다. 그는 공주의 뺨과 이마를 어루만지고 머리칼을 정돈해주었다. 공주의 온 몸은 그가 만든 자국들로 울긋불긋했다.
몇 번이고 잠에서 깨어, 이것이 정녕 꿈은 아닌가 싶어 손으로 어루만져도 보고, 얼굴을 가까이 대고 숨결을 느껴보기도 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따듯한 체온과 촉감에 어젯밤의 일이 사실이란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공주를 처음 보고 갖고 싶어서 안달한 지난날, 자신을 경계하는 그녀 곁에 다가가기 위해 고테베르다를 숭배하는 신도의 가면을 쓰기도 했었다. 그때는 그저 공주의 몸을 취할 것만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공주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녀의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녀의 맑은 웃음을 계속 보고 싶었다. 그래서 욕심을 내려놓아야 했다. 못할 것 없었다. 자신이 취해서 공주를 소유하는 것보다, 공주가 온전히 자신만을 소유하며 아껴주길 바랐다.
자신의 과거를 짚을수록 씻을 수 없는 과오가 너무도 많았다. 게다가 약에 취해 그녀를 강제로 안으려 했었다. 감히 이런 내가 공주의 곁에 있고 싶다고 생각해도 될까. 그 고결한 어깨에 조금의 터럭도 닿아선 안 되었다. 공주가 한 뼘 한 뼘 곁을 내어주는 것이 기쁘면서도 죄스러웠다. 그래도 갖고 싶었다. 다시 태어나 무결한 삶을 살수만 있다면 백번이고 천 번이고 그러했으리라.
공주와 혼인을 하고도 꿈을 꾸는 것 같았다. 혼인식이 어찌나 환상 같은지, 공작령으로 오면서 한눈을 팔면 그녀가 사라질까 곁을 내내 지켰다.
하지만 밤만큼은 함께 있을 자신이 없었다. 혼인이후에 반드시 치러야 하는 첫날밤 의식 없이 공주 곁에서 밤을 보낼 자신이 없었다. 공주는...두려워하고 있었다. 공주가 비록 순진하긴 해도 무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위에서 괜히 바람을 잡는 두 여인, 엘렌 왕세자비와 이베트 덕분에 공주는 원치도 않는 지식들을 머릿속에 담고 있었다. 공주를 만나러 궁에 방문하였다가,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그녀의 걱정이 가슴에 박혔다.
-꼭...해야 하는 거겠지?-
혼인의 기쁨, 행복,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선 목소리였다. 얼마나 무서울까. 평생을 순결의 여신만 모셔온 공주가 남자와의 행위를 쉽게 받아들일 리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었다. 혼인을 하되, 그녀에게 남녀의 관계, 부부의 생활에 큰 부담을 주지 않기로 말이다.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그걸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공주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싫었다. 공주가 자신을 몸만 밝히는 남자라고 생각하여 경멸할까봐 두려웠다. 해가 떠 있는 대낮에는 공주의 얼굴을 보기에도 바빴고, 그런 이야기를 하기엔 부담스러웠다. 밤이 되면 멋대로 공주와의 첫날밤을 상상해버리는 머리 때문에 일단 도망가기에 바빴다.
공주를 방안으로 안내하고 방으로 돌아와 고이 숨겨둔 먹을 것을 잃어버린 강아지 마냥 돌아다녔다. 문을 열고 복도를 걷다 그녀가 있는 방문 밑으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 당장에라도 달려가고 싶었다. 괜히 각방을 마련한 것이 아니었다. 매번 시종들에게 자신을 묶고 감금하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더 큰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여신이 아닌 자신을 선택했다고 바로 덥석 그녀를 끌어안고 취해버리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그저 이대로 공주와 함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었다.
혼인식 날 첫날밤이 지나고 긴장한 채 문밖을 나서는 로첼리아의 얼굴을 보고도 미친 듯이 설렜다. 그녀가 이제는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아내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
그는 공주의 입술을 손끝으로 쓸었다. 연한 살로 이뤄진 입술이 그의 손에 푹신하게 눌려 들어갔다.
‘요 입술로...그렇게 하실 줄은 정말 몰랐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정말로 첫날밤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음을. 맞닿은 입술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결심을 하였다 하여도 그녀의 몸은 정직했다. 무서운 거다, 이 모든 것이. 지금 이렇게 행동하는 것도 그와 한 몸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부부’는 그래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그랬으리라. 자신이 아는 공주는 그만큼 규칙에 민감하고 또 성실히 따르는 여인이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어찌되었든 내려진 그녀의 허락을 더 이상 밀어낼 수 없었다. 그도 이제 한계였다. 공주를 지키듯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를 풀어버렸다. 이제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름다웠다, 공주의 몸은. 그의 상상보다도 더. 그를 보며 떨리는 눈동자와, 입술만 갖다 대어도 붉어지는 하얀 목, 성스러운 두 언덕과 가녀린 허리. 그녀의 몸이 그의 품안에서 점점 변해갈 때마다 희열했다. 그녀의 첫 신음에 그의 몸은 절정으로 내달렸다.
공주가 용기를 내어주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자신의 아내는 이토록 배려있고 용감무쌍하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레오나드는 미소 지으며 살짝 벌어진 공주의 입술에 입을 포개었다. 공주는 잠에 취해 그의 혀가 움직이는 대로 따랐다. 잠결에 움직이는 로첼리아를 보니 아래에서부터 불끈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이 창피함도 모르는 본능적인 현상에 레오나드는 어이없는 실소가 나왔다.
‘잠든 공주님을 보고 한 번 더 하고 싶다니, 진짜 딱 미친놈이군.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 알면...공주님께선 정말 기겁하시겠군.’
어젯밤에도 마음껏 품지 못한 채 그녀를 천천히 달래고 익숙해지게 만들고, 겨우 단 한번 몸을 겹친 것으로도 지쳐 잠이 들어버린 공주의 몸을 두 번 연속으로 취했다가는 아마 그녀는 기절하고 말 것이다. 아니, 이 모든 것을 지켜보신 여신님이 자신에게 벌을 내리실지도 모를 일이다. 이대로 가다간 잠든 공주를 깨울 것 같아서 얼른 로첼리아의 몸을 시트에 감싸 안아 올렸다.
방과 이어진 욕실에는 이미 뜨거운 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둘이 첫날밤을 보낸 것을 눈치 챈 테오가 시녀들을 시켜 준비케 한 것이리라. 꽃잎이 가득 떠 있는 욕조에 들어가기 전, 레오나드는 무릎에 공주를 앉히고 물을 떠 다리부터 조심스레 적셨다. 그리고 천천히 물에 들어갔다. 뜨거운 물이 욕조를 넘쳐 바닥으로 흘렀다. 로첼리아는 뜨끈한 물의 온기에 몸을 비틀어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공작의 커다란 손이 공주의 온몸을 비누칠했다. 어린아이 같은 살은 크림처럼 달아, 그의 혀가 자꾸만 핥게 만들었다. 로첼리아의 짧아진 머리카락도 세심하게 씻었다. 등을 가슴에 맞대게 한 채 씻기다 그의 손이 조심스럽게 공주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오므라지는 다리를, 레오나드의 손이 막았다. 젖고 부어 버린 그곳을 깨끗하게 닦아내 주었다. 공주의 입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났을 때 그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 젖은 살에 계속 입을 맞추고는, 깨끗해진 공주를 두툼한 수건에 안아 들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들이 흘린 피와 땀, 그리고 어제 꾸며져 있던 붉은 꽃들이 짓이겨져 얼룩덜룩 젖은 시트는 이미 깨끗하게 갈아져 있었다. 레오나드는 공주를 침대에 눕히고 물기를 닦아, 향유를 발라주고 준비되어 있던 새하얀 옷을 입혔다.
“으응...”
한참 뒤, 로첼리아는 갑갑함에 눈을 떴다. 아직도 레오나드가 위와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꿈에서 계속 뭔가에 눌려지고 있었는데 실제로도 뭔가에 눌린 듯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몸은 여전히 단단한 팔에 사로잡혀 있었다. 느릿느릿 눈을 깜빡이자 몽롱했던 의식이 돌아오고 있었다. 눈 가득 새하얀 셔츠 사이로 탄탄하게 갈라진 공작의 가슴근육을 보자 순간 내내 의식한적 없던 사내의 몸이 단번에 느껴졌다. 그의 넓은 가슴에 안기고, 그에게 매달려 울었던 어제일이 떠올랐다.
‘내, 내가...정말로...’
로첼리아가 부끄러움에 몸을 말자, 레오나드는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일어 나셨습니까, 공주님.”
“레, 레오나드. 잘...잤어요?”
“물론입니다. 공주님께서는 어디 편찮으신 데는 없으시고요.”
대답을 하면서 둥근 어깨에도 입을 맞췄다. 로첼리아가 일어나려다가 작게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다시 누웠다. 찡그린 얼굴은 지금 그녀가 느낄 고통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레오나드의 얼굴이 단번에 굳었다.
“괜찮으십니까, 공주님.”
“네, 괜...찮아요. 실은...아파요.”
로첼리아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물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는 차마 입에 올리지 못했다. 스스로 평생 손도 제대로 대보지도 못하고 어떻게 생긴 건지도 자세히 본적도 없는 그 곳이 열이 나는 것 같고 욱신거린다는 것을 어떻게 말할까. 게다가 거기가 아프다고 말하면 레오나드가 살펴보겠다고 할 것만 같았다.
“저 때문에...죄송합니다.”
레오나드의 사과에 당황한 건 로첼리아였다.
“아, 아니에요. 나야 말로...그런데, 이 옷은 레오나드가?”
이미 깨끗하게 갈아입혀진 옷을 내려다보며 묻자, 레오나드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공주님께서 불편하실까봐 제가 입혀드렸습니다.”
레이스 사이로 보이는 자신의 몸은 붉고 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그의 혀와 입술이 탐했던 자리들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로첼리아는 어디라도 숨고 싶었다.
‘그렇다는 것은...내 몸을 다 본 것...하긴 어제 이미 그, 그런 것까지 했으니까 당연한건데...밝은 날에 보니까...부끄러워.’
촛불만을 의지했던 어젯밤과는 달리, 지금은 환한 대낮이었다. 아무리 얇은 커튼으로 창문들을 가리고 있다 하더라도 방안은 훤했다. 밝은 빛 아래에서 그의 얼굴을 마주 보자니 온몸이 화끈거린다.
어떻게든 그를 피해볼까 싶어, 로첼리아는 조심스레 물었다.
“오늘 일 바쁘지 않아요?”
“원래 첫날밤 이후에는 방을 떠나지 않고 며칠 쉬는 것이 전통입니다. 제가 명령하지 않더라도 모두들 알아서 일을 처리하고 있을 것이니 걱정 마십시오. 그나저나 식사를 하셔야지요?”
방을 떠나지 않고 무엇을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로첼리아의 속내도 모른 채 그는 당연하다는 듯 침대 머리맡에 달린 종을 울렸다. 마침 준비하고 있었던 듯 조금 후에 문밖에서 노크소리가 났다.
“주인님,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문 앞에 두어라.”
사람이 떠나는 소리를 듣고, 레오나드는 문을 열었다.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된 음식들에 로첼리아는 자신이 배가 고프다는 것을 인지했다. 레오나드는 바로 침대 곁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혼자 일어날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야, 당연히...앗!”
레오나드는 로첼리아를 시트와 함께 안고 일어나 응접실 쪽으로 걸어갔다.
“레, 레오나드! 내가, 내가 혼자 할 수 있어요!”
“제가 했던 말 기억나십니까? 성이 넓어 공주님을 안고 다닐거라 했던 것 말입니다. 앞으로 3일내내 공주님을 제 몸에서 절대 떼어놓지 않을 겁니다.”
로첼리아는 혼자 움직일 힘이 없었다. 아파서이기도 했지만 레오나드가 자신의 몸을 시트에 말아 팔을 움직이기가 힘든 상태였다. 그가 무릎에 공주를 앉히고, 음식들을 먹여주려 하자 로첼리아가 버둥거렸다.
“내가 먹을래요.”
“어차피 손가락에 힘도 들어가지 않으실 것 아닙니까. 게다가 앞으로 할 게 많으니 이런 데에 힘을 낭비하시면 안 됩니다.”
“예?”
“입으로 직접 먹여드릴까요? 저야 대 환영입니다만.”
“진심으로 말씀하시는 건가요?”
로첼리아가 놀란 듯 입을 벌리자 얼른 고기를 포크로 찍어 입속에 넣어주었다. 오물거리는 공주가 귀여워 뺨과 입술에 쪽쪽 입을 맞췄다. 공주가 좋다면야 접시에 든 모든 것을 먹이고 싶을 정도였지만, 아무래도 지친 듯 공주는 식사를 많이 하지 못했다. 천천히 먹으면서 때로는 짧게 졸기도 했다. 그의 어깨에 아주 기대어 버린 공주를 보고 그는 쿡쿡 웃었다. 레오나드는 달콤한 레몬즙을 가득 짜서 만든 상큼한 차를 마지막으로 마시게 하고는 다시 방으로 데려왔다. 그 짧은 시간에 공주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레오나드는 그대로 눕힐 수 없어 자신의 품에 기대어 잘 수 있게 해주었다.
공주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방 안에 붉은 빛의 노을이 조금씩 새어 들어오고 있을 때였다. 그녀를 쓰다듬는 손길은 따듯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잠시간 그 손의 온기를 즐겼다.
“아직도 몸이 많이 아프십니까?”
“으응...조금은요.”
그녀는 잠에 취한 채 웅얼거렸다.
“조금 몸을 풀어드릴까요?”
로첼리아는 계속 잠으로 체력을 보충했음에도 여전히 힘이 없었다. 저항할 힘도 없는 공주를 눕히고 레오나드는 옆에 앉아 정성껏 문질렀다. 긴장으로 약간 뭉친 여린 어깨부터, 그를 붙잡느라 힘을 주었던 가느다란 팔, 그의 것을 담아내느라 힘들었을 아래와 다리까지.
“아.”
옅은 비음에 그녀는 입을 막고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올 줄은 몰랐다. 그가 만져주는 것이 로첼리아의 기분을 또다시 이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의 손을 막는다는 것이, 몸을 돌리다 그만 레오나드의 몸을 스쳤다. 로첼리아가 흠칫 놀랐다. 공주의 손가락이 닿은 물컹한 그 무언가는 옷 아래서 부풀어 있었다.
“아, 이런...”
그는 난감한 듯 공주를 바라보았다. 로첼리아는 자신의 손이 무엇에 닿았는지 단번에 알았다. 어찌 하지 못하는 눈에 레오나드는 빠르게 사과했다.
“좀 보기 흉하지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로첼리아는 차마 눈을 뜨질 못했다. 불툭 튀어나와 보이는 그것은 심히 커보였다. 저런 게...어제 자신의 몸에 들어왔었단 말인가. 그런데 왜 평소와 달라 보이는지.
‘원래, 원래 저런 거야?’
“괜찮으시다면 손수건으로 눈을 가려드릴까요.”
공주가 안절부절못해 어색해진 분위기에 공작이 제안을 하자 로첼리아는 미안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눈을 감는 게 나았을 터이지만, 지금은 어찌되었든 숨고 싶었다. 실은 그의 신체적 변화보다는 그와 눈을 마주치는 게 부끄러울 뿐이었다.
그의 정성스러운 애무인지 모를 마사지 덕에 공주의 몸은 나른하게 풀려 있었다. 달콤한 과일을 먹여준다는 말에 로첼리아는 잠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이 주는 안락함이 그녀를 편안하게 했다.
“왠지 편해 보이십니다, 공주님?”
“으응, 그렇게 보여요?”
“네, 뭔가 드시겠습니까?”
오렌지 한 알을 뜯어내 로첼리아의 입술에 대었다. 로첼리아는 혀 위로 굴리고 오물거렸다. 둥지 안에서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새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과육이 살짝 흐르자 레오나드가 손가락으로 문질렀고 그대로 공주의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오렌지인줄 알았던 로첼리아가 흠칫 놀라자 공작이 혓바닥 위를 손가락으로 슬슬 문질렀다. 긴 손가락은 공주의 타액으로 흠뻑 젖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것을 물고 있는 것 같아 공작의 허리아래가 뻐근하게 달아올랐다. 손가락을 빼낸 레오나드가 오렌지를 크게 베어 물고 그대로 로첼리아에게 키스했다. 달콤한 과일조각을 입안으로 넘겨주었다. 공주의 입술에 묻은 과즙을 그대로 핥고 빨았다. 로첼리아를 품에 끌어안고 그대로 베개로 파고들었다. 눈을 가린 공주의 예민한 감각이 귀로 몰렸다. 자신의 숨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자신을 감싼 레오나드의 살결과 입속으로 들어오는 숨결이 가득 느껴졌다.
“하아…하아…하악…”
공주의 가는 목덜미를 혀로 핥았다. 공주가 놀라하며 움츠러들었다. 숨을 몰아쉬는 공주의 가슴을 손에 쥐었다. 팔딱거리는 맥박이 느껴진다. 하얀 피부 위로 붉은 잔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상태였다. 눈이 가려진 로첼리아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자신의 가슴을 뜨듯하고 축축한 물체가 핥고 빨아 당겼다. 끈덕거리는 움직임 위로 더운 숨이 살결을 덮어온다. 딱딱한 것이 젖꼭지를 간질이고 혀로 건드리고 지나간다. 얼얼하고도 야릇한 감각에 하복부가 달아오른다. 점점 타오르는 감각을 어떻게 해야 달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런 건 아무도 알려준 적이 없었으니까.
“레, 레오, 흣,”
점점 더 밑으로 공작이 내려갔다. 물컹이는 혀가 배꼽주변을 돌자 배꼽 주변이 콕콕 거렸다. 레오나드의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거리며 닿는데 그건 정말 참기가 힘들었다. 힘을 주고 싶은데 점점 다리가 벌어졌다. 빠져나오려 바동거려봤지만 탄탄한 남자의 팔이 놓아주지 않았다. 촉촉이 달아오른 로첼리아의 은밀한 곳을 빨아 당기자 공주가 허리를 확 뒤틀었다.
“레, 레오나드!! 으읏.”
공주의 가냘픈 다리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레오나드는 한손으로 엉덩이를 붙들고 한손으로 허벅지를 잡고서 혀로 꽃잎을 희롱했다. 공주의 내부가 움찔거린다. 앞이 보이지 않아서인지 로첼리아가 빠르게 흥분했다. 허리가 들려지고 손으로 주변 시트를 쥐었다.
“으응, 아아!”
이윽고 공주의 몸이 한 번 더 들려졌다가 추욱 늘어졌다. 흐트러진 호흡에 로첼리아의 가슴이 크게 움직였다. 레오나드는 자신의 물건을 공주의 문에 대고 문질렀다. 찌걱거리면서 여성이 그의 것을 주욱 삼켰다. 곧바로 레오나드가 공주를 끌어안았다. 목뒤로 깊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들뜬 공주의 숨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갖고 싶어요, 공주님.”
“하아, 하아, 어, 어제, 이미,”
“다른 날이지요.”
레오나드는 눈을 감고 천천히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고 나오기를 반복했다. 로첼리아가 공작의 등을 안았다. 머리를 그의 귓가에 부비며 숨소리를 전달했다. 그녀의 안에서 더 커진 그는 공주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레오나드는 공주와 관계를 하며 동시에 키스하는 것이 좋았다. 로첼리아의 모든 것이 자신의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내뱉는 신음은 애처롭고 지독하게 치명적이었다. 잔뜩 젖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에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부드럽게 달래줘야지. 공주님은 아직 익숙하지 않으시니까…라고 애써 다짐해봤자 정신차려보면 자신은 이미 미친놈처럼 공주를 끌어안고 내달리고 있었다. 자신의 밑에서 흔들리는 공주의 입술이 한없이 벌어졌다.
“응, 으웁! 아응!”
어둠속에서 거대한 짐승에게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제 몸을 누르고 여기저기 뜯어먹는 느낌이었다. 레오나드의 거친 숨소리, 레오나드의 땀 냄새, 훅-하고 코끝에 느껴지는 레오나드의 냄새,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뜨겁고 축축한 살결. 그가 어루만지는 곳마다 불에 닿은 듯 화끈거렸다. 불덩이가 계속 자신을 찔러대고 뱃속이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어제의 행위는 익숙해 졌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였다. 이상한 소리가 자꾸만 목에서 터져 나왔다. 그 소리들을 레오나드가 먹어버리려는 듯 입술을 덮쳤다. 보이지 않으니 피할 수도 없었다.
“응! 으윽! 아. 아으응-”
손을 뻗어 시트를 쥐어뜯다가 자신을 덮고 있는 사내의 등을 더듬어 팔을 둘렀다. 기댈 것이라고는 그 뿐이었다. 땀으로 흠뻑 젖은 그 등에서 손이 미끌거렸다. 가슴을 덮은 큰 손에 따듯함이 느껴지더니 이내 황홀한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배꼽 주변이 짜릿짜릿했다. 공작의 하체가 맞닿는 곳이 간지럽기도 하면서 얼얼했다. 더는 참아내기가 힘들 것 같아 힘껏 허리를 들어 레오나드의 몸을 밀어내려했다. 허나 이내 허리를 큰 두 손에 잡혔고 다리가 파르르 떨려왔다. 여전히 몸은 공작에게 깔려있는 채였고 삽입된 물건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하, 공주님…공주님…괜찮으세요?”
“하아…하아…”
공작이 부르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천 아래 눈앞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들이찬 물건이 로첼리아의 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흐읏!”
예민한 감각이 다시 일어섰다. 천천히 진퇴를 거듭하던 남성은 점점 속도감을 높였다. 새된 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때 로첼리아의 귀가 축축한 것에 감겨왔다. 귓불을 입술로 물고 빠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축축한 혀가 귓바퀴를 훑었다.
“아윽!!”
질척거리는 소리가 강렬해 자신의 비명이 높아지는 것도 몰랐다.
“으음…헉…하아-”
레오나드가 헐떡이는 소리가 들린다. 자신 못지않게 공작도 달아오른 비명을 쏟아내고 있었다. 전신이 공작에게 잡혀 휘둘리고 있다. 아래로는 공작의 물건에 가슴은 손에, 입술은 입으로 잡혔다.
영원할 것만 같던 그의 움직임이 드디어 멈추더니 이내 자신의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공작은 여전히 그녀에게서 빠져나가지 않고 로첼리아를 끌어안았다. 눈이 가려진 로첼리아는 마치 그와 자신의 몸이 합쳐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것을 모두 흘려보낸 뒤에도 공작은 몇 번 엉덩이를 꿈틀거렸다.
길게 숨을 토해낸 공작이 그녀의 눈에서 천을 풀어내었다. 촛불들에 눈이 부셔 찡그리는 사랑스러운 눈동자에 키스했다. 서로를 마주하는 눈동자는 나른했지만 사랑이 가득했다. 레오나드는 땀에 젖은 그녀의 뺨과 입술, 이마에 키스하고 여기저기 어루만졌다.
“히, 힘들어요.”
“죄송합니다, 공주님께서 너무 사랑스러워서...자제를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은 아닐 터인데, 그는 공주에게 마지막 본심만큼은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그의 것이 공주의 몸 안에서 부푸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는 참을성도 바닥이 났다. 그는 슬그머니 공주의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공주의 목이 쉴 때까지 그의 몸짓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가 된 채 그 방에 머물렀다. 공작부부의 방 안쪽, 침실 문이 열린 것은 그로부터 3일 뒤였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blaustern입니다.
그...그렇고 저런것을 잘 못쓰나봅니다.
그래서 지난호가 소제목 '잡아먹힌다'의 유일한 화가 될줄 알았는데, 레오나드가 안된다고 하네요?;-;? 이게 다 그놈탓이고요.
항상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