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화 〉이야기를 끝마치기 전에 (4) (4/43)



〈 4화 〉이야기를 끝마치기 전에 (4)

"죄송, 해요. 무시하려던 거 아니에요. 그럴 생각 없었어요."


나는 그녀의 턱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녀는 힘없이 쓰러지는 모양새로 고개를 떨어트렸다.


"진짜로 무시한 거 아니에요. 나쁜 생각도 안 했어요."


"그래그래. 당연히 알지. 서윤이가 왜 그러겠어."



차라리 속삭이는 것에 가까운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조금만  밀었다간……확실하게 터졌겠지.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울기 직전에 멈춘  같았다.



"……"



조금 심했나?

가볍게 놀려주려던 것뿐인데……설마 이렇게 될 줄은.

알고는 있었는데. 물론 알고는 있었는데.

분위기를 타면 꼭 이렇게 된다니까.

이런 표정을 짓게 만들려는 건 아니었는데, 큰일이네.


"저기, 서윤아?"

"네. 주인님."

"괜찮으니까 오빠라고 불러."



나는 그녀를 끌어안은 팔에 조금  힘을 주었다.

"미안해. 오빠가 좀 지나쳤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나도 주인님……꼬집고, 때리고. 그랬어요. 죄송해요."


"오빠라고 부르래도. 안 아팠으니까 괜찮아."

"버릇없이 굴면 안 되는데……글러 먹은 사람 아닌데."

"사과는 내가 해야지. 미안. 살짝 놀려주려다가 이렇게 됐네."



변명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저, 많이 건방졌어요?"

"아냐. 절대로 안 그래."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움받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기어오를 생각 없는데, 혹시 그렇게 보였을까 봐 무서워요."



특히 내 여자친구는 유독 그런 기질이 강하다.


수동적이고, 자기 주장이 약하다.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없고 의존적이다.

늘 누군가 이끌어주길 바라는, 그런 아이다.


"건방지다고도, 기어오른다고도 생각 안 해. 여자친구잖아."


"오빠한테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니라니까. 방금은 누가 봐도 내가 잘못한 거야."

"……죄송해요. 이젠 사귀는 사이니까 제대로 해야 하는데."



이런. 안 좋은 쪽으로 스위치를 눌러버렸네.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어떡해야 오빠가 좋아할지도 모르겠어서."


"서윤아. 서윤아? 듣고 있니?"

"애초에 사귀는 것도 처음이라……히익?!"



조금 억지스럽더라도, 그녀가 자기만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버릇이라지만, 부정적인 생각과 경험을 곱씹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일단 시작하면 끝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삽질이라고 부르는데,


땅을 파면서 우울, 근심, 피로, 짜증 등.


깊숙이 묻어뒀던 친구들을 모조리 데리고 와버리니, 이쪽도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그래서 일단 깨물어버렸다.



"자, 자꾸 왜 목덜미만 그렇게……"



목을 감싸 쥔 그녀는 마치 밥을 빼앗긴 강아지 같은 얼굴로 울먹거렸다.



"아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거기라서."



충동적으로 저질렀지만, 반성은 안 해.



"서윤이가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들으니까 그렇지."

"오, 오빠도 안 들었으면서……나한테만 그래요."


"내가 언제 말을  들었다고 그래."

"이따가 해, 해준다고 그랬잖아……요."



그러고 보니 정작  해준다는 건지는  들었던 것 같은데?



"왜, 왜 자꾸 나한테 심술부리는 거예요."

"……방금은 진짜로 뭐라 할 말이 없다."

"부끄러워서 싫다고 했는데."


"그러게나 말이야."

"어두워질 때까지 기, 기다라고도 했는데."



만지는 건 한사코 거절하면서 찰싹 달라붙는 바람에 그랬다고 하면……이해해줄까?

"안 그래도 마, 많이 하고 있으니까, 낮에는 느긋하게 보내도 괜찮잖아요."


"변명하려는 건 아니지만……남자라면 다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



새벽에 무심코 눈을 뜨면 여자친구가 새근새근 자고 있다.

함께 그녀가 만든 밥을 먹고, 시시한 이야길 한다.

가끔은 바보 같은 짓도 한다.

어리광을 부리거나, 받아주거나.

서로 안아주고, 가볍게 입을 맞추기도 하면서.

늘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간격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서윤이가 허락만 해주면 하루에 다섯 번도 할 수 있을 걸."

24시간 이런 생활이 계속되는데, 낮밤을 구분하란 것도 가혹한 이야기다.



"아무튼 미안해. 방금 그건 완전히 계약 위반이었어."

"……그렇게 따지면 저도 마찬가지에요."

"이런 것까지 감싸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 그런  아니라 제가 먼저 주인님이라고 불렀으니까."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말끝을 흐리더니 곧 시선을 피했다.

한순간이지만 몸을 맡기고 흐트러졌던 것이 떠오른 모양이다.



"……먼저, 였으니까. 그러니까."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한참이나 같은 말을 맴돌리던 그녀는,



"역시 오빠가 잘못한 걸로 해요."

"좀 전부터 그렇게 말하고 있었는데."


너무 뻔해서 오히려 잘 모를 얼굴로 "으……" 이쪽을 흘겨보았다.


아마 지금 어떤 기분인지 물어보면 딱 잘라 말할  없을 거다.


굳이 말하자면 억울, 굴욕, 수치. 그리고 약간의 갈증.

"……이게  오빠 때문이에요."




사귀기 전, 아직 아무것도 모를 때였다면 모를까.


어딜 어떻게 하면 기분 좋아지는지 몸으로 배운 지금은 느낌이 다를 거다.

플레이와는 달리, 평소엔 감질나게 괴롭히긴 해도 일부러 그만두진 않으니까.




"항상 그렇게 괴롭히니까……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거, 완전히 버릇됐잖아요."


그러니까 지금도 저렇게 화가 났다고 어필하면서도 손가락을 꼼질거리는 거고.




"……근데 정말로 건방져서 혼내려고 했던 거 아니죠?"


"누가 들으면 맨날 나한테 혼나는  알겠다."

"주인님 기어오르는  싫어하잖아요."


"오빠라니까 그러네. 그리고 그런 이유로 혼내진 않아."

차라리 화를 내고 싸운다면 모를까. 혼내는  이상하지.

아무리 연상이라지만……부모나 형제도 아니고.


애인에게 혼난다고 하면 남녀 구분 없이 대부분은 질색할 걸.


"난 싸우는 것보단 차라리 혼나는 쪽이 나은 것 같은데."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그런 건 플레이 중에만 하자."


내가 사귀는 여자는 본보기로 삼으면  되는 경우니까 괜찮아.

"그럼 역시 못 참아서 그, 그랬던 거예요……?"


"못 참았다는 의미가  다르긴 한데."


"어떻게 다른데요?"


"어쩌다 보니 분위기를 탔다고 해야 하나."




일단 거기서 참을  있는 남자는 없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솔직히 서윤이가 안아달라고 할 때마다 하고 싶어."

"……그, 그럼 몸이 못 버틸 것 같은데."

"시도 때도 없이 졸라댄다는 자각은 있구나."

만약 오늘부터 포옹은 하루 1회.

손을 잡는  3회.


키스는 그날그날 기분이 내키면.

그런 규칙을 정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낙담하겠지.

"어쨌든 뭐, 억지로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그냥 그렇다는 거야."




딱히 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니까.


"가장 처음에 말했지? 서윤이가 싫다는 건  해. 절대로."


"낮에는 싫다고  번이나 말했는데 안 들었잖아요."


"끝까지 가진 않았으니까 노 카운트……알았어. 미안해."



생리적인 거부감은 어쩔  없다고 해도, 싫어하게 되진 않았으면 하지만.


"……그런 것만 아니면 나도 시, 싫은  아닌데."

"목소리가 작아서  들려."

"오빠랑 하는 거, 싫지 않다구요."

단순히 부끄러워서 그런 거라면 앞으로 차차 나아지겠지.

그렇게 되면 조만간 놀리는 맛도 사라지려나. 그건 좀 아쉬운데.



"……싫지는 않지만, 얼굴 보여주는 거 부끄럽단 말이에요."


"반대로 오빠는 서윤이 얼굴이 안 보이는 게 불만이야."


"안 돼. 그것만큼은 나도 양보 못해요."

"플레이 중에는 그렇게 귀엽게 매달리면서."


"프, 플레이할 때랑 비교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가뜩이나 반응도 약한 주제에 억지로 참고 있으니까 느끼고 있는지 알기도 힘들고.


매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필요 이상으로 짓궂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무튼 뭐, 앞으로는 제대로 참도록 해볼게. 낮에는."



이렇게 말해두면 앞으로 몇 시간은 괜찮겠지.


여름이지만 2~3시간 정도면 해가  테고.


살짝 열이 오른 몸으로 기다리기엔 충분히 안달이 날 만한 시간이다.



"그럼 오빠는 잠깐 편의점에 가서……응?"

그동안 쓸데없이 기분 상하지 않도록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고.

가벼운 터치부터 시작해서 조금 모자란 듯한 스킨십도.

안아달라고 조르진 못할 테니 내가 먼저 끌어안아야겠지.


갑자기 다가가면 경계할 테니……적당한 핑계도 준비해야겠네.

"저기, 서윤아?"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몸을 일으키……려던 나는 소매를 붙잡혔다.

"아……"


잠시 그녀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저질렀는지 이해가 못 따라오는 얼굴이었다.


아마 자기도 모르게 몸이 먼저 움직였다는 거겠지만……지금 타이밍에?

다른 의미로 해석할  없을 만큼 꽤나 노골적인 권유였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그녀는 "아, 우아, 아." 그만 당황해버렸다.

실제로 "저질러버렸습니다."라고 말하는 듯, 어쩔 줄 모르고 있었고 말이다.



"……에휴."

최근 키스나 포옹을 조르는 건 익숙해졌지만……바꿔 말하면 그게 고작이다.

아직까진 그녀 쪽에서 먼저 유혹할 정도로 적극적이진 못하니까.

하지만 자신의 행동의 의미를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다.

그러니까 문지방을 밟은 고양이처럼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거고.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그녀에게 창피를 주지 않도록 잘 달래서 거절하기로 했다.


"……서윤아?"


하지만 시선을 떨어트린 그녀는 내 소매를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몇 번이나 이름을 불러봐도 여전히 묵묵부답.


허리를 숙여 얼굴을 보려고 하자 고개를 돌려버렸다.

오른쪽으로 다가가자 왼쪽으로. 왼쪽으로 손을 뻗자 다시 오른쪽으로.



"아야야……"

그런 반응이 귀여워서 몇  반복하자 콱 깨물렸지만 말이다.


이런 노골적인 사인을 못 알아차릴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밟아도 되는 지뢰냐는 건데.



어디 보자. 분명히 "오빠가 잘못한 걸로 해요." 라고 했던가?

"……"

그러니까, 요컨대 '그런' 플레이로 밀고 나가고 싶다는 거구나?

하긴. 그렇게나 거절했는데 선뜻 태도를 바꾸긴 어렵겠지.


그래서 못 이기는  넘어가고 싶다는 거야?

나중에 오빠 때문에 어쩔  없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왜, 왜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본 나는 짐작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정말로 서윤이는 남자를 질리게 하질 않네."

"……다 알고 있으면서 말하지 마요."


"유혹하는  누구한테 배웠어?"

"오, 오빠 말고 누가 있다고……읏?!"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는 대신 손바닥을 내밀어 보였다.


악수하거나, 맞잡아 깍지를 끼우는 등.


그런 의도로 내민 손이 아니다.

우호와 친선이란 의미에선 그렇게 다르지 않을지 몰라도,

"주, 주인님……?"



지금부터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흔들리는 눈으로 내 얼굴과 손을 번갈아 쳐다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다리게  거야?"


벌써 몇 번이나 달래고, 혼내는 걸 반복해서 몸에 익힌 동작이다.


여기서 거절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지.

또 무엇을 당하게 될지, 이미 과거의 경험을 통해 깨닫고 있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통해 길들여진 반응은 솔직하다.


"어서."

"네, 네헤에……"

그녀는 덜덜 떨리는 몸을 추스르며 간신히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얼마나 긴장했는지……막상 명령하고도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그런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쥐었다.




"잘했어. 칭찬해줄게."

"……감사합니다."


"이젠 혼나지 않아도 잘하네?"

"그동안 계속 주인님한테 훈련, 받았으니까……요."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자신의 입장을 자각하는 것을 요구받았을 때.


잘 길들여진 암컷이 보여주는 반응은 무척이나 솔직하다.

앞으로 자신의 몸에 벌어질 일들에 대한 기대와 불안.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통제를 벗어난 상황에 대한 동요.



그리고 그런 감정들을 모두 덮어버릴 만큼 커다란 갈증.




"말도 잘 듣고. 누구 강아지인데 이렇게 착해."


"주인님……이요."

"대답도 잘하고. 예뻐. 그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그녀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만족이 떠올랐다.

나름대로 머릴 굴렸겠지만……순순히 휘둘려줄 생각은 없다.


아직은 남자를 리드할 만한 경험도 배짱도 없으니까.

내 성격을 알고 있다면 이렇게 된다는 건 뻔한 수순이었을 텐데.



그게 아니면 모조리 간파당한 다음 짓밟히고 싶었다는 걸까.

어느 쪽이든 음란해졌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말이야.


"주인님이 아니라 오빠한테 당하고 싶었을 텐데. 아쉬워?"

"……저, 저는요."


"그래그래. 서윤이는?"

"오빠가 바라는 건 다 들어주고 싶어요. 야한 것도."




 이상 감출 생각도 없는 건지, 혹은 여유가 없는 건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낸 그녀의 눈엔 뜨거운 열기가 맴돌았다.




"왜냐하면, 야한 거……하는 동안엔 주인님이 나만 봐주잖아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가 평소엔 한눈파는 것 같잖아."

"주인님은……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요."




그녀는 몽롱한 표정으로 내 손을 뺨으로 가져갔다.



"별로 싫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우선이었으면 하니까."



그것이  확실한 대답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말없이 뺨과 입술.


그리고 좀 더 안쪽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손길에 호응하려는 것처럼 조금씩 그녀의 숨이 가빠졌다.

"흐으읏……"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 어느 사이엔가 무릎을 꿇은 그녀는 애타는 얼굴이 되었다.

확실히 여기까지 오니 몸이 달았는지, 점점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는 뻔했지만, 그것을 들어줄 의무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나는 아랑곳 않고 엄지로 혀뿌리를 누른 다음 말랑한 뺨 안쪽을 괴롭히거나,

검지와 중지 사이에 혓바닥을 끼운 다음 턱을 들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서윤이 때문에 주인님 손이 좀 더러워진  같은데, 어떡할래?"

그러자 그녀는 거부하는 기색도 없이 정성스럽게 혀로 핥기 시작했다.


가르친 보람도 없이……어설픈 데다 서투르고 불안한 테크닉이었다.

본인은 의식하지 못한  같지만, 가끔씩 이빨이 닿고 있고.


그래도 저렇게 사랑스럽다는 표정을 하고 있으면 칭찬해주고 싶은 법이다.




"서윤이는 어떻게 생각해. 스스로 생각해도 많이 음란해진  같지?"

"전부 다 주인님한테 그동안 교, 교육……받아서 그런 건데."

"나는 분명 '서윤이'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는데?"



그러자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힘겹게 웃어 보였다.




"주, 주인님이 만족하시면……저도 좋아요."



기특한 대답이나 미소와는 어울리지 않는 애처로운 표정이었다.


마치 주인에게서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말을 들은 강아지처럼.


아무리 애정을 확인해도 여전히 불안한 거겠지.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된 건 어느 정도  책임도 있다.


그러니까 성가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만큼 아껴주면  일이니까.


"마지막으로 물어보겠는데, 정말로 괜찮아?"

"……그, 그런 플레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아요. 익숙하고."

그래.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그러니까 주인님, 빨리……사랑해주세요."




아마 내 머릿속을 들여다봤다면 무척이나 실망했을 테지만,

나는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여자친구를 생각하고 있었던 건 분명하다.

하지만 암컷의 얼굴이 되어 교태를 부리는 그녀는 아니었다.



나는 몇  전, 우리가 사귀기 시작했을 무렵을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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