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다시 첫머리로 돌아가 (3)
"따지고 보면 한 달 정도밖에 안 지난 것 같은데 되게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네."
"그러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빠가 아니라……주인님이라고 불렀는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쑥스러운 듯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이제 와서 다시 주인님이라고 부르려니까……엄청 이상한 기분."
"아직 오프라인에선 말해보라고 시킨 적 없었나?"
"바, 바깥에서 그러면 그건 그냥 이상한 사람이잖아요."
흥미를 느끼는 그녀에게 복종하는 법과 봉사하는 법, 노예로서의 자세를 가르쳤다.
물론 처음부터 진지했던 건 아니다.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은 관계였으니까.
인터넷에서 만난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게 목을 멜 만큼 급한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스무 살. 아직 어린애다.
게다가 작고 말랐고, 빈약하다.
이제 와선 절대로 말할 수 없는 처지가 됐지만……솔직히 전혀 취향이 아니었다.
"언제나 말했지만,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서윤이가 원하는 대로 해. 괜찮아."
딱히 주인님이 될 생각은 없었지만, 그녀에게 있어선 내가 유일한 상대였다.
대화가 통하는 상대든, 잘 놀아주는 상대든, 의지할 수 있는 상대든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야무지고 꿋꿋한 인간이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녀의 맘에 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고,
고백까지 해버린 지금은……결국 어느 쪽이 길들여졌는지 모르게 되었다.
이상한 이야기지? 알고 있어. 딱히 남들에게 이해받고 싶은 것도 아니고.
지금은 긴장이 지나쳐서 심호흡을 하기 시작한 여자친구가 더 중요하거든.
"호, 하, 호, 하."
한참이나 숨을 고르던 그녀는 느릿느릿 단어를 꿰매는 것처럼 말을 이었다.
"마, 만약 제가 거절하면……여자친구가 아니게 되는 거예요?"
"그럴 리가 있냐. 여친은 여친이고 파트너는 파트너지."
"거절해도 제대로 여자친구 대접 받을 수 있어요?"
"……내가 평소에 서윤이를 어떻게 대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아까부터 묘하게 말에서 뼈가 느껴지는데……나 뭔가 잘못했나?
"거절하든 아니든, 그 부분은 확실하게 구분할 거니까 걱정 마."
"알아요. 근데……뭐랄까, 오빠는 그런 거 좋아하니까?"
"좋아하지. 그러니까 물어보는 거잖아."
"혹시 제가 싫다고 하면 실망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취미에 어울려주지 않는다고 실망할 정도로 속이 좁진 않은데."
그 말을 듣자 그녀의 얼굴에 장난기가 어렸다.
"에쎔이 취미였어요?"
"밥 벌어먹고 살 것도 아닌데 뭘."
어디까지나 취미로 즐기는 쪽이 마음 편하다.
"게다가 이런 거, 평범하게 만난 여친한테는 말 못하잖아."
물론 말이 잘 통하고, 취향이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
서로 같은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테고.
그게 가능한 인간들은 대체 무슨 복을 타고 태어났는지,
아니면 단순히 현실이 좆망겜인 건지,
솔직히 배알이 꼴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그게 뭐야. 이상해."라고 말하면서도 웃어주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서윤이가 그런 취미를 이해해줄 수 있는 여자친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어느 쪽이냐고 하면 8할 정도는 강제로 세뇌당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턱대고 싫어하는 것보단 낫잖아."
"그동안 오빠한테 엄청 자세하게 배웠으니……알죠."
"대충 기본적인 지식은 다 가르쳤지? 봉사하는 법까지."
"경험은 없으면서……머리로는 알고 있다는 게 엄청 이상한 기분."
그녀는 그것이 조금 불만인 듯싶었다.
"오빠나 남자친구보다 주인님을 먼저 배웠다는 게 말이 돼요?"
"말이 안 될 건 없지. 처음부터 남자친구였다면 모를까."
"……이제 와서 물어보는 것도 좀 이상하고."
"그야 뭐, 확실히. 이제 와서 좀 새삼스럽긴 하지."
나는 흔히 책상에서 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
별로 깊은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니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을 때 나오는 버릇 같은 거고.
"……쓰다듬어달라곤 했지만, 팔걸이로 쓰라곤 안 했는데요."
단지, 아직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있다는 걸 깜빡했을 뿐이다.
"미안. 실수야. 마침 딱 좋은 위치에 있어서……뭐랄까, 무심코?"
"장난 친 다음엔 항상 실수라고 말하는 거, 알고는 있어요?"
"……소중한 평소의 행실."
쓰다듬기 편하게 바닥에 앉아있던 그녀는 뾰족한 표정으로 올려다 보았다.
몸집이 작아서 콤플렉스인 그녀로선 심한 농담으로밖에 안 들리겠지.
억울하긴 하지만……뭐, 자업자득이란 생각은 든다.
그동안 땅콩부터 시작해서 오죽 작다고 놀려먹었어야 말이지.
안 그래도 나란히 서면 20cm가 넘는 키 차이 때문에 좀처럼 연인으로는 안 보이기도 하고.
"그래도 그 뭐냐, 섹스할 땐 그 정도 차이가 있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던데."
"혹시 그거 위로라고 하는 소리면……오빠, 나 진짜로 화낼 거예요?"
"아니 뭐, 중요한 문제잖아. 사귀는 이상 평범하게 하고 싶을 때도 있는 거고."
나는 점점 가늘어지는 그녀의 눈초리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너랑은 평범하게 사귀어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하는 말이지 뭐."
"항상 말은 그렇게 하면서 결국은 오빠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잖아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가고 싶어 하는 쪽으로 서윤이가 따라와 주는 거지."
그녀는 입속으로 "그거나 그거나." 작게 투덜거렸다.
"……차라리 목줄 채워서 끌고 다니는 편이 빠르겠다."
"뭐, 서윤이가 그런 취급을 원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어서 괜찮아."
이런 식으로 의견을 물어보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도.
"이것저것 고민하는 것보단 그냥 명령을 받는 쪽이 마음 편하지?"
"그것도 그렇지만……벌써 한참 전에 이야기 끝난 거잖아요."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말을 꺼내는 이유를 모르겠어?"
"……안 돼요?"
"그땐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잖아. 지금은 입장이 달라졌고."
아무리 놀이 감각이라곤 해도 디엣이라는 건 결국 지배와 피지배의 상호 관계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지 없는지는 차치해두더라도 구분은 필요하다.
각자의 일상이나 사생활, 인간관계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서브미시브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도미넌트에게 있어서도 24시간 주인 노릇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플레이가 목적인 관계라면 차라리 쉽지. 그 외의 시간엔 만날 일 없으니까."
하지만 사귀고 있는 이상, 우린 플레이 외적으로도 많은 것을 공유해야 한다.
우리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정말로.
"근데 난 사귀지 않았더라도 매일 오빠 보러 왔을 것 같은데요."
"……그래.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
아무래도 당분간은 요원한 소망인 듯 했다.
아니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는 걸지도 모르고.
어쨌든, 이런 여자친구다 보니……조금 억지스럽게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윤이가 알아야 할 건 전부 알려줬고, 또 충분히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해."
SM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애와 병행하는 디엣은 끝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연애는 수평적이다. 서로를 대등하게 대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긴다.
반면 디엣은 수직적이다. 명령하고, 복종하며 봉사해야 한다.
그 사이의 적절한 교점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의 심리는 그렇지 않다.
틀림없이 어느 한쪽-대부분은 연애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저울이 기울어지게 된다.
"그러니까 좋든 싫든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
차마 100퍼센트……라곤 못하겠지만, 어차피 내가 듣게 될 대답은 대충 정해져 있다.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그녀와의 주종 관계는 이제 와서 고민할 만한 게 아니다.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다면 주인 노릇을 하겠다며 마음 먹지도 않았을 거다.
게다가 이제 와서 내 쪽에서 거절했다간 어떻게 될지 무섭기도 하고.
서윤이에게 있어서도 나는 오빠나 남자친구보다 먼저 주인님이으니까,
잘못할 때마다 혼내고 벌을 주는 게 일상이었다 보니……상당히 책임감을 느낀다.
지금도 날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선 첫 연애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니 말이다.
"저기, 오빠."
그러니까 등을 떠미는 것보단 뻔한 대답이라도 스스로 결정하도록 만들어주고 싶었다.
"……일단 대답하기 전에 계약서부터 읽어봐도 될까요?"
하지만 역시나, 내 여자친구는 마지막 한 걸음이 부족한 성격이었다.
뻔한 표정을 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미루는 그녀를 보며, 나는 쓰게 웃었다.
"워, 원래 계약서는 꼼꼼하게 읽어봐야 하잖아요. 어떤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그래. 오빠가 너무 재촉한 것 같다. 끝까지 읽은 다음 천천히 대답해도 돼."
두 사람 다 생각하고 있는 답이 같다면, 늦든 빠르든 의미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서윤이가 승낙하더라도 계약서는 읽게 만들 생각이었고,
순서가 조금 바뀌긴 했지만……어쨌든 필요한 일이니까 별로 상관없겠지.
"뭐해. 꼼꼼하게 읽어본다며. 불편하게 거기서 그러지 말고 이리 와."
"저는 그냥 서있어도 되는데……"
"의자가 싫으면 싫으면 무릎에 앉을래?"
무릎을 두드리며 기대하는 눈으로 올려다보았지만……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모자라 손으로 작게 X를 만들어 보인 다음, 그 뒤로 숨어버렸다.
서윤이 성격에 두 번째 권유는 거절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에 또 다른 고민거리를 주고 싶지 않았던 나는 곱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로 괜찮은데……별로 힘들지도 않구."
"내가 안 괜찮아."
뒤에서 알짱거리고 있으면 진짜로 신경 쓰인다.
괜히 또 혼자 놀라서 다칠지도 모르고.
차라리 앉아있으라고 하는 쪽이 마음 편하다.
"그럼 또 오빠가 서있어야 하는데……전 이대로도 괜찮아요."
"됐으니까 좀 앉아 제발. 그래야 내가 편하다고."
"……맨날 나한테만 뭐라고 그래."
궁시렁궁시렁,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쓸어넘긴 그녀는 조심조심 의자에 앉았다.
"잠깐만. 의자 높이 좀 조절해줄게."
"……이래서 싫다고 한 건데."
우린 그렇게 앉은키에 맞게 의자까지 높여준 다음에야 간신히 원래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럼 이제 하던 이야기 마저 해도 될까?"
"맘대로 하세요."
물론 그녀의 허락까지 받은 다음에나 그럴 수 있었다는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근데 내가 어디까지 말했지?"
"아직 아무것도 말 안 했는데요."
"하나도?"
"오빠랑 내가 사귀고 있다는 거?"
잠시 고민하던 나는 빠르게 수긍했다.
서윤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겠지.
"어쨌든 뭐, 서윤이 말이 틀린 건 아냐. 디엣이란 게 원래 그렇잖아."
"……네?"
"주인님으로 모셔야 한다는 이야기 말야."
"아, 아아. 네. 알아요. 계약을 맺으면 이제 주인님이니까."
"일반적으론 그렇겠지만, 우린 아니잖아. 이미 사귀고 있는 사이고."
자꾸만 실룩거리는 입꼬리를 감춘 그녀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솔직히 고민을 좀 많이 했어. 계약서가 꼭 필요할까 싶어서."
"보통 디엣……은 계약서를 써야 시작할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그 계약이란 게, 결국 알고 보면 굉장히 뻔한 내용이거든?"
SM과 상식. 동시에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입안이 텁텁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공적이든 사적이든 계약서의 요지란 언제나 상식이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그런 식으로 보이기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를 장황하게 떠드는 대신, 모니터를 톡톡 두드렸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단 읽어보는 게 빠르겠다. 절대 귀찮아서는 아니고."
"……오빠는 꼭 마지막에 한 마디가 많아서 문제야."
잠시 입술을 빼죽거린 서윤이는 얌전히 스크롤을 내리기 시작했다.
"근데 오빠, 나 궁금한 게 있는데……혹시 이 계약서, 직접 만든 거예요?"
"……그렇게 티가 나?"
"조금요."
"미안. 좀 엉성하긴 할 거야. 참고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더라고."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애초에 처음 봤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녀는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는,
"그게, 서브미시브……계약 당사자에 제 이름이 들어가 있어서……혹시나 하고."
"그야 처음부터 서윤이 전용으로 만든 계약서니까 당연하지."
"워, 원래 계약서……라는 게 전용으로 만드는 거였어요?"
"그런 건 아니지만, 어차피 서윤이 말고는 쓸 일도 없을 테니까 걍 만들었어."
똑같은 반지라도 이니셜이 들어간 쪽에 애착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어쨌든 SM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구체적인 실감이다.
머릿속에 있던 망상을 현실로 끌어들이는 종류의 실감 말이다.
아무래도 상상 속의 이야기를 현실의 자신과 동일시하긴 어려운 법이니까.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경험해보는 거겠지만……실감만이라면 아주 살짝 손가락을 담가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널 위해 준비했어.'라는 인상을 만들어두는 편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편하고.
"……오빠. 복학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공부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맨날 밤새워서 뭘 하나 했더니……이러니까 아침에 못 일어나지. 항상 내가 깨우게 만들고."
"고등학생도 아니고 아침 9시에 일어나는 인간이 어디 있다고 그래."
"오, 오전 수업만 들어도 9시 전에는 일어나야 하는데요!"
"오전 수업을 넣는다는 것부터가 이미 실패한 학기란 걸 왜 모르냐."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말빨로는 나를 절대로 못 이긴다.
그것이 못내 분했는지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 그건 그렇지만! 오빠가 게으른 건 사실이잖아요. 오후나 돼야, 그것도 간신히 일어나면서!"
"그리고 서윤이는 내가 일어날 때까지 조용히 구석에서 책이나 보고 있고. 그렇지?"
"……몇 번이나 깨웠는데도 안 일어나니까 그렇죠. 그래서 그냥 포기했어요."
"그래. 나도 포기한 거야. 오죽했으면 사귄 지 한 달도 안 돼서 현관 비밀번호까지 알려줬겠냐."
매일 11시 정각에 찾아오는 여자친구를 일어나서 맞아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 같은 야행성 인간이 그 시간에 깨어있기 위해선 잠들지 않는 수밖에 없잖아.
어쩌다 한번이라면 어떻게든 힘내보겠지만……매일은 힘들지. 죽어버린다.
하루가 다르게 초췌해져가는 모습을 보여주느니, 차라리 그게 낫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아무리 그래도 자는 얼굴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싶어서 잠시 갈등했지만……그보단 역시 귀찮음이 먼저였다.
게다가 사랑하는 여친 님께서도 내 자는 얼굴이 엄청나게 흥미진진한 모양이니, 서비스를 겸해서 뭐 겸사겸사.
"너무 부지런 떨어봐야 좋을 거 없어. 모처럼 방학인데 느긋하게 지내자 좀."
"작년에는 훨씬 일찍 일어났는데요 뭘. 지금은 많이 게을러진 거예요."
"……그러고 보니 서윤이, 작년까지만 해도 고등학생이었지."
그러자 그녀는 "그게 왜요?"라고 물어보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그냥. 뭐랄까……"
이제 갓 성인이 된 애한테 뭘 시키려는 건지 잠시 현타가 올 뻔 했지만,
"남는 시간에 만든 거고, 복학 준비는 제대로 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 "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제발 무리는 하지 마세요."
다행히 눈치 빠른 그녀가 알아차리기 전에 어물쩍 넘기는데 성공했다.
고백했을 때부터 각오했던 거지만……역시 다섯 살 차이라는 건 조금 빡세네.
알 거 다 아는 나이라면 몰라도, 순진한 애를 꼬드겼다는 죄책감이 장난 아니었다.
"서윤아, 오빠가 사랑하는 거 알지?"
"……가, 갑자기 왜 그래요. 무섭게."
당연하지만, 대답은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