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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다시 첫머리로 돌아가 (5) (9/43)



〈 9화 〉다시 첫머리로 돌아가 (5)

일단 반박하기에 앞서 대답을 보류한 나는 설명해보며 비스듬히 고개를 까닥거렸다.

"오빠 말대로……우린 사귀는 사이니까, 어느 한 쪽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면  되잖아요."

"그야 뭐, 당연히 그렇지. 그런데?"

"근데 만약 프, 플레이를 하게 되면……오빠는 혼내고 달래느라 힘들 텐데."


"서윤이가 말만  들으면 힘들 일은 없겠지만. 아무튼 뭐, 그렇다고 치고. 그래서?


"지금은 뭐랄까, 오빠만 지켜야   잔뜩 있고……나한테만 너무 유리한 것 같아서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에는 모종의 확신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무척 기특한 말을 하고 있다는 종류의 확신 말이다.


대부분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도 입에 담는.

7세 미만 아이들한테서  수 있는 그런 자신감이랄까.

확신은 못하겠지만, 어쩌면 칭찬을 조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 서윤이,  그랬는데 오늘따라  이렇게 모자라 보이지."

덕분에 무심코 본심이 튀어나와버린 나는 아차 싶었다.


하지만 엎지른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오, 오빠 생각해서 한 말인데……! 그게 할 소리에요?!"


"뭐가. 그동안 서윤이가 똑똑해 보였다는 거?"

"모자라 보인다는 거!!"

나는 순순히 인정했다.




"……알았어. 미안해. 방금은 실수였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잖아요 결국!"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성격이라고 자부하는 편이야."


하지만 정직한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세상의 이치는 연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혹은 자상한 남자보단 나쁜 남자가 인기가 많다는 사실의 확인일지도 모른다.




"왜 항상 오빠는 그렇게……!"




모처럼 발휘한 솔직함을 꽁꽁 묶어 내팽개친 그녀는 그 뒤로도 한참을 쫑알거렸다.


주로 애인 사이에 지켜야  예의와 평소의 행실, 그리고 그녀가 평소에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에 대한 토로였다.



"……어떻게 잔소리할 때만 말문이 트이는지 원."


"지금 뭐라고 했어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아."



물론 한 귀로 흘려듣고 있던 내겐 그 정도 감상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잔소리를 듣던 나는 배가 부르다는 손짓을 해보였다.


"그래그래. 미안해. 방금은 오빠가 실수했다. 사과할게."


"……나 진짜 오빠 생각해서 말한 건데."


"알지 그럼. 근데 뭐랄까, 이해가 안 가서 그랬어."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기중심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만약 불만이 나온다면 당연히 규칙의 허술함을 걸고 넘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고의로 악용할 수 있는 독소조항을 숨겨놓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SM을 처음 시작할 때의 기분이 어떤지 정도는 알고 있다.


모든 게 불안하고, 의심스럽고, 미심쩍을 수밖에 없지.


돌다리를 두드리기는커녕, 미사일로 폭격해보지 않는 이상 망설여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꽤나 억지스러운 요구를 받게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그녀에게 허락을 받기 전까진 손가락 하나 건드릴 수 없다던가.


요구 조건을 절충하는데 꽤나 지루한 시간을 쓰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두고 불공평하다고 할 줄은.




"그만큼 서윤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거라고 생각해주면 안 돼?"


"……나, 나도 그만큼 오빠가 소중해서 그런 건데."


"물론 그거야 그렇겠지. 알아."


"오빠만 계속 참아야 하는  불공평하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최소한 남자가 뭘 참아야 하는지 정도는 이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디  번 들어나 보자.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게 어떤 부분인데?"


"……여기요, 여기. 오빠가 지켜야  규칙만 잔뜩 있잖아요."

"내 눈에는 그게 그렇게 이상한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당연하지.


얼마나 고민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규칙이 문제가 아니라……이래선 오빠한테만 너무 엄격하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문제가 되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여기 보면……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상황도 엄청 많고."

"거부권 말하는 거야? 그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거잖아."


"……맘만 먹으면 주인님 명령은 전부 다 거부할 수도 있는데도?"

"설마 서윤이가 일부러 그러진 않겠지만 뭐,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



사실 플레이 중에 섭에게 내리는 명령은 "되도록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힘들면 어쩔 수 없고." 정도의 뉘앙스밖에 담고 있지 않다.

겉으로 보기엔 주인 쪽이 플레이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최종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는 건 길들여지는 쪽이다.


어쨌든 플레이를 강제할  없는 이상, 그녀 쪽에서 '명령에 따라줄 생각'으로 이쪽에게 어울려주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령에 잘 따라줬을  칭찬을 해줄지언정, 거부한다고 해서 싫증을 내거나 화를 낼 이유 같은 건 없는 것이다.

물론 대놓고 반항적이거나 말을 듣지 않는 경우엔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려야 하겠지만……어차피 거기도 진작 합의가 끝난 부분이거든.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봐도 어쩔 수 없어. 노예 계약서도 아니고. 그렇게 멋대로 굴 수는 없잖아."



적당한 표현을 찾던 나는 조금 늦게 대답했다.



"어쨌든 이건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권리 위임서니까."

"무슨 권리요? 인권?"


"……그런 거 요구했다간 오빠 잡혀가."

그보다 우린 지금 사귀는 사이라니까?



"서윤이가 나한테 몸을 잠시 빌려준다는 권리 말이야."

"……흐응."


"어쨌든 조교를 받는 동안은 오빠 거니까."


"……조교를 받지 않는 동안에도 오빠 거예요."



그녀는 조금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한창 머릿속이 분주하던 나는 눈치 빠르다는 평가를 받기 어려울 만큼 지체한 후에야 그것을 깨달았다.



"그래그래. 당연히 그렇지. 근데 구분이 필요하다는 건 너도 알잖아."


"……그렇죠."

"서윤이는 그게 싫어?"

"딱히 싫다는  아니에요."

아까부터 이야기가 자꾸 겉도는 게……은근히 짜증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평소엔 아무리 답답하게 굴어도 말을 끊거나 재촉하진 않았다.


물론 가능한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야기다.


나도 사람인지라 항상 반드시 그랬다고는 말 못하겠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소심한 성격이라 조금만 타박해도 너무 쉽게 풀이 죽어버리는데다,

나도 "일단은 커뮤니케이션! 회화 스킬을 올려야 해!"라는 생각밖에 없었으니까.

"……서윤아."


하지만 이대로 놔뒀다간 언제까지고 빙빙 같은 자리만 맴돌 것 같았다.

시간만 잡아먹는 지리멸렬한 대화는 잠들기 전의 소화불량과도 같다.

서둘러 처리하지 않으면 끈질기게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쌓인 짜증이 누구한테 향할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서윤아. 불렀으면 대답해야지?"

"네, 오빠."


나는 일단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어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지금부터 오빠가 질문할 텐데, 묻는 말에만 대답해줄래?"

"갑자기 무섭게 왜……아, 알았어요. 할게요."

"그래그래. 착하다."


가볍게 그녀의 뺨을 토닥인 나는 처음부터 찬찬히 짚어나갔다.


"서윤이는 지금 뭘 하고 있어?"

"오, 오빠랑 디엣 계약서……쓰고 있었어요."


"그렇지. 그런데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마음에 안 든다기 보다……조금 걸린다고 해야 하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걸리는지 말해주지 않을래?"


"……오빠만 너무 참아야 하는 거요."


"내가 뭘 참아야 하는데?"



잠시 숙고하던 그녀는,




"저, 저한테 하고 싶은 거요."


"오빠가 서윤이한테 하고 싶은 거?"

"마, 만약 플레이 시작하면……오빠는 신경 써야 할  많아지잖아요."




모처럼 이어진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았던 나는 잠자코 다음에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당연히 오빠는, 제가 익숙해질 때까지……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기분 좋게 해줄 테고."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조, 조교……받는 것도 알고 있고."

"그래그래. 디엣을 시작한다는 건 조교를 받는다는 거니까."




기다리자. 참고 기다려야 한다.


화내면 지는 거다.

5살짜리 꼬마를 상대한다고 생각하자.

어차피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따지면 그다지 나을 것도 없을 거다.



"……근데 저는 계속 실수만 하고, 그럼 오빠한테도 엄청나게 폐를 끼치게 되잖아요."

"차라리 폐를 끼칠 테니까 니가 이해하라고 하는 쪽이 알아듣기 쉬울 것 같은데."

"그, 그게 아니라! 물론 노력은 하겠지만, 처음이니까 당연히……!"


"그렇지. 처음이니까 그런 거야. 실수하는  당연한 거고.  알고 있네 뭐."




나는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괜찮으니까 뭘 걱정하는지 솔직하게 말해봐. 불안하겠지만 말을 해야 알지."

"……오, 오빠가 짜증 나서 나한테 질릴까봐, 그게 걱정돼요."

"내가 서윤이한테 질린다는 게 무슨 말이야?"


"제,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계속 실수만 반복하면……싫증 나잖아요."

"뭐, 아주 아니라곤 못하겠지만, 그게 규칙이 마음에 안 드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녀는 그 말이 내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는 것처럼 불안한 시선을 이리저리 던졌다.




"싫증 나지 않으려면……오빠가 저를 마음대로……하, 하면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진지하게 듣고 있던 게 바보처럼 느껴진 나는 "파하!" 천장을 향해 숨을 토해냈다.

"그러니까 나한테도 똑같이 엄격해야 공평하다는……뭐, 뭐에요. 왜 한숨을 쉬고 그래요."

"아니 뭐, 그래. 이해해. 다람쥐한테는 도토리를 숨긴 장소가 가장  걱정이겠지."


"다람……?"

"됐으니까 대충 넘어가."


"아니, 무슨 뜻이에요 그거. 욕이에요?"


"그래서? 네 말대로 싫증이 났다고 치고.  다음엔?"

내게서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한 서윤이는 뻔히 보일 만큼 볼이 부었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번 던지는 멍청한 짓은 저지르지 않았다.

어차피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것이 오히려 내 성질을 건드리는 결과밖에 만들지 못하리란 것도.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는 명령 아닌 명령을 받은 그녀로선 피하고 싶은 상황일 것이다.




"내가 서윤이한테 싫증이 나면 어떻게 되는 건데?"

"……그, 글쎄요. 싫증 나면."


"실수 연발에, 말도 안 듣고, 영양가 없는 고민이나 하고. 그럼 어떻게 되는데?"



적어도 여기서 짜증이라도 부릴  있었다면 걱정도 안 했을 텐데 말이야.



"……모르겠어요."

그대로 입을 닫아버린 그녀는 불쌍할 정도로 어깨를 움츠리고 있었다.

가뜩이나 작은 애가 더 조그맣게 보이니까 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어차피 진심으로 내가 질려버렸을 경우를 상상하느라 정신이 없는 거겠지.

"있잖냐."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킨 나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이럴  역시 침착하게 연상의 여유를 보여줘야겠지.


그동안 몇 번이나 달래줬으니 잘 안다.

기분을 풀어주는 방법 정도는 숙지하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보여도 가볍게 쓰다듬기만 하면 의외로 간단하게 풀어지거든.


거기에 적당히 위로가 될 만큼 다정한 말을  마디 던져주면……됐다 시발.


"오, 오빠? 잠깐만, 머리! 그렇게 세게 쓰다듬으면! 하, 하지 마아아아……!"



문득 만사가  귀찮아진 나는 나는 양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마구 헤집어놓았다.


덕분에 샴푸도 바꾸고 아침부터 예쁘게 공을 들였다던 머리카락은 온통 산발.


단아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내 여자친구는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췄다.


잠이  깬, 혹은 어디서 한바탕 하고 온 것 같은 여자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뿐이다.


"왜, 왜에에……??"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상황을 못 따라오는 것 같았다.

허리에 손을 얹은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너 내가 뭐라고 했는지 하나도 기억 못하지."

"오, 오빠가 했던 말……?"



다행히 찬바람이 쌩쌩 불 만큼 퉁명스러운 말투를 읽을 정도로는 정신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헝클어진 머리를 감싸 쥐고 있던 그녀는 내 말을 따라하려는 것처럼 입을 벙긋거렸다.



"사귀는 사이라고 했냐 안 했냐."

물론 그래서 꽤나 멍청하게 보이는 얼굴이 됐지만……실제로도 바보니까 뭐.




"서윤이가 정말로 감당이   만큼 바보일 수도 있겠지. 지금으로선 그렇게  확률이 높아 보이기도 하고."


"……바, 바보 아니에요."

"모자라고, 덜떨어졌고. 멍청하고."



그녀는 잠시 "이익!" 이를 악물었지만  고개를  떨어트렸다.



"만약 플레이 중에 이런 식으로 답답하게 굴었으면 가만  뒀어."

농담하는 것처럼 들렸다면 미안하지만, 빈틈없는 사실이다.


21개월 군생활 하면서 배워온  그것밖에 없거든.

집요하게 사람 멘탈 쪼는 거 말이야.


아직 만기 전역한 예비역한테 갈굼 당한 경험은 없지?




"똑같은 실수만 반복하고, 혼나도 반성  하고."

"……다, 당연히 혼나면 반성할 거예요."

"주인한테 말대답을 한다던가."

"……우으으."


"그럼 나도 계약을 파기하는 걸 재고해보겠지."



그럼 그 다음은?

뻔하지 않은가.

"평범하게 사귀는 사이로 돌아오면 되는 거야."

"……그래도 되는 거예요?"

"것 봐. 아직 하나도 이해를 못했잖아."


그녀가 날 주인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건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나 역시 서윤이를 그런 식으로 대했으니 일방적이었다곤 말할 수 없겠지.


비록 문서로 남기진 않았지만……확실하게 주종 관계였다는 거다.

계약이란 어차피 형식적인 것이다.


프로포즈가 없더라도 결혼은  수 있는 것처럼.


계약서에 적힌 규칙에 법적인 효력은 없고,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디까지나 서로 간의 약속을 명문화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하지만 보증이라곤 상대방에 대한 신뢰밖에 내세울  없는 약속이라도 강한 구속력을 갖게 될 때가 있다.


상대를 마음 속 깊이 신뢰하고 있거나, 혹은 맹목적으로 매달리고 싶은 경우.

불행한 일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서윤이는  다 해당되는 경우였다.


그동안 몇 번이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녀와 정식으로 관계에 못을 박아놓지 않은 건 그런 이유에서다.

"말했잖아. 너랑은 평범하게 사귀더라도 잘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오빠가 좋아하는 거니까 어떻게든 들어주고 싶단 말이에요."

"마음은 고맙긴 한데, 무리할 필요는 없다니까?"

물론 어울려준다고 하면 기쁘겠지만, 반대라고 해서 실망할 일도 없다.



"게다가 디엣은 의외로 오래 가는 경우가 많지가 않아."

서로의 성향이라거나 취향, 좋아하는 플레이.

사람으로서의 됨됨이라던가,


일상생활이 바쁜 것도 걸림돌이고,

정기적인 만남에서의 금전적인 부담까지도.


아무리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나눈다 해도, 실제로 겪어보기 전까진 모르는 일이 너무 많다.

자신을 지배해 줄, 또는 길들일 보람이 있는 상대를 찾는 만큼 여러 가지로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진작 말했잖아. SM은 어디까지나 취미로 즐기는  마음 편하다고."



취미기 안 맞아서 헤어지겠다니, 농담으로도 재미 없는 이야기다.

"……제, 제대로 못해도 헤어지자고 하지 않을 거예요?"


"처음인데 제대로 할 수 있으면 그게 더 놀랍겠다."


"그, 그거 말고……여자친구."


"여자친구?"

"여자친구……로서."


"그건 앞으로 노력하세요."



그러자 그녀는 "네에엥." 자신 없는 대답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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