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시작을 준비하는 태도 (2)
아직 실전 경험이 없다곤 하지만, 사귀기 전부터 그런 쪽의 지식은 철저하게 가르쳤다.
당연히 플레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대강이지만 숙지하고 있을 거다.
게다가 준비한 플레이는 초심자라도 어렵잖게 할 수 있는 난이도.
게임으로 따지면 배치고사.
수능으로 따지면 6월 모평.
물론 이따위 비유를 하고 있는 걸 들키면 한동안 말도 안 하겠지만,
일단 뭐든 시도라도 해봐야 시작된다는 점에선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덕분에……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이상한 관념이 박힌 듯 했다.
"절대로 실수하면 안 돼."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종류의 강박 말이다.
그리고 그건 얼핏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초보자의 불안.
이를테면,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는 조금 다르다.
뭐든 어설프게 알고 있는 쪽이 더 위험하다고……트러블의 레벨이 높다고 해야 하나.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실수가 아니라, 수습 가능한 범주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사고가 터져버리니 문제라는 거다.
"솔직히 좀 놀랐어. 서윤이가 그렇게까지 의욕을 보일 줄은 몰랐거든."
"……실수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물론 그렇겠지만, 나는 틀림없이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평소 서윤이의 성격을 고려해본다면 그쪽이 자연스럽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일주일이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실수만 안 하면 괜찮다."라니, 건방지잖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싹튼 근거 없는 자신감은 꺾어버려야지.
"그래도 일주일 동안 재밌었잖아. 데이트도 많이 하고."
"평범하게 사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그렇지?"
"……오빠가 데이트에 너무 익숙해서 좀 그랬지만."
나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데려가는 가게마다 왠지 익숙해 보이고."
"……"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전부 꿰고 있고."
연애를 하다 보면, 가끔 이렇게 잘못한 것도 없이 혼나야 할 때가 있다.
집 근처만 돌아다녔으니 익숙한 게 당연할 텐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런 얘길 꺼내봤자 긁어 부스럼밖에 안 될 거다.
어차피 그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테고.
단순히 칭얼거리고 싶은 욕구를 참기 어려웠던 거겠지.
"알았으니까 거기서 혼자 투덜거리지 말고 이쪽으로 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잠자코 들어주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 한없이 응석을 부리게 놔뒀다간 끝이 없다.
그러다 보면 결국 버릇만 나빠질 테고.
나 혼자만 고생하게 될 광경이 눈에 선하다.
"가뜩이나 목소리도 작은데 멀리서 중얼거리면 들리겠냐."
나는 앉아있던 침대의 옆자리를 팡팡 두드렸다.
그러자 그녀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집이 넓다면 모를까, 우리 지금 세 걸음도 안 떨어져 있거든요?"
"말귀 알아들었으면서 삐딱하게 또 그런다. 싫어?"
"시, 싫은 건 아닌데."
물론 정말로 화가 난 거라면 각오해야겠지만,
"……왠지 대충 넘어가려는 느낌이라 좀 그래요."
투덜거리는 모습을 보니 다행히 아닌 듯 했다.
"좀 더 정성을 담아 부탁한다면 생각해볼게요."
"나 지금 부탁하는 거 아닌데."
"아무튼 간에요."
"……나중에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서 무섭다고 하지 않았냐?"
서윤이는 간신히 자기 입장을 떠올렸는지 어깨를 움츠렸다.
뭐랄까, 내 여자친구지만……한숨밖에 안 나온다 정말.
여우 짓을 할 거면 확실하게 하던가.
대체 어떤 장단에 맞춰 춤을 추란 말인가.
"내가 분명히 말했지. 어차피 안 통하니까 어설프게 떠보지 말라고."
"……가끔은 좀 넘어가 주면 어때서 그래요."
"아무튼 드라마가 애들 다 버려놨다니까."
"아저씨 같은 소리 좀 하지 마요."
"시끄러. 누가 아저씨라는 거야."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올린 나는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됐으니까 쓸데없이 버티지 말고 이리 와. 다섯 센다."
"매, 맨날 그렇게 딱 잘라서 하지 말라고만 하고."
"하나, 둘, 셋……"
"알았어요. 갈게요. 가면 되잖아요……정말."
잠시 주저하긴 했지만……더 이상 고집 부리지 말자고 판단한 모양이다.
어째서인지 안고 있던 베개까지 가져온 그녀는 침대 끝에 살짝 걸터앉았다.
"……잘못했어요."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
자수해서 광명 찾자는 자세는 좋지만, 그게 반성하는 사람의 표정이냐?
"초조한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화풀이를 하면 안 되지?"
"……그냥 살짝 짜증이 나서 그랬어요."
"어깨에 힘이 좀 빠진 줄 알았는데, 아냐?"
"처음 들었을 때보단 덜하지만……여전히 초조한 느낌."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정 힘들 것 같으면 다음으로 미루는 방법도 있는데?"
"……내가 뭐라고 대답할지 알면서 물어보는 거죠."
"그냥 노파심에 확인하는 거라고 생각해."
잠시 눈치를 보던 그녀는 앙탈을 부리는 것처럼 말했다.
"일주일이나 기다렸는데……더 이상은 심장이 못 버텨요."
"……살짝 효과가 지나친 것 같기도 하고."
"뭐가요?"
"아냐. 그냥 혼잣말."
역시 일주일은 너무 길었나?
"이젠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빨리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 대사만 따로 떼어놓으면 꽤 야하게 들리는 거 알아?"
"뭐라고 해도 괜찮지만, 일단 끝낸 다음에 하면 안 돼요?"
"부탁을 할 땐 그에 걸맞은 태도가……"
"아아 진짜아아앗────!!"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냐. 귀 따갑게."
"아까부터 오빠가 계속 쓸데없이 뜸만 들이니까 그렇죠."
"쓸데없다니……분위기 좀 띄우려고 했더니 되게 뭐라고 하네."
나는 먹먹한 귀를 후비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알았어. 하면 되잖아 하면. 그냥 귀엽게 졸라대기만 했어도 되는 걸 가지고."
"그, 그것도 맘에 안 들면 몇 번씩 계속 시킬 거잖아요!"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베개는 가만히 놔두자."
서윤이는 못마땅하게 우물거리던 베개 귀퉁이를 놓고 조용히 입맛을 다셨다.
"뭐, 좋아. 더 기다리게 했다간 물릴 것 같고."
물리적인 의미로 말이야.
"일단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서윤아?"
"……네엥."
"내가 명령한 게 있었지?"
"오빠가 명령……했던 거요?"
그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는 너대로 준비해야 할 게 있다고 했잖아."
"어, 아아, 있었어요. 명령은 아니었지만."
"명령이 싫으면 지시라고 할까?"
서윤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윤이가 바라는 게 많은 성격은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잘 모를 요구를 해올 때가 있다.
솔직히 무슨 차이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뭐.
"어쨌든 서윤이한테 지시한 게 있었잖아. 뭐였지?"
"……혹시 정말로 잊어버려서 물어보는 거예요?"
"내 기억력이 그렇게 못 미덥냐."
아니면 단순히 눈치가 없는 걸까.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거잖아."
"……그거 꼭 지금 해야 하는 거예요?"
"그냥 가볍게 몸 푸는 거라고 생각해."
서윤이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얼굴로 손가락을 하나씩 꼽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매일 목욕하고 잠들기 전에 꼼꼼하게 스트레칭하는 거요."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해야 한다고 가르쳐줬던 것 같은데, 아냐?"
"주로 허리랑 골반, 무릎……하반신 위주로 하라고 하셨어요."
"정확하게 말해라, 정확하게. 가르쳐준 대로. 그리고?"
다소 떨떠름하게 두 번째 손가락이 접혔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떤 과자를 가장 좋아하는지 고르라고 했어요."
"근데 결국 마지막까지 결정을 못하는 바람에 나한테 떠넘겼지?"
"떠, 떠넘긴 게 아니라……대신 골라달라고 한 건데."
"같은 말이잖아. 과자도 3개나 사버렸고."
"3개까지 좁히는 것만 해도 엄청 힘들었단 말이에요."
대인 기피증에 커뮤니케이션 장애도 모자라 우유부단하기까지.
인생이 피곤해지는 기능은 골고루 갖추고 있는 여자친구였다.
어떤 의미로는 하이 스펙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뭐, 그래. 서윤이가 그런 성격인 건 알고 있었으니까. 다음은?"
"……오빠랑 같이 하루에 한 번씩 산책 나가는 거요."
"귀찮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고분고분하더라?"
"데, 데이트가 귀찮으면 어떡해요."
"집에 처박히고 싶어 하는 줄 알았거든."
"……안 그래요. 오빠랑 가고 싶은 곳 아직도 엄청 많고."
덕분에 일주일 동안 내 지갑은 만신창이가 됐지만……어쩔 수 없지.
"그리고 그렇게라도 안 하면 오빠, 집에서 절대로 안 나가잖아요."
"……아냐. 안 그래."
매일같이 집으로 찾아오는 여자친구랑 놀아주느라 못 나간 거야.
"나 아니었으면 방학 내내 집에서 게임만 하고 있었을 거면서."
"……그래 뭐, 서윤이가 즐거웠다면 그걸로 됐어."
"그런 명령이라면 언제든지 들을 수 있어요."
"웬일이냐? 기특한 소릴 다 하고."
"평소엔 아니에요……?"
"기특하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는데? 귀엽긴 하지만."
서윤이는 알쏭달쏭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칭찬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듯 했다.
기특하지 않다는 말에 화를 내야 할지,
귀엽다는 말에 기뻐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아무튼 그런 것보다."
어떻게든 잘 넘긴 나는 서둘러 화제를 돌려놓을 필요를 느꼈다.
"아직 하나 더 남아 있을 텐데, 그건 어떻게 됐어?"
"……네 번째,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새끼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
나는 재촉하는 것도 생략한 채 조용히 기다렸다.
어차피 침묵을 못 견디는 것은 서윤이 쪽이다.
"……외, 외출할 때를 제외하면."
것 봐.
"집에 혼자 있을 땐 목줄을 차고 생활하라고 하셨어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던 탓에 목소리는 불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머리카락 사이로 귀가 빨갛게 물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또 뭐가요."
"지시한 걸 제대로 지켰는지 묻는 거야."
대답 대신 꾸욱, 하고 그녀가 끌어안고 있던 베개의 허리가 꺾였다.
"……말씀하셨던 건 전부 지켰어요."
"그래그래. 착하다."
"이런 걸로 칭찬하지 마요."
불만 가득한 대답에 나는 그만 웃어버렸다.
"잘한 건 언제든 칭찬해줘야지."
"……기분 진짜로 이상하단 말이에요."
웃고 있던 게 들키지 않도록 작게 "크흠!" 헛기침을 한 나는 감싸고 있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가느다랗게 뽑아내는 것처럼 숨을 내쉬던 그녀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이대로 안아주는 것도 생각했지만,
"그래 뭐, 어쨌든. 시키는 대로 잘 했다니 기특하네."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은 남자친구보단 주인님으로 행동해야 할 때다.
"그런데 내가 왜 그런 명령……아니, 지시를 내렸는지 생각한 적 없어?"
"없는 건 아닌데, 혼자 생각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나한테 물어보지 그랬어."
"그냥……뭐, 그렇게까진."
"그렇게까지 궁금하진 않았어?"
"물어본다고 해서 알려줄 것 같지도 않고."
가끔이지만, 그녀의 순종적인 태도는 때때로 자포자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어차피 좋지 않은 결과만 불러올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어떤 의미로는 단념이 빠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생각하게 된다.
과연 내가 그녀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뢰받고 있는 건지,
그게 아니면 반대로 도저히 믿지 못할 인간으로 여겨지는 건지.
가끔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서윤이가 궁금하다고 했으면 당연히 알려줬겠지."
"그럼 만약에……"
막 무언가를 말하려던 것처럼 보이던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곧 절레절레 고개를 젓더니 다시금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그냥 오빠가 시킨 거니까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믿어준 거야?"
"……그런 식으로 배웠으니까."
서윤이는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
"어차피 그거 말곤 할 수 있는 것도 없단 말이에요."
"그래서 일단 그냥 시키는 대로 한 거야?"
"……엄청 부끄러웠어요."
"어떤 식이었는지 간단히 이야기해줄 수 있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정작 그에 대한 보고는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다.
애당초 4가지 지시사항을 당부한 다음엔 오늘까지 한 번도 이야길 꺼낸 적도 없고.
명령을 따르는 것도, 따르지 않는 것도.
거짓말을 하는 것도 그녀의 자유다.
그 정도로 약삭빠른 인간이었으면 이런 명령 내릴 필요도 없었겠지만.
기본적으론 완고하고 고지식한 주제에 요령 좋은 척을 하려고 드니까 문제라고.
"그러니까, 일주일 전……오빠 집에서 돌아간 그 날에."
"뭔가 첫 페이지 같은 느낌의 시작이네."
"……"
"알았어. 방해 안 할게. 말해."
"아무튼 그때 처음으로 목줄을 차봤는데."
"사실 엄밀히 말하면 목줄이 아니라 초커 비슷한 거지만."
"……그래도 이거 앞에 고리가 있어서 끈도 묶을 수 있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SM에서 목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주인의 소유라는 의미의 증표, 서약, 맹세……등등.
그러니 아직 서윤이한텐 이르지.
아직 몸도 마음도 제대로 완성이 안 됐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안 된다고 할 수만도 없다.
목줄이나 피어스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소품을 지니고 있으면 아무래도 마음가짐이 달라지거든.
"그, 그리고……저한텐 되게 소중한 거란 말이에요."
"2만원 정도였나? 별로 비싼 건 아닌데. 싸구려고."
"오빠가 사준 거니까 가격은 상관없어요."
싸구려 모조 액세서리로도 저렇게 기뻐하는데.
사랑스럽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
이래서 지갑에 여친 사진을 넣고 다니는 건가?
"게다가 오빠가 혼자 있을 때만 착용하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진짜 다행이었어요."
"목줄이라고 인식한 시점에서 밖에 나가면 큰일 나지. 아니면 그게 더 좋았어?"
"그, 그래서 다행이라고 했잖아요."
"한 번쯤 그 상태로 집에 오라고 할 걸 그랬나?"
장난스러운 질문에, 그녀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다들 쳐다본다고 생각해서 제정신이 아니었을 걸요."
"정작 사람들은 아무 관심도 없을 텐데 자의식 과잉이야."
"……난 목걸이도 해본 적 없단 말이에요."
"하긴. 목에 거는 거랑, 목에 두르는 건 느낌이 다르지."
당시의 느낌이 되살아났는지, 서윤이는 가볍게 몸서리를 쳤다.
"처음엔 엄청 울렁거렸어요. 속이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언제쯤 익숙해졌어?"
"……아직도 안 익숙해졌어요."
그녀는 잔뜩 볼멘소리로 대답했다.
꼭 "그럼 안 돼?"라고 묻는 것 같아서, 나는 입속으로 웃었다.
"그럼 질문을 바꿔서, 언제 가장 실감이 들었어?"
"실감한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그러니까, 목줄을 차고 있다는 실감 말이야."
서윤이는 "아."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너도 목줄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건 아니잖아."
"당연히, 복종……한다는 그런 의미로."
"그걸 누가 쥐고 있는지도 알고?"
"……그거야 당연히 주인님, 이잖아요."
고개를 끄덕인 나는 낮은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그 사실을 언제 가장 실감할 수 있었냐고 묻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