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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시작을 준비하는 태도 (3) (13/43)



〈 13화 〉시작을 준비하는 태도 (3)

"실감……이라고 하셔도, 잘 모르겠어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

"오히려 실감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데."


서윤이는 눈썹을 찡그렸다.


"하루 종일은 아니지만, 매일 10시간 넘게 착용하고 있잖아요."

"여기 와서 뒹굴거리는 시간을 빼면 대충 그 정도 되겠지?"

"근데 오빠 같으면 신경이 안 쓰이겠어요?"


"……확실히 좀 어려울 것 같네."


"움직일 때마다 짤랑거리고, 싫어도 목에 닿고."

아무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그간 쌓인 게 많은  같았다.


"거울  때마다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았단 말이에요."

"부끄럽다는  말고 다른 생각은 한 적 없어?"


"……그럼 거기서 뭐가 더 필요한데요?"


"아니 뭐, 예쁘다거나, 귀엽다거나……없음 말고."

"자기 얼굴 보고 그런 생각하면 이상한 사람이잖아요."

세수할 때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이 정도면 잘생긴 편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선 가슴 아픈 일침이었다.




"대신 오빠가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거면 된  아니에요?"

"하긴. 그것도 그렇다.  눈에만 예쁘고 귀엽게 보이면 됐지 뭐."


"……정말로 그래요?"


"머리 꼬리 정도는 남겨두면 안 될까?"


"정말로 오빠 눈에는 예쁘고 귀엽게 보이냐구요."

"벌써 몇 번이나 물어봤으면서, 똑같은 대답 안 질리냐?"


그러자 왠지 모르게 만족한 미소를 지은 그녀는 몸을 밀어붙여왔다.


이대로 나를 침대에서 밀어내려는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도 오빠한테만 예쁘게 보이면 돼요."

결국 조금의 간격도 없이 찰싹 달라붙은 그녀는  팔을 껴안았다.

기분이 좋아진 이유는 알겠지만, 이렇게나 뻔히 보이면……귀엽네 젠장.



"……크흠! 흠!"


하지만 주인님이란 입장을 고수해야 했던 나는 허벅지를 쥐어뜯어서라도 참아야 했다.


이럴 때일수록 확실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혼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서윤이한테.

직전에 와서 내팽개치려고 기다리게 만든 거냐며 화를 낼 거다.


우선순위를 혼동한 탓에 노예에게 혼나는 주인이라니, 꼴사납잖아.


"어쨌든 뭐, 아니라고 하니 어쩔 수 없지만 살짝 아쉽긴 하네."


"……좀 전에 물어본 그거요?"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보다  의식하게 되는 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예요?"


"아냐. 그냥 생각하던 거랑 달라서 그래. 신경 쓰지 마."




하지만 서윤이는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반대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곧 진지한 얼굴로  팔을 잡아당겼다.

"실감……까지는 아니지만, 한 번씩 그런 기분이 될 때가 있어요."


"그런 기분이라니?"

"목줄, 의식하게 되는……그런 느낌."


"언제인데? 집에 돌아와서 다시 목줄을 착용할 때?"



한  머리를 흔든 그녀는 주눅이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목줄이 없을  가장 의식하게 되는 것 같아요."

"벗고 있을 때 말하는 거야?"


"이, 일부러 벗고 있었다는  아니에요."



걱정하지도 않았던 일이었기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정말로 그녀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조금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서윤이는 내가 혹시나 그런 의심을 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했다.

자신이 얼마나 성실하게 명령을 따랐는지, 모든 것을 확실하게 해두고 싶어했으니까.


"목욕할 때랑, 옷 갈아입을 때, 그리고 외출할 때를 제외하면 목에서 벗은 적 없어요."


"잘 때도?"

"계속 착용하고 있었어요."


"……잠깐  보여줘. 상처 안 났어?"

나는 방해되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긴 다음 꼼꼼히 살펴보았다.

다행히 그녀의 목에는 쓸린 상처 같은 건 남아있지 않았다.

"말이라도 좀……아니, 됐다."




당연히 거짓말은 용납할  없지만……적어도 최소한의 융통성 정도는 발휘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잘 때는 벗어두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아?

물론 처음부터 정확하게 지시를 내리지 않은 내가 나쁜 거겠지만 말이야.



"목에 닿아서 아프거나, 불편하진 않았어?"

"사이즈가 넉넉해서 괜찮았어요."

"그럼 다행이고."


"어차피 아침에 일어나면 벗어놓기도 하고."



화들짝 놀란 그녀는 다시금 확실하게 해두려는 것처럼 황급히 덧붙였다.



"모, 목욕! 목욕해야 하니까! 잠깐 세면대 위에 올려놓는 거예요!"

"그래그래. 알아.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안 놀라도 돼."

"액세서리니까 씻을 땐 벗어야 하잖아요."


"뭐, 그래. 가죽은 아니지만 물이 닿아서 좋진 않겠지."


"……게다가, 밤새 목줄 때문에 눌려서 생긴 자국이 거울에 비치거든요."

서윤이는 아마 무의식적인 게 분명한 동작으로 목을 쓰다듬었다.

"붉은 선이 희미하게 목에 남아있는데……그걸 보는  좋아요."


"……좋다고?"

"왠지 마음이 놓이는 느낌이 들어서, 이상해요?"

"아니 뭐, 이상할 건 없지만, 보고 있으면 안심이 돼?"


"정확히 어떤 기분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니면 잠이 덜 깨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왠지 차분해지는 느낌이라 멍하니 보게 돼요."



나는 잠시 상상해보았다.

이른 아침, 잠에서 일어난 그녀가 졸린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다.

그리곤 밤새도록 착용하고 있던 목줄을 풀어 잘 보이는 곳에 둔다.


가느다란 목엔 소유와 복종의 증명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남아 있다.

그녀는 그 흔적을 쓰다듬으며 주인에 대한 애정을 실감한다……라는 전개였다면 좋겠는데. 진짜로.


"나중에 꼭 한 번 보고 싶은 장면이긴 하네."


"목줄을 차고 있는 거요?"


"아니. 잠이 덜 깨서 몽롱한 서윤이."

"……어, 언젠간 볼  있을 거예요. 아마도."

나는  '언젠간'이 꽤나 빠른 시일 안에 찾아오리란 것을 확신했다.


"근데 또 씻고 나오면……머리도 말려야 하고, 할 일이 많잖아요."


"여자들이 아침에 죽을 만큼 바쁜  알지."

"옷도 입어야 하고."

"그래그래."


"……그래서 아침엔 그대로 집에서 나와요."


"변명 같은 거 안 해도 된다니까. 뭐라고  해."



설마 좀 전에 명령이란 단어를 한사코 거부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나?



"아니, 변명을 하려던 게 아니라……물론 비슷한 거긴 한데."

"또 무슨 소릴 하려고 그러냐."

"집에서 나올 때마다 허전하다고 해야 하나."




서윤이는 적당한 말을 떠올리는 것처럼 "으음." 고개를 좌우로 까닥였다.


"중요한  빠트리고 온 느낌……라고 하면 알겠어요?"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말 외엔 설명이  되지."

"맞아요. 정확히 그래요."

"무슨 말인지 이해해. 나도 가끔 그러니까."


"그래서 버스 안에서 자꾸 옷차림이나 머리, 화장……체크하게 되더라구요."


"근데 왜 나는 한 번도 서윤이가 의식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지?"

그러자 그녀는 별 이상한 소리도 다 듣겠다는 눈으로 날 보았다.


"그야 오빠 앞이니까 당연하죠."

"당연한 거야?"

"목줄을 채운 사람이 누군데요."



이번엔 내가 생각에 잠길 차례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오빠 앞에선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게. 아무래도 내가 쓸데없는 질문을  것 같다."


"오빠가 명령……지시한 거니까 의미가 있는 건데."


"그래그래. 알았어. 우리 서윤이 똑똑해."

"……칭찬 아니죠 그거."


"칭찬이지. 기르는 강아지가 똑똑하다는데 좋은 거잖아."


낚싯대처럼 생긴 장난감으로 고양이와 놀아준 경험이 있다면 알 거다.

눈앞에서 움직이는 미끼는 고양이의 본능을 자극한다는 것을.


목줄이나 수갑, 피어스 등등.

하나같이 화려하고 자극적이며 시선을 뺏기기 쉽다.


따라서 액세서리를 사용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건 애착의 방향이다.

액세서리를 주인과 같은 위치에 둔다면 그것만큼 참기 어려운 일도 없을 테니까.


"대답이 매끄러운 걸 보니, 그동안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 한  같다?"

"……오빠가 몰라서 그래요. 첫 이틀 정도는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서윤이는 "몰랐어요?"라고 묻는 것처럼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글쎄, 잘 생각해보니 아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거짓말은 가슴 아프지만……애매한 대답밖엔 던질  없었다.


그야 서윤이가 오는 시간엔 한창 자고 있으니까.

수면 부족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머리카락 때문에 정면이 아니면 얼굴도 제대로 보기 힘들고.


"아무튼 오빠는……"

추궁당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던 나는 재빨리 다른 화제를 꺼냈다.



"잠도 못 잘 정도로 부담이 심했으면 말이라도 하지 그랬어"


"……괜찮아요. 수면 부족이었던 건 잠깐이었고."


"그 이후론 좀 괜찮아졌어?"


"시간이 지나니까 싫어도 좀 덤덤해지더라구요."


"그럼 그동안 뭐랄까, 다른 감정은 없었어?"


"아까도 말했잖아요. 기다리다가 지칠 정도였다고."


"그거 말고는? 예를 들면 주인님에 대한 애정이라던가."


"……처음엔 있었던  같은데, 기다리는 동안 없어졌을 걸요."

아무래도 플레이가 끝난 후엔 단단히 각오해야  성싶었다.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차라리 빨리 끝나길 바라는 기분 알아요?"


"안 그래도 지금 반성하고 있는 중이야. 일주일은 너무 길었던 것 같네."

"오빠가 왜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 건지……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래도 덕분에 마음의 준비는 착실하게 끝낼 수 있었잖아."

"이틀……아니, 사흘만 있었어도 충분히 끝낼 수 있었어요."

"전에도 한 번 느낀 건데, 너 의외로 기분 다잡는  빠르네."


"불안하거나 초조하긴 했어도, 무섭다는 생각은 안 들었으니까요."

입술을 꾸욱, 깨문 그녀는 "우으으."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혹시 못 참고 조르는 게 보고 싶어서 일부러 기다리게 한 거예요?"

"아냐. 아냐. 확실한 이유가 있었어.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알았어요. 이따가 물어볼게요."

"그래그래. 다 끝난 다음에."


나는 일단 그렇게 미래의 자신에게 수습을 떠넘길 수 있었다.

 불안하긴 하지만……어떻게든 되겠지 뭐.

어차피 플레이가 끝나는 즉시 쓰러져서 잠들  분명하다.


평소에도 필로우 토크 같은 건 꿈도  꾸는 저질 체력이니까.




"그럼 정말 정말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오빠가 좀 미워지려고 해요."

"자꾸 기다리게 해서?"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들게 참고 있는지 알아요?"

힘들게 참고 있는  서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다 누굴 위해서라고 생각하는지 원.



"그래 뭐, 아직 오빠라고 부를 수 있을 때 맘껏 해둬."



그러자 팔에 닿고 있던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오빠에서 주인님으로.


사랑받는 여자친구에서 순종적인 노예로.


입장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순간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겠지.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너무 겁을 주고 싶지 않았던 나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괴롭히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아니고, 정말로 중요한 거라서 그래."


"……뭔데요."


"암호를 정해야지."



그제야 그녀는 알았다는 듯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프 워드, 말하는 거죠?"

"뭐야. 설명할 필요도 없네."

"가르쳐주신 건 전부 기억하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녀가 그것을 바라는 것 같았기에, 나는 칭찬의 의미로 가볍게 등을 토닥거렸다.

"그럼 일단 오늘은 처음이고 하니,  개 정도만 정해두는 걸로 하자."

"……평소엔 한 개로 충분했던 것 같은데."


"만약을 대비하는 거지 뭐."

"그럼 차라리 3~4개쯤 미리 정해두면?"


"그렇게까진 필요 없어. 어려운 플레이도 아니고."



대체로 세이프 워드는 플레이 종류나 상황에 맞춰서 정하는 만큼,  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로, 알기 쉬워야 한다.


플레이 중에는 "안 돼."라던가, "싫어.", "그만 둬." 등등.


거부의 표현이 받아들여지기 힘든 만큼, 브레이크는 중요하다.

때문에 플레이와는 관계가 없으며, 되도록 말하기 쉬운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도 굳이 새롭게 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그냥 오렌지로 할래요."

"그거 마음에 들었어?"


"익숙하잖아요."


"그래 뭐, 귀에 익은 게 좋지."


 번째는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주인과 노예, 양쪽 모두에게 말이다.


세이프 워드란 일종의 약속이므로, 어느 한쪽에게만 효과가 있어선 안 된다.

그러니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해둔 단어를 계속 사용하는  낫다.

아무래도  다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익숙지 않은 암호는 잊기 쉬우니까.



"그럼 말을 할 수 있을 땐 오렌지라고 하고……다음은, 어디 보자."

"잠깐만요, 오빠. 말을 할  있을 때……라뇨?"


"말 그대로인데?"

그리고 세 번째, 세이프 워드는 상황에 따라 2개 이상을 정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플레이에 따라 말을  수 없거나,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은 의외로 많다.


그럴 때를 대비해, 수신호나 특정한 행동.


별로 추천하진 않지만  깜빡임 등을 신호로 정해두기도 한다.


"말을 할 수 없는 상황도 있으니까, 두 번째를 준비해두자는 거야."

"……오빠는 이제 와서,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뭐라는 거야 또."

"갑자기 무슨 짓을 당하게 될지 무서워졌어요."


"그래서 심한 짓을 당하지 않도록 이렇게 미리 정해놓는 거잖아."



만약 섭이 말을   없는 상황이라면 필연적으로 손이나 발.


몸으로 하는 바디 랭귀지를 신호로 삼아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 간단하고, 알아보기 쉬운 동작을 고르기란 생각보다 까다롭다.


단순히 몸짓이 아니라, 정확하게 신호라고 생각할 수 있는 동작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윤아, 일단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해볼래?"

"……네."




나는 그녀에게 팔을 내밀었다.




"검지랑 엄지만 써서 손목을 잡아 봐. 감싸는 것처럼. 그래."

"이, 이렇게요?"


"그렇지. 잘하네."

"……이런 걸로 칭찬을 들어야 하는  기분도 생각해줘요."


못마땅한 투덜거림을 가볍게 흘려넘긴 나는 손목을 까딱거렸다.




"어쨌든, 당장 멈추고 싶으면 이런 식으로 잡으면 돼. 알았지?"

"……생각보다 단순해서 좀 이상한 느낌."


"그게 좋은 거지. 알기 쉽잖아."


"만약 제가 손을  움직이는 상황이면 어떡해요?"




잠시 생각하던 나는 곧 쾌활하게 대답했다.

"오늘은 팔다리를 구속할 예정은 없으니까 괜찮아."


"……그럼 말을 못하게  예정은 있어요?"


"있긴 한데, 적당히 상황 봐서."

"너무 아프거나 심하겐 하지 말아주세요."


"물론 신경은 쓰겠지만, 힘들면 언제든지 멈춰. 알았지?"




서윤이는 영 미덥지 못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곧 알게 되겠지.

"그럼 미지막으로 물어보겠는데, 준비는 된 것 같아?"

"……됐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마지막에 간신히 덧붙인  그녀다운 소심함이었다.


때문에 나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형식적으로나마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무리한 걸 시키진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


"……언제는 실전의 긴장감을 무시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정 힘들다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둬도 되니까."

"그만두지 않아도 되도록……가능한 열심히 해볼게요."


나는 기특한 소릴 하는 그녀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서윤이는 그런 내 어깨에 기대어 잠시 호흡을 진정시켰다.

그 모습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나는

"좋아. 서윤아?"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가볍게 손뼉을 두드렸다.



"그럼 일단 침대에서 내려올래?"

"내려온 다음에는……요?"


"바닥에 앉아."

"네에에."

"그래. 무릎 꿇고."



고분고분 발밑에 앉은 그녀는 시키는 대로 무릎을 꿇었다.

서열을 교육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눈높이다.


누군가를 올려다봐야 한다는 입장.

고개를 들지 않으면 볼 수 없다는 위치.

시각적인 상하관계는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압박이 된다.


조금 전까지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를 나누던 상대라면 더더욱.




"어디 보자. 지금 시간이."

나는 잠시 고개를 돌려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곗바늘은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일반적인 플레이 타임.

서윤이의 체력.


준비한 순서.

애프터 케어까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지금부터 정확히 2시간이야."


"……두 시간."

"그동안 서윤이는 내가 기르는 개가 되는 거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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