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시작을 준비하는 태도 (4)
플레이 내용을 함께 상의하는 것에 대해선 에쎄머들 사이에서도 생각보다 의견이 분분한 편이다.
물론 합의는 중요하고 지켜져야 하지만, 어쨌든 조교는 주인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개중에는 자세한 내용을 미리 알고 있으면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섭도 있고,
거기까지 참견 당하고 싶진 않다는 돔도 제법 있지만……사실 나는 조금 회의적이었다.
SM을 역할극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선, 어쨌든 서로 합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박수도 손뼉이 맞아야 소리가 나는 거고,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할 거 아냐.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데려다 놓고 리드해야 한다는 건 나름대로 골이 빠지는 일이거든.
"개, 개가 된다는 게……그러니까, 오빠가 기르는 애완견……말씀하시는 거죠?"
하지만 도무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암캐를 기르는 입장에선, 아무래도 조교는 주인의 몫이란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뭐, 그래. 서윤이는 처음이니까 어쩔 수 없지. 이해해."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노려보던 나는 "쯧." 불만스럽게 혀를 찼다.
당연히 영문도 모르고 지적당한 그녀로선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자, 서윤아. 하나씩 천천히 짚어보자.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2시간……동안 개가 되어야 한다고 하, 하셨어요."
"뭐야. 잘 듣고 있었잖아."
별로 면박을 줄 생각 같은 건 없었지만……듣는 입장에선 또 달랐던 모양이다.
그녀는 불안을 억누르려는 것처럼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을 꽈악 움켜쥐었다.
이러니까 한 마디 말도 가볍게 던질 수가 없단 말이지.
"혼내려는 거 아니니까 긴장 안 해도 돼."
나는 겁먹은 눈으로 쳐다보는 서윤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일단 호칭부터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하려던 거야."
"아……아아! 네. 맞아요."
"오빠가 아니지?"
"네."
"그럼 누군데?"
"주인님……이에요."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아니, 실은 꽤 오래 전부터 나는 줄곧 "오빠"였다.
뭐, 처음 현실에서 만났을 땐 닉네임으로 불리는 신세였지만.
어쨌든 그 외에 다른 호칭을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머뭇거리지 말고 다시."
"주, 주인님."
그래서인지 간신히 올바른 호칭을 입에 담는 그녀의 목소리는 어눌하기 짝이 없었다.
"똑바로 다시."
"……주인님."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게 주인님이라고 불린 게 처음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어떤 종류의 확언을 요구한 적은 없지만, 어쨌든 주종 관계긴 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모두 온라인 상에서 채팅으로 이루어진 조교다.
따지고 보면, 그녀는 오늘 처음으로 날 주인님이라고 부른 셈이다.
"누구의 주인님인데?"
"서, 서윤이……주인님, 이에요."
그러니 주인이란 호칭에서 별다른 감정을 읽어낼 수 없었던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단순히 앵무새처럼 시키는 대로 말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니까.
앞으로 그녀가 날 애정과 존경을 담아서 부르는 것도.
반대로 공포와 혐오, 불안을 담아서 부르는 것도.
결국은 주인인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거다.
"앞으로 잊으면 안 된다?"
"네, 네에에."
나는 새롭게 싹튼 책임감 비슷한 것을 느끼며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나도 처음부터 심하게 굴 생각은 없어. 서윤이가 말만 잘 듣는다면."
"네 주인님. 명령 잘 들을게요."
"정말 믿어도 되겠어?"
"시,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주인님."
"아무튼 이 년이든 저 년이든 대답은 존나 잘해요."
그리 많은 사람을 만나본 건 아니지만, 의외로 대답을 잘 못하는 섭은 별로 없다.
경험이 얼마나 많든 간에, 대답은 항상 남부럽지 않게 하곤 한다.
플레이가 조금만 힘들어져도 곧장 징징거리며 우는 소릴 해서 문제지.
대답만 들으면 얼마나 충성스럽고 믿음직스러운지 깜빡 속아넘어갈 정도다.
"그럼 서윤이는 대답만큼 말을 잘 듣는지 볼까?"
"네, 네에에. 뭐든……시, 시켜만 주세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무섭고 엄격한 주인을 연기할 필요는 없다.
물론 단호한 태도는 필요하다.
섭의 어리광을 받아줘서는 안 되니까.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존재로 보여선 안 되니까.
하지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첫 번째 명령인데, 괜찮아? 잘할 수 있겠어?"
"하, 할 슈……있어요."
"그래그래. 그렇다고 또 혀 깨물진 말고."
아직 혼란스러운 섭에겐-특히 초보라면 더욱 역할에 몰입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뭐든 그렇지만 플레이도 마찬가지로 템포와 완급조절이 중요하다는 소리다.
주인이 취할 수 있는 행동엔 상한선이 있고, 엄격하다는 건 자칫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기어를 올려놓으면 중요한 국면에서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소모하게 되는 법이다.
"어디 보자……그렇지. 서윤이 그동안 차고 다니던 목줄 있지? 가져와."
"네 주인님."
그러니 처음엔 간단한 명령 몇 가지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성공-칭찬의 프로세스를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이게 되니까.
"근데 서윤이는 개라고 했잖아? 그럼 어떻게 해야겠어."
"……어, 엎드린 다음 네발로 기어서."
"경고하는데, 앞으로 주인님 앞에선 말 그딴 식으로 하지 마라."
그리고 어차피 지적할 건 산더미처럼 있으니, 조금쯤은 다정하게 굴어도 문제없다.
오히려 다정다감하게 굴어야 긴장이 풀려서 실수하거나, 느슨해지기 쉽거든.
굳이 트집을 잡지 않아도 혼낼 구실을 만들어주는데, 주인 입장에선 오히려 고맙지.
"대답을 하려면 끝까지, 확실하게, 또박또박 할 수 있도록 해. 알았어?"
"네 주인님."
"잘못했습니다는 어디 갔어?"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주인님."
"분명히 말했다. 끝까지 해. 중간에 끊거나, 잘라먹지 말고."
가끔 이런 식으로 적당히 분위기를 졸라매는 것도 중요하고 말이야.
"처음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경고로 넘어갈 때 잘해야겠지?"
"네, 네에에. 주인님.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복창."
"……복창?"
"지금 어떤 명령을 내렸지?"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서윤이는 납작 엎드리는 자세로 몸을 숙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던 내가 볼 수 있었던 건 기껏해야 그녀의 뒤통수 정도였다.
"개처럼 네발로 기어서……주인님이 주신 목줄, 가져오라고 하셨어요."
"어떻게?"
"……어, 어떻게, 라뇨?"
"개라고 했잖아. 서윤이 머리로는 거기까지밖에 생각이 안 나?"
어차피 보이지 않을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소리 없이 웃었다.
필사적으로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평소였다면 좀 더 빠르게 나왔을 대답이지만, 지금은 혼난 직후다.
엉켜버린 머릿속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시간이 필요할 거다.
"우리 서윤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렇지?"
"……죄, 죄송해요 주인님."
"그래 뭐, 그냥 확실하게 말해줄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마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을 거다.
실제로 잔뜩 긴장하고 있던 어깨가 내려갔거든.
"가서, 입으로 물어와."
"……네?"
"지금 내가 뭐라고 했지?"
"개, 개처럼 네발로 엎드려서……입으로, 목줄 물어오라고 하셨어요."
명령을 확실하게 이해했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턱짓으로 가리켰다.
일기 쉬운 출발 신호였다.
가볍게 목을 움츠린 그녀는 끝까지 내 시선을 살피더니,
"그, 그럼……다녀오겠습니다. 주인님."
기대한 적도 없는 공손함을 발휘하며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곤 힘겹게 몸을 반쯤 일으키더니……혼란에 빠졌다.
"……어, 어어,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결국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고양이 같은 자세로 엎드렸다.
그러니까, 다른 동물보단 좀 더 고양이를 닮아있었다는 거다.
어찌어찌 엎드린 것까진 좋은데……조금도 내려오지 않는 허리가 문제였다.
얼마나 뻣뻣한지, 의도적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완만하게 위로 향하는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바닥에 손을 짚고, 무릎을 질질 끌면서 걷는 자세였다.
"……"
저러면 얼마 못 가서 무릎 아프다고 울먹거릴 텐데.
하지만 쓸데없이 참견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조용히 구경에 전념했다.
익숙지 않은 자세를 취한 탓에 자꾸만 몸이 기울어지고, 덩달아 엉덩이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유난히 살이 안 붙는 체질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볼륨감이 있는 뒷모습은 아니었지만 뭐.
대신 가느다란 허벅지 사이로 보이는 빈 공간이 생각보다 좋은 구경거리였다.
"힘들면 말해. 괜히 또 미끄러져서 다치지 말고."
"네에에……조심할게요. 주인님."
두말할 것도 없이, 섭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주인의 명령을 듣는 거다.
명령을 잘 듣고, 시키는 대로만 잘해내도 칭찬을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명령 이외의 부분에서 기특하게 구는 건 별개의 문제다.
어떡해야 주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 방법을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
지금이야 개처럼 엎드려서 걸어야 하고,
뒤에서 주인님이 지켜보고 있는데다,
제대로 못하면 혼이 난다는 것 때문에 위태위태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단지 경험이 부족해서일 뿐, 이해가 모자라다는 뜻은 아니다.
스스로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어쨌거나 서윤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 취향에 맞춰서 길들인 여자니까.
"저기, 주인님?"
"뭐야. 왜?"
기특하게 지켜보던 나는 순식간에 안색을 뒤바꾸었다.
잠시 한눈을 팔았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죄송해요. 부탁드릴 게 있어서."
"아냐. 괜찮아. 뭔데?"
"……그게 있잖아요."
딱히 넓지도 않은 원룸이니 당연한 거지만, 어느새 그녀는 벗어둔 옷 앞에 있었다.
그리고 몇 개씩 포개어 쌓아둔 옷가지 앞에서 정작 그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목줄을 상의 안쪽에 넣어둔 것 같은데, 꺼낼 수가 없어서……요."
"말은 확실하게 하라고 했잖아. 그래서?"
"……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고."
"한 번만 소, 손으로 꺼내면 안 될까요?"
설마 농담을 하는 건 아닐 테고……진심으로 저러는 건가?
확신을 가질 수 없었던 나는 잠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 안 돼요?"
당연히 이번에도 압박을 가할 생각 같은 건 조금도 없었지만……서윤이에겐 달랐던 모양이다.
점점 찌푸려지는 미간을 견딜 수 없었는지, 그녀는 슬금슬금 벽에 달라붙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물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애초에 폭발할 예정 따윈 없었던 나로선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광경이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네. 그래. 알았어. 마음대로 해."
"……괜찮아요?"
"허락했으니까 됐어."
"가, 감사합니다, 주인님."
차마 다른 말을 떠올릴 수 없었던 나는 가볍게 고개만 까닥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일거수일투족에 일일이 허락이 필요하다는 태도는 내게도 꽤나 낯선 것이었기 때문이다.
개한테 "물어와."라고 명령했다면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을 일일이 물어보진 않는 것처럼.
사람은 언제나 자기결정권을 유지하고 싶어 하고, 그건 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보통은 자세한 명령이 없다면 어느 정도는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텐데 말이야.
"이제 와서 새삼스럽지만, 넌 정말 천성이 암캐인 것 같다."
"처음부터 주, 주인님이 그렇게 교육을 시켜서 그래요."
"이건 교육으로 어떻게 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어느 쪽이냐고 하면, 관계엔 희생이 따른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도 그렇지만, 처음부터 잘 맞는 사람 따윈 없다.
다들 상대에게 맞추느라 성질을 꾹꾹 눌러가면서 만나는 거지.
"……그렇게 말하면 제가 버릇이 나쁜 것 같잖아요."
"지금 그 말을 듣고 걱정하는 게 고작 그거야?"
하지만 암캐답다는 말에 기분 나빠하기보단, 버릇없어 보이는 걸 걱정하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싫어도 생각하게 된다.
"만약 우린 평범하게 만났어도 결국 이렇게 됐을 거야. 그렇지?"
"……그야 주인님이 그런 성격이니까 뭐."
"그러게. 서윤이가 이런 성격이라 힘들겠지."
서윤이는 반박하는 대신, 짤랑거리는 금속 고리와 징이 박힌 목줄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깨지기 쉬운 물건을 다루는 것 같았다.
그리곤 보는 쪽이 답답해질 만큼 신중한 태도로 입에 문 그녀는,
"……우으."
날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칭찬해달라는 건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고,
어쩌면 "이대로 괜찮아요?"라는 의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건 조금 후였다.
"……좋아. 그래. 이리 와."
결국 다 포기해버린 나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팔을 벌렸다.
서윤이는 그제야 천천히 이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랄까, 짜증을 내는 것도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원래 이런 성격이란 건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서윤이도 사람이니까 어리광도 부리고, 짜증도 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가 자신에게 허락한 범위 안에서 만이다.
그 외의 영역에 대해선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판단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이런 식으로 일일이 허락을 받는 과정이 필요한 거고 말이다.
"명령하신 대로……입으로 물어서 가져왔어요, 주인님."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가져온 물건을 어디에 내려놓아야 하는지 정도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목줄을 내 발밑에 내려놓은 그녀는 자못 차분한 태도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침착을 가장할 순 있을지언정, 표정만큼은 통제가 안 되는 듯 했다.
"꼬리 흔들린다 서윤아."
"꼬리……요?"
"그런 표정인데 지금?"
짓궂은 지적에 얼굴을 확 붉힌 그녀는 그대로 고개를 떨어트렸다.
칭찬을 바라고 있다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단, 감추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 듯 했다.
나는 그녀가 충분히 창피한 기분을 맛볼 수 있도록 속으로 다섯까지 센 다음에 말했다.
"서윤이가 걱정하던 것치곤 그렇게 어렵진 않았지?"
"……무릎이 조금 아팠어요."
"그래. 딱 봐도 그럴 것 같더라."
고개를 끄덕인 나는 손가락 두 개로 초커를 집어 들었다.
나름대로 조심한 것 같지만……축축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간단한 명령이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잘하던데?"
"……잘한 거예요?"
"싫다는 말이 안 나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거야."
서윤이는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입을 우물거렸다.
나는 그런 그녀의 뺨이며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것 봐. 막상 시키면 잘하면서. 이제 자신감이 좀 생겨?"
"주인님이 쉬운 명령을 내려서 그래요."
"아무리 쉽더라도 잘했으면 칭찬을 받아야지."
"그, 그렇게 칭찬받을 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쑥스럽다는 듯 말을 흐리면서도 절대로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한참을 더 쓰다듬어준 다음에나 본론을 꺼낼 수 있었다.
"내가 왜 이걸 가져오라고 했는지 알겠어?"
"당연히 저한테 채우려고……겠죠?"
"맞아. 당연한 거지."
나는 서윤이의 눈앞에서 목줄을 흔들었다.
"근데 그렇게 되면 좀 더 엄격해지겠지? 지금처럼 다정하지도 않을 테고."
"스, 슬슬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야 하지 않겠어?"
"……흐으으."
"그러니까 서윤이가 준비가 됐다고 하면 목에다 채울 거야."
그러자 잠깐이지만 그녀의 눈동자에 무언가가 도드라졌다.
"주인님이 직접?"
"……지금 그게 중요해?"
반응하는 포인트가 좀 이상한데.
"뭐, 당연히 내가 직접 해줘야지."
"그럼 할래요."
"……그래. 알았어."
여태껏 봤던 것 중에 가장 빠른 대답이었다.
"좀 더 가까이 와. 옳지. 그래."
손이 닿는 거리까지 다가온 그녀는 방해되는 머리카락을 하나로 모아 뒤로 넘겼다.
그리곤 좀 더 편하게 목에 두를 수 있도록 고개를 들어 올리는 협조성을 보여주었다.
대체 얼마나 이런 상황을 꿈꾸고 있었던 건지 물어보기도 무서울 지경이었다.
"많이 기대하고 있었어?"
"……한참 전부터요."
나는 목걸이를 거는 것처럼 그녀의 목에 초커를 한 바퀴 둘렀다.
그리고 양쪽을 연결하기 위해 끝머리에 달린 체인으로 꼼꼼히 사이즈를 조절했다.
목을 압박하지 않으면서도, 피부에 닿는 차가운 감촉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만.
"지금까지 봤던 것 중에 가장 예쁜데?"
"……그건 그것대로 좀 너무해요."
"정말로 예뻐 보이는 걸 어떡해 그럼."
나는 목줄 앞에 달린 은색 고리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맑은 금속음이 간지러웠는지, 서윤이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기분은 어때?"
"……생각보다 더 두근두근한 느낌."
가슴을 꾹 누르며 힘겨운 미소를 지어 보인 그녀는,
"그, 그러니까 좀 더 명령해주세요, 주인님."
열에 들뜬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