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시작을 준비하는 태도 (9)
슬슬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사실을 직감했는지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것처럼 잠시 느슨해졌던 자세를 고쳐앉은 그녀는,
"흐으우."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개처럼 차분하게 숨을 가라앉혔다.
아까처럼 허둥대지 않는 모습을 보면 지금 분위기가 꽤나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좋은 흐름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은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 전에 한 가지, 서윤이한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는데."
"당부……요?"
"이제부턴 확실하게 "○○○입니다, 주인님."이라고 대답할 것."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차린 서윤이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손하게 하라는 말씀이시죠?"
"바로 그거야."
"네 주인님. 명심하겠습니다."
"재밌는 것도 좋지만 자세는 갖춰야지?"
서윤이는 조금 딱딱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양손을 포갰다.
약간이지만 긴장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서윤아, 키랑 몸무게부터 대답해볼래?"
"157cm에……몸무게는, 요즘은 46kg인데."
"어허."
"이, 입니다, 주인님!"
놀란 그녀는 황급히 덧붙이는 것처럼 고쳐 말했다.
조금 전에 말한 것도 잊어버리다니.
언짢아진 나는 가볍게 "쯧." 혀를 찼다.
서윤이는 당장이라도 날벼락이 날아올 것처럼 목을 움츠렸다.
"우리 서윤이가 내 말을 제대로 안 듣나?"
"머, 멍청한 암캐라서 죄송합니다."
"멍청하기만 해?"
"네?"
"멍청하기만 한 거냐고."
"주인님 명령도 제대로 못 듣는 멍청하고, 바보 같은 암캐년……이에요."
가끔 서윤이의 자기 비하에선 곤혹스러울 만큼 진심이 묻어 나올 때가 있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저렇게 생각한다는 게 무서운 거지만.
하지만 뭐, 여태껏 처음 저지른 실수는 적당히 봐주기도 했고.
슬슬 빡세게 고삐를 죄일 때가 왔으니 사소한 실수 정도는 넘어가도 되겠지.
그래야 나중에 전부 다 서윤이가 잘못한 거라며 명분 만들기도 쉬워질 테고.
"계속 말하지만, 경고로 끝낼 때 잘해라. 나중에 울지 말고."
"……반성하고 있어요. 조심하겠습니다, 주인님."
시무룩한 모습이 귀여웠던 나는 약간 괴벽을 만족시키기로 했다.
"주인님한테 거짓말을 하면 혼나야지 그래."
"거, 거짓말은 한 적 없는데!"
"방금 키가 157cm라며."
"……"
"내가 알기론 훨씬 작은데 말이야."
어차피 구두 굽까지 포함시킨 거겠지만.
"혼나기 싫으면 정확하게 대답해야지?"
"배, 백오십……사, 입니다. 주인님."
"고작 3cm로 자존심은."
"……그러는 주인님도 177cm잖아요."
"조금 전의 결정을 후회하게 될 것 같아."
조용히 주먹을 들어 올리자 서윤이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설마 가슴 사이즈까지 거짓말할 건 아니지?"
"……75aa, 입니다. 주인님."
"뭐라고? 안 들려."
"75aa……입니다, 주인, 님."
나는 얼굴 가득한 굴욕감과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
물론 마지막에 깜빡했다는 것처럼 덧붙이긴 했지만,
하마터면 두 번이나 삐끗할 뻔한 서윤이를 보며 이죽거렸다.
"그렇지? 솔직히 브래지어가 필요 없는 수준이고."
"……작아도 옷에 쓸리면 아프단 말이에요."
"손바닥으로 가려지는 사이즈고."
"……우으윽."
"속옷을 벗어도 모른다니, 노출에 최적화된 몸이네."
나는 그렇게 나중에 꼬투리 잡히지 않을 정도로만 자존심을 긁어놓은 다음,
"뭐, 좋아. 그럼 이제 서윤이가 아니라 암캐한테 질문할게."
"……네 주인님."
묘하게 불만스러워 보이는 표정의 그녀에게 말했다.
"아까 내가 면접이라고 했던 것도 기억해?"
"네 주인님. 기억해요."
"면접이니까 당연히 자기 PR이 중요하겠지?"
진지하게 듣던 서윤이는 의혹에 찬 시선을 던졌다.
"혹시 지금부터 해보라는 말씀은 아니, 죠?"
"확실히 눈치가 빨라. 설명할 필요가 없네."
"가,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셔도……"
"괜찮아 서윤이한테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냐."
그리고 적당히 안심시키는 듯한 말을 몇 마디.
부담을 덜어주는 것처럼 들리는 말을 몇 마디.
상당히 많은 언어를 소비해야 했다.
"암캐로서 장점이나 단점 정도만 솔직하게 말해주면 돼."
"……그리고 주인님한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도?"
"뭐, 그런 내용도 곁들이면 좋지."
"갑자기 난이도가 확 올라가버린 느낌."
"그래서 말했잖아. 목줄까지 채워놓은 시점에선 좀 이상할지도 모른다고."
구인할 때 자기소개야 당연히 필요한 거지만, 플레이 중에 알게 되는 사실은 또 별개다.
물론 좋아하는 플레이나, 싫어하는 플레이. 그리고 절대로 아웃인 플레이 등등.
그런 취향이야 미리 조사해두는 게 당연한 거지만……의외로 잘 모르거든.
자신이 파트너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같은 건.
게다가 내 입장에서도 본인밖에 모르는 정보를 들을 수 있는 건 커다란 수확이고.
겸사겸사 수치심도 부추길 수 있으니 주인으로선 물어봐서 손해 볼 일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서윤이는 나를 잘 아니까 대답하기 쉬울 거야."
"……주인님은 알면 알수록 더 모르겠는 사람인데."
"그래서, 못하겠다는 거야 지금?"
"하,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보지 마세요."
결국 벼랑 끝까지 몰리는 것 같은 모양새로 떠밀린 그녀는 고개를 떨어트렸다.
하지만 평소에 흔히 그러는 것처럼 풀이 죽어서 하는 행동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척이나 고민이 된다는 얼굴로,
시선을 아래쪽으로 향해도 시야의 절반도 가리지 못하는 가슴을 응시했다.
"장점……이라고 하셔도."
"가망이 없어?"
"그,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요."
서윤이치곤 뾰족하게 날이 선 대답에 나는 그만 웃어버렸다.
"뭐, 마음 편하게 해. 진짜 면접처럼 떨어트릴 것도 아니고."
"그거야 당연히 알지만……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서윤이가 생각하는 장점을 말하면 되지."
"그,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구요!"
"기분은 알겠는데, 도와줄 생각 없으니 머리 잘 굴려봐."
칼 같이 매정하게 선을 그어버리자 서윤이는 "우윽." 짓눌린 신음을 흘렸다.
당장은 서운해도 어리광을 끝도 없이 받아주는 것도 안 될 일이니까.
그리고 언제까지나 상냥한 주인님일 수는 없지.
페이스는 맞춰주겠지만, 나도 좀 즐겨야 하지 않겠어?
괴롭히고, 애태우고, 궁지로 몰아서 매달리게 만들지 않으면 손해잖아.
"대답이 마음에 안 들면 알지? 제대로 나올 때까지 시킬 거다."
"네? 네에. 주인님."
대체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지 대답도 건성건성.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에선 연기가 피어오를 것만 같았다.
누가 봐도 거의 한계까지 머리 용량을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가능하면 스스로 결론을 낼 때까지 기다려주고 싶었지만……글쎄.
정말로 그랬다간 과열돼서 펑! 하고 터져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 서윤아. 시간 다 됐다."
결국 나는 적당한 시점에서 손뼉을 두드렸다.
"시, 시간제한 있는 거였어요?"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잖아."
사전에 고지한 플레이 타임은 합의가 됐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지키는 것이 좋다.
정해둔 시간을 넘긴다는 건 주인의 역량 문제이며, 템포의 배분이 좋지 못하다는 의미니까.
어떤 계획을 갖고 시작했든 간에, 상황과 변수에 맞춰 융통성 있게 꾸려나가야지.
파트너보다 플레이에 무게를 둬버리면 결국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해봤자 뭐.
잘난 척 뻐길 입장도 아니고, 실은 냉방이 틀어져 있는데 알몸으로 오래 놔두기 싫었을 뿐이다.
가뜩이나 몸도 약한데 감기 걸리면 어떡해.
"시간을 많이 주진 못했지만 뭐,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은 거니까."
"……사실 더 고민해도 좋은 대답은 안 떠오를 것 같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씩 웃어 보인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럼 먼저, 좋아하는 체위가 평범하게 안아서 하는 거라고 했지?"
"네, 네에엣. 주인님 얼굴이 보여서……자, 잘 느끼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잘생긴 얼굴도 아닌데 말이야.
"그럼 같은 맥락에서 좋아하는 플레이를 물어봐도 될까?"
"프, 플레이……라고 하셔도."
"왜? 경험은 없지만 머리로는 알잖아."
"주인님이 이것저것 가르쳐주시긴 했는데."
"그 중에 마음에 들었거나, 해보고 싶은 걸 말해보라는 거야."
서윤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 지금처럼 목줄 차고, 개처럼, 주인님 앞에 서는 거요."
"도그 플레이가 좋다, 이거지?"
"도그……네. 그런 거요."
"그런 거, 라고 하지 말고 확실하게 대답해."
"개, 개처럼 다뤄주시는 플레이……를 좋아합니다."
아마 불안해서 그러는 거겠지만, 대답하는 내내 만지작만지작.
서윤이는 초조한 것처럼 손으로 목줄을 꼭 쥐고 있었다.
"도그 플레이를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본 적 있어?"
"이, 이유를 물어보셔도……그게, 대답하기가 좀."
손꼽아 기다리던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대답을 못하겠어?"
"……죄송해요."
이럴 때 보면 확실하게 간이 부었는데 말이야.
감히 묵비권을 요구하는 그녀를 보며,
"흐으음."
나는 별다른 말도 없이 노려보기만 했다.
그렇게 해도 제풀에 꺾일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연, 서윤이는 울상이 되어 얼굴을 찡그렸다.
"제대로 대답을 못하면 어떻게 한다고 했더라?"
"페, 페널티……를 준다고 하셨어요."
"그럼 뭐, 받아야지. 페널티."
"새,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건데에……"
"내가 왜 굳이 생각할 시간을 줬는지, 전혀 이해를 못했다. 그치?"
간단하게 말허리를 잘라버린 나는 그녀에게 일어서라며 손을 까닥거렸다.
오래 앉아 있었던 탓인지 잠시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킨 그녀는,
"우으윽."
살짝 균형을 잃긴 했지만 똑바로 섰다.
물론 여전히 부끄러운지 몸을 배배 꼬긴 했지만.
그리고 나는 그런 걸 가만히 놔둘 만큼 맘씨 좋은 주인이 아니었다.
"차렷."
"네?"
"차렷, 몰라?"
구령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는 잠시 우왕좌왕하더니 이내 엉거주춤하게 자세를 갖췄다.
하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을 드러낸 탓인지 서있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서윤이는 자꾸만 비틀거렸고, 덕분에 꽤나 어정쩡한 자세가 되었다.
그 모습을 샅샅이 훑는 것처럼 지켜보던 나는 다분히 의도적인 비웃음을 흘렸다.
"암캐란 것들은 왜 봐주면 열심히 하진 못할 망정, 기어오르는지 모르겠다니까."
"기, 기어오르려던 게 아니라……그런 쪽으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라고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어?"
"……죄송해요."
"아니면 내가 그 정도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속이 좁아 보였나?"
급조하긴 했지만, 반박하지 못할 명분을 만든 나는 다시 손짓했다.
이번에는 좀 더 가까이 다가오라는 의미였다.
서윤이는 조금 긴장한 기색으로,
"으, 으읏."
주춤주춤 한 보 앞으로 다가왔다.
보는 사람이 답답해질 만큼 느릿한 동작이었다.
"다시 차렷."
"네, 네엣."
다시금 어설프게 자세를 취한 그녀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마 참담한 기분을 어떻게든 억누르려는 것 같았다.
나는 살짝 약해지려는 마음을 추슬렀다.
"서윤이는 뭐라고?"
"주인님의 암캐……에요."
"목소리 또 기어들어가지."
"주, 주인님의 암캐, 입니다!"
나는 코웃음과 함께 그녀의 다리 사이로 손을 뻗었다.
꽤나 노골적인 손길에, 서윤이는 코맹맹이 소릴 냈다.
말은 안 해도 착실하게 쌓이고 있던 모양이다.
살짝 훑은 것만으로도 찐득찐득한 물이 묻어 나왔으니.
"아까도 느꼈지만, 의외로 노출에 소질이 있다, 너?"
끈적한 손가락을 엄지로 몇 번 문지르던 나는 그것을 그녀의 눈앞에 내밀었다.
서윤이는 외면하고 싶은 것 같았지만 호통이 무서워서 꼼짝 못하는 듯했다.
물론 시선은 저 멀리에 있었지만, 당연히 당연히 허락해줄 리가 없었다.
"눈 돌리지 말고 똑바로 봐. 이게 뭐야."
"……그, 그게, 그러니까."
"또 대답 안 할 거야?"
"애, 애액……이요."
"암캐 년이 그런 말을 쓰면 안 되지."
서윤이는 점점 가빠지는 호흡을 통제하기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더러운 개보지년 주제에 사람처럼 말하면 되겠어?"
"……흐으으, 으읏. 윽."
"앞으로는 씹물이라고 해. 알았지?"
"더, 더러운 개보지년……씹물, 입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이렇게 씹물을 흘릴 정도로 내가 뭘 시켰던가?"
"아니, 아니에요. 주인님."
"뭐가 아닌데?"
"……"
"대답해야지?"
"저, 저도 왜 그런지 몰라요."
서윤이는 이를 악물었는지, 바짝 치켜든 고개 아래로 목에 뚜렷한 선이 드러났다.
지적할지 말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괜한 트집을 잡는 것 같아서 관두기로 했다.
정말로 서러워서 그런 거라면 뭐, 조용히 못 본 척 넘어가야지.
오히려 갈궜다가 쪽박을 깨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정말이지, 이렇게 행동 하나하나에 고심하는 걸 알고 있다면,
감히 "주인님이 나한테 관심이 없어." 같은 소린 하지도 못할 텐데.
"아직도 모르겠으면 뭐, 알려줘야지. 손 뒤로 하자."
"……손, 이요?"
"뒷짐 지라고. 몰라?"
그제야 서윤이는 꾸물거리는 동작으로 천천히 손을 뒤로 가져갔다.
"똑바로 서자, 좀. 자꾸 비틀거리지 말고."
"……주, 주인님이 자꾸 괴롭혀서."
"나는 똑바로 서라고 했는데?"
"네에엣."
"말 잘 듣고 사랑받고 싶다지 않았나?"
말하고 있는 내용이야 어쨌든,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표정과 말투를 꾸몄다.
서윤이에겐 마구 호통을 치는 것보다 타이르는 쪽이 잘 먹히기 때문이다.
물론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여줘도 주눅은 들겠지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잘못했으니 벌을 받는다는 죄책감을 자극해야 한다.
실제로도 무작정 화부터 내는 건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다정하고 상냥한 태도로 밀어붙이는 게 때론 효과가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수치심을 자극하는 중에 감정을 건드려버리면……글쎄.
그 후에 벌어질 일을 상상하는데 특별한 능력까지 필요하진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외줄을 타는 기분을 느끼며,
"주, 주인니임."
애걸하는 것처럼 간절한 시선을 보내는 그녀의 보지를 쓰다듬었다.
저 시선에 담김 의미는 "좀 더."가 아니라 "그만."이었으니 멈출 이유도 없고.
"지금 서윤이가 무슨 짓을 당하고 있는지 말해봐."
"주인님이……그게, 그러니까."
"얼버무리면 혼난다."
"보지, 만져주시고 있습, 니다."
"좀 더 자연스럽게 말할 순 없는 거야?"
왜 항상 고장 난 라디오처럼 끊겨서 들리는 건지 원.
"뭐, 됐어. 지금부터 계속 설명해. 끊어지면 혼난다."
"주인님이……읏! 보지, 양쪽으로 벌려……서."
"안쪽도 이렇게 축축해진 것 봐라, 시발년."
"소, 손가락……으로, 문지르는 것처러엄."
"것처럼, 이 아니라 문지르고 있는 거 맞아."
퉁명스럽게 대꾸한 나는 엄지로 클리토리스 위쪽을 꾹 눌렀다.
그러자 별안간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서윤이는 이상야릇한 소리와 함께 몸을 웅크렸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반응이었다.
"으, 으읏……윽."
서윤이는 말도 못하고 어깨를 끌어안은 채, 필사적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 주변을 몇 번 더 꾹꾹 누르는 것으로 그녀를 한계 직전까지 몰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