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시작을 준비하는 태도 (10)
글쎄, 내가 만약 좀 더 다정한 성격이었다면 가벼운 절정 정도는 맛보게 해줬을까?
조금 전 아슬아슬한 곳까지 치달았던 서윤이는 말도 없이 느린 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가끔씩 몸을 통제하기 힘들어하는 것처럼.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싹오싹한 느낌이 엄습하는 듯 움찔거렸다.
아쉽지만, 반응을 보아하니 방금 그걸로 가버리거나 하진 않은 것처럼 보였다.
별로 의도한 건 아니지만 뭐, 멋대로 절정 해버렸다면 좋은 구실이 됐을 텐데 말이야.
"우리 서윤이, 두 번 말하게 만들지 말고. 다시 똑바로 차렷, 하자."
나는 평소보다 좀 더 아기를 어르는 것 같은 투로 말했다.
당연하지만, 다정한 것처럼 들리는 건 목소리뿐이었다.
손으로는 계속해서 다른 곳을 자극하며,
"으응……흐읏, 읏!"
조금씩 미묘하게 달라지는 반응을 즐기고 있었으니까.
한창 분위기를 타서 그런지 어디든 예민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이, 이제 용서해주세요오……제발. 주인님. 네?"
하지만 정작 서윤이는 내 앞에서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싫은 듯했다.
어떻게든 새어 나오는 신음을 억누르기 위해 필사적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여전히 몸을 앞으로 숙인 채 좀처럼 얼굴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
앞으로 몇 번 가버리면 솔직해지려나……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관두기로 했다.
서있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것처럼 후들거리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서윤아?"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고, 몸이 힘들면 니 위로 내 아래로 집합하는 거고.
"똑바로 좀 서자. 응? 자꾸 슬슬 뒤로 빼면 주인님 힘들잖아. 중고보지 년아."
생전 처음 들어보는 폭언에, 놀란 서윤이는 딸꾹질하는 것처럼 히끅거렸다.
거기에 평소엔 보여주지 않는 영업용 미소까지.
태도와 행동 사이의 괴리에서, 서윤이는 혼란스러워했다.
아마 그녀로선 차라리 화를 내는 편이 훨씬 알기 쉬웠을 것이다.
잔잔한 어조로 듣는 욕설은 그녀를 혼란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아니면 산책 나가고 싶어서 그래? 자꾸 현관 쪽으로 끌어당기네."
"주, 주인님. 왜, 왜애애……그러세요."
"왜 그러냐니, 뭐가?"
"아니, 방금 그거……중고, 라고."
"우리 강아지, 산책 나가고 싶냐고 물어본 거?"
서윤이는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뭐, 여러 가지로 헝클어진 상태일 테니 그럴 만도 하지.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머리로는 받아들이기 힘들 거다.
물론 냉정한 상태라도 명쾌하게 설명할 능력은 없었겠지만 뭐.
어차피 주인에게 행동의 당위성을 일일이 고지해야 할 의무는 없다.
"주인님이 계속 똑바로 서라고 하는데 진짜로 말 안 들을 거야?"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 가지밖에 없었다.
서윤이는 가버리기 직전의 몸을 추스른 뒤, 다시금 손을 뒤로 모았다.
"말 잘 들으니까 이렇게 예쁘잖아. 근데 아까는 왜 그랬어."
"네, 네에에. 죄송해요, 주인님."
"당연히 죄송해야지."
"암캐 주제에 많이 건방졌어요."
"그럼 또 건방지게 굴지 않도록 교육을 받아야겠네."
나는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얇게 펴 바르는 것처럼 보짓물을 주변에 문질렀다.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치덕치덕한 감촉에 서윤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벌써 용서해달란 소리가 나온 거 보면 반성은 하나도 안 했다. 그렇지?"
"바, 반성……하고 있어요. 잘못한 것도 알고."
"나는 지금 태도를 이야기하는 거야."
"……죄송해요."
"서윤이가 용서해달라고 하면 해줘야 하는 건가?"
만약 몸짓의 격렬함이 표현의 강도라면, 서윤이는 상당한 부정의 의사를 표시한 셈이다.
목이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세차게 도리질을 친 탓에 머리카락은 온통 산발.
나는 손을 뻗어 땀 때문에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겨주었다.
"그런 소리가 나온다는 것부터가 정신 못 차렸다는 거지?"
"지, 지금은 좀 정신, 차린 것 같아요, 주인님."
"글쎄, 내가 보기엔 아직 아닌 것 같아."
서윤이는 얼굴에 억울하다는 심정을 한껏 드러냈다.
하지만 이어진 이유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끊어지면 혼난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또 조용하잖아."
"……주인님이 물어보셔서 대답한 건데."
"그래그래. 계속 그렇게 남 탓해봐. 어떻게 되나."
말투는 장난스러웠지만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에겐 그렇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결국 서윤이는 울먹거리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더, 더러운 암캐……씹물, 클리, 클리토……리스에, 읏!"
"어째 벌 받는 중인데 점점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냐."
"손가락으로 빙글빙글……하면서."
"벌을 주는 의미가 있을까 몰라. 그렇지?"
"자, 장난감처럼 동글동글하게……네, 네에엣."
이젠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뭐, 주저앉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서윤이는 뭐라고?"
"주인님의 더, 더러운 암캐……입니다."
"서윤이가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할 건 뭐야?"
"주, 주인님의 명령을 듣고 따르는 거……에요."
나는 이제 축축하게 젖는 것을 넘어, 아래쪽으로 방울져서 길게 늘어지는 투명한 액체를 보았다.
되도록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지만……아무래도 평소와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의 섹스는 아무래도 서윤이를 우선으로 하는 만큼 전희에도 엄청 공을 들이는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반면,
살짝 괴롭혀준 것만으로도 이런 반응이라니, 조금 배신감이 드는 걸.
역시 다정한 것보단 조금 강압적으로 거칠게 다뤄지는 쪽이 취향이라는 걸까?
"아니면 그냥 아예 인생 포기하고 여기서 애완동물로 살래?"
"그, 그럼 더 이상 여자친구……못하는데."
"서윤이한테는 그쪽이 더 행복하지 않겠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아래서 밀어올리는 것처럼 클리토리스를 건드렸다.
숨이 막히는 것 같은 신음과 함께 쓰러지는 것처럼 몸을 웅크린 그녀는,
"5초 안에 다시 자세 안 잡으면 가만 안 둔다."
이어진 경고에 억지로 허리를 세워야 했다.
하지만 서윤이는 그 뒤로도 자꾸만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아무래도 자극이 심한지, 좀처럼 생각대로 몸이 안 움직이는 듯했다.
"주인님, 제발. 잘못했어요. 엄청 반성하고 있어요. 네?"
결국 수치심과 애태우기를 견디지 못한 그녀에게서 우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그래. 좋은 자세야. 제대로 벌 받고 나면 용서해줄게."
"차라리 실컷 화를 내주세……요오!"
"화가 나지도 않았는데?"
"거, 거짓마알……"
"정말인데, 주인님을 안 믿어주네."
그녀는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 사이로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을 던졌다.
"진짜래도 그러네. 고작 이 정도로 빡이 치면 어떻게 주인 노릇을 하겠냐."
평소라면 모를까, 플레이 중에 진짜로 화를 낼 만큼 성격이 나쁜 건 아니다.
게다가 서윤이가 살살 비위를 긁으면서 열 받게 만드는 성격도 아니고.
최소한 현실과 플레이를 구분하는 정도의 능력은 있다고 생각해.
물론 오히려 혼내달라는 것처럼 여우짓을 한다면야 뭐.
조금 지나치게 괴롭히게 될지는 몰라도, 절대 화를 내진 않을 거다.
오히려 서윤이가 날 진심으로 빡치게 할 수 있다면 그게 더 대단할 걸.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개를 길들이면서 무작정 화를 내면 안 되지."
"그, 근데 왜 지금은……이, 이상한 곳만 계속 괴롭히면……서엇!"
"이상한 곳이 아니라 어디?"
"크, 클리토리……스."
"어떻게 당하고 있는지 말하라고 했을 텐데?"
"주인님이 소, 손으로……꼬집는 것처럼 꽈악, 하고."
손끝으로 문지르다 가볍게 눌러준 걸 가지고 엄살은.
"진짜로 화가 났으면 이 정도로 안 끝난다는 걸 알아야 할 텐데."
짧게 투덜거린 나는 벌써 몇 번이나 물었던 질문을 던졌다.
"서윤이는 뭐라고?"
"주인님의 암캐, 입니다."
"잘못했을 땐 어떻게 해야 되지?"
"……반성하고, 벌을 받아야 돼요."
머리로는 그래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막상 혼나는 건 싫다.
물론 원리원칙대로 대답하는 게 가장 베스트지만,
잘못한 거야 어쨌든 혼나는 건 싫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답을 안 하자니 그건 그것대로 잘못이고.
대충 머릿속에선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처럼 보였다.
"서윤이 말대로 반성하고 벌 받으면 되는 거야. 근데 화를 왜 내겠어."
"차, 차라리 아픈 거 해주세요. 이 자세, 엄청 부끄러워요."
"참아. 벌이 괜히 벌이겠냐."
"아까부터 계속 간질간질……한 느낌만 와서."
나는 "이야." 비웃는 기색이 역력한 감탄사를 흘렸다.
"장난만 치지 말고, 보지 안까지 쑤셔달라고?"
"그, 그런 게 아니라아……!!"
"서윤아, 우리 강아지."
"네에엣."
"한 번만 더 언성 높이면 정말 산책 나갈 거야."
얼마나 급하게 숨을 들이마셨는지, 가슴이 들썩이는 게 보일 지경이었다.
잠시 내려놓았던 목줄을 집어 든 나는 개를 끄는 것처럼 잡아당겼다.
"지금 이대로 목줄 하나만 차고 나갈 거니까 알아서 해."
"죄송……해요, 주인님.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용서는 우리 보지년이 제대로 벌을 받아야지."
"……네."
"말로만 잘못했다고 하는 건 누가 못하겠어. 안 그래?"
결국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없다는 것만 확인한 그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태도를 보아하니 반성은 하고 있지만 혼나는 건 죽어도 싫은 듯했다.
하지만 뭐, 탓할 생각은 없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중심적인 부분이 있으니까.
오히려 이렇게 대놓고 싫어하는 쪽이 알기 쉽기도 하고.
"아무튼 우리 강아지,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간다니까."
한숨처럼 내뱉은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서윤이 목에 채워져 있는 게 뭐야?"
"아, 암캐 목줄……입니다, 주인님."
"잘 알고 있네. 착하다 착해."
영문도 모르고 칭찬을 받은 그녀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좀 전까지 바깥으로 끌고 나가겠다며 반쯤 협박하더니,
갑자기 뜻 모를 질문을 던지질 않나.
태도를 바꿔서 칭찬까지 해주고.
서윤이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들 거다.
물론 나 역시 친절하게 그녀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생각은 없었다.
잠시 숨 돌릴 틈을 주긴 했지만 배려도 뭣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후로도 잠깐씩 손을 멈춘 뒤, 뻔한 질문을 던졌다.
"서윤이는 누구 거라고?"
"주, 주인님, 거예요."
"여기는?"
"전부 다……주인님 소유에요."
.
.
.
따위의 당연하고 시시한 질문들.
하지만 질문하지 않는 동안은 여전히 애태우는 것 같은 애무가 끝없이 이어졌다.
언제 끝날지도 기약도 없고, 교묘하게 만족하지 못할 정도로만 자극하는 애무가.
쓰러지면 혼난다는 엄포 덕분에 간신히 버티고 서있었지만 한계란 건 분명했다.
다리는 돌을 얹은 것처럼 무겁고, 몸은 거의 한계에 가까울 만큼 민감하다.
휘청거리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뿌리친 것처럼.
물론 그 즉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사과하긴 했지만,
"죄송해요! 죄송해요! 싫엇! 클리……그만! 아팟! 주인님, 제발! 용서해주세요!!"
한동안 잠깐의 쉬는 시간도 없이 울부짖는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쳐야 했다.
슬슬 열 때문에 쾌락과 통증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머리가 흐리멍덩해진 것 같고.
그런 상태니 아무리 한 호흡 정도라도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 다시 한 번. 서윤이는 뭐지?"
"펴, 평생 주인님께 봉사하기 위해서 길러지는 암컷 노예이자……주인님 전용 육변기, 입니다."
또한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하나라도 더 많은 수식어를 동원하는 법을 익히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번갈아 반복되는 명령과 포상이 암캐를 순종적으로 만든다면, 불공정한 프로세스는 되려 갈증을 부채질한다.
한꺼번에 2~3개의 질문을 던지며 쉬는 시간을 늘려주거나, 반대로 짧게 넘어가버리는 등.
서윤이가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도록 계속 불안함과 초조함을 부추겼다.
그럴 때마다 서윤이는 점점 더 초조함을 드러내며, 어떻게든 자신이 좋은 암컷이란 걸 증명하고 싶어 했다.
"만약 내가 야외에서 서윤이더러 보지를 벌리라고 하면?"
"서윤이는 주인님이 사랑해주시는 암컷 노예기 때문에."
"때문에, 뭐?"
"언제 어느 때든 주인님이 원하실 때 보지를 벌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물론 난이도를 높이는 것처럼, 틈틈이 질문의 강도를 올리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글쎄, 서윤이가 정말로 그런 걸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아, 아니에요! 할 수 있어요. 정말로……믿어주세요, 주인님."
물론 그런 플레이를 실제로 할 수 있다는 것과는 별개지만,
서윤이는 그런 자신을 상상하며 상당히 아슬아슬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이젠 대답도 잘하고. 아주 마음에 들어."
"그, 그럼 이제 괜찮은……흐으읏!"
"뭐라고?"
"주인님, 거기, 흐우우, 싫어……!"
잘 길들여진 강아지를 보는 기분으로, 나는 다시금 천천히 손가락을 찔꺽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안쪽까지 눅진눅진하게 젖은 보지는 손가락 한두 개 정도는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싫다고 하는 것치곤 꽉 물고 안 놔주는데."
"안쪽, 그렇게 꾹꾹 누르시니까……그, 금방 가버려요."
"아까부터 참았는데 슬슬 절정하고 않아?"
"암캐……는, 허락 없이 멋대로 가버리면 안 되니까아."
벌써 한참이나 페널티가 이어졌는데도 아직 한 번도 가버리지 못한 그녀의 얼굴은 꽤나 볼만했다.
이젠 입을 다무는 것도 힘겨운지, 힘없이 벌어진 입술 사이로 색색 가쁜 숨이 흘러나왔다.
도저히 버틸 힘이 없어서 내 어깨를 붙잡고 간신히 서있는 다리 사이에선 뚝뚝 물이 떨어졌다.
완전히 발정해버린 그녀의 머릿속엔 아마 내 마음에 들어서 절정을 받는다는 것 외엔 없을 거다.
"평소처럼 우울한 것보단 지금처럼 가버리고 싶어서 남자한테 아첨하는 얼굴이 더 귀여원데?"
"감사합니다, 주인님. 귀엽다고……해주셔서, 네. 기뻐요."
"좀 짧다? 이젠 쓸만한 게 안 떠올라?"
"죄송해요. 아까부터 열 나는 것처럼 뜨겁고 어질어질해서."
"그러게나 말이야. 그래도 제법 버텼네. 못 참을 줄 알았는데."
자칫 심기를 거스를까 봐 차마 대답하지 못했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이쯤에서 만족해도 되는 건지, 잠시 머릿속으로 가늠해보았다.
어차피 서윤이에게 필요했던 건 교육이 아니라 교정이다.
어떤 식으로 대답해야 남자를 기쁘게 할 수 있는지,
어떡해야 자신의 충성심을 보일 수 있는지.
벌써 한참 전에 가르쳤고, 본인도 머리로도 이미 알고 있으니까.
단지 소심한 성격이 발목을 잡아서 말로 꺼내기 어려웠을 뿐이지.
"뭐, 좋아. 슬슬 서윤이도 한계인 것 같고."
앞으로 몇 번이나 비슷한 훈련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처음치고는 뭐, 나쁘지 않았다.
확실히 써먹진 못하더라도 머리로나마 알고 있다는 게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았다.
만약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야 했다면 이런 방법은 못 써먹었겠지.
게다가 체력적인 부분을 감안하면 슬슬 제대로 쉬게 해주는 편이 좋을 거다.
"제대로 공손하게 부탁할 수 있으면 가버리게 해줄게."
"……정말로 괜찮아요?"
"열심히 잘 버텼으니까 하는 말이지. 믿어라 좀."
"제, 제대로 부탁하면 정말로 가게 해주시는 거예요?"
나는 그녀의 속눈썹 끝에 매달린 간절함을 보고 약간이지만 마음이 약해졌다.
당근과 채찍. 긴장과 완화.
두 가지를 번갈아서 써먹는 게 생각보다 어렵단 말이지.
"약속할 테니까, 어디 주인님 마음에 들도록 암캐답게 졸라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