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시작을 준비하는 태도 (14)
퐁, 하고 마개를 뽑아내는 것처럼 자지를 뽑아내자 희뿌연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조금 심하게 했는지, 구멍은 벌어진 채로 닫히지 않고 움찔거리며 애액을 토해냈다.
서윤이는 여전히 절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가끔 이를 악무는 소릴 내거나,
아니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발가락을 오므리거나, 허리를 들썩이는 등.
여운이라고 하기도 힘들 정도로 강한 절정의 여운에 잠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
나는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보며 빠르게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야동에서 보는 것처럼 동시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현실은 그렇게 맘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자 처리했다는 걸 알면 서운해할 테니……이렇게 정신없을 때 후딱 끝내는 게 낫다.
"서윤아, 좀 어때. 괜찮아?"
사용이 끝난 콘돔을 잘 묶어서 던져버린 나는 거칠던 숨소리가 조금씩 잦아드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아직 대답할 기운까진 없는지, 그녀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고개만 조금 끄덕였다.
가능하면 진정될 때까지 나란히 누운 채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내 침대는 싱글베드다.
뭐, 서윤이 사이즈를 고려하면 조금 비좁긴 해도 두 사람이 눕는 건 크게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는 그녀를 옆으로 밀어내야 했다.
남자친구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차마 그렇게까진 할 수 없었던 나는 결국 가까이 걸터앉는 것으로 만족했다.
"힘들었지? 너무 고생했어, 우리 강아지."
"……주인님도 고생, 하셨어요."
"아직도 주인님이면 어떡해."
"그럼 오빠."
"그래그래."
"고생하셨습니다."
"나야 뭐, 서윤이만큼 고생하진 않았지."
나는 딱히 겸손을 떨거나, 빈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원래 주인의 고생이란 플레이가 끝난 다음부터 시작되는 법이니까.
"……근데 오빠, 나 목말라요."
"물?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총알같이 튀어나간 나는 곧장 컵에 물을 따른 뒤 그녀의 앞에 대령했다.
"차가운 거 말고, 미지근한 거……"
"미안! 바로 가져다 줄게."
"그리고 빨대도."
"빠, 빨대? 그런 게 있었나?"
주방에서 간신히 빨대-아마 카페에서 가져온 듯한 녀석을 발견한 나는 안도했다.
하지만 원래 산이라는 건 고개 하날 넘었다고 해서 내려갈 순 없는 법이다.
"……별로 미지근하지 않은 것 같은데."
"알았어. 금방 다시 가져다 줄게!"
"그리고 좀 춥지 않아요?"
"그럼 에어컨 끌까?"
"……살짝 주운 것 같은데."
"아, 알았어. 온도를 높이자 그럼."
나는 1℃ 단위로 정밀하게 에어컨 냉방을 조절하며 그녀의 안색을 살펴야 했다.
또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휴지를 들고 다가갔을 땐,
"그 휴지, 두루마리죠……?"
"손수건! 그래. 손수건이 있었지 참."
다리 사이의 흠뻑 젖은 타월을 회수하려고 했을 땐,
"……그거 세탁기에 넣으려구요? 큰일 날 텐데."
"손빨래! 이런 건 당연히 손빨래지! 깜빡할 뻔했네."
서윤이가 약간이나마 기운을 차릴 때까지 짧은 시간 동안,
나는 플레이 후의 온갖 뒤처리를 빠르게 끝마쳐야 했다.
젖은 수건과 베개 커버를 화장실에 던져 넣고,
움직이지 못하는 서윤이의 몸을 닦아주고.
목줄을 푼 다음 상처의 유무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냉방을 조정하거나,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물의 온도를 미지근하게 맞추는 등.
가뜩이나 좁은 방 안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나는 그녀의 한 마디에 아차 싶었다.
"오빠, 이제 괜찮으니까 와서 앉아요."
"……미안. 신경을 못 써줬네."
"괜찮아요. 내가 부탁한 거잖아요."
서윤이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서 내가 누울 공간을 만든 뒤, 이리 오라며 손짓했다.
뭐랄까, 엄청 새삼스럽지만……이상하게 목 안쪽이 간질간질해지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혀를 깨물어서라도 정신을 차려야 했다.
지금까지 실컷 여유로운 척을 했던 주제에 어리버리할 순 없잖아.
섭과 달리, 주인은 플레이가 끝난 뒤에도 책임감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컨디션 체크부터 시작해서 너덜너덜해진 멘탈의 케어도 주인의 몫이니까.
"몸이 좀 차가워진 것 같은데. 이불 덮어줄까?"
"……오빠도 같이."
"그래그래. 알았어."
그녀의 재촉에 등을 떠밀리는 것처럼 나란히 누운 나는 이불을 끌어당겼다.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쓴 서윤이는 졸린 듯 힘없이 머리를 흔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정신없다. 그쵸?"
"……제대로 신경 못 써줘서 미안."
"괜찮다니까요."
"축축하면 기분 나쁠까 봐 그랬는데."
꼼짝도 못한 채 닦아준다는 명목으로 여기저기 만져진 게 떠올랐는지, 서윤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확실히 그건 좀……많이 창피하긴 했어요."
"어쩔 수 없잖아. 샤워할 수도 없고."
"……끈적끈적해서 찝찝하고."
"어차피 일어날 힘도 없지?"
"근데 그거 다 오빠 때문이잖아요."
"……좀 심하게 해버렸다고 반성하고 있어."
서윤이는 툴툴거리는 것처럼 말했다.
"마지막엔 특히 심했어요 정말. 천천히 해달라고 했는데 듣지도 않고."
"……미안. 나도 좀 흥분한 상태라서. 통제가 안 되더라."
"그리고 거짓말이나 하구."
"내가 거짓말을……언제 했지?"
"최대한 노력해본다고 그랬잖아요."
"그건 뭐랄까, 케이스 바이 케이스란 느낌으로……아얏!"
느닷없이 그녀에게 팔뚝을 꼬집힌 나는 하마터면 침대에서 떨어질 뻔했다.
어떻게든 바닥에 팔을 짚고 아슬아슬하게 버티긴 했지만.
까딱 잘못했으면 그대로 굴러떨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뭐, 5cm도 안 되는 높이에서 떨어져 봤자 멍자국 하나 생기겠냐만.
정작 원인제공자인 그녀는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끄트머리에 있으니까 그렇죠. 좀 더 가까이 와요."
서윤이는 그렇게 말하며 팔을 뻗었다.
왠지 입장이 역전됐다는 생각에 좀 떨떠름하긴 했지만,
거절할 이유도 명분도 없었던 나는 얌전히 그녀를 마주 안아주었다.
마찬가지로 품 안에 파고든 그녀는 고롱고롱 소릴 내며 안겨들었다.
"졸리진 않아?"
"……멍해요."
"너 평소엔 항상 이러다 잠들잖아."
그러자 서윤이는 별다른 의미 없이 장난치는 것처럼 가슴팍을 쿡쿡 찔렀다.
"잠이 올 것 같은 느낌이긴 해요. 의식이 붕 떠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오늘은 그냥 자고 가. 어차피 밥도 먹어야 하잖아."
"갈아입을 옷……없는데."
"내 옷 빌려줄 테니까 그거 입어."
"……왠지 거절하지 않으면 여자로서 끝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그런 소릴 하면서도 무리하게 집에 가겠다며 고집을 부리진 않았다.
바보도 아니고, 자기 몸 상태가 어떤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이제 와서 자고 가는 걸 망설일 정도로 나이브한 관계도 아니다.
본인도 매일 같이 찾아오는 게 힘들긴 한지, 가끔씩 먼저 요구할 때도 있고.
"일단 한숨 자고, 일어나서 샤워한 다음에 같이 밥 먹자."
"……지금 자면 새벽에 일어날 것 같은데, 괜찮아요?"
"늦게 일어나면 야식으로 먹지 뭐."
"그동안 오빤 게임하고 있고?"
"……어차피 난 아무리 피곤해도 이런 시간엔 못 자."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만 잠들 수 있는 저주 받은 수면패턴의 소유자라서.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미리 말해. 자는 동안 사오던가 배달시키게."
"으음. 먹고 싶은 거……딱히 없어요. 뱃속이 좀 불편해서."
"하긴. 서윤이 오늘 많이 배부르겠다. 그치?"
"……그거, 농담이라고 하는 말이면 하나도 재미없어요."
다소 쌀쌀맞게 대꾸한 그녀는 곧장 책임의 화살을 내게로 돌렸다.
"어떡할 거예요, 진짜. 아직도 뱃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단 말이에요."
"아니, 어떡할 거냐고 해도……난 그게 무슨 느낌인지 몰라."
"꿰뚫리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머리까지 반으로 쪼개지는 기분?"
서윤이는 이해가 좀 가느냐는 눈으로 날 쳐다보았지만……글쎄.
다행히 아직까진 머리가 쪼개져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저런 설명을 듣고 공감할 수 있는 남자가 있을까 싶네.
애초에 남자에겐 공감 불가능한 영역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불 속에서 듣기엔 좀 지나치게 장렬하단 생각밖에 안 들었다.
"찌릿찌릿한 다리가 돋아난 벌레가 등을 타고 전신을 기어 다니는 느낌?"
"그래그래. 잘 모르겠지만 서윤이가 고생했다는 건 확실히 알았어."
"오빤 모르죠? 엄청 커다란 게 뱃속에 들어오는 느낌."
"……내가 그걸 알고 있으면 그게 훨씬 더 심각한 문제 아냐?"
키득거리던 그녀는 웃는 것도 힘든지, 옆구리를 누르며 씨근거렸다.
"……허리 아파아아."
"많이 안 좋아?"
"이게 다 오빠 때문이잖아요 정말."
"얼음으로 찜질 해줄까? 아니면 마사지?"
"됐어요. 꽉 안아주기나 해요."
"어떻게 끝나자마자 태도가 돌변하고 그러냐."
물론 퉁명스러운 건 말뿐이고, 몸은 이미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고 있었다.
내 몸의 최종명령권자가 여자친구란 사실은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하지만 서윤이는 몸이 부서져라 끌어안아준 뒤에도,
"갑자기 페널티라고 그래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2시간 동안 쌓였던 설움을 폭발시키는 것처럼 끊임없이 투덜거렸다.
"뒤로 하는 바람에 끝까지 오빠 얼굴도 못 봤고."
"뒤에서 하는 건 별로 맘에 안 들었어?"
"별로 싫은 건 아니지만……엄청 지쳤어요."
"힘든 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엄청 느꼈잖아."
서윤이는 이런 때에도 얼굴만 조금 붉힐 뿐, 부정하거나 하진 않았다.
"목줄, 도 그렇고……평소보다 훨씬 잘 느꼈던 것 같긴 해요."
"매일은 아무래도 힘들지만 이런 것도 좋지?"
"……아주 가끔씩, 이라면."
"가끔씩은 강압적으로 당해도 괜찮을 것 같아?"
"그, 그런 거 일일이 물어보지 좀 마요. 플레이도 아닌데."
짐짓 토라진 것처럼 불평하던 그녀는 문득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근데 오빠, 나 오늘 되게 열심히 했다. 그쵸?"
"열심히 한 걸 넘어서 상상 이상이었지."
"기대치가 바닥이었어요?"
"그런 건 아닌데. 리드하느라 엄청 고생할 줄 알았거든."
서윤이 같은 경우엔 다른 섭에 비해서 비교적 나에 대한 애착이라고 해야 할까.
"주인님이 원하신다면."이란 심리가 강한 것 같으니까 말이야.
통상의 조교는 반드시 정신적으로 굴복시키는 과정을 거치는 반면,
서윤이는 경험은 없는 주제에 그런 단계는 훌쩍 넘어갔다고 해야 하나.
이미 주인님이라는 걸 받아들인지 오래된 상태라서……손이 덜 가긴 했다.
"보통은 끊임없이 선택하게 만들면서 확실하게 우선순위를 교육하거든."
"선택하게 만든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간단하게 말하면 명령을 듣고 칭찬받을지, 아니면 듣지 않고 혼날지."
서윤이는 "아하." 고개를 끄덕였다.
"꼭 가학적인 방법이 정답은 아니니까. 이것저것 시험해보는 거지 뭐."
"……아까 주인님이 엄청 다정하게 욕하던 그런 것처럼?"
"우리 서윤이, 그게 엄청 충격이었나 보네."
"엄청요. 대체 왜 그랬던 거예요?"
"어떤 게 옳고 그른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게 하려고."
"……웃으면서 욕하면 판단을 못하게 되는 거예요?"
"정확히는 서윤이가 자기 판단을 의심하게 만드는 거지."
하지만 얕은 밑천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서윤이 역시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뒤 흥미를 잃었는지 묻지 않았다.
"그래서 서윤이가 잘 따라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러는 주인님은 여전하더라구요."
"오빠라니까 그러네."
"그렇게 금방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구요 진짜."
"알았어. 알았어. 뭐라고 안 할 테니까 짜증 내지 마."
토닥토닥거리는 손길에, 그녀는 "씨잉." 못마땅하다는 듯 몸을 웅크렸다.
"되게 오랜만에 주인님이라고 부를 수 있어서 좋았단 말이에요."
"앞으로 자주 부르게 될 텐데 뭘. 그런 걸로 아쉬워하지 마."
"……주인님도 좋았어요?"
"으음, 글쎄?"
"글쎄, 라니……마음에 안 들었어요?"
"플레이 자체가 만족스러웠다기보단, 서윤이가 귀여워서 좋았어."
그러자 그녀의 입술 사이로 "피이이."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목줄 채워주면서 그대로 쓰러트리고 싶었던 거 모르지?"
"거짓말. 연습한다면서 계속 잡아당기기만 했잖아요."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내내 참느라 죽을 맛이었어."
그러자 서윤이는 허벅지에 닿는 단단한 감촉에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또 커지는 거예요 정말."
"미안. 불가항력이라."
"몰라요. 난 이제 절대로 무리."
"고작 한 번으로 만족하는 것도 남자로서 문제 아닌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투덜거리자, 서윤이는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내 말도 안 듣고 맘대로 했으니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금지에요."
"……농담이지?"
"뭐, 뭐에요. 진짜로 정색하고."
"이렇게 야한 여친을 두고 일주일이나 참으라고?"
은근슬쩍 엉덩이로 향하는 손을 콕 집어서 떼어낸 그녀는 부루퉁하게 말했다.
"……오빠 지금 하나도 반성 안 하고 있죠."
"들켰네."
"맨날 장난이나 치고."
"앞으로 잘할 테니까 일주일은 좀 봐줘"
"글쎄, 오빠 하는 거 봐서 생각해볼게요오."
나는 "어떡할까~" 실실거리며 눈웃음을 짓는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튕겼다.
"자꾸 그렇게 꼬리 치면 잘 때 덮쳐버린다."
"스타킹도 막 찢을 거예요?"
"……갑자기 웬 스타킹?"
"D드라이브에 그런 영상 많던데요."
"……다음부턴 패스워드 걸어놔야겠다."
아무래도 자취생활이 너무 길었던 모양이다.
보안의식이 이렇게까지 망가졌을 줄이야.
"보는 것 자체는 알고 있었으니까 뭐라고 하진 않겠지만……여자친구가 있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랑해."
"오빤 사랑한다고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죠?"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를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아닐까?"
"와아, 그런 말은 평소에 해주면 참 좋을 텐데. 야동 들켰을 때가 아니라."
서윤이는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는 것처럼 "에휴."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좀 더 따지고 싶긴 하지만 피곤하니까 참아준다는 태도였다.
확실히 목소리에서 졸음이 뚝뚝 묻어나기도 하고,
작게나마 하품까지 하는 걸 보면 슬슬 잠들 때가 된 것 같은데.
하지만 서윤이는 마지막 남은 체력을 닥닥 긁어모아서라도 버티고 싶은 듯했다.
"……있잖아요, 오빠."
"응? 왜 그래?"
"좋았어요?"
"글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다 알고 있으면서 자꾸 그럴 거예요?"
톡 쏘는 것처럼 눈을 흘긴 그녀는 철없는 남자친구를 향해 속삭였다.
"주인님 전용인 서윤이 암캐 보지, 기분 좋았냐구요."
"조교의 성과인가? 되게 자연스럽게 말하네."
"……됐으니까 대답이나 해요."
"평소보다 잘 조이던데? 안에서 엄청 달라붙더라."
그러자 서윤이는 간질간질한 느낌을 맛보는 것처럼 "흐응." 미소를 지었다.
"평소 같았으면 부끄러워서 싫어했을 텐데……왜 기분 좋은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암캐 기분이라는 거지 뭐."
"큰일이다. 계속 이러면, 여자친구……못하는데."
서윤이는 졸음을 참는 것도 한계인지, 점점 목소리가 늘어지기 시작했다.
"아직 여운이 남아서 그래.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어디 안 가고 잘 때까지 옆에 있어줄 거예요?"
"알았어 그래. 아무튼 점점 응석만 느는 것 같다니까."
그러자 그녀는 이미 영혼의 절반 정도는 꿈나라에 보낸 것 같은 얼굴로 웃었다.
"……그럼 나 조금만 잘게요. 졸리다."
"나머지는 이따가 얘기하자."
"어디 가면 안 돼요."
"그래그래. 알았어. 아무 데도 안 가."
나는 그렇게 꼬박 한 시간, 서윤이가 곤히 잠들 때까지 등을 토닥이며 자리를 지켰다.
아무래도 첫 플레이인 만큼, 여러 가지 얘길 나누고 싶었지만……어쩔 수 없지.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그녀에게 필요한 건 다른 무엇보다 휴식이었고,
앞으로의 플레이 계획이나 방법, 논의. 그리고 반성까지.
짧은 즐거움을 위한 기나긴 준비의 시간은 좀 더 미뤄둬도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