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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화 〉모르거나 부족하거나 (2) (27/43)



〈 27화 〉모르거나 부족하거나 (2)

예상대로 서윤이가 준비한 저녁식사는 수수하고 질박한 것이었다.

잘 만들었다거나, 솜씨가 좋다는 칭찬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니, 그렇다고 해서 맛이 없었다는  아니지만.


서윤이답게 소박하고 정성이 들어가서 간만에 위가 편한 식사였다.

"……이런 밥이면 매일 먹어도 될  같은데?"


그릇을 내려놓은 나는 그보다 더 어울리는 칭찬을 찾을 수 없었다.



"고마워. 엄청 맛있었어."

"다행이다. 입에 안 맞을까 봐 걱정했거든요."

"언제는  입맛은 파악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니."

"그, 그래도 불안한 건 불안한 거예요. 주방이 익숙하지도 않고."


하긴. 도구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주방에서 거의 몸부림에 가깝게 만든 요리가 이런 퀄리티라면 황송하지.




"게다가 오빠는 위도 안 좋으니까……생각보다 선택지가 좁았어요."

"딱히 신경  써도 되는데?"

"아, 아프다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진짜라니까? 스트레스성이고, 요즘은 많이 괜찮아졌어."

"얼마 전엔 검사 받으러 병원까지 다녀왔잖아요. 조심해야 돼요."



암만 괜찮다고 해봤자 씨알도  먹힐 것 같았기에, 입을 다물었다.


"설마 행주도 없을 줄은 몰라서……다음에 이것저것 가져올게요."


"이젠 아예 본격적으로 살림을 차리는 거야?"


"피, 필요하니까 가져오는 거예요!"


"그래도 기본적인  대충 다 있다고 생각하는데."


"……유일하게 집에 있던 식칼 한 자루, 부러진 거 알고 있어요?"



식칼이 부러지기도 하는구나. 몰랐어.


"모르겠다. 서윤이가 알아서 해. 새로 살 거 있으면 말하고."

"괜찮아요. 굳이 안 사도 집에 있는 거 가져오면 돼요."


"……너 진짜 알뜰살뜰하네."


"손에 익은 게 있는데 새로  필요 없잖아요."

"내가 스무 살 땐 그런 경제관념은 없었던 것 같거든."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땐 여기저기 헤프게 쓰고 다녔지.


사치를 부린 것도 아닌데 정신을 차려보면 항상 잔고는 바닥이었고.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은 죄다 술이나 게임에 꼬라박기 일쑤였으니.

"귀여운데 요리도 잘하고, 꼼꼼하기까지 하면 어쩌자는 거야. 응? 응?"

"치, 칭찬해도 이젠 아무것도 안 나와요오."

"우리 서윤이 어떡하냐. 아까워서 놔주지도 못할 것 같은데."


"아, 그건 괜찮아요. 절대로 못 놓게 될 테니까."


"……너 솔직히 말해봐. 아까 나만 관리하면 된다는 말 진심이었지."



가끔씩 얘가 농담을 하는 건지 아닌지 궁금해질 때가 있단 말이지.



"어쨌든 뭐, 잠깐 앉아있어. 설거지하고 올게."


"아,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됐어. 하나쯤은 도움이 돼야지."



서윤이 머리를 꾹꾹 눌러가면서 주저앉힌 나는 싱크대로 향했다.

 사람 몫이라고 해도 그릇은 그다지 많은 숫자가 아니었다.


정말로 문제가 되는 건 프라이팬이나 냄비 같은 거였지.

한창 찰박찰박 물을 튀겨가며 설거지를 하고 있자,


"오빠, 오빠, 그건 철수세미로 닦아야 돼요."


가만히 앉아있기 지루했는지 서윤이가 총총거리며 다가왔다.

"기름 묻은 건 휴지로 한 번 닦은 다음에 씻어야 되고."

"……그래그래. 알았어."


"프, 프라이팬은 그렇게 박박 닦으면 안 돼요!"

"알았으니까 물 끼얹기 전에 가서 조용히 기다리세요."

그렇게 말한 나는 손가락을 튕겨서 물방울 몇 개를 튀겼다.


서윤이는 "꺄아!"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질리지도 않고 쪼르르 다시 다가와 말참견을 해댔다.



"그거 알아요? 유럽에선 설거지할 때 물로 헹구질 않는데요."


"그것 참 인생에 무지막지하게 도움이 되는 정보네. 놀라워."

"그리고, 그리고 또……"


결국 잔소리보단 잡담이 목적이란 걸 알게  나는 냉장고를 가리켰다.


"설거지할 동안 디저트 준비 좀 해줄래? 아이스크림 얼려놨어."

"네에엥. 아이스크림~ 초콜릿, 바닐라, 아이스크림~"

"노래하는 김에 춤도 추지 그래?"

"춤은~~ 아래층이 쿵쿵 울리니까 싫어요오~"



여자친구의 엉망진창 즉흥곡을 BGM으로 피식거리며 냄비를 닦던 나는,


"……뭐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문득 그녀가 흥얼거리는 멜로디가 묘하게 귀에 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성서윤 씨, 솔직히 말해봐. 그거 표절이지?"


"힌트는 오늘 들었던 노래!"


"오늘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나?"

"정답으으은~ 마트의 CM송이랍니다."

"아아, 그거. 아까도 계속 따라 부르더니."


뭐, 하루 종일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안 떠나는 건 흔한 일이지.

그나저나 오늘따라 유독 텐션이 높은 게 신경 쓰이네.

밥이 맛있게 돼서 기분이 좋은 건가?

아니면 맛있다고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좋아진 걸까.


평소 같았으면 콧노래를 불러도 부끄러워서 금방 관뒀을 텐데.


한편, 아이스크림을 꺼낸 그녀는 흥얼흥얼거리며 뚜껑을 열었다.


"초콜릿도 좋지만 역시 바닐라가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역사와 전통이지. 근본이야, 근본."


"바닐라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이스크림 중에 가장 호불호가 적지 않을까 싶다."

이만큼이나 기운차면 조금은 다른 얘길 해도 받아줄 여력이 되겠지.

"근데 그거 알아, 서윤아?"


"네엥? 뭐가요?"


"바닐라라는  퓨어하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퓨어……아, 순수하다고요?"

"순수하다고 해야 하나, 가장 기본적인 거지."


내가 말을 꺼낸 의도를 짐작조차 못한 서윤이는 "아하." 고개를 끄덕였다.

"순정이라고 하는 쪽이 이해하기 쉬우려나? 일체의 튜닝이 없는 상태."

"공장에서  나온 스마트폰처럼?"


"그렇지. 정확해."


"바닐라가 그런 뜻으로도 쓰이는구나. 몰랐어요."

"그래서 에쎄머가 아닌 일반인을 바닐라라고 부르기도 해."


서윤이는 하마터면 먹던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떨어트릴 뻔했다.




"노, 놀랐잖아요.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이 경우엔 노멀이란 의미가 되려나?"

"노멀이라니……정상이 아니고?"


"정상이란 말보단 평범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당황한 그녀는 "으음." 숟가락을 입에 물곤 어쩔 줄 몰라했다.




"……근데 그런 건 갑자기 왜 알려주는 거예요?"


"응? 그냥 잡담인데?"

"오빠는 잡담으로 그런 얘길 해요?"


"서윤이도 이제 노멀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잖아."

"그, 그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뭐, 그냥 은어 같은 거야. 몰라도 전혀 상관 없어."



평소에 쓰는 말투에서  사람의 인격이 드러나는 것처럼,

언어는 사고방식의 모양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동시에 현상과 현상을 연결하는 트리거가 되기도 하고.


이제 한동안 바닐라란 단어를 볼 때마다 계속 떠오르겠지.

지금은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니까 말이야.



"……오빠 때문에 바닐라랑 서먹해진 것 같아요."


"알고 보면 괜찮은 친구야. 화해하고 잘 지내."




투덜거리거나 말거나, 설거지를 마친 나는 바지에 대충 손을 문질러 닦았다.

어차피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끌어안고 숟가락으로 퍼먹고 있었는데 뭘.

입맛이 없다고 하는 것치고 당분을 거절하는 여자는 아직 본 적이 없거든.

"오빠, 오빠."

"응?"

"아앙."

"서윤이가 먹여주는 거야?"

나는 서윤이가 내민 아이스크림을  입에 삼켰다.

하지만 그녀는 "음음." 입맛을 다시는 날 보며,

"뭐야. 표정이 왜 그래?"

무척 불만스러워하는 것처럼 입을 삐죽 내밀곤 투덜거렸다.

"……오빠는 뭘 해도 전혀 창피해하질 않으니까 재미없다."


"이제 와서 고작 이런 걸로 창피할 이유가 있나?"

"몰라요. 아무튼 재미없어. 맨날 나만 당하고."

"창피하다는  좀 더 이렇게, 어젯밤 서윤이처럼……으읍!"



서윤이는 다시 한번 다짜고짜 입에 아이스크림을 쑤셔 넣었다.


"……반칙. 그런 얘기는 반칙이에요. 레드 카드에요."

"거 참, 융통성 없는 심판이네. 단박에 퇴장이라니."

"자꾸 놀리는 오빠가 나쁜 거잖아요."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오늘 밤도 각오하자?"


"오, 오늘도 해버리면 사흘 연속……인데."


"맛있는 밥을 얻어먹었으니 보답을 해야지."




가벼운 도발로 그녀를 얼어붙게 만든 나는 끼익,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나저나, 서윤아."

"네, 네에에."

"우리 슬슬 다음 플레이 준비해야지?"


"버, 벌써요? 아직 며칠 안 지났는데."

나는 눈에 뻔히 보이는 내숭을 떠는 그녀를 향해 웃어주었다.

최근엔  번째 플레이 이후로 완전히 스위치가 들어갔는지,

평범한 섹스를 할 때에도 은근슬쩍 명령을 조르거나,


내 가학심을 부추기는 것처럼 음란한 도발을 걸어오는 등.


자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확실하게 어필하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저렇게 모른 척 손을 꼼질거리고 있으면 당연히 귀엽지.


"서윤이도 기대하고 있잖아. 다음엔 어떤 심한 짓을 당할지."

"……저, 저도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싶긴 해요."


"너 가끔씩 주인님이라고 하려다 고쳐 말하는 거 알아?"


"플레이 중이 아니면 절대로 안 된다고……오빠가 그랬으니까."

서윤이는 철저하게 플레이와 일상을 구분하는 훈련에 오히려 안달이  듯했다.

하긴. 요 며칠 일상의 소프트한 섹스도 욕구불만을 쌓을 겸.

미묘하게 만족 못할 정도로만 상냥하게 대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거겠지.


그러고 보니 요즘 이상하게 오빨 위해서, 라며 고집 부리는 일이 늘지 않았나?


묘하게 들뜬  같기도 하고, 텐션이 높은 것도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서윤이가 얼마나 꼴리는 암캐인지 알아버려서, 나도 슬슬 한계거든?"

"있잖아요, 오빠. 오빠?"

"말해."


"의도는 알겠는데……이, 일부러 자극하는 말투는 조금, 자제해주세요."


바꿔 말하면, 평상시에도 이런 표현에 확실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었다.

직접 말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다는 건 누가 봐도 뻔했다.

"아무튼 뭐, 그러니까 오늘은 다음 플레이 준비를 해보려고."

"준비……라고 하면, 저번처럼 사전 명령, 같은 거예요?"

"그렇게 일방적인 게 아니라, 이번엔 서윤이 의견도 들으면서."



서윤이도  플레이 이후로 대강이지만 감을 잡았을 테니까……뭐, 괜찮겠지.

경험 없는 비기너를 능숙하게 리드할 만큼 내가 실력이 좋은 주인도 아니고.


서윤이는 서윤이대로 원하는 게 있을 테니, 사전 조율이 필요할 거다.

게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단 적당히 알고 있는 편이 나한테도 편하겠지.

"일단, 서윤이가  쉽게 받아들일  있는 플레이는 뭐가 있을지 고민을 해봤는데."



나는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해서 미리 북마크 해둔 성인용품 쇼핑몰 페이지로 접속했다.

본디지라는 태그로 검색된 목록엔 온갖 종류의 구속구나 로프 따위가 정렬되었다.


서윤이는 생전 처음 보는 게 분명한 광경이 신기한지, 혹은 충격을 받았는지.

약간이지만 넋을 잃은  같은 얼굴로, 말도 없이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서윤아,  흐른다."


"네, 네에엣?!"




화들짝 놀란 그녀는 입가를 훔쳤지만 아무것도 묻어 나오지 않았다.

그제야 속았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얼굴을 붉히곤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렇게 신기해? 아예 넋을 잃고 보던데."

"여, 여기 있는 거, 전부 파는 거예요?"


"그야 팔지.  받고."

"성인 사이트인데……물건도 판다니 되게 위험한 느낌."

"그렇게 말하니까 불건전하게 들리는데, 그냥 성인 쇼핑몰이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피차일반이겠지만 일단은 뭐, 불법도 아니고.

아직  번도 세관에서 걸린 적이 없는  보면 딱히 문제 없을 걸.



"전에 서윤이한테 수갑이랑 로터 선물한 거 있지? 여기서 산 거야."


"……오늘은 왠지 몰라도 되는 것들을 알려주시는  같은데."

"앞으로 자주 애용하게 될 테니 뭐, 겸사겸사."


"근데 진짜……많다. 이게 다 에쎔 관련 상품? 같은 거예요?"

"생각보다 많지? 종류도 다양하고. 잘 찾아보면 예쁜 것도 있어."




서윤이는 꽁꽁 묶여있는 모델의 사진을 보며 "흐에엑."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저런 건 어떻게 쓰는 거예요? 막대……같은 거."

"재갈처럼 입에다 물리는 거야. 보통은 이렇게……이리 와봐."

무슨 일을 당할지 직감했는지, 서윤이는 순순히 목을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입술 끝에서 꾸욱, 누르는 것처럼  아래까지 흝었다.


"암캐가 재갈을 물면, 이렇게 목 뒤로 구속구를 둘러서 묶는 거야."

"움직이지 못하게 해서 주인님이 잡아당기기 쉽도록?"

"그렇지. 아마 고삐도 따로 팔고 있을 걸?"

아니나 다를까, 스크롤을 내리자 관련 제품에 가죽 고삐가 보였다.

서윤이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상체를 기울여 상품명을 읽었다.




"Locking……잠금 가죽, 본디지 기어."


"대충 어떤 용도인지는 알겠지?"


"본디지라는 게 엄청 많네요?"


"당연하지. BDSM의 B가 본디지란 뜻이니까."



하지만 나는 곧 서윤이가 원하는 대답은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서윤이도 앞으로 경험하게 될 거야."


"그럼 저도 침대에 무, 묶이고……채찍, 으로 맞아야 돼요?"

"글쎄, 본격적인 스팽킹은 힘들겠지만 가볍게 시도는 해보려고. 이렇게."




나는 손바닥으로 파앙!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그녀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충격은 없지만, 커다란 소리는 방심하고 있던 신경을 튕겨놓기엔 충분했다.


꼭 뱀에게 발뒤꿈치를 물린 사람처럼 까치발을 든 그녀는.,

"오, 오빠……?"

얼마나 놀랐는지 양손을 가슴에 모은 채로 그 자리에서 꼿꼿하게 몸을 세웠다.



"옷 위로 때려서 아프지도 않을 텐데 엄살은."


"근데 엄청 깜짝 놀랐……어요."


"서윤이는 엉덩이 맞은 적이 없었나?"


"저번에, 뒤로 하면서……몇 번 맞았어요."



서윤이는 맞은 자리가 신경 쓰이는지, 자꾸만 엉덩이를 문지르거나 뒤를 힐끔거렸다.

일단은 뭐,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해야 하나.


한  그쪽으로 쏠린 의식을 흥미나 호기심으로 뒤바꾸는 일은 무척 간단하다.

하지만 워낙 통증에 취약한 애라……솔직히 제대로   있을지 확신은 못하겠네



"만약 스팽킹을 시도한다고 하면 손바닥으로 하게 될 거야."


"……하긴. 저런 채찍은 맞으면 엄청 심하게 다칠 것 같아요."

"채찍에 관심 있어?"

필사적인 도리도리.

"관심 있어도 당장은 힘들어. 채찍 휘두르는 것도 기술이거든."


"그, 그렇겠죠. 안 다치게 하려면."


"상처 없이 고통만 주는 게 의외로 어렵단 말이지."


"……오빠도 가끔 엄청나게 무서운 소리 하는 거, 알아요?"


방법이야 알고 있지만, 본격적인 스팽킹 취향도 아니고.

하지만 서윤이는 다르다.


본인은  성향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어떤 취향이 숨어있을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은 뭐,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찾아보는 게 중요한 거지.

"서윤이는 방금 어땠어? 엉덩이 맞았을 때."


"노, 놀란 게 당연하잖아요."

"깜짝 놀란 거 말고는 딱히 없었어?"

"……그런 거 없어요. 그냥 놀랐을 뿐이에요."




서윤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무심코 아랫배를 꾸욱 눌렀다.


"만약 다음에 벌을 받을 때 엉덩이를 맞아야 한다고 하면 어떡할래?"

"……손바닥, 으로요?"

"그게 가장 안전하지. 상처도 안 남고."


"주, 주인님 망령이라면……따라야겠죠 뭐."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서윤이는 고개를 툭 떨어트렸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침 내가 화면에 띄워놓은 건 말꼬리 채찍.

여러 갈래로 가닥가닥 나뉘어져 있는 가죽 채찍이었다.

단순한 호기심인지, 아니면 흥미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작정 구경하게 놔둘 수만도 없었던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이따가 실컷 보게 해줄 테니까 일단은 여기 집중."


"……안 봤어요."


"뭘 보고 있는지는   했는데."

나는 본인도 믿지 않을 거짓말……이라기보다 투정을 흘려넘긴 뒤, 그녀를 옆에 앉혔다.

하지만 서윤이는 나를 앞에 두고도 자꾸만 정신 사납게 화면을 힐끔거렸다.

도무지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주의를 주려던 찰나,


그녀의 시선이  손등으로 향한 것을  나는 짓궂은 미소와 함께 물었다.

"혹시 서윤아, 스팽킹에 관심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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