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맡겨야 하는 것 (4)
일단 눈앞에 어둠이 퍼지자, 서윤이는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곤 당연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새삼 충격을 받은 것처럼,
"주, 주인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날 불렀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코 닿을 거리의 사람을 찾는 꼴이다.
덕분에 쓸데없는 장난기가 동한 나는 숨소리도 죽인 채 침묵을 지켰다.
그러자 서윤이는 좀 더 당황한 얼굴로 "아, 아으."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았다.
"주인님, 거기 있는 거 맞죠……?"
"……"
"뭐라도 말씀해주시면 안 돼요?"
"……"
"시, 심술부리지 말구요. 네? 대답이라도 해줘요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답이랄 게 돌아오지 않자,
이번엔 냄새를 맡으려는 것처럼 몸을 앞으로 내밀더니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이 묶여있다는 걸 깜빡했는지, 균형을 잃은 그녀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아코!"
침대 위라서 다치지 않았겠지만……번번이 하는 짓이 귀여우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잘한다 잘해. 이젠 재롱도 다 부릴 줄 알고."
"뭐, 뭐에요 진짜. 거기 있는 거 맞잖아요."
"그럼 눈앞에 있는 사람이 어딜 가겠냐."
"……여기 있다고 말이라도 해주면 어때서요."
나는 일단 대답하기에 앞서, 그녀를 일으켜 세우기로 했다.
하지만 눈이 안 보여서 무서운 건지,
아니면 그냥 기회를 틈타서 달라붙고 싶은 건지.
자꾸만 나한테 안기려 드는 바람에 꽤나 애를 먹어야 했다.
"알았으니까 매달리지 말고 똑바로 앉자 좀. 무거워."
"무, 무섭단 말이에요……!"
"침대 위에 앉아 있는데 무섭긴 뭐가 무서워."
"혹시라도 잘못해서 떨어지면 어떡해요."
'넌 내가 그걸 보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이런저런 설득 끝에 간신히 그녀를 무릎 꿇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전부 내가 대처할 테니까."
"어, 어디 가면 안 돼요. 정말로. 방치하면 안 돼요."
"내가 널 놔두고 어딜 가겠냐.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고."
"며칠 전에, 묶어놓고……그대로 방치하는 영상, 보여줬잖아요."
"내가 보여주고 싶어서 보여준 게 아니라니까. 그냥 랜덤이라고."
벌써 몇 번째인지, 같은 대답을 반복한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방금 넘어진 것 때문에 기다란 머리가 온통 앞으로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양손이 묶여있으니 스스로 정리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나한테 부탁할 만큼 간이 큰 것도 아니라서.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암캐를 놔두고 어딜 가겠냐."
"……주인님 없으면, 나 아무것도 못해요."
"뭐 그렇지. 손도 묶여있고."
"분명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벽에 부딪힐 거예요."
"……설마 그 정도로 우리 강아지가 바보일까 싶은데."
이런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해서 다칠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어리광이 섞인 투정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
나는 그녀의 수갑에 묶인 방울을 세게 튕겼다.
역시나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는지,
"히잇!"
누군가 등을 쿡 찌르기라도 한 것처럼 몸을 들썩거렸다.
잠시 그대로 굳어있던 그녀는 가녀리다 못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노, 놀라게 하지 말아주세요. 진짜로 엄청 긴장하고 있으니까."
"고작 이 정도로 놀라면 이제부터 많이 피곤해질 걸."
"주인님 얼굴이 안 보인다는 게 낯설단 말이에요."
"별로 잘생긴 얼굴도 아닌데 호들갑은."
"……그, 그렇긴 한데."
"이런 상황에서도 의외로 평가는 냉정하네."
이쪽은 매일 같이 칭찬해 주느라 입이 마르는구만.
한 번만 입에 침을 바르면 대접이 달라질 텐데.
알아서 착착 무덤을 파고 있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그래서? 잘생기지도 않은 얼굴이 안 보이면 문제라도 있어?"
"항상 주인님이 사랑해줄 때마다 눈을 보라고 하셨잖아요."
"그거야 서윤이가 부끄럽다면서 쳐다도 안 보니까 그렇지."
"그래서 저도 열심히, 그게, 노력……했는데."
"막상 안 보이게 되니까 불안해?"
"진짜로 거기 있는지, 지금 어떤 표정인지 몰라서 무서워요."
지금 내 표정?
"서윤이가 너무 바보 같고 귀여워서 웃고 있어. "
"그, 그런 목소리……하지 말라고 했는데에."
"하고 싶은 말은 알겠는데, 나 지금 주인님이다?"
투정이 조금 심해지려는 찰나에 적절한 제지였는지,
서윤이는 깜짝 놀라서 손을 내저으려다 양손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급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수갑의 체인이 시끄럽게 부딪히는 소리에 두 번 놀랐다.
이쯤 되면 정말로 내 여자친구는 그냥 바보가 아닐까……생각하고 싶을 정도다.
"죄, 죄송해요. 기어오르려던 게 아니라."
"그래그래. 무슨 기분인지 알아."
"머릿속이 정리가 안 돼서……"
"평소보다 좀 더 충동적으로 말이 나오겠지."
서윤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이나 막 하게 되는 느낌."
"불안하면 원래 다 그렇게 돼."
"조심할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짜증은 안 받아준다."
눌 하던 경고 같은 거였지만, 서윤이는 시무룩하게 꼴꼴거렸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다 보니 평소보다 더 위축되는 듯했다.
"손이 많이 간다니까 정말."
가볍게 한숨을 내쉰 나는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서윤이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필사적으로 내 품에 파고들었다.
"어때. 이러면 좀 안심이 돼?"
당연히, 손이 묶인 상태에서 포옹이란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서윤이는 그 사실에 욕구불만을 느끼는 것처럼,
평소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적극적으로 안겨들었다.
"주인님, 주인니임……나 진짜 너무 외로웠어요."
"얼굴을 못 봤던 것도 아닌데 외로웠어?"
"아, 아무것도 안 해주셨잖아요."
"그래도 내가 서윤이를 사랑하는 건 똑같은데?"
그러자 말문이 막힌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주인님이랑 한시도 떨어져 있기 싫단 말이에요."
"누가 들으면 고무신 신은 줄 알겠다."
"고무신?"
"남자친구가 군대 다녀온 줄 알겠다고."
평범한 커플처럼 일주일에 1~2번만 만나자고 하면 무슨 표정을 지으려나.
게다가 사흘 동안 전혀 얼굴을 못 본 것도 아니고.
조금 더 일찍 집에 돌려보냈을 뿐이다.
아니,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상하긴 한데.
고작 스킨십을 안 해줬다고 이렇게까지 목말라할 줄은 몰랐다.
"……주인님은 3일이나 참는데 힘들지 않았어요?"
"나도 뭐, 나름대로 고생은 했어."
서윤이가 버려진 강아지처럼 불쌍하게 쳐다보는 걸 참느라 힘들었지.
"그쵸. 남자들은 매일매일……그게, 쌓인다고 하니까."
"그래그래. 나도 서윤이 엄청 사랑해주고 싶었어."
"지, 지금부터 많이 사랑해주세요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여친이 아니라 암캐로서, 지만."
서윤이는 그래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내 어깨에 얼굴을 문질렀다.
"하아아, 주인님 냄새……"
"이것 봐. 냄새는 자기가 맡고 있잖아."
나는 투덜거리면서도 부드럽게 그녀의 등을 쓸어주었다.
서윤이는 손길이 낯설다는 것처럼 흠칫흠칫 몸을 떨었지만,
곧 익숙해졌는지 느릿한 숨을 내쉬며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것 같았다.
"자아. 여기까지."
마지막으로 등을 토닥여준 나는 그녀를 몸에서 떨어트렸다.
오늘은 가뜩이나 시간이 부족한 만큼 페이스 배분에 주의해야 한다.
"어때. 이제 불안한 건 조금 가라앉았어?"
"……저기, 주인님."
"응?"
"아, 아직 좀 불안한데."
"그럼 뭐, 손이라도 잡아줘야 하나?"
별 생각 없이 던진 말에 방울이 시끄러운 소릴 내며 울렸다.
당연하지만, 서윤이가 찬성한다는 의사를 온몸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에요."
"정말로?"
"근데 주인님이 손, 잡아주시면 나아질 것 같아요."
서윤이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있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팔을 뻗었다.
그 와중에도 자칫 부딪히지 않도록 주변을 더듬더듬 거리는 모습이,
뭐랄까, 야간 전술보행 훈련이 떠올라서 살짝 트라우마가 돋을 것 같았다.
"알았어. 잡아줄게. 잡아주면 되잖아."
결국 보다 못한 나는 먼저 서윤이의 손을 낚아챘다.
잠시 놀란 것처럼 굳어있던 그녀는 곧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따뜻해. 주인님이랑 손 잡는 거, 되게 오랜만이다."
"……고작 사흘밖에 안 지냈는데 엄살은."
"이렇게 길들인 건 주인님이잖아요."
"그냥 서윤이가 스킨십을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 그러니까 주인님 때문에 좋아하게 됐다는 건데……"
투정을 부린 그녀는 손바닥을 맞대거나, 깍지를 끼는 등.
머릿속으로 모양을 그리는 것처럼 구석구석 꼼꼼하게 만지작거렸다.
"……눈을 가리고 있으니까 되게 이상한 기분이에요."
"남의 손을 떡처럼 주무르면서 뭐가 이상해?"
"실제로 보는 것보다 훨씬 실감 난다고 해야 하나."
서윤이는 손가락 마디를 주무르는 것처럼 꾹꾹 눌렀다.
"……울퉁불퉁하고, 엄청 딱딱해서 남자의 손이라는 느낌."
"그거 알아, 서윤아?
"뭐를요?"
"지금 서윤이가 만지고 있는 거."
나는 중지를 앞뒤로 까닥거렸다.
"항상 서윤이 보지 속에 들락거리는 손가락이다?"
"그, 그런 거……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요."
"정말로 알고 있었어?"
"……주인님이 가끔, 그거……묻었다고 보여주잖아요."
"몇 번이나 지적했는지 모르겠는데, 말은 똑바로 하자."
그러자 서윤이는 아차 싶었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정정했다.
"애액……이요. 끈적끈적한 거, 묻었다고 그러셨어요."
"보짓물이라고 해봐."
"보, 보지……물."
"암캐다운 표현을 써야지. 다시 해봐."
"보짓물……묻었다고, 저한테 보여주셨어요."
"그래그래. 잘했어. 착해. 앞으로는 그렇게 말하는 거다?"
잠시 입을 뻐끔거리던 서윤이는 할 말이 없는지,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할 수 없는 건지.
조용히 고개를 숙인 뒤 계속 손을 주물럭거렸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툭 던지는 것처럼 말했다.
"평소처럼 해봐."
"……네?"
"늘 하던 것처럼 입에 넣고 빨아보라고."
얼굴의 절반 가까이 가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윤이에겐 크게 낯선 일도 아니었기에, 망설이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 그럼……항상 하던 것처럼 할게요?"
나는 입에 넣기 쉽도록 검지를 제외한 손가락을 접었다.
서윤이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가져가더니 "하음." 그대로 입에 물었다.
정확히 체온만큼 뜨겁고 축축한 공기가 손가락에 끼치는 것과 함께,
곧 부드러운 혀가 손가락을 휘감았다.
"츗, 츄웃……"
손가락 마디를 혀로 휘감는 것처럼 감싸고,
정성스럽게 사이사이를 깨끗하게 하려는 것처럼 핥았다.
딱히 어떤 목적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단순히 거기에 몰두한 것처럼.
서윤이는 사탕을 빠는 아이처럼 서툴지만 열심히 입을 사용해서 봉사했다.
"우리 서윤이, 그렇게 맛있어?"
"마, 마히써요……"
"펠라치오도 이 정도로만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자 잠시 손에서 입을 뗀 그녀는 볼이 부어서 말했다.
"주, 주인님 거, 너무 커서……입에 넣기 힘들단 말이에요."
"……이런 칭찬은 또 끝내준단 말이지."
"네?"
"아냐. 아무것도."
"입에 꽉 차니까 혀를 쓰기도 어렵고, 턱도 아프고."
이 정도 불평은 너그럽게 넘어가도록 하자.
그동안 서윤이가 입에 물기 힘들어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그만 투덜거리고 마저 빨아."
"네에에."
펠라치오와 달리, 손가락을 빠는 건 딱히 기분 좋은 것도 뭣도 아니다.
손가락이 성감대도 아니고, 혀로 핥아봤자 간지럽고 축축할 뿐이지.
하지만 굉장히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것을 대하는 것처럼,
완전히 넋이 나간 것처럼 몰두하고 있는 내 여자는 충분히 사랑스럽다.
"서윤이도 지금 이 소리 들리지?"
입에서 흘러나온 타액이 손목을 적시기 시작하는 것을 본 내가 물었다.
"서윤이가 너무 열심히 해서 질퍽질퍽한 소리 말이야."
"네, 네헤에에."
"어떤 식으로 들려?"
"……어, 엄청나게 야하게 들려요."
"그렇지? 내 귀에도 그런 식으로 들려."
나는 포옹, 하는 소리와 함께 입에서 손을 빼냈다.
서윤이는 억지로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처럼,
"아, 아우우."
아쉬워하며 손을 뻗었지만, 뾰족한 수가 있을 리 만무했다.
"지금 서윤이한테 거울을 못 보여주는 게 아쉽다."
"많이 이상한 얼굴……하고 있어요?"
"궁금해?"
"……신경 쓰여요."
"암캐 주제에 그런 게 신경이 쓰여?"
"그, 그래도 주인님 앞에서……창피하잖아요."
짓궂게 웃은 나는 조금 억지로 입을 벌리도록 만들었다.
동시에 양쪽 뺨을 눌러서 다물지 못하도록 만든 뒤,
타액으로 범벅이 된 손가락으로 그녀의 혀를 쓰다듬었다.
"하, 하흐으……쥬, 쥬인니임……"
"신경이 쓰인단 말이지?"
"네헤……?"
"내가 뭘 보고 있는지 말해줄까?"
손가락 사이에 그녀의 혀를 끼운 나는 천천히 문질렀다.
점점 호흡이 가빠지는지, 서윤이는 조금씩 헐떡이기 시작했다.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칠칠치 못하게 침을 흘리는 암컷이야."
나는 조금 억지로 혀를 끄집어내며 말을 이었다.
"어떤 모습인지 상상이 가?"
"흐, 흐으으……"
"손이 묶이고, 눈까지 가려진 채로."
붙잡은 손에 힘을 주자 서윤이는 반사적으로 혀를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단단히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은 헛수고였다.
"꼴사납게 혀까지 내밀고. 침으로 엉망이 돼서."
어차피 제대로 대답할 수도 없었겠지만,
대답하도록 놔둘 생각도 없었던 나는 매도를 속삭였다.
"잘 어울려. 서윤이 같은 암컷한테 딱 맞는 모습이야."
"하, 하그……으으"
"서윤이는 뭐라고?"
"아, 아……아어……"
"말도 제대로 못하는 년을 누가 사람으로 봐주려나."
나는 한가로움마저 느껴질 만큼 상냥하게 말했다.
"지저분하고, 칠칠맞고, 음란하고. 그렇지?"
"흐, 흐으읏……"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데."
혀를 잡아당기자 서윤이는 숨이 막히는 것처럼 꺽꺽거렸다.
"잘 쳐줘야 편리한 암컷 구멍 취급이겠지. 안 그래?"
"헤, 헤어……어어."
"뭐라고?"
"제성헤여……어."
"뭐가 죄송한데? 음란해서 죄송해?"
그러자 서윤이는 말을 하려는 것처럼 입술을 달싹거렸다.
일단 들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손을 놓았지만,
막상 그녀는 불편한 것처럼 몇 번 입을 여닫았다.
생각보다 손에 들어갔던 힘이 우악스러웠던 모양이다.
잠시 얼얼한 뺨을 달래던 그녀는 힘겨워하며 말했다.
"주, 주인님께……흉한 모습, 보여드려서 죄송해요."
"뭐라는 거야. 나는 흉하다고 한 적 없는데?"
"근데 방금은……지저분하고, 칠칠맞다고……"
"잘 어울린다고 했지. 보기 싫다고 하진 않았어."
나는 말문이 막힌 그녀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튕겼다.
"말했잖아. 서윤이 같은 암컷한텐 딱 맞는다고."
"……그럼 싫어하지 않아요?"
"서윤이를 이렇게 만든 건 누구라고 했지?"
"주, 주인님……이에요. 길들인 것도, 전부 다."
"근데 내가 왜 싫어하겠어. 오히려 사랑해줘야지."
얼굴의 절반 가까이 가려져 있어서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그녀의 안에 있던 무언가를 건드린 것 같긴 했다.
그 말을 들은 직후부터 방울이 계속 흔들리기 시작했으니까.
안절부절 못하는 것처럼 조금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암캐 주제에 그런 거 걱정할 필요 없어."
"네, 네에에……명심하겠습니다."
"나랑 약속한 거 있지?"
"솔직하게, 대답해야 돼요."
"맞아. 서윤이는 그냥 솔직하기만 하면 돼. 알았지?"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암컷답게 자존심이고 체면이고, 다 내려놓고 밑바닥까지 떨어지란 말이야."
"……그, 그럼 있잖아요. 주인님."
서윤이는 오싹오싹한 느낌을 억누르는 것처럼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치, 칠칠맞은 암컷이면서, 아직도 체면이랑 자존심 때문에……솔직해지지 못하는 암캐는, 어떻게 다뤄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