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화 (39/44)

< --여동생과 나의 비밀-- >

                 약국에 도착하자마자 어설픈 말투로, 피임약을 샀다.

정확하게 발음 할 수도 있는데 일부러 외국인이라는 티를 낸다. 그것만으로도 점원은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피임약을 계산해줬다.

한국에서라면 부끄럽거나, 신경쓰이거나, 점원이 알아서 제한해야 하는 물건도 외국인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살 수 있었다.

담배를 피는 애들은 유학생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끔 슈퍼에 가거나 할 때 일부러 들어가면서 한국말을 하거나 하며 들어가면 간단히 살 수 있었다.

외국이니까, 아무도 모르니까. 그런 생각, 브레이크 하나가 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피임약을 사고, 콘돔을 사고.

여동생과 근친 섹스를 매일같이 했다.

아무도 모를테니까, 잘 숨기면 되니까.

기분 좋으니까.

그러니까 결국 이렇게 된 거다. 이런 상황까지 와 버렸다.

천천히 화가 식어가니, 또다시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뭔 짓을 한걸까? 여동생이 정말로, 정말 내 말도 안 돼는 생각대로 여동생이 원했던 거라고 해도 내가 참았어야 했다.

내가 멈췄어야 했는데, 내가 오빠니까 내가 그만하자고 먼저 말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내 잘못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불안한 마음과 여동생에게 피임약을 먹여야 한다는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이건 다른 문제다. 혹시라도 임신하면, 그러면 정말로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도 싫다. 

그러니까 억지로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먹여야 된다. 절대로 여동생과 내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지 않게끔 해야된다.

나는 사후 피임약을 손에 쥐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여동생의 방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철컥철컥 하는 소리가 나며 열리지 않자, 안에 여동생에게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곧바로 현관으로 가서 방 열쇠를 찾아 억지로 열어버렸다.

잠을 자는 것 처럼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있는 여동생을 보자마자 곧바로 울고 있다는걸 알아차렸다.

아무 소리도 못 들었고, 그렇다고 얼굴을 본 것도 아니지만 저절로 느껴졌다.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불안한게 더 컸다. 짜증이 났다.

나는 빨리 어떻게든 하려고 사후피임약을 사 왔는데, 여동생

은 가만히 누워서 멋대로, 자기 마음대로 있다.

이기적이게, 자기만 생각하면서.

순식간에, 오면서 잠깐동안 들었던 미안한 마음이 사라지고 머리에 열이 오르는 것만 같아졌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나는 이불을 잡고 억지로 잡아당겨 옆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침대 위에 몸을 웅크리며 옆으로 누워있는 여동생에게 말했다.

"먹어."

아무 반응도 없는 척 하던 여동생은 내 말을 듣고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눈물 자국이 선명한 얼굴로 무감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피임약 상자를 까서, 포장지를 눌러 빼낸 알약을 여동생 앞에 벌레라도 잡는 것 처럼 손바닥으로 내리

치듯 놨다.

"먹으라고."

여동생은 또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내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 느릿한 동작이 너무도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내가 이렇게 급한데, 내 생각은 하나도 안하고 자기 생각만 이기적이게. 어디까지나 지 생각만.

그런 생각을 하며 노려보자, 기분 탓인지 여동생도 나를 향해 짜증이 가득하고, 화가 난. 증오하는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무 화가 나서 오히려 무덤덤해진 것 처럼, 여동생은 천천히 고개를 떨어트리더니 내가 침대 위에 내려놓은 알약을 손으로 집고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안먹어."

"뭐?"

순식간에 머릿속이 멍해진다. 느껴지는 감정이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단어로 변하며 스쳐지나가는 기분이였다.

무슨 말을 한거지? 내가 잘못 들었나? 미쳤나?

죽고싶나?

"안먹는다고."

"미쳤냐?"

미쳤나? 속마음과 말이 일치하며, 너무 황당한 나머지 숨이 거칠어지고, 웃음이 나왔다.

천천히,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것 처럼 여동생은 피임약을 쥔 손을 놓지 않으며, 눈을 감았다.

"안 먹어도 돼."

그리고 그 모습에 나는 정말로 미칠 것만 같았다.

남아있던 정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리는 느낌이였다. 이런 애가, 이런게, 이게 내 여동생이라고? 화가 나고, 화가 나고, 또 화가 난다.

이기적이고, 자기 생각만,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반드시 하려고 드는 역겨운 모습.

역겹다. 열받고, 짜증나고.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화를 식혀야 한다는 생각에, 주먹을 꽉 쥐며, 숨을 빠르게, 거칠게 내쉬고 일부러 여동생이 아닌 창 밖을 봤다.

그렇게, 어떻게든 진정하려고 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너 미쳤지?"

"..."

"야, 장난하냐? 너 진짜 미쳤지?"

지금 뭔 짓을 하고있는건지 알고는 있는건가?

어떻게 될지 알고 이런 짓을 하는건가?

자기 망상에 빠져서, 자기 욕심대로, 멋대로, 마음대로, 지 꼴리는대로.

어떻게든 하려고.

설마 지금 내가 싫어서 이러는건가? 날 골탕먹이려고? 내가 인생 망치는거 보고싶어서?

어떻게 여동생이, 오빠한테 그럴 수 있지?

터진 댐에서 물이 넘쳐 흐르는 것 처럼 나는 여동생에게 쉴 새 없이 욕을 했다.

욕을 하면서도 폭력은 안된다는 생각에, 폭력을 참는 만큼 더 욕을 하자고 말도 안되는 합리화를 하면서 욕했다.

증오스럽고,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이기적이고, 자기 멋대로고, 그러니까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거다. 나는 멈추려 했는데 결국 또 지 멋대로 날 유혹해서, 가만히 있는 나를 어떻게든 망쳐놓으려고.

내가 그렇게 큰 실수를 했나? 남매간에 연애를 할 수 없는건 당연한거 아닌가?

자기 멋대로 착각해놓고, 나를 나쁜놈인양 여겨서 어떻게든 복수하려고.

끔찍하다. 진짜 끔찍하고, 멍청하고, 짜증나고, 한심하고, 할 말이 없다.

화가 난다.

짜증이 난다. 짜증이, 진짜 짜증이, 짜증이, 화가, 진짜! 진짜!!! 진짜!!!!!

왜.

왜!

대체 왜!!!

"왜 나한테 이러는건데! 너! 뭐가 문젠데!"

여동생을 향한 분노와 짜증이 기억하지도 못 할 만큼 많은 욕으로 변해서 내뱉어지고,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나자, 조금씩 열이 식으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빈혈이라도 온 것 처럼 머리가 차가워지고,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갑갑하고 짜증났다.

조금 전보다는 열기가 가라앉아서 진정이 됬지만, 짜증은 여전했다.

나는 이렇게 열받아서 머리가 아픈데, 여동생은 가만히 아무렇지도 않게 내 욕을 전부 다 듣고 처음 자세 그대로 미동도 없이 있었다.

그 사실을 자각하자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 여동생이 한 말에 나는 순식간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안 먹어도 돼.. 하기 전에 미리 먹었으니까."

"..."

할 말을 잃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여동생의 의도를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가 안됐다.

"... 사후는 몸에 안좋대서, 미리 먹고 준비했었어.."

여동생은 지금까지 들은 욕에 대한 감정이 이제서야 터지는건지, 점점 목소리가 떨리더니 결국 애처럼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훌쩍거리면서, 몇번이고 흐느끼면서 제대로 말 못 할 정도로 딸꾹질이 나올 정도가 되어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여동생이 대체 왜 이러는지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여동생이 다음 말을 할 때 까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나... 나... 오, 오빠가... 싫어하는건... 아, 안해... 오빠가... 아, 안한... 안한단... 말야..."

나는 그제서야 여동생의 말을 이해했다.

처음부터, 날 기분좋게 해 주려고 준비하고, 나랑 사이가 좋아지고 싶어서, 어떻게든 친해지고 싶어서.

날 위해서, 날 위로해주려고 한건데.

이기적이건 나다. 역겨운건, 쓰레기같은건, 미친놈은 나다.

개새끼, 개새끼라는 말도 아까운 새끼,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칼로 배를 쑤시고 싶다. 죽어버리고 싶다. 머리를 벽에 박아 죽고싶다. 창문으로, 전기 콘센트로 감전되서 죽고싶다.

죽어 버리고 싶다. 죽고싶다. 어떻게든 죽어 버리고 싶다.

그리고 순식간에, 토할 것만 같아졌다.

내가 너무도 역겹다.

방금 전까지 한 생각이 역겹다.

쓰레기같아서, 쓰레기라서, 역겨워서, 끔찍하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서.

여동생에게, 내가 잘못한건데내가 한 짓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정말 죽어 버리고 싶었다.

어떻게든, 진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여동생의 방에 계속 있는 것 자체부터가 잘못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있을 자격이 없었다.

그냥 숨 쉴 자격 자체가 없었다.

아무런 쓸모도 없다. 대학에 합격도 못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거짓말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한테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오빠도, 좋은 사람도, 좋은 아들도 아니다.

그냥 쓰레기다. 역겹고 끔찍한, 이기적인 쓰레기.

이런건 죽는게 답이다.

죽는 거 말고는 도움이 되는 게 없다.

죽어 버리는게 여동생도, 부모님도 기뻐하실거다.

나한테 쓰이던 쓸데없는 돈을 여동생에게 쓸 수 있을테고, 부모님도 덜 고생하시게 되겠지.

죽어 버리고 싶다.

죽어야만 할 거 같다.

자살하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더 이상 이 방에 있을 수가 없었다.

울고있는 여동생을 방에 두고, 문을 닫고 나온 나는 그대로 내 방에 틀어박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뭘 해야 될 지도 모르겠고, 현실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였다.

죽고 싶다는 생각만 간간히 들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살하는 상상을 했다.

갑갑하고, 답답하다. 죄책감이라는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에 틀어박혀서 밤이 될 때 까지 있다가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려 했다.

여동생에게 할 말이 없었다. 바로 옆에 있지만, 그냥 거실로 나가서 문만 열면 되지만 너무도 멀게 느껴졌고 가까이 가고 싶지가 않았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잠이 올 리가 없었다. 잠을 자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것 처럼 느껴졌다.

반성을 해야만 하고, 나는 좀 더 괴로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여동생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내가 자살하면 될까?

그대로 침대에 누운 채 자살을 하는 상상을 했다.

부모님이 내 장례식장에서 울고 계시고, 친구들도 한명씩, 사촌들도 와서 우는 모습.

여동생이 우는 모습.

내가 죽은게 슬퍼서 우는 모습...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상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은 내가 죽어야만 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치만, 혹시정말로정말로 그럴까?

문득, 말도 안 되는 상상이 떠올랐다.

정말 어이가 없고, 이상하면서도, 황당한 상상이라는걸 알면서도 문득 든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정말로 혹시, 정말 만약에.... 혹시 여동생이 날 어떻게든 더 화나고 죄책감 느끼게 하려고 저러는건 아닐까?

갑자기 가슴의 갑갑함이 사라졌다.

죽고싶다는 생각도 사라졌다.

상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어느새인가 잠들었다.

조금도 괴롭지 않았다.

편안한 마음으로, 언제나처럼 잠에 들었다.

============================ 작품 후기 ============================오랫만입니다.

글에 대한 애정이 점점 식어가며, 딱히 쓰고싶은 생각이 예전처럼 막 들지도 않게 되서 그냥 취미삼아 친구가 써달라는 야설(동인지처럼) 써주거나, 다른 야설쟁이 희망자 등의 야설을 보고 떡씬 조언해주거나 하며 살았습니다.

근데 이번달부터 집안 사정이 좀 어려워진건지 제 달 생활비가 20만원이 되어버렸습니다.1만원도 아까운 상황이 되 버려서, 쓸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기다려 주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제가 원래 이런 사람입니다...... 완결까지 플롯은 가지고 있습니다만. 쓰기가 귀찮았습니다.

사실 이번 편도 쓰는데 2시간정도밖에 안걸렸습니다. 완결까지 쓴다고 하면 투자시간 겨우 12시간정도밖에 안될텐데, 이미 연중하고난지 지난 시간이 약 5년.. 죄송합니당 ^^헤헤^^반성~^^역시 제게 진지한 사과는 어울리지 않는군요.

사실 여동생과 나의 비밀 말고, '한달동안 보지갑' 이라는 신작 단편을 써볼까 했습니다만.. 지금 저의 상황 그대로, 갑자기 생활비가 푹 줄어들은 대학생이 신에게 

'시발 제발 나좀 먹고살게 해줘.. 시발!!'

 하고 빌었다가, 한달동안 미녀로 살게 해 버린다는 내용입니다.

네, 맞습니다. 돈대신 섹스로 계산하는 내용... 하응!!

짜장면을 배달해서 먹고 배달부에게 다리를 벌리는 주인공... 하앙!!!

그치만, 이런걸 또 썻다가는 제가 제 소설을 아는 실친에게 정말 씨팔미친놈으로 보일 것만 같더군요.

이미 여러 병신같은 소설 (설정집) 들을 보여준지라 병신대마왕으로 취급당하고 있기야 하지만.

세상살이 모든게 다다익선은 아니니까요. 악명은 소소익선입니당.

헤헤... 아무튼,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이번에도 읽어주신 분들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좋은 소식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정말로 정말정만 돈이 없어서, 될 수 있으면 이번에 그냥 완결까지 달려 버릴 생각입니다.

돈이 넘나 없어서 퀄리티보단 빨리 쓰는걸 우선하는 바람에 용두사미처럼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써보겠습니다.

돈이 없어요.......... 얼마나 없냐면, 게이한테 나의 장미처럼 농후하고도 꽃다운, 그렇지만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달콤하고도 달디달며 향긋한 몸을 파는건 어떨까? 하고 고민할 정도입니다.

돈 없을때만 글 쓰면서, 그렇다고 꾸준히 쓰지도 않아서 죄송합니다.

오버워치에서 한조랑 위도우랑 트레이서하는 충이여서 죄송

합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여러가지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 언제나의 버릇대로 올리고 나서 수정했습니다. ㅎㅎ..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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