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0. 프롤로그 - 미라, 용사 (2/162)



〈 2화 〉#0. 프롤로그 - 미라, 용사

끼익, 쿵.



남자는 만족한 채로 나갔고, 집에 덩그러니 남겨진 미라는 문이 닫히자마자 풀려있던 초점을 바로잡았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맑은 눈망울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에메랄드처럼 예쁘고 맑은 녹안이 느긋하게 움직여, 정사의 흔적이 남겨진 침실의 구석에 자리잡은 검은 의자에 도달했다.

"자기, 어땠어?"


그곳에는, 불꽃이 이글거리는 듯한 붉은 머리와 붉은 눈동자가 인상적인 남자가 턱을 괸 채로 앉아 있었다.



용사.



만화나 게임에서 자주 나오는, 마왕을 물리치는 존재. 창작물과는 달리 실제 용사의 삶은 처참하다고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난의 연속이었으나, 모든 것이 끝나고 지구로 귀환한 지금은 그저 한 명의 젊은 청년으로서 살아갈 뿐이었다. 그는 현재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은 나신의 상태였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와 크고 작은 수많은 흉터들이 인상적인 용사의 몸을 본 미라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용사의 아랫도리로 옮겼다. 방금 나간 남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탄탄한 몸에 걸맞는 단단하고 우람한 페니스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껄떡이는 것을 보니 제법 흥분을 한 모양이다. 하지만 용사의 '플레이'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그저 그래."


"히잉. 그래도 남친 컨셉은 잘 잡은  같았는데."


용사의 시큰둥한 반응에 미라가 울상을 지었다. 그녀도 알고는 있었다. 오랜 시간을 용사와 함께 보내면서 이제는 사소한 표정이나 분위기의 변화도 감지할  있었고, 심지어 페니스의 상태만 봐도 그의 흥분도를 알만한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긴 시간을 투자한 '플레이'가 낙제점을 받으니 허무하긴 한 모양이다. 나름의 앙탈에도 용사가 시큰둥하자 미라가 입을 삐죽였다.

"쳇."

사실 미라도 그 남자와 하면서 썩 즐기진 못했다. 본인부터가 그러니, 보는 용사는 재밌어봐야 얼마나 재밌었겠는가. '완전 대실패네'라고 중얼거린 미라가 정사의 흔적이 뜨뜻하게 남아 있는 침대에 그대로 걸터앉았다. 엉덩이에 끈적한 무언가가 묻는 감촉이 느껴졌지만, 어차피  이곳저곳이 더러웠기에 신경쓰지 않았다. 용사가 다른 남자와의 정사의 흔적이 남겨진걸 좋아해서 일부러 이러는 것이기도 했다.



용사를 지긋이 바라보던 미라의 시선이 잠시 다른 곳으로 향했다. 정말정말 사랑하는 용사의 페니스 기둥 아랫부분 쪽에서하얗고 섬세한 여자의 손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여자가 손으로 용사를 대딸해주고 있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나도 해주고 싶다.  뜨거운 것을  열심히 흔들어주고 싶다. 푹 달아올라 멍해 보이는 표정을 짓던 미라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안녕? 레이아."

"응, 안녕."


미라가 인사를 건네자 의자 뒤에서 손만 내밀어 용사를 대딸해주던 여자가 의자 옆으로 표정 없는 얼굴을 반쯤 내밀며 인사했다.  여전하구나, 너는. 미라가 옅게 웃었다.

흑마법사 레이아. 레이아 한. 미라와 같은 성씨인 이유는 지구에 넘어오면서 용사의 여자들이 모두 용사의 성씨를 따라갔기 때문이다.

어두운 곳에서 보면 검은색으로 착각할만큼 진하고 어두운 보랏빛 머리카락을 단발로 기른 여자애. 머리와 같은 색의 짙은 눈동자는 착 가라앉아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고등학생. 요즘 애들이 제법 성숙해 보이는걸 감안하면  어려보일 수도 있는 앳된 얼굴은 항상 그렇듯 무표정했다. 말수 적고, 무뚝뚝하고, 사교성 없고, 표정 변화도 거의 없이 항상 시큰둥한 레이아.

참 친해지기 어려운 성격이지만, 알고 보면 좋은 아이였다. 말수는 적지만 필요한 말은 다 하고, 무뚝뚝하지만 자기 일은 묵묵히, 성실히 한다. 사교성은 없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우리'끼리 친하면 그만이니까. 표정도 무표정하거나 시큰둥하지만, 용사는 그런 그녀를 좋아하니 미라는 오히려 그게 부러웠다. 미라가 왜 그렇게 그녀, 레이아를 좋게 생각하는가. 레이아는 사실 미라 뿐만 아니라 용사와 여자 모두에게서, 즉 미라, 지나, 아리스, 델렌에게 있어 아주 호의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왜냐? 그녀가 이 모든 '플레이'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용사의 네토 플레이를 하는데 있어 레이아는 도라에몽(?)과도 같은 존재다. 항상 주머니에서 주인공에게 필요한 것, 혹은 스토리에 필요한 것을 꺼내주는 고양이 로봇처럼 레이아도 플레이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물건을 만드는 꼭 필요한 인물인 것이다. 마법과 연금술이 섞인 매직 아이템은 성능이 정말 좋다.

"…."


그저 무뚝뚝한 알몸 소녀로만 보이는 그녀의 정체는 흑마법사였다. 판타지세계(용사가 그렇게 불러서, 그곳에서 나고 자란 미라와 다른 여자들도 다들 그렇게 부른다.)에서는 언젠간 끔찍한 짓을 저지를 악마의 씨앗, 악의 사도 등으로 불리는 흑마법사였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흑마법사인 레이아가 의자 뒤에 무릎 꿇고 앉아 얌전히 용사에게 대딸을 쳐주는 모습만 봐도 알  있듯이, 흑마법사라고해서 모두가 사악하거나 해로운 존재는 아니었다. 그저 일반 마법사보다 더 다양한 분야의 마법을 차별 없이 사용하며, 그 때문에 사고를 좀 더 치는 것이 전부이다. 물론 흑마법 악용 사례야 많았지만, 그건 단순히 나쁜 사람이 나쁜 일에 흑마법을 악용한 것 뿐이었다. 그런 논리라면 바바리 코트는 바바리맨이 사용하는 흉악한 범죄 도구일 것이다.



방금 전까지 이 방에서 미라와 섹스하던 그 남자가 옆에 대놓고 앉아있던 용사를 보지 못한 이유. 그것은 바로 흑마법사인 레이아의 최면 마법 때문이다. 사람의 정신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암시 효과를 발휘하는 최면 마법은 오로지 명. 용사와 함께 마왕을 타도할만큼 최고 수준에 도달한 흑마법사인 레이아만이 가능한 것이었다.



'음….'

이렇게 말하니까 마왕의 몸에 수많은 화살을 박아넣은 위대한 하프엘프 정령궁수인 미라가 왠지 밀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쩔  없었다. 마왕은 이미 처단했고, 사랑하는 용사와 앞으로도 함께하기 위해 지구로 넘어온 다섯 명의 여자들 중 여전히 재능을 발휘하는 것은 레이아가 유일했으니까.

"그나저나,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

미라가 무언가를 눈치채고는 짓궂은 표정으로 레이아에게 물었다.

"……흐읏, 응…."

미라의 말은 보기 좋게 씹혔지만, 타이밍 좋게도 짜릿하게 올라오는 자극에 레이아가 허리를 한 차례 뒤틀었다. 의자의 그림자에 숨겨져서 잘 안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평범한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얘기고 하프엘프 정령궁수인 미라의 눈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용사, 미라와 마찬가지로 알몸인 레이아의 살짝 벌어진 다리 사이에 무언가가 박혀 위이잉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래로 흥건한 애액이 뚝뚝 떨어져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부럽다.'


레이아는 여러모로 필요한 존재여서 다른 여자들에게도 호의적인 시선을 받지만, 그런건 본인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용사의 사랑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편애라고 말한다면, 맞는 말이다. 사실이니까. 어차피 다 각오한 일이다.  남자를 사랑하는 다섯 여자가 서로를 밀어내려 하지 않고, 각자 대등한 관계로 인정한 순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용사가 기계도 아니고, 어떻게 다섯 명에게 언제나 똑같은 애정을 주겠는가. 불만보다는 안타까움, 용사의 사랑을 더 받고 싶다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나를 봐줘….'

몸을 배배 꼬던 미라가 다리를 조금  벌리고 섰다. 자연스럽게 드러난 푹 젖은 핑크빛 보지가 정사를 치른 직후의 달아오른 얼굴과 어우러져 섹시한 모습을 연출했다. 끈적한 정액이 일부는 바닥에 툭툭 떨어지고, 일부는 허벅지 안쪽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며 야동에서나 나올 법한 음란한 광경을 선사한다.


"자기, 자기야아~."


미라가 애교 가득한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용사를 불렀다. 용사는 현역 시절을 지옥 같이 보낸 탓인지 본인이 용사라고 불리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본인의 비유에 의하면, 이미 전역했는데 XXX 병장님, OOO 상병님 등으로 불리는 거랑 똑같단다. 한국 군대를 모르는 여자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그래서 여자들에게 각각 다른 호칭을 허락해줬는데, 미라의 경우엔 '자기'였다. 본명을 부르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안 된다. 용사는 '플레이'에 대한 동기부여의 일환으로 평소엔 본명을 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이 네토 플레이에 만족했을 때만 본명을 부르는 것을 허락하여, 그것을 일종의 포상으로 만들었다.

포상. 미라가 지금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


훌륭한 네토 플레이로 용사를 만족시키면 엄청난 포상이 주어진다. 앞서 말했듯이 용사의 본명을 부르는게 잠시 동안 허락되는 것이 첫 번째 포상이고, 두 번째 포상은 무려! 용사의 자지를 몸에 직접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편애를 받는 레이아를 제외한 다른 여자들에겐 눈이 휙 돌아갈만큼 엄청난 포상이었다. 네토 플레이도 물론 재미있고 생각보다 성적 자극이 강해서 종종 절정에 이르지만, 용사와의 섹스는 차원이 달랐다.


꼴깍.

 황홀경을 상상한 미라가 군침을 삼켰다. 용사의 자지라니, 너무 매력적인 포상이다. 아무튼, 그 엄청난 포상을 받기 위해선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남자와의 남친 컨셉은 실패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미라는 좀 뻔뻔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용사의 시선이 달아오른 자신의 하반신에 고정된 것을 알아챈 미라가 과감하게 용사를 유혹했다.



"자기, 내 보지가 그렇게 예뻐?"


"응."

"끄흣! 큭큭…."

용사의 덤덤한 칭찬. 미라는 생각지도 못한 듯 몸을 파르르 떨며 기뻐하다가, 이내 민망한지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아까 그 네토남에게 보여줬던 비싼 여자친구 컨셉은 이미 버린 건지, 조금 허당끼가 보일 정도로 감정 표현이 솔직해졌다. 물론 그건 그것대로 매력적이었다. 외모가 받쳐주니 뭘 해도 예뻐 보이는 것이다. 눈요기라도 하라는 듯이 꿀물이 뚝뚝 떨어지는 핑크빛 꽃잎을 손가락으로 펼쳐 보인 미라가 유혹을재개했다.

"자기, 남친이  후장 뚫으려고 작업하고 있는데, 괜찮아?"

"…."


미라가 뒤로 돌아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아 벌리며 핑크빛 애널을 노출했다. 아까전에 남자가 실컷 후벼서인지, 번들번들한 입구가 미세하게 열려 벌름거리고 있었다.


"미라의 후장 처녀, 걔한테 그냥 줘버려도 돼?"

불끈.



용사는 대답이없었으나, 한 차례 껄떡이는 자지를 본 미라는 일이 잘 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킥킥.'


후장 처녀는 무슨. 용사가, 그리고 네토 플레이를 하면서 거쳐간 수많은 남자들이 수없이 따먹은 뒷구멍이다. 하지만 눈으로 보기엔 자지는 커녕 손가락 하나조차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순결한 모습이다. 생긴  만큼은 색이 예쁘게 오른 처녀 후장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미라가 '마나'를 몸에 익혔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에선 기(氣)라고도 하던데, 아무튼 범인(凡人)에겐 허락되지 않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다. 일반적인 사람의 몸이 화력 발전의 형식으로 에너지를 낸다고 치면, 마나를 익힌 사람은 원자력으로 에너지를 낸다고도 비유할 수도 있겠다. 물론 비유와 실제는 많이 다르지만, 어쨌든 마나는 그런 비유 만큼이나 엄청나게 효율적이고 거대한 에너지를 만든다.



그런 덕분에 마나를 익힌 사람은 신체의 노화가 많이 감소하며, 높은 경지에 오르면 거의 정지되는 수준에 이른다. 젊은 외모를 오래 유지할 수 있을 뿐더러 수명 역시 확 늘어난다. 깨끗하고 효율적인 에너지기 때문에 정화의 효과도 있어서, 몸에 불필요한 불순물들도 꼼꼼하게 제거해준다. 피부와 혈관이 깨끗해지고, 질병에도 거의 면역이고… 좋은 효과는   없을 정도로 많았다.

여자에게는 다소 민망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미라가 후장을 그렇게 따먹혔는데도 처녀(?)처럼 깨끗한 모양을 하는 것도 마나 덕분이었다. 마나로 인해 신체의 탄력과 복원력이 엄청나져서, 이렇게 개발되지 않은 모양의 후장도 막상 넣으면 쫄깃하게 조여주며 진입을 허용한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자지를 뽑으면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원래 모양을 되찾는다.

그것도 모르고 후장 처녀인줄 알고 정성스럽게 길을 트려 작업한 네토남에게 잠시 애도를….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신체는 정직해서, 용사의 자지는 아다처럼보이는 예쁜 애널에 반응하고 있었다.



"이잉, 자기가 나 내버려두면 내 남치니한테 후장 아다 따먹혀요오…?"


"후우."


미라가 천박한 말을 마구 내뱉으며 용사의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어 보이자 우람하게 솟아있던 용사의 자지가 한층 더 불끈 달아오르며 단단한 기운을 머금었다. 마침내 용사를 흥분시켰다는 생각에 미라가 헤벌레 웃으며 곧이어 뱃속을 파고 들어올 파괴적인 자지의 감촉을 기대했다.



"흐앗, 으앗, 아아앙!"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