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1. 지나의 라이브♡ (3)
[JINA 님의 LIVE 방송이 진행중입니다]
-두근두근….
'지나가 오늘 힘 좀 주는데?'
평소에는 아까처럼 음란한 사진이나 한두개 보내던 지나가 라이브 방송까지 하다니…. 물론 저 라이브 방송은 흔히 말하는 음지의 SNS를 통해 하는 것이다. 아무나 볼 수 없다. 게다가 공개가 아닌 비밀 계정으로 하는 것이어서 용사와 여자들, 그리고 네토 플레이에 제법 깊게 협력해주는 몇몇 남자들에게만 시청이 허용되어 있다. 편집을 통해 얼굴 부분에 약한 모자이크를 입히거나 애초에 얼굴을 찍지 않은 영상을 사이트에 올린 경우는 있었다. 그런 영상이야 불특정다수의 수많은 남자들이 다운받고 딸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방송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당사자와 관계자를 제외하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시청자 숫자가 좀 있었다. 무려 일곱 명이나. 방금 말했듯이 이 라이브 방송은 말 그대로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사람들에게만 시청이 허용되어 있었다. 애초에 생방송 리스트에 노출되지 않고, 특정 회원에게만 알람을 보낸다. 그럼에도 이렇게나 본다는 것은…. 용사는 일단 시청자 목록을 확인했다.
[Alis]
[SYH]
[MIRA]
[audwnstjr8023]
[Delren]
[cheoskadlagg]
[dhogkvlfspxhdpQkwutj]
"흠."
많군.
일단 두 번째 아이디는 용사 본인이니 제외하고, 첫번째 아이디는 용사의 여자 중 하나인 '검객' 아리스였다. 세번째는 아까 침대에서 자고 있던 '하프엘프 정령궁수' 미라. 그리고 다섯 번째는 '성기사' 델렌이다. '무희' 지나는 본인이 직접 방송중이고, '흑마법사' 레이아는 입이 아프지도 않는지 여전히 똑같은 페이스로 밑에서 펠라를 하는 중이다. 일단 용사 파티는 결석 없이 전부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네번째, 여섯번째, 일곱번째 아이디는 딱 봐도 닉네임이 한국적인(?) 것이 네토 플레이의 긴밀한 협력자일 것이다. 한 명 정도는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평소엔 많아봐야 서너명이 전부였는데, 오늘은 좀 핫하다.
'뭐 어때.'
용사가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방송에 집중했다. 화면 속의 지나가 측면에 있는 송출 화면을 보며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그 모습은 언뜻 보면 정상적인 방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 전혀 정상적이지 않았다. 일단 앉아있는것부터가 잘못됐다. 조금 낮은 의자에 살집이 투둥한 덩치가 앉아 있었고, 그 위에 앉은 지나는 상대적으로 많이 아담해서 마치 새끼 캥거루처럼 그의 품 안에 쏙 품어져 있었다. 굳이 국부를 보지 않아도, 앉은 자세에서 둘이 결합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덩치 놈은 언뜻 보면 마흔 줄로도 보이는 노안이었으나, 얼굴에 주름도 없고 은근히 탄탄한 피부의 탄력으로 보아 아직 삼십대인 것 같았다. 보통 젊은 아가씨를 쟁취하는 아저씨들은 스타일이 깔끔하거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중후한 매력을 뿜는 법인데 덩치의 모습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야동에서나 나올 법한 뚱뚱하고 못생긴 아저씨 같은 외모. 일부러 기분 나쁘게 생긴 놈을 데려온 건가 싶었다.
멈춰있는 사진과는 달리 살아 움직이고 있는 화면 속의 지나는 아까 보낸 셀카 속 모습 그대로였다. 개목걸이에 연결된 사슬은 지나를 품에 안은 덩치가 꽉 쥐고 있었고, 가슴은 세게 잡혔는지 군데군데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거칠게 다뤄진 건지 가슴 뿐만 아니라 전신의 이곳저곳에 빨간 자국이 나있었고, 온몸에 검은 실처럼 각인된 낙서도 여전했다.
볼에 적혀있었던 바를 정(正)자도 열 여섯이에서 스물 셋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 짧은 틈에 입으로만 일곱 번을 받아낸 것이다. 아까와 달리 눈동자도 살짝 풀린 것이 참 야릇했다. 도대체 몇 명이나 상대하길래 저런 건지 슬슬 궁금해질 지경이다. 아무튼 지나의 한쪽 뺨에 2열 횡대로 정렬한 정(正)자가 네 개를 넘어서 다섯 개를 완성시켜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흡족했다. 참… 좋군. 지나는 이런 식으로 남자들에게 막 다뤄지고 도구처럼 사용될 때 가장 빛나는 여자였다.
마우스를 딸깍이며 모니터를 보던 지나가 카메라 렌즈를 응시했다. 그러더니 카메라와 방송 화면을 번갈아 보면서 캠을 만져 마음에 드는 각도를 찾기 시작했다. 화면이 잠시 동안 이리저리 흔들렸지만, 이내 다시 안정되었다. 찰랑이는 머리카락이 한올한올 세세히 보일 정도로 화질이 좋았다. 돈 좀 들었겠는걸.
"안녕, 안녕 안녕. 언니오빠들 안녕~. 지나에요!"
화면을 넘어서 들려오는 지나의 목소리가 신선했다. 직접 듣는 육성과, 마이크를 통해 스피커로 나오는 기계의 소리는 분명히 달랐다. 일반인이라면 별로 신경쓰이지 않겠지만, 마나로 인해 오감이 단련된 용사에겐 엄청난 차이였다. 그런 엄청난 차이가 오히려 용사를 흥분시켰다.
지나는 지금,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낯선 사내들과 함께 방송을 하고있다. 여기는 압도적인 힘으로 모두를 보호해줄 수 있었던 판타지 세계가 아니다. 지나가 무슨 꼴을 당한다 해도 위치를 모르는 지금은 간섭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가슴 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돌며 심작박동이 빨라졌다. 용사의 한쪽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간다. 아까부터 꿈틀거리던 내면의 악마가 깨어난 것만 같았다.
'씨발, 좋구만?'
어찌 보면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 기분이 나쁘지만, 좋았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배제된 상황에서 펼쳐지는 지나의 음란한 쇼. 무력감과 배덕감은 네토라레의 정수이며, 그런 감정은 네토라세 취향인 용사에겐 치명적이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 먹는 진미인 것이다.
지나가 몸에 밴 자연스러운 애교를 부리자 목줄을 잡고 있던 덩치 놈이 사슬을 잡아당기며 강제로 지나의 입을 두꺼운 혀로 범했다. 키스라기보단 지나의 입술과 혀가 먹히는 것 같은 그림인데, 그게 또 은근히 좋았다. 덩치 놈은 덩치 만큼이나 커다란 아랫도리도 놀지 않고 지나에게 뿌리까지 깊게 쳐박으며 허리를 8자로 돌려 보지를 자극했다.
"응, 으응~. 오빠아… 나 방소옹 해야대에… 흐으응…."
'오빠?'
정황상 용사를 부른 것은 아니고, 그렇다면 지금 자기를 희롱하는 저 덩치 놈을 오빠라 부른 건가? 겉보기론 스무 살은 차이나 보이는 상대에게 여우처럼 앙탈을 부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덩치의 허리놀림은 기분나쁠 정도로 유연하고 매끄러웠고, 그에 따라 같이 요사스럽게 흔들리는 지나의 허리는 죽었던 자지도 벌떡 세울 정도로 섹시했다. 확실히 지나는 요물 중 요물이다. 여자들 중 가장 어려 보이는 주제에 남자 꼴리게 하는 능력은 가장 좋았다.
그나저나, 저 덩치 놈. 생긴 것 때문인지 지나에게 하는 짓하나하나가 기분은 나쁘지만, 허리놀림이나 여자를 다루는 몸짓에서 선수의 냄새가 난다. 지나에게 홀린 재야의 고수라도 되는 걸까. 아무튼 지나 같은 여자를 제쳐두고 남자를 스캔하는 취미는 없었기에 용사는 지나에게 집중했다.
"아무튼 오빠, 안녕~ 지나에요!"
지나가 손으로 브이자를 그려 흔들면서 백치미를 마구 흩뿌리며 다시 인사했다. 이번에 말한 오빠는 누가 봐도 용사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용사는 채팅 같은건 칠 생각이 없었지만, 제법 마음에 드는 플레이를 짜온 지나를 무시할 순 없어서 어울려 주기로 했다.
[SYH : ㅎㅇ]
"이잉, 오빠는 평소엔 그렇게 다정하면서 문자로는 맨날 그런다? 흥흥. 아무튼 반가워요오~."
'내가 평소에 다정했던가?'
용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구로 귀환한 후에는 많이 부드러워진 편이지만, 그래도 파티 내에선 무뚝뚝함의 상징이었다. 레이아와 친남매 아니냐는 소리를들을 정도로 액션과 리액션이 심심한 것을 본인도 알고 있었다. 벌써부터 방송이랍시고 구라를 치는 지나가 여러모로 대단해 보였다.
[Alis : 예?]
[MIRA : ????]
지나의 멘트에 오히려 다른 여자들이 반응을 했다. 미라는 그렇다치고 아리스는 평소엔 진지한 스타일이어서, 저 짤막한 글자에서 진심으로 반문하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분이 묘한데.
"오빠, 내가 보낸 네톡 봤죠?"
[SYH : ㅇㅇ]
"으이쒸, 맨날 단답형이야. 아무리 말해도! …에휴, 마음 넓은 내가 참는다. 아무튼,어땠어요?"
[SYH : ...]
훅 치고 들어온 디스에 용사가 한 번 반응해주고, 그녀의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결론을 내는 것은 아주 쉬웠다.
[SYH : 존나 꼴렸지]
"으흐흐훙. 좋아요. 그래도, 조금 아쉽지 않아요?"
[SYH : 더 하게?]
"뭐, 오빠가 부탁 하신다면야아~."
지나가 말끝을 늘이는 특유의 말버릇을 부리며 싱글벙글한 얼굴로 용사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 꼬맹이가?'
귀엽게 구는군. 끼부리는 지나를 보던 용사가 씨익 웃으며 채팅을 쳤다.
[SYH : ㄴㄴ. 무리 안해도 돼. 쉬고 싶으면 쉬어.]
채팅과 방송 사이에는 약간의 딜레이가 있어서, 모니터를 보던 지나는 삼 초 정도 후에 반응했다.
"헐…."
[SYH : ㅎㅎ]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진짜 너무해요. 오빠. 바보, 바보오…."
지나가 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렸지만 말투에는 애교가 가득했다. 용사는 이쯤에서 져주기로 했다.
[SYH : 농담이지. 준비 열심히 했네. 수고 많았어. 기대된다.]
"헤헤, 아, 크흠! 치사하다, 에휴, 치사해. 더 사랑하는 사람이 매달려야죠 뭐!"
지나가 삐친 듯이 새침하게 말하려 했으나기뻐하는 표정을 숨길 순 없었다. 새침한건 미라의 전공 분야고, 지나는 역시 조증 걸린 소녀처럼 싱글벙글 웃는 것이 가장 잘 어울렸다.
"아무튼, 본 게임에 들어가겠습니다. 짜짠!"
지나가 양팔을 쫙 펼치자 화면이 전환됐다. 지나가 더 작게 보이는 것이, 멀리서 지나가 있는 방 전체를 찍은 것이었다. 커다란 별장이라도 대여했는지, 거실처럼 커다란 공간의 중앙에 덩치와 지나가 있었고, 그 주위로 스무 명은 가볍게 넘어 보이는 많은 숫자의 남자들이 있었다. 마치 상식이라는 듯이, 화면 속에서 옷을 입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오늘의 컨텐츠는~."
다시 지나 쪽 카메라로 화면이 전환되고, 지나가 진행을 했다. 두구두구두구, 입으로 소리를 내면서 양손으로 드럼을 흉내를 내는 것이 귀여워 보였다. 표현력이 빈약한 데다가 지나에게 익숙해질만큼 익숙해진 용사조차도 그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을 정도였으니, 다른 남자들이 지나를 얼마나 예뻐할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방송에 협조해주는 거겠지.
한참 뜸을 들이던 지나가 손을 뻗어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빠밤, 콘돔 목걸이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