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1. 지나의 라이브♡ (7)
철썩, 철썩, 철썩, 철썩….
"으응, 읏, 으응…."
목표가 너무나도 원대했던 걸까. 지나와 남자들은 정말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어 열심히 했지만 네 번째 로테이션에 이르러선 다들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최소 세 번씩은 사정한 남자들은 눈에 띄게 지쳐 보였고, 이제는 양구멍을 동시에 쑤시는게 아니라 얼추 회복한 남자들이 나서서 바닥에 널부러진 지나를 일방적으로 범했다. 그나마 신음이라도 흘려주던 지나는 이젠 완전히 탈진하여 입가에 흐르는 침을 자각도 못한 채 인형처럼 흔들릴 뿐이었다.
….
쯔걱, 쯔걱, 쯔걱….
"……하아……."
지나와 남자들이 자신과의 사투를 벌인 끝에 그 많던 콘돔도 3분의 2가 넘는 수량을 사용했다. 비록 남은 갯수가 남자들 입장에선 살인적으로 보이겠지만. 콘돔 박스 주위엔 뜯긴 포장지들이 치열한 전장에 널부러진 시체처럼 수없이 나뒹굴고 있었다. 용사는 같은 남자로서, 저런 저력을 발휘하는 남자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남자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취미는 없지만, 스쳐지나가듯 보았을 때 젊어 보이는 남자는 없었고 다들 적어도 삼십대는 넘는, 아저씨라 불리는 것이 익숙한 아저씨들 뿐이었다. 그럼에도 사춘기 남자애마냥 몇 번씩이나 지나에게 싸는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아직 삼분의 일 정도의 콘돔이 남아있었으나, 현장의 분위기는 누가 보아도 끝물이었다. 더 하는건 명백한 무리다. 지금도 충분히 무리했고, 쓸데없는 객기를 부리는건 영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용사는 여차하면 채팅으로 개입할 생각까지도 하면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방송에 끝까지 집중했다.
지나가 흔들어보였던 목걸이 끈엔 엄청난 숫자의 콘돔들이 빽빽하게 묶여 있었다. 마치 야만족 사냥꾼들이 사냥감의 송곳니를 목걸이에 묶어 장식한 것 같은 모양새였지만, 수많은 콘돔 안에 알차게 들어있는 정액들을 보니 음란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음탕을 상징하는 마족인 서큐버스도 '아, 이건 좀….' 할 정도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이제까지 방송에서 멀쩡한건 카메라맨밖에 없었으나, 후반부에 남자들이 고전하는 탓에 결국 카메라맨까지 동원되었고, 짧은 시간에 두 번이나 싸버린 카메라맨도 지쳤는지 몇십분째 시점 변화가 없었다.
….
….
"헤에… 헤헤…."
[SYH : 괜찮아?]
오후에 시작했던 방송은, 해가 지고 밤을 넘어서 새벽에 이르러서야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일곱 명의 시청자 중 본방송 찍기 전에 미라와 델렌이 나갔고, 아리스는 혼자서 즐기다가 중간에 나갔다. 다른 남자 시청자(허용 계정 중 일반인 여자는 한 명도 없다.) 셋 중 하나는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하는 계정이니 제외하고, 또 한 명은 중간에 나갔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용사와 누군지 모를 한 명의 남자였다. 후반부에는 제법 늘어지는 감이 있어서 나갈 법도 한데, 뭐 하는 사람이길래 이 늦은 새벽까지 계속 이걸 보나 싶었다. 방송 켜놓고 딴짓 할수도 있으니 꼭 봤으리란 법은 없겠지. 애초에 별 관심이 없었던 용사는 시청자 목록을 닫고 다시 채팅을 쳤다.
[SYH : 지나야?]
"흐, 후흐헤…."
현재 카메라는 바닥에 놓여 있는지 시점이 낮았다. 한동안 뻗어있다가 좀비처럼 일어난 지나가 카메라를 들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도저히 일어서서 방송을 진행할 수 없는 모양이다. 한동안 실성한 사람처럼 낮게 낄낄거리던 지나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아쉽지마안… 더 이상은… 무리에요오…."
[SYH : 당연하지]
[SYH : 더 할라고 했으면 내가 말렸을거야]
[SYH : 충분히 열심히 했어. 몸 좀 추슬러. 방송 정말 잘 봤어]
"헤에? 헤헤, 기뻐요오…."
[SYH : 수고했어]
채팅을 치던 용사가 빙긋 웃었다. 지나의 꼴은 정말 말이 아니었다. 허리까지 예쁘게 기른 윤기나는 긴 생머리는 거의 산발 수준으로 흐트러졌고, 눈은 다 풀렸고, 입가엔 칠칠치 못하게 침이 한 줄기 흐르고 있었고, 몸은 이곳저곳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여전히 음란하게 남아있는 낙서는 덤이었다. 그나마 전부 콘돔 섹스였기에,정액이 허옇게 말라붙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 이제에…."
지나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탈진 상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는지, 카메라를 들어 방송용 컴퓨터와 캠이 설치된 책상에 놓고는 가장 중요한 물건인 콘돔 목걸이를 손가락으로 들어보였다.
"이거 들고 갈게효오…."
[SYH : 무리하지 말고 쉬고 와]
"에에, 시러어…. 콘돔 정액 다 굳어요오…. 꼭 보여줄거야아…."
….
용사는 지나의 집념에 내심 감탄하면서도 이해가 갔다. 그 고생을 해놓고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누구라도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YH : 그럼 빨리 와]
[SYH : 보고싶다]
"으에? 헤에… 헤헤헤헤…."
진심이 담긴 용사의 채팅에 지나가 백치처럼 해맑게 웃었다.
"빨리 갈게요오…."
[SYH : 그래]
기나긴 방송은 그렇게 종료됐다.
…
방송 종료 후 한 시간 가량 지났을까. 밖에서 차소리가 들렸다. 용사의 집은 주택가 끄트머리 외진 곳에 덩그러니 놓인 단독주택이라 다른 주민의 차량일 가능성은 없었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로 누군가의 부축을 받는 지나의 모습이 보였다.
마나로 안력을 이끌어내 자세히 보니, 시동이 꺼진 차량은 택시였고 비교적 젊어 보이는 택시 기사가 신발을 제외하면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알몸의 지나를 부축해주고 있었다. 택시 기사는 지나와 머리 두 개는 차이 날 만큼 거구였는데, 그 때문인지 부축이라기보단 지나가 물건처럼 질질 끌리는 것 같았다. 그런 불안정한 부축을 하는 와중에도 남자는 사심이 가득한지, 한 손으론 제대로 부축하고 있지만 다른 손은 부축하는 척하며 여자로서 중요한 이곳저곳을 만져댔다.
용사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나서기로 했다. 비틀거리며 외간 남자의응큼한 부축을 받는 것이 야릇했으나, 정말로 지쳐서 흐느적 거리는 것을 보니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저벅, 저벅.
현관을 나서서 열 개 쯤 되는 계단을 내려가 앞마당에 조성된 정원을 가로질렀다. 바닥에 박힌 평평한 돌을 밟으며 뚜벅뚜벅 걸어간 후 대문을 열자 둘의 모습이 보였다. 실물로 보는 지나의 맛 간 모습은… 당장에라도 박아주고 싶을 정도로 자극이 강렬했다. 다른 이유로 탈진했으면 걱정부터 들었겠지만, 지나가 저 꼴이 된 원인을 생각해보니 걱정보단 발기가 먼저 됐다. 걱정할만큼 약한 아이도 아니고.
맘 같아선 아까 남자들이 했던 것처럼 이 자리에서당장 든 채로 박고 싶었지만, 지나가 열심히 준비한 이벤트의 피날레를 망치고 싶진 않았다. 욕망을 이성으로 지긋이 눌러준 후, 기사에게서 지나를 건네받았다. 멍하던 지나가 용사를 알아보고는 배시시 웃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좋아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방송 종료할 때에는 거의 산발이었는데, 오면서 빗으로 좀 다듬었는지 딱 귀여운 정도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의 감촉이 좋았다. 평소에 나던 향기는 남자냄새와 여자냄새, 땀냄새 등이 섞여 좋다고는 말할 순없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용사를 자극했다.
"아, 형님. 처음 뵙겠습니다."
그렇게 지나를 만져주는데 지나를 데려온 남자가 말을 건네왔다. 자세히 보니 택시 기사의 정체는 방송 전반에 걸쳐 지나를 담당하던 그 덩치 놈이었다. 지나에게 '오빠'라고 불린다지. 지나의 목줄을 잡아당기며 마치 잡아먹듯이 키스하던 그 면상이 확실히 보였다.
화면으로 볼 땐 노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실물은 의외로 그냥 삼십대 중반 정도 되보이는 커다란 남자였다. 산만한 덩치와 표정에 따라선 험악할 수도 있는 인상 때문에 건방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깍듯이 대하니 용사는 저도 모르게 선입견을 가졌던 것을 자각했다. 먼저 숙이고 들어오니 좋게 보였고, 빵빵하게 분 풍선처럼 동그란 얼굴이 은근히 순해보였다.
"어, 그래."
하지만 용사는 남자에게 친절한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잘해주는 경우는, 자기 주제를 잘 파악하는 경우였다. 덩치는 싸늘한 가을 밤공기를 알몸으로 맞고 있는 지나를 슬쩍 보면서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길게 얘기할 순 없겠군요. 음, 아마 앞으로 자주 뵐 겁니다. 저는 형님이라 부를테니, 형님은 절 '회장'이라고 불러주십쇼."
"회장?"
"예. 뭐, 잘 나가는 높은 분이란 뜻은 아니고, 동호회 회장 같은 거죠. 나중에 지나에게 물어보시면 말해줄 겁니다. 모쪼록 오늘 좋은 시간 보내셨으리라 믿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
부우우웅….
의외로 예의를 차리고 쿨하게 떠나는 모습에 용사는 생각이 조오오금 바뀌었다. 자신은 지나의 주인이고, 덩치는 지나를 탐하는 네토남 중 한 명이니 어떻게든 말을 붙여볼 수도 있는데, 자신의 가치를 믿는 건지 예의와 자신감을 둘 다 갖춘 모습이 괜찮았다. '회장'에 대한 첫 인상은 제법 좋았다.
한 차례의 깔끔한 만남과 헤어짐. 앞으로 자주 볼 두 사람의 관계는 나름 괜찮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