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2. 레이아의 변화 (9)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데이트의 끝은 섹스다. 재현은 그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이자 상식이자 매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러니, 레이아와의 데이트 역시 섹스로 끝나야 한다. 차마 말로는 못하고, 생각으로만 간절히 원하고 있었는데….
쏴아아….
그리고, 그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재현은 실실 웃는 표정으로 모텔의 욕실에서 샤워를 하면서 생각했다. 레이아 정도 되는 여자라면 최소 수십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4~5성급 호텔 정도는 가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본인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아마 섹스만 할건데 굳이 낭비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먼 곳까지 가기 귀찮았을 수도 있고.
그 결과, 평범한 모텔을 대실하였고 신사임당 한 장을 다 쓰지도 못한 싼값에 일을 치르게 됐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수준 이하의 대우를 해주는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천상계의 여자를 싼값을 치르고 먹는 것 같다는 남자 특유의 질 낮은 음담패설 같은 생각도 들었다.
데이트 신청부터 시작해서 코스도 카페를 제외하면 전부 다 레이아가 정했으며, 모텔로 오는 것 역시 레이아의 결정이었다. 어째 하루 종일 끌려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나, 절대 싫은 기분이 아니었다. 이런 여자친구가 있다면… 여신처럼 받들어 모실 수 있을 것 같다. 외모 하나만으로도 여신처럼 떠받들어질텐데, 성격 역시 무뚝뚝하고 조용하지만 은근히 귀여운 면이 있고, 말수는 적지만 의사 표현은 확실하다. 게다가 모텔로 남자를 끌고 오는 과감함까지.
"흐흐흐…."
무슨 망상이라도 하는지, 실없이 웃던 재현은 샤워를 마치고 나갔다. 룸으로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개어진 여성의 옷가지였다. 그것은 재현이 온종일 보았던 레이아의 옷과일치했다.
두근.
어우, 거 참….
"레이아?"
"…."
발걸음을 옮기며 재현이 레이아를 불렀다. 그러자 침대 쪽에서 무언가를 하던 레이아가 고개만 돌려 재현을 보았다.
"와우."
"…왜?"
예상대로 레이아는 옷을 벗은 상태였다. 그녀의 몸에 걸쳐진 것은 순백색의 브래지어와 팬티가 전부였는데, 색깔 때문인지 아름다운걸 넘어서 성스러워보일 지경이었다. 짙고 어두운 색의 머리카락과는 대비되는 뽀얀 피부는 형광등의 색을 반사해서 살짝 눈이 부셨다. 아까부터 발기가 풀리지 않아서 가로로 우뚝 서있던 자지에 아플 정도로 힘이 들어간다. 재현 쪽을 보던 레이아는 눈동자를 스윽 내려 그것을 보고는, 다시 무심하게 자기 할 일을 했다.
"음?"
재현이 그 행동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이아는 침대 위에 올려놓은 핸드백에서 손가락 두 개 정도 크기의 직사각형의 기기를 꺼내어 방 이곳저곳에 배치하고 있었다. 레이아의 움직임을 따라가니 옷을 개어놓은 테이블에도 그것을 올려놓고, 마치 침대 쪽을 조준하듯이 각도를 세심하게 조정한다.
"레이아…."
"…."
대답은 커녕, 이쪽을 돌아보지도 않는다.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미세하게 각도를 수정하고선, 허리를 세워 일어나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식이었다.
재현은 잠시 침묵했다.
레이아가 방금 전 배치한 기기를 보았다. 엄지손가락만한 기기에선 푸른 불빛이 점멸하고 있었다. 재현에겐 그것이 마치 누군가의 눈동자처럼 느껴졌다. 푸른 불빛이 테이블에 하나, 침대 헤드에 하나, 스탠드가 있는 서랍장에 하나, 저 멀리 구석진 선반에 하나, 하나, 하나… 방 전체에 배치된 눈동자는 하나같이 침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레이아는 자신과 재현의 섹스를 촬영하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두근.
설렘과는 다른 의미의 심장박동. 레이아는 침묵한 채로 멀뚱히 서있는 재현의 옆을 지나 다시 핸드백에 손을 가져갔다.
덥썩.
저도 모르게 레이아의 손목을 잡는다. 손목을 잡으면서 자연스레 둘의 몸이 밀착한다. 재현은 알몸이고 레이아는 속옷 차림인 탓에, 살과 살이 맞닿아 재현에게 기분 좋은 촉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바짝 선 귀두 역시 매끈한 배에 닿아서 재현은 흠칫 놀라며 몸을 떨어트렸다.
"…왜?"
레이아가 숙였던 허리를 일으켜 재현 앞에 똑바로 서서 묻는다. 재현은침을 한 번 삼키고 물었다.
"찍으려는 거야, 레이아?"
레이아는 잠시 망설이는듯 말이 없다가 긍정했다.
끄덕.
두근!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토록 배제하고 억지로라도 잊으려던 '그 녀석'이 또다시 튀어나온다. 사실 베스트 프렌드라고 할 수 있는 좋은 녀석이고, 그토록 아름다운 레이아에게 어울릴만큼 잘난 녀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건 얘기가 좀 다르지않는가. 성적 취향이고 나발이고. 그 취향 덕분에 재미 보는 재현이었으나,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녀석에겐 레이아 말고도 여자가 더 있다는 것이었다.
"후우…."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진 모르겠으나, 그는 목구멍으로 솟구치는 말을 굳이 막지 않았다.
"레이아…. 난 이해가 안 가. 너는 정말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야. 그런 네가 왜 그런…."
"그만."
평소와는 다른, 덤덤하거나 침착하지 않은… 묘하게 화난 듯한 목소리. 다른 때에 비해 선명하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목소리에 재현은 정신이 바짝 들었다. 저도 모르게 선을 넘어버렸다. 레이아는, 또렷하면서도 날카로워진 시선으로 재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 이상 말한다면, 그냥 돌아가겠어."
…너, 말 할 줄 아는 구나?
그녀가 세 글자 이상 말하는걸 처음 봤다. 생각보다 발성도 또렷하고 목소리도 좋았다.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은 진지한 순간이라는걸 자각한 재현은 레이아의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맞선다는 마음보단, 레이아의 진심을 듣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런 시선에, 레이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하나만 물어볼게. 이제와서 이러는 이유는?"
또렷하면서도 완고한 목소리. 팔짱을 낀 레이아는 화났다기보단 정말로 이유를 듣고 싶다는 듯한 분위기로 재현에게 물었다.
"…그건 미안하게 생각해. 나도 모르게 그만."
재현의 말에 레이아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다. 잠시 간의 침묵 후, 다시 레이아가 묻는다.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네가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재현은 방 안의 푸른 불빛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 녀석…. 걔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는게."
"그게 어때서?"
레이아의 확신이 담긴 말투. 마치 상식이라는 듯이 말한다. 재현은 자신이 비상식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어라 반박하려고 했으나, 레이아의 말이 먼저였다.
"이해가 안 가. 처음에 나를 범할 땐, 좋아라 하면서 덮쳤던 주제에. 허락도 받지 않고 질내사정 했잖아?"
"윽, 그건…."
"또, 아까도 나한테 침 먹이고 침 뱉으라고 하고. 사귀지도 않는 여자에게 그런 변태짓까지 하면서, 연인이 합의 하에 하는 일을 보고 뭐라고 하는 거야?"
"으윽…."
재현은 선생님한테 혼나는 어린 아이처럼, 한 마디 반박조차 못하고 움츠러들었다. 그래, '녀석'과 레이아의 일이긴 하다. 초대남이라는 단어가 왜 있겠는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런 성벽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플레이가 비일비재한 것은, 비단 남자만의 성욕뿐이 아니라 여자들 역시 그러한 성벽이 있다는 말이겠지. 레이아도 자신의 성벽대로 즐긴다고 생각하면 정말 문제 삼을게 없었다. 그리고 설령 잘못된 일이라고 해도, 그런 잘못된 일에 좋다고 동조해준 자신이 할 말은 없을 것이다.
"뭐 할 말 있어?"
다만….
"말을…."
"응?"
"말을 해줘야 알지!"
재현의 외침에 레이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기색을 보였다. 물론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 보통은 놀란다.
"별 생각이 다 든다고,나는. 처음에야 좋다고 따먹었지만, 점점 보면서 친숙해지기도 하고 정도 들었는데. 혹시 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아닐까, 녀석의 강압적인 요구를 차마 거부하지 못하는건가. 섹스를 하고 있어도 네가 진심으로 즐거운건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재현의 일방적인 토로. 물론 레이아와의 시간은 항상 즐거웠다. 기분도 좋고, 예쁜 여자와 한다는 쾌감도 있고, 뭐든 잘 받아줘서 해보고 싶은 체위나 상황도 잔뜩 즐기고…. 하지만 결국 불완전한 관계였다. '녀석'의 의사에따라 얼마든지 관계가 변하고 단절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엔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에게 이런 관계의 장점만을 세뇌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함이 올라오고, 무엇보다도 레이아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심을 막을 수 없어서 이렇게 마음 속에 담아둔 것을 터트린 것이다. 솔직히 바로 후회하긴 했지만, 다행히도 생각보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흐응…."
"응?"
잠자코 듣던 레이아가, 빙긋 웃었다.
'웃었다고?'
정확히는 은은한 미소를 살짝 머금은 것이다. 하지만 재현은 그런 연한 미소에도 넋을 잃을수밖에 없었다. 찡그리는 표정 이외에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레이아. 그런 레이아에게서 미소를 보게 될 줄이야….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부드럽게 휘는 눈매와, 아주 살짝 드러나는 하얀 치아가 그의 혼을 쏙 빼놓았다.
"어렵게 생각하네. 그냥 말하면 되잖아."
"말… 하라고?"
"말을 해. 나한테 원하는 것을."
천사처럼 아름답던 레이아가 매혹의 몽마 서큐버스처럼 느껴졌다.
"어렵지 않잖아. 왜 어렵게 생각해? 내가 말을 무시한 적도 없는데."
재현은 멍하니 있다가 점차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레이아는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여전히 미소지은 채로 물었다. 아까와는 달리 날카롭지도 않고, 오히려 여자애 특유의 부드럽고 나긋한 말투에 가까웠다.
"그… 네가 말도 거의 없고…."
"널 거부한 적도 없잖아."
푹!
마치 심장에 화살을 맞은 듯한 느낌. 재현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어버버했다.
"싫으면 싫다고 말했거나, 최소한 표정이라도 찌푸렸겠지. 싫지 않았어, 너."
….
"아아…."
최고다, 레이아.
녹아드는 듯한 재현의 표정에 레이아가 피식 웃었다.
"이것만큼은 확실히 하자."
"…뭘?"
"난 내 의지로, 내가 원해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그녀는 침대로 향하는 미니 카메라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재현은 더 이상 그쪽에 신경쓰지 않기로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찍히는 것에 별 감흥이 없었다. 무슨 범죄도 아니고 섹스 동영상 좀 찍힌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녀석'이 소장용으로 혼자 보관할 것이다. 오히려 레이아와 함께 하는 영상이 찍힌다면, 그녀의 남자처럼 되는 것 같아 우월감도 들고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정상은 아니다. '녀석'이나, 레이아나, 김재현 본인 역시.
"그러니까 이런 '플레이'에 거부감이 있다면, 안 하면 돼. 붙잡지 않을게."
"아니.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장담할게."
"흐응…."
레이아가 여러 의미를 담은 콧소리를 냈다.
신선하다. 사람이 이렇게 다르게 보이다니. 같은 얼굴인데도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그녀의 또다른 모습을 본지도 어느 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적응이 안 되고 얼떨떨하다. 팔짱을 낀다던가, 허리에 한 손을 짚는 등의 자신감 가득한 자세를 취하고, 목소리는 귀에 한 글자 한 글자 넣어주는 것처럼 또박또박 잘 들린다. 말투 역시 새침하면서도 당당한데, 그러면서도 건방지게 느껴지진 않는다.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흐응, 하고 콧소리를 내거나, 자연스럽게 호선을 그리며 눈웃음을 짓거나….
어째 이제까지 알고 지내던 레이아가 아닌 것 같았지만….
오히려 더 욕심이 난다.
타이밍 좋게 레이아가 묻는다.
"한 번 더 말할게."
….
"원하는게 있으면, 내게 말해."
…
재현은, 일단, 가장 원하는걸 말했다. 지금 당장 섹스하자고. 레이아는 샤워도 안 했다며 말로는 싫어했지만, 침대로 이끄니 순순히 이끌려줬다. 낮에 샤워를 해서 그런지 바디워시와 로션 향기가 부드럽게 코를 자극했다. 마치 한 쌍의 연인이 잠자리를 갖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키스하면서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고 벗겨냈다. 곧바로 팬티를 벗겨내려다가, 조급해하지 않기로 생각을 바꿨다.
츕, 츕. 할짝.
유두를 부드럽게 빨고 혀로 건드리자 레이아가 낮은 숨소리를 냈다. 그 특유의 신음소리는 여전했다. 몸 만큼은 여전히 잘 알고 있는 레이아라는 생각이 들자 자신감이 샘솟으며 더더욱 탐하고 싶어졌다. 탐하고 싶은 것은 몸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전부다. 모든 걸 알고 싶었다.
"레이아."
"으음, 응?"
어떤게 네 진짜 성격이냐고 물으려다가 참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질문을 하는건 병신이겠지. 그냥, 둘 다 레이아다. 다만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레이아는 그녀를 본 사람들이라면 전부 아는 대외적인(?) 레이아일테고, 지금 알게 된 레이아는… '녀석'이나 그 집의 구성원들, 그리고 김재현 자신 등 극소수만 아는 레이아일 것이다. 재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질문을 생각하자면, 역시 그게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것도 사실 눈치 없는 질문이지만, 왠지 대답을 해줄 것만 같았다.
"첫 경험은, 역시 그 녀석이지?"
"…."
대답이 없다. 그러나 재현은 아까와는 달리 자신감있는 얼굴로 짓궂게 말했다.
"대답해주길 원해."
"…맞아."
대화를 하면서도 쉬지 않고 자극한다. 입술과 혀로 유두를 물고 빨고 깨문다. 손도 부지런히 놀려 손가락으로 유두를 문지르거나 유방을 크게 주무른다. 레이아는 은근히 가슴이 약해서, 진득하게 애무하면 숨이 거칠어지고 느낀다는게 겉으로 드러난다.
그럼 다음 질문.
"지금 만나는 남자는 몇 명이야? 나까지 포함해서. 아, 물론 그 녀석은 빼고."
"…."
레이아는 이번에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재현은 비열하게 느껴질 정도로 짓궂게 웃었다. 마치 암호를 대는 것 같았다.
"말해줘. 대답을 듣길 원해."
"…한 명. 너밖에 안 만나."
두근.
"미치겠군."
재현은 강렬한 쾌감과 충동에 휩싸여 레이아의 어깨를 밀었다. 아래에 깔랜 레이아의 팬티를 찢을듯이 잡아당기자 레이아가 호응하여 엉덩이를 들었다. 거의 수직으로 팬티를 잡아올렸다. 벗겨지는 팬티의 경로를 따라, 레이아의 다리도 딸려올라가 천장으로 향했다. 발목에 잠깐 걸린 팬티를 확 잡아끌어 뒤쪽으로 던지고는 한껏 들린 다리를 잡아 어깨에 걸쳤다. 아랫배부터 어깨까지 그녀의 촉촉한 다리 뒤쪽 살이 맞닿아 기분 좋은 촉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주저없이 뿌리까지 밀어넣는다.
찔꺽.
"후욱…."
지극한 쾌감. 레이아의 질은 여전히 좁았다. 뚫어도 뚫어도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 이 좁은 길을 지날 때마다 명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천천히 움직이며 레이아의 페이스를 체크했다. 다리를 거의 90도로 든 탓에 힘이 많이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밑에 베개 받칠래?"
레이아는 대답 없이 옆자리의 베개를 재현에게 주고 허리를 들었다. 한 손으로 등허리를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베개를 밀어넣자 레이아가 이리저리 조정하며 편하게 베개를 받쳤다.
"고마워."
"별말씀을."
철썩, 철썩.
평범한 템포의 피스톤 운동. 찹찹찹 살 때리는 소리와 찔꺽거리는 은밀한 물소리, 간간이 들려오는 깊은 숨소리…. 흥분된다. 저도 모르게 한 템포 높여 더 빠르게 박았다.
"헉헉, 저기, 레이아, 후욱."
"으응…."
대답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 얼굴에 핏기가 몰린 재현은 벌개진 얼굴로 물었다.
"대실 말고, 후욱, 숙박으로 바꾸면 안될까?"
"으, 으응?"
"허억, 후욱, 원하는게 있으면 말하라고 했잖아… 후욱. 너를, 좀 더 원해."
퍽, 퍽, 퍽, 퍽, 퍽.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거절 역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