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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2. 레이아의 변화 (11) (24/162)



〈 24화 〉#2. 레이아의 변화 (11)

….

이미 다 지난 이야기지만, 아직까지 연결되는 스토리가 하나 있다.

 그래도 태생적으로 과묵했던 레이아는 흑마법을 수련할 때마다 묵언 수행을 한 탓에 말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 나이를 먹으며 더 조용해졌고, 최고의 마법사가 된 후에는 아예 말조차 없을 때가 많았다. 극한의 집중력이 필요한 마법사에게 침묵과 고요는 기본 소양이므로. 그러나 그것이  의사소통의 부재를 뜻하는건 아니었다.


끄덕끄덕, 도리도리, 침묵, 눈짓, 턱짓, 손짓, 발짓, 한숨 쉬기, 째려보기, 짜게 식은 눈으로 보기, 눈썹 찌푸리기, 웃기, 비웃기, 멍하니 보기, 어깨 으쓱이기, 끌어 안기(대부분은 용사에게), 몸 부비기(용사 한정), 눈웃음 치기(용사 한정), 뽀뽀(용사 한정) 등등…. 레이아는  대신 수많은 비언어적 소통 방법을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했다. 단답형 위주의 간단한 말 정도는하긴 했다..



그러나 가끔 '말문이 트일' 때가 있었다.  번 말문이 트이면 앞서 말한 레이아의 비언어적 소통 방식은 전부 말로 대체된다. 본인은 생각없이 말을 그대로 내뱉어 별로라고 하지만, 듣는 사람들은 논리적이거나 설득력 있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고 한다. 왜 이러지는지는 레이아 본인도 잘 모르며, 아마 평소에 말이 적은 만큼 뭔가가 쌓여서 어느 순간 터지는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뿐이었다.


몇  그런 현상을 겪으니, 레이아가 주로 '사랑'에 관련된 주제에서 말문이 트인다는 것을 알  있었다. 특히 용사와의 잠자리에서 이런 모습을 종종 보였다. 그리고 현재, '플레이'를 하면서, 재현과의 동침을 앞에 두고 말문이 트였다.



재현에게 말문을 튼 것은 사실 용사 때문이었다. 용사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배치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태클을 걸며 생명의 은인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마스터'를 나쁘게 말하려는 듯해서 발끈한 것이었다. 속으로 짜증이 솟구쳐 그냥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재현의 솔직한 말에, 생각이 바뀌었다.

'날 그렇게까지 생각했다니.'

고작 한 달에 한  쯤 만나는 네토남인 주제에 자신을 생각해주는 것이… 왠지 싫지가 않았다. 사랑은 용사에게서만 받는줄 알았는데…. 그래서, 좀 더 자신을 내보이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생각보다 큰 결심이었다. 만나기 전에 나름 각오를 했지만, 그것도 결국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선에서 끝낼 생각이었다. 예를 들면 데이트를 먼저 신청한다던가.

지금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김재현에게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어쩌다보니 용사를 제외하곤 처음으로 애널까지 허락해버렸다. 딱히 싫진 않았고, 오히려 진작 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까지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폐쇄적으로 '플레이'를   같아 용사에게도 재현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김재현….



'원하는 것을 말해.'

다 내어줄테니. 당신이라면 괜찮아. 마치 취한 듯이, 충동적으로  말이었다. 그러나 후회는 없었다.


그런 결심을 한 데에는 다른 여자들이 큰 영향을 끼쳤다. 언제나 또다른 애인을 만드는 미라, 다시 과거처럼 음탕해진 지나, 부끄러워 하면서도 착실하게 플레이를 받아주는 아리스, 자신의 천성대로 즐기는 델렌. 모든 여자들이 용사의 네토 취향을 자극하듯 적극적으로 음란한 성생활을 하고 있었다. 오직 자신만이, 마치 등 떠밀려서 하듯이 네토 플레이에 소극적이었다.


억울한 면이 없진 않았다. 다른 여자들은 마치 하나의 성적 취향처럼 음란한 저주 스킬을 받았는데, 본인은 제대로 된 강력한 저주를 받았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특이한 취향 없이 성생활을 담백하게 해와서, 다른 여자들처럼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고 싶진 않았다. 자신도 다른 여자들처럼 네토 플레이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고, 용사를 만족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재현에게 모든 것을 허락했다.



'어, 러브젤? 음…. 저기, 레이아. 여기에다 해도 돼?'

'너의 애널을 원해.'

후장을 따먹혔다. 용사에게 뒷구멍의 처녀도 주긴 했지만, 다른 남자에게 대준건 처음이다. 네토 플레이를 하면서 처음으로 애널을 허용한 것이다. 그리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아, 진작에 이럴걸. 하고.


섹스 중에 온 작지만 큰 깨달음. 어쩐지 바보가  기분이었다. 아니, 바보가 맞았다. 여태까지 바보처럼 웅크렸던 것이다. 얼굴이 다 화끈해질 지경이었다.


[모순] 저주 스킬은 레이아를 정말 힘들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용사의 노골적인 편애를 받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걸 이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바보. 마법 분야에선 머리가  굴러가면서, 다른 데에선 완전 돌머리잖아, 하고 자책했다.


용사의 저주 스킬은 [이상 성욕], 즉 네토 취향. 그로 인해 용사는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와 섹스하는 것에서 쾌감을 느낀다. 그러니, 편애하는 레이아가 다른 남자에게 범해진다면… 더 큰 쾌감을 느낄 것이다.

저주 스킬을 [모순]이 아니라, [편애]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스킬 자체보다도, 그 스킬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을 직시했어야 했다.



아리스의 경우를 생각하면 얘기가 쉽다. 아리스의 저주는 [외강내유]. 그 스킬 자체는 그저 내면이 유해져서 싫은걸 싫다고 잘 못하게 되는 효과다. 그러나 그것을 네토 플레이에 접목시키면, 들이대는 남자를 못 막고 어쩔  없이 대주는… 그런 에로한 현상이 일어난다. 레이아 역시, 모순으로 인해 편애를 받았으니  편애를 이용해 용사에게 다른 여자들보다  큰 배덕감을, 쾌락을 선사할  있었던 것이다.


"너무 바보 같아…."

심지어 아리스는, 자신의 성격마저 바꾸는 저주에도 큰 불만을 가지지 않고 용사를 위해 '플레이'를 해왔다. 그런데 자신은 어떤가. 단순히 용사와의 섹스가 좀 불만족스럽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꽁꽁 싸매지 않았는가. 참 이기적이고 생각이 어렸다. 마음 먹고 비난한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문제 없을 것이다.

….


그러나….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제대로 해야 한다.


현역 시절, 판타지 세계에선 자기가 용사를 가장 늦게 만난 것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아쉬움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 후에는 열심히 노력하고 활약했다.

지금도 비슷하다면 비슷한 상황이다. 이번에도 네토 플레이를 가장 늦게 시작한 후발 주자인 상황이다. 그러니 남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힘껏 노력해서, 용사를 만족시킬 것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푸른 불빛을 깜빡이는 카메라 기기들이 보인다. 한 카메라를 의식하고는, 마치 보여주듯이 정성스레 재현의 몸을 핥았다. 혀로 얼굴부터 목, 가슴, 배를 핥고 내려가 오늘 하루 종일 고생한 페니스에 도착했다. 성적인 의미보단, 격려의 의미로 깨끗하게 청소한다. 한계를 넘어선 정력을 쏟아부은 재현은 그저 코를 골 뿐 미동도 없었다.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므로.

….


늦은 감은 있지만….


"사랑해요."

재현의 귓가에 속삭인다. 레이아는그런 형태로, 카메라 너머의 용사에게 다시 한 번 사랑을 고백했다.







저녁에  예정이었던 레이아는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하룻밤 사이에 눈에 띄게 수척해진 재현을 배웅하고 온 것이었다. 단순히 보내준 것이 아니라, 방에 설치했던 카메라 중 하나를 손으로 잡고선 마치 생중계를 하듯이 다정한 연인의 모습을 연출했다.


바깥이었기에 수위가 높진 않았지만, 서로 뽀뽀를 하거나 은근한 연인의 터치를 하며 네토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헤어지기 직전엔 제법 세게 나갔는데, 레이아가 선물을 주겠다며 건물 사이 으슥한 곳으로 재현을 이끌었다. 그리곤 치마 속에 손을 넣어, 순백색의 팬티를 끌어내리고, 왼발, 오른발을 들어 빼낸 손에 집어들었다. 재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보 같았고 행복해 보였다. 레이아가 재현의 볼에 뽀뽀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화면은 암전했다. 스스로 카메라를 끈 것이다.


생중계가 끝난 순간부터 레이아가 도착하기 전까지, 용사는 카메라가 꺼진 후 무슨 일이 있었을지 상상하며 자위했다. 손으로 하진 않았고, 가끔씩 꿈틀거리는 '어떤 것'을 이용해서.



….

삑삑삑삑….



끼익, 쿵.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 용사는 홀린 듯이 방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 쿵쾅쿵쾅…. 마치 첫사랑을 맞이하러 가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지가 섰다.



"아, 마스터."

레이아가 용사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했다. 몸매가 드러나도록  붙는 베이지색 니트와 무릎이 보이는 길이의 남색 주름치마. 나갔을 때와 같은 옷차림이었다. 언뜻 보면 그저 외출을 하고 온 것처럼 보였으나, 하나 달라진 것이 있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치마 속 은밀한 부분의 변화. 마음 같아선 당장 치마를 들춰보고 싶었다. 하지만 용사는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다. 홀린  같은 기분으로, 어딘가 바뀐 듯한 분위기의 레이아를 멍하니 보고 있을 뿐이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온다. 용사가 통로에 우뚝  탓에 정면으로 지나갈 수 없었던 레이아는 몸을 옆으로 돌려 스윽 지나가려 했다. 둘의 거리가 손가락  마디도 안 될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용사는 몸을 돌려 레이아를 정면으로 보았다. 그에 따라서, 한껏 서있었던 물건이 레이아의 니트 상의에 닿았다.


"아."

이내 통로를 완전히 빠져나온 레이아가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았다. 쿠퍼액이 질질 흘러나오는 귀두가 상의를 긋고 간 탓에, 마치 선을 그린 것처럼 물자국이 길게 났다.


"헤에."

그러나 레이아는 태연하게 가던 길을 가면서 고개를 돌려, 우두커니 서있는 용사에게 배시시 웃어줬다. 눈웃음과 더불어, 묘하게 무방비한 모습이 남자를 자극한다.

아.


'미치겠군.'

귀여운 외모 속에 들어있는 요물 같은 계집애. 왠지 지나가 떠올랐지만, 항상 편애하던 레이아가 '흘리는'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이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담고 있었다. 가장 철벽을 치던 무뚝뚝한 여자애가, 하룻밤 사이에 색기를 흘리며 눈웃음을 친다. 매혹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끼익.


레이아가 자신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닫히지 않은 문을 통해 용사가 따라들어갔다.


"흐응."

재밌다는 듯이 콧소리를 낸 레이아는 용사에게 등을 보인 자세로 니트 상의를 벗었다. 새하얀 브래지어의 끈이 유독 시선을 끌었다. 다섯 명의 여자들과 함께 살면서 고작 여자 속옷 정도로 흥분할 시기는 지난 용사였으나, 지금만큼은 마치 한창일 때의 사춘기 소년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페니스가 껄떡거렸다. 방금 전 본의 아니게 레이아의 옷으로 닦았음에도, 그 잠깐 사이에 쿠퍼액이 또 흘러나와 귀두가 번들거렸다.

"흥흥흠…."

콧노래를 부르며 니트 상의를 침대 위에 올린 레이아는 빙긋 웃는 얼굴로 용사를 돌아보았다. 용사의 빨개진 얼굴과 충혈된 눈동자, 침을 삼킨 탓에 움직이는 목젖을 보자 하얀 윗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마치 스트립쇼라도 하는 것처럼,웃는얼굴로 용사를 보던 레이아가  손으로 장롱을 짚고 한쪽 발을 들었다. 그러나 용사가 간절히 보고 싶은 치맛속을 쉽게 보여주진 않았고, 양말을 먼저 벗었다. 다리를 제법 올렸기에, 용사는 내려다보는 구도만 아니었으면 아슬아슬하게 팬티 쪽이 보였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양말을 다 벗으니 남은게 없었다. 레이아는 용사의 갈망하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즐기며, 질질 끌지 않고 치맛단을 엄지와 검지로 살짝 잡아들었다. 허벅지 뒷부분이 반쯤 드러났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며 매력을 흘리던 

술이 열렸다.



"카메라 끄고서…."

꿀꺽.



"한쪽 다리를 잡히고, 가슴까지 번쩍 들려서…."

치맛단이 완전하게 올라갔다. 예상대로 속옷은 없었다. 맨살이, 뽀얀 엉덩이가 드러난다. 뒷모습이었기에 비부가 잘보이진 않았지만, 안쪽을 타고 흘러내리는 하얗고 끈적한 액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질내사정 잔뜩 당했어, 마스터."

레이아의 미소와 색기, 분위기…. 모든 것이 달라졌다. 레이아의 변화가 용사의 가슴 속을 파도처럼 덮쳐들었다.

두근.



용사는, 저도 모르게 진한 미소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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