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3. 사랑의 증표 (2)
갑작스러운 1박2일의 온천 여행. 마음의 준비와 실제 준비까지 하는데 두 시간도 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온천 가자는데 싫어할 여자가 어딨겠냐만은, 여자들은 특히 다 같이 간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분위기였다. 모두가 함께하는건 제법 드문 일인데, 델렌이 '그 일'로 인해 사정상 합류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머지끼리 모여서 어디를 가는 것도 좀 그랬다. 타이밍이 제법 좋았다. 델렌이 모처럼 시간을 얻어서 집에 돌아옴과 동시에 단체 여행을 가게 됐다. 모두 한 데 모였으니 겸사겸사 큐피드의 작동도 체크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이아가 담당하는 부분이기에 용사가 신경쓸 부분은 없었지만.
띡! 삑삑삑삑! 끼익, 쿵!
"지나, 문 부숴지겠어."
"에이, 오빠! 봐줘요! 두 시간 내로 준비하려면 일분일초가 아깝다고요!"
"그래, 그래."
그래도 애정 표현은 잊지 않았는지, 자기 방으로 호다닥 뛰어가면서도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손으로 입술을 쪽쪽 찍어 보내고 손가락 하트를 뿅뿅뿅 보낸다. 참… 앙큼한 요물 같으니.
곧이어 미라와 아리스가 들어왔다. 오면서 만났는지 같이 들어오는데, 지나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인사와 함께 들뜬 미소를 보이며 재빠르게 움직였다. 어떻게 보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충동적인 결정인데 다들 기분 좋아보이는 것이, 여자들 입장에선 일종의 깜짝 이벤트가 된 듯하다.
용사 입장에서도 여건만 잘 갖춰진다면 이런 여행을 자주 하고 싶었다. 누구라고 이런 걸 하고 싶지 않겠는가. 특정 인물의 탓을 하고 싶진 않지만, 거의 항상 사정이 안되는 어떤 성기사님 덕분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혼을 내줘야겠군.'
사실 전혀 그럴 생각이 없지만, 그게 그녀가 원하는 것이니까.
…
한 시간은 커녕 삼십 분도 안 되어 짐을 싸맨 용사는 남는 시간동안 어느 온천이 괜찮을지 검색했다. 온천을 처음 가는건 아니었기 때문에 기초적인 정보를 조사할 필요는 없었고, 그저 조금이라도 더 끌리는 온천을 찾으면 된다. 일단은 국내 위주로 조사하다가, 기왕 떠나는거 멀리 떠나자는 생각을 하여 일본 쪽을 알아보았다. 어차피 국내나 해외나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니까. 왜냐?
"레이아, 매스 텔레포트 준비해줘."
"응, 마스터. 이미 준비 완료했어."
마법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마법사는 존재 자체가 특권이나 다름없었다. 충동적으로 결정한 1박2일 여행을 떠나는데 비행기 예약도, 여권도, 그 외 여러 가지 귀찮은 것도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지구로 귀환한 뒤 안 그래도 높았던 레이아의 입지가 독보적으로 오른 데에는 [모순] 저주와 더불어 대부분의 마법을 최상급으로 다루는 올라운더 마법사라는 그녀의 스펙이 크게 기여를 했다. 공격 마법은 기본이고 방어, 치료 같은 보조형 마법에 최면, 상태이상 등 저주 계열 마법도 쓸 줄 알고, 텔레포트 같은 유틸리티성 마법도 가능하다. 물론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잘 활약해줬지만, 레이아가 합류한 후 소수 정예 파티의 여러 가지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었고 결과적으로 마왕 토벌 여정의 난이도가 크게 낮아졌다. 물론 마왕과의 마지막 싸움은 모두 목숨을 걸어야만 했을 정도로 위험했지만.
불가능을 가능케하는 힘, 마법. 귀환한 후, 용사는 평생을 살아야 할 지구에서의 삶이 너무 쉬워서 빠르게 지루해질 것을 염려했다. 그래서 초창기의 자금 마련이나 신분 등록 등 필수적인 요소에서만 마법을 사용하고, 그 이후론 일절 금지했다. 레이아와 다른 여자들도 그 조치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물론 이런 식으로 꼭 필요할 땐 용사의 허락 하에 마법 사용을 할 수 있었다. 마법을 금지한 이유는 어떤 대의가 있는게 아니라 오로지 지구에서의 삶을 즐기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니 마법 없이는 여행이 불가능한 지금의 상황에선 당연히 마법을 사용하는게 맞다. 레이아도 그것을 알기에 굳이 허락을 구하지 않고 미리 준비를 해놓은 것이다.
"마법을 벌써 준비했다고? 여행 준비는?"
"다 했어."
"흐음."
"내가 가장 먼저 듣고 준비했으니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다. 레이아가 남들보다 행동이 굼뜬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것만 챙기는 스타일이어서 여행 준비도 쉬웠을 것이다. 용사는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레이아를 이끌어 자신의 방 컴퓨터로 향했다.
"여기로 갈 거야."
용사는 여행지로 선택된 곳을 바로 보여주는게 아니라, 세계 지도에서 시작해 조금씩 지도를 확대했다. 세계 지도에서 아시아 지도로, 한국과 일본이 보이는 소축척 지도로. 그렇게 점점 더 확대하며 레이아에게 좌표를 인지시켰다. 마침내 목표 지점을 잡자, 화면은 지도에서 잠시 간의 로딩 후 로드뷰로 전환되어 그곳의 상세한 지리를 출력했다.
"…."
레이아의 짙은 눈동자에 컴퓨터의 하얀 화면이 반사된다. 그녀의 매력은 카테고리를 따지자면 귀여움에 속하지만, 집중할 때는 마법사로서의 면모가 드러나 지적이고 섹시한 느낌마저 든다. 최근 들어 성격과 마음가짐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용사는 모니터에 빠져들 듯이 집중한 레이아의 옆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보았다. 여러모로 기특한 아이가, 새로이 각성하여 '플레이'에 적극적으로 임하려 든다. 한편으론 시원섭섭하면서도, 상상할수록 가슴이 두근거렸다.
"음."
어느새 이쪽을 보는 깊은 눈동자. 모든게 다 예쁘지만, 블랙홀처럼 빛과 사람의 정신마저 빨아들이는 눈동자를 보는 것도 큰 재미 중 하나다. 마치 아름다운 보석을 예술품처럼 감상하는 느낌이다.
아.
도저히 그냥 보내줄 수가 없다.
"레이아."
"응?"
"혹시 바쁘니?"
레이아는 자신을 향하는 용사의 옅은 미소를 보고는, 따라서 살짝 웃어줬다. 어느새 바지춤이 튀어나올 듯이 불룩 솟아있었다. 두근두근. 예쁘게 차려입은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돌돌 말면 용사가 한 손으로도 쥘 수 있을 만큼 얇은 팬티를 끌어내린다. 용사도 앉은 자세에서 재주 좋게 바지춤을 끌러서, 흉기처럼 단단하고 긴 물건을 바깥으로 드러냈다. 곧이어, 둘이 의자 위에서 앉은 채로 서로를 끌어안았다.
…
한 차례의 짧은 정사. 용사는 딱히 질질 끌 생각이 없었기에 최대한 빨리 싸는 것을 목적으로 움직였고, 레이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정액을 분사했다. 본격적인 섹스가 아니라 찐한 스킨쉽이라 생각하니 크게 미련이 남지 않았다. 어차피 레이아는 [모순] 스킬로 인해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고, 용사는 어쨌든 남자이다보니 쉽게 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었다면 한번한번의 사정이 소중하기에 최대한 많은 쾌감을 느끼려고 애썼겠지만, 용사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마나 유저이기에 크게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물론 좋은게 좋은 거지만, 이런 상황에서 굳이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하아, 하아…."
레이아가 용사의 어깨 너머의 허공을 응시한 채 멍한 표정으로 거칠게 호흡한다. 사실 이게 용사가 참지 않고 대충 싸버린 이유였다. 시간이 널널한게 아니라서 빨리 끝내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씨받이] 스킬을 터트려서 레이아에게 빨리 쾌감을 주려는 목적이 1순위였다. 예상대로, 최대한 깊숙하게 박아넣은 후 사정하자 정액에 자궁을 두드려 맞은 레이아가 허리를 곧추세우고 고개를 위로 확 젖혔다. 레이아는 느낄 때면 숨소리부터가 달라진다.
쪼오오옥.
용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부드러운 목덜미를 이곳저곳 탐하다가 야들야들한 옆부분을 세게 빨아들여서 빨간 키스마크를 남겼다. 레이아는 무방비하게 있다가 방 저편의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목덜미를 확인했다. 돌아오는 반응은 딱히 없었다. 오늘따라 특히나 순종적인 것 같아서 기분이 썩 괜찮았다.
"자기, 델렌 왔어… 어머."
문을 덜컥 열고 들어온 미라가 여전히 한 몸인 용사와 레이아를 보며 씨익 웃었다.
"너무하네, 자기. 안 그래도 나 요즘 아랫도리에 거미줄 치고 사는 기분인데."
"…흠흠."
할 말이 없어진 용사는 그저 헛기침만 했다. 미라는 저주 스킬의 특성상 아무나 붙잡고 막 하는게 아니라, 진짜 연애를 하듯 제대로 남자친구를 만든 후에 그와 하기 때문에 헤어진지 얼마 안 된 지금은 용사밖에 해줄 남자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다른 여자들에 비해 성욕이 밀리지도 않았다. 용사는 '개발'을 목적으로 모든 여자들을 고루고루 진득하게 만졌었고, 미라도 예외 없이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는 음탕한 몸이 된지 오래였다.
여자들은 따지고 보면 서로 은근한 경쟁관계이긴 하지만, 그에 앞서 등을 맡길만큼 믿을만한 동료였고 오랜 시간을 함께한 가족 같은 사이였다. 용사가 일부러 살살 긁지 않는 이상 서로 진지하게 질투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미라가 지금 말하는것도 말 그대로 자기 역시 욕구불만이라고 투정을 부리는 것이었다. 여자들은 용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 이렇게 직접적으로 투정을 부릴 정도면 정말 쌓이고 쌓인 것이므로 용사가 책임감있게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하아, 하아… 흣… 차."
숨을 가다듬은 레이아가 큰 동작으로 다리를 휙휙 움직여 결합을 풀었다. 그 반동으로 한 번 사정했음에도 여전히 단단하게 솟은 자지가 크게 덜렁거렸다. 갑자기 말이 없어진 미라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됐다. 저도 모르게 목울대를 움직이며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이 보였다.
"망 봐줄게."
"…아. 땡큐, 레이아. 고마워."
한껏 정액을 받아낸 레이아가 쿨하게 방을 나갔다. 모든 여자와 한 번씩 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니까, 성욕이 쌓인 미라까지만 좀 해결해달라는 무언의 의사 표명이었다.
"좀 빠르게 할 거야."
용사가 의자에서 일어선 후 미라의 목덜미를 살살 쓸었다.
"으응…."
레이아와는 달리 깃털로 스치는 듯한 손길에도 반응하는 미라. 레이아가 했던 것처럼 용사가 순식간에 치마 속에 손을 넣어 팬티를 내렸다. 미라가 호응하여 두 발을 쏙쏙 뺀 후 벽을 짚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치마를 걷어올리자 번들거리는 핑크빛 보지가 훤히 드러난다. 용사는 자신의 정액과 레이아의 애액으로 흥건한 자지를 곧바로 삽입했다.
"흐으응…!"
"조용히."
용사가 허리를 진퇴하면서, 따뜻하게 온기가 남아있는 미라의 팬티를 입 안에 쑤셔넣었다. 끈적거리는 애액이 묻어나던 팬티가, 이젠 주인의 침으로 축축해진다.
퍽, 퍽, 퍽, 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