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9화 〉#3. 사랑의 증표 (15) (39/162)



〈 39화 〉#3. 사랑의 증표 (15)

"그럼 갔다올게. 다들 쉬고 있어. 괜히 불편하게 있지 말고. 모처럼 여행 온 거잖아."


"…."

용사가 여자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다들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듯 불안한 눈동자로 침묵할 뿐이었다. 용사는 놀란 그녀들을 달랠 백 마디 말보다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가지 행동을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려 명령했다.



"레이아, 텔레포트 준비."


"네, 마스터."

언제나 한결같은 분위기였던 레이아마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일행들 중에선 가장 침착했으나 그녀 역시 긴장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

용사 파티 전원에게 찾아온 '어떠한 것'. 그리고 이어지는 특정 부위의 작열통.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후 놀란 여자들이 용사 앞으로 모여들었고, 용사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시공의 수호자를 만나고 오겠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아주 좋은 판단이라고 볼 순 없었다. 시공의 수호자는 말 그대로 시간과 공간을 수호하는 초월적인 존재다. 옆집 친구 만나듯 쉽게 만날 수 있는 이가 아니며, 원하는 해답을 준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그걸 제외하면 당장 용사가  수 있는 조치는 없고, 그나마 남은 수단 중 최선인 것도 맞기는 하다. 설령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더라도, 일단 이 답답한 분위기를 깨려는 목적 정도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몇 시간이 걸릴지 몰라. 길면 한나절, 아니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어. 그러니까 괜히 여기 모여서 서로 불안감만 전염시키지 말고 각자 편히 쉬고 있어. 알았지?"


"…네에…."


용사가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달래자 그나마 상태가 좋은 델렌이 대답했다.



'빨리 가야겠군.'


용사는 자신의 행동이 최선임을 다시 한 번 확신하며 레이아에게 신호를 보냈다. 곧이어 텔레포트 마법이 발동됐다.


우우우우웅!

….









우우우우웅!


"아, 주인님."


용사는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복귀했다. 벽에 기대앉은 채로 핸드폰을 만지던 델렌이 고개를 들어 용사와 레이아를 맞았다.

"나머지는?"


"다 온천에 있어요."

"…넌?"

"헤. 전 주인님 오시면 같이 가려고 했죠."

'뭐,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군.'

확실히 분위기가 진정된  같다는 생각을 하며 용사가 양손을 뻗어델렌과 레이아의 허리를 잡고 안쪽으로 향했다.



"그래,  같이 몸이나 담그자. 거기서 얘기할게."


"네엥."


"응, 마스터."

….



….



….



말이든 글이든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길다면 두괄식으로 전개하는 것이 좋다. 얘기가 길면 일단 결론부터 말하라는 것이다. 일련의 사태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러하다.




갑자기 용사 일행의 저주가 강화되었다.




용사는 시공의 수호자에게 물어보러 갔다. 다행히 만날 수 있었다.

시공의 수호자 왈, 저번에 말했다시피 해로운 효과는 진작에 제거되었다. 그러므로 지금의 사태는 저주가 아니고 일반 스킬이 강화된 것과 같다.




그는 비유까지 해가며 쉽게 풀어 설명했다. 꾸준히 운동을 하면 체력이 늘어나는 것처럼, 네토 플레이를 모두가 즐기니 스킬이 레벨업하여 효과가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용사는 이제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에 잠깐 의문을 품었으나 레이아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네토를 즐긴 것을 떠올리며 납득했다. 레이아의 타락(?)으로 '저주'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진 것이었다.




….


그러나 시공의 수호자의 말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진 않았다. 강화된 저주는 이전보다 훨씬 더 '저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이제까지 내심 가볍게 생각했던 파티원들 모두가, 자신에게 걸린 것이 마왕의 '저주'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됐다.



….




척, 척, 척, 척.

"흐으응…."


꿀럭꿀럭….



용사가 정사각형의 노천온천의 가에 발을 담그고 걸터앉은채 아리와 대면좌위로 섹스했다. 그리고 사정. 그는 서로의 쾌감을 위한 행위가 아닌, 오로지 정액을 싸기 위한 목적으로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아리 역시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그다지 즐기지 못해서 호응이 썩 좋지 못했다. 물론 그 조임이 어디 가진 않았기에 아랫입으로 꽉꽉 잘 물어주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


"…."


"음, 역시."

흥분도와 무관하게 찾아오는 미약한 쾌감에 아리가 반사적으로 몸을 부르르 떤 후 살짝 거칠어진 호흡을 내쉬었다. 틀림없는 질내사정이었고, 이전이었다면 [강인한 자]와 [씨받이] 스킬이 합쳐져 거대한 오르가즘의 폭발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자지러져서 펄떡거리며 경련했겠지. 그러나 지금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자지러지기는 커녕 가볍게 파르르, 파르르. 절정이라고도 부르기 민망한 몇 차례의 경련이 전부였다.


"후우…."

용사가 한숨을 내쉬며 아리를 부축하여 결합을 해제한다. 그리고 스킬창을 열어, 이제까지 지구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해왔던 스킬을 보았다.



[스킬]
-강인한 자(약화)
-이상 성욕(Lv.2)

….



마왕의 저주는 강화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저주다운 현상을 불러왔다. 강화된 저주는 용사가 지구로 귀환한 후 몇 남지 않은 스킬 중 가장 중요한 스킬을 앗아갔다.

"씨발."


'강인한 자' 스킬이 약화되었다. 지구에서 네토 플레이를 마냥 즐길 수 있었던 배경이, 네토 라이프의 일등공신이 죽어버린 것이다. 내용을 읽어보니 변경된 스킬의 내용은 이러했다.

기존의 강인한  스킬 대신 다른 효과가 적용된다. 정신력이 오르니 뭐니 하는 잡다한 옵션은 집어치우고, 가장 중요한 '씨받이' 스킬과의 호환 효과가 사라졌다. 이제는 씨받이 스킬을 가진 여자들에게 아무리 질내사정을 해봤자 스킬 효과가 터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신 이러저러한 효과로 변경되었다는데, 용사의 눈엔 하등 쓰잘데기 없는 것 뿐이었다. 이미 절정의 마나 유저인 그에게 소소한 스탯 상승은 무의미했다. 말이 약화고 변경이지, 사실상 스킬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알 것 같았다.

-이상 성욕(Lv.2)

강화된 저주.

이 스킬은 고작 1레벨 효과만으로 다섯 여자로 이뤄진 작은 하렘의 주인인 한 남자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더없이 정상적이고, 특이한 취향이라고 해봤자 애널 섹스에 호기심이 있다던가 손목을 묶는다던가 하는 것이 전부였던 그가 하드한 네토라세 플레이어가 되었다. 다른 남자에게 따먹히는 연인들을 보며 흥분하는….



 사람을 완전히 바꿔버릴 정도로 강력한 스킬이 2레벨이 되면서, 벌써부터 다가오는 변화가 느껴진다.




주르륵.

여전히 다리를 벌린채 멍한 표정을 짓는 아리를 보았다. 예쁘게 색이 잡힌 핑크빛 보지에서 허여멀건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몸 밖으로 나오는 자기 정액을 보면서, 용사는 자신의 머리와 가슴이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벌써부터, 연인들과 직접 나누는 섹스가… 별로 즐겁지 않다. 쾌감은 있지만 무언가가 많이 부족한 기분이다.

섹스라는 격렬한 운동을 하면서 어쩔  없이 두근두근 뛰던 심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다. 그다지 높게 치솟지도 않았던 정신적 흥분이 빠르게 식어간다.



"…후우."


한숨을 쉰 용사가 말을 하기 위해 살짝 숨을 마시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

….


….




….



그 후로 몇 시간이, 며칠이 흘렀다.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큰 변화는 없었다.

…겉보기에는 말이다.





….




"그래서, 그게 끝?"


….




"뭐, 그걸로 충분하지. 아니, 차고 넘치지."

….




"그래도 마왕이 괜히 마왕이 아니네. 뭐, 나한텐 좋은 결과야."

….

"응? 아, 그러려고."

….


….



"후후, 역시 말이 잘 통해.우린 참 좋은 비즈니스 관계야. '거래'가 끝날 때까지  부탁해, '시공의 수호자'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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