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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화 〉#4-1. 아리스, 한 아리 (6) (45/162)



〈 45화 〉#4-1. 아리스, 한 아리 (6)

멈춰있으면 도태된다. 도태되면 쓰러진다.

아리스가 가슴 속에 새긴 연 가주의 가르침이었다. 실력으로는  가주를, 아버지를 넘어선지 오래지만 그녀는 여전히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스스로의 성취에 취해서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히는 것을 혐오하고, 자신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항상 경계했었다.

그러나….


챙!

"흐윽…."

검이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막힌다. 손목이 저릿저릿했다. 아리스는 재빨리 휘두른 검을 회수하고 자세를 바로잡으면서도 속으로 스스로를 질책했다.


아리스, 자신에게 심취해 있었구나. 멍청한 것!

동대륙에서 최고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명문 무가인 연 가문,  중에서도 최고의 검객이라는 명예.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오빠에게 당하고 힘줄이 잘린 순간부터 아무 의미를 갖지 못했다. 아리스는 스스로 빛나는 과거의 영광을버렸다.

그러나, 내심 서대륙의 무사들을 평가절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형대장을 보자마자 자신이 상당히 밀린다고 직감했다. 그래도….

마나 유저 간의 대결에서 질 수야 있겠지. 그러나 순수한 검술에는 자신이 있어서, 정면승부를 최대한 피하고 검술로 상대한다면 어렵지만 아주 못 이길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멍청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었다.

채앵!

"빈틈."

처형대장이 아리스의 검을 바깥으로 쳐내면서 순간적으로 무방비하게 드러난 매혹적인 여체에 주먹을 뻗었다.

퍼억!

"크학!"

땀으로 번들거리는 매끈하고 탄탄한 복부에 거친 주먹을 자비없이 꽂아넣는다. 아리스가 신음조차 제대로 터트리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내장 깊숙한 곳까지 타격이  만큼 강력한 공격임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은 좋았으나, 온몸이 무방비 상태가 돼버렸다.


커다란 빈틈을 만든 처형대장이 비릿하게 웃으며 주먹 쥐었던 손을 다시금 뻗었다.

찌이익!

"흐윽?"

고통을 예상했던 아리스가 어리둥절한 소리를 내뱉었다. 흉부에 바람이 들어오는 서늘한 감촉을 느낀 아리스는 속옷이나 다름없었던 상의가 찢겨져 나간 것을 인식했다.


으득.

아리스는 굴욕감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서로의 상황이 반대였다면 가차없이 제압했을 텐데, 그는 마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듯이 이죽거릴 뿐이었다.  거만한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 당장 주먹으로 응징하고 싶을 정도로. 그러나 싸움에서 패자에게 허락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걸, 다름아닌 자신이 검투 경기를 통해 수없이 증명해왔기 때문에 그저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



친오빠의 흉계에 당하지만 않았어도 동대륙 최고의 검객이 되었을 아리스가 동대륙보다 무술이 뒤떨어지는 서대륙의 처형대장에게 압도당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힘줄이 한 번 잘렸기에, 회복 마법으로 회복은 했으나 완벽하게 예전 수준을 되찾은 것은 아니다. 콜로세움은 수련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고, 심지어 그녀는 개인 시간마저 룸메이트에게 몸을 내주는데 할애해야만 했다. 반면 처형대장은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수련을 했다.

 외에도 수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무시해도  정도의 사소한 이유에 불과했다.

아리스와 처형대장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스킬'이었다.

아리스는 모르는 얘기지만, 서대륙은 현재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혼란기를 맞이하는 중이다. 마왕군의 인간계 침공, 그에 대항하여 인간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 신의 부름을 받고 다른 차원에서 소환된 존재들. 사람마다 다른 얘기를 하기에 명확한 진실은 베일에 싸여 있으나, 확실한건 시대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초고열을 내뿜는 용광로처럼, 누군가가 스러지고 녹아서 사라진다.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것처럼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한다. 그것은 인류에게 있어 멸종의 위기임과 동시에 진화의 기회이기도 했다.

불의 발견, 경작을 통한 정착 생활, 철기의 등장, 그리고 마나 유저의 발현. 모든 것이 인류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요인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이   전에 또 하나 추가되었다.


극소수의 선택된 자만이 부여받는 새로운 힘, '스킬'.


스킬은 예외 없이 마나 유저에게 발현되기에, 객관적으로 본다면 하늘 위에 하늘이 생긴 것과 같다. 그러나 단순히 마나 유저의 수준이 높다고 발현되는 것은 아니어서, 최상위 계층이 더 강해졌다기보단 새로운 힘이 분배되어 계층 질서가 새로이 개편되는 것에 가까웠다.

즉 이제는 마나 유저로서 아무리 강한 힘과 잠재력을 가졌다고 할지라도 무조건 강자가 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스킬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가 크게 발생하면서 기존의 힘의 질서는 큰 혼란을 맞이했다.

게다가 마나와 스킬에는  차이가 있었다. 바로 선천성의 여부였다.마나 유저는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전부 타고난다. 그들은 마나를 다루는 법을 어느 순간 스스로 깨닫는다. 어떤 자각도, 노력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스킬 유저는 무조건 타고나는게 아니고, 강력한 후천성이 존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건이 마나보다  까다로웠다. 스킬 유저는 마나 유저와는 달리, 잠재력을 타고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 더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만 한다.

스킬을 얻는 법은 아직 모두 밝혀지지 않았고, 활발하게 연구 중이다. 현재 압도적으로 유력한 방법은 마왕의 수하, 즉 인간계를 침공한 마계의 종족과 싸우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스킬 유저는 마왕군과의 전투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가진 것이 많은 기득권층일수록 스킬 유저와 인연이 깊었다. 그들은 자신의 권세를 과감하게 투자하여 군사를 소집하고 마왕군과 싸웠다. 치열하게 싸우긴 하지만,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스킬 유저 예비 후보들은 몸을 사리면서 군사들을 앞으로 밀어넣고 스킬을 얻을 기회만 쏙 빼먹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이러한 모습은 민중들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스킬이니 뭐니 하는 속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지배층이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하며 인류를 위해 싸우는 것으로 판단했고, 머리 좋은 지배층은 선동꾼과 음유시인을 동원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기득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기득권층을 탄탄하게 다지게 된 것이다.

사실, 기득권층이 스킬에 대한 압도적인 기회를 갖는다고 보긴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국은 얻을 사람은 얻고, 얻지 못할 사람은 얻지 못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그래도 순수하게 타고나는 마나의 힘과 비교할 바는 아니었고,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했다.

여기서  년만  지나면, 마왕의 침공 수위가 상당히 강해져서 이러한 편법을 쓰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얄궂게도 아리스가 처형대장에게 농락당하는 지금은, 가진 자가 더 강해질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부조리한 시대였다.


….

스킬은 마나 만큼이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힘이어서 한두 마디로 효력을 특정 짓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잠재력 높은 마나 유저가 상당한 시간을 수련한 것과 같은 효과를낸다는 것이다. 검술 스킬을 가진 자는 같은 스킬 유저가 아닌 이상 검의 기술에서 질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설령 상대의 수준이 더 높다고 해도 말이다.


단적인 예시가 바로 아리스와 처형대장이었다. 설령 힘에서 밀릴지언정, 기술에서 밀리지는 않아야  아리스가 처형대장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처형대장이 스킬 유저이기 때문이다.


아리스 입장에선 알 도리가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고강한 실력을 가졌으며 콜로세움 최고의 검투사라고 한들, 현실은콜로세움이라는 감옥 안에 갇힌 수감자에 불과했다. 유일하게 교류할 수 있는 더브와 같이 지냈으나, 아리스는 그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몸은 수없이 섞었지만 마음은 전혀 섞이지 않아서, 둘의 관계는 남남과 같았다. 아리스가 스스로 고립을 초래한 꼴이다. 그러나 그녀가 어떻게 했든 똑같은 결과였을 것이다. 그녀의 운명을 정하는건 그녀 자신이 아니었으므로.

그녀에게 허락된 자유는 극히 미미했고, 모든 관계에서 고립되었으며, 따라서 그녀가변화의 물결을 인식할 방법은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 가장 크게 관여한 것은 콜로세움 마스터, 크레스트 남작이다. 그는 지금도 충분히 강한 아리스에게 더 강해질 여지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모든 정보를 차단했다. 아리스가 스킬의 존재조차 모르는 것이 그 성과에 대한 증명이다. 사람의 입을 막는 것은 흐르는 물줄기를 막는 것보다 어렵다고들 하지만, 철두철미한 남작은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그 결과, 마나 유저 중에선 수위를 다툴 만한 강자인 아리스는 스킬 유저의 등장으로 인해 그 위상이 많이 내려갔다. 요컨대 강자이긴 하지만 강자들 중에선 약자가 된 것이다.

찌이익!

또다시 천 조각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랫도리가 찢겨나갔다. 속옷이나 다름없는 천쪼가리였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없게 됐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머리카락이 얼굴이나 몸에 들러붙어 은근히 색정적인 기운을 머금었다.


"흐윽… 흐윽…."

격하게 몸을 움직인 데다가 처형대장에게 난폭하게 다뤄진 탓에, 아리스는 신음에 가까운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래도 대련 초반까지는 싸움의 형태를 했으나, 이제는 사실상 폭력이 섞인 능욕극에 가까워졌다. 마치 콜로세움에서 진행하는 능욕 쇼 같았다.


지독하게 농락당하여 흐트러진 아리스는, 완전히 제압되어서 꼭 쥐고 있던 칼마저 진작에 놓치고 완전한 알몸이 된 채로 후배위와 흡사한 자세를 강제당했다. 땀에서조차 암컷의 페로몬 풍기는 탓에 똑같이 알몸 상태인 처형대장의 페니스는 이미 최대 크기로 부풀어 있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고?"

왕자의 허락을 받은듯, 처형대장이 씨익 웃으며 아리스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그리고, 바로 삽입. 조금 뻑뻑한 감이 있었으나 페니스는 자궁 입구까지 무난하게 밀려들어가며 아리스의 질내를 완전히 정복했다. 처형대장이 중간중간 아리스의 몸을 제압하고 거칠게나마 애무를해댄 탓에, 민감한 아리스의 몸이 반응하여 은근히 젖어있었고, 예고 없는 삽입에도 큰 무리가 없었다.

철썩, 철썩….

"흐읏, 흐읏…."

삽입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신음 소리. 대련을 빙자한 능욕에 아리스가 얼마나 시달렸는지를 알 수 있을 법한 대목이었다. 최선을 다한 아리스는  반동으로 온몸에 힘이 쭉 빠져서, 마치 자지에 순응하는 것처럼 처형대장에게 몸을 내주게 됐다.

결국, 이런 결말인가.


콜로세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여자 검투사였으나, 그것은 재미와 자극을 원하는 관람객들의 취향에 맞게 놀아난 것에 불과했다. 지금은 그것마저도 지난 날의 꿈처럼 산산히 부서지고 있다. 이제는 권력자의 성노리개가 되어, 미약한 검재주를 부리면서 다리를 벌리는 신세가 됐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아마 이들이 원한다면 끌려가서 진짜로 노리개가 되겠지.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신세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 이미 한 번 자신을 높으신 분에게 상납한 콜로세움 마스터가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거란 생각은 요만큼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한 번 사용했으니 구멍이 헐도록 상납을 한다는 쪽이 더더욱 신빙성이 있었다. 아리스는 나름 합당한 대우를 해준 남작을 거래 상대로 존중하긴 했어도 믿지는 않았고, 자신의 미래에 드리운 암운을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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