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4-1. 아리스, 한 아리 (11)
'시발, 시발, 시발….'
탁탁탁….
후욱, 후욱….
화장실 안은 후덥지근한 온기와 강한 양기로 가득했다. 성민은 샤워하는 척하며 샤워기에 미지근한 물을 틀어놓고 한쪽에 서서 벌써 수 번째인 사정을 하며 속으로 욕을 했다. 욕설의 이유는 분노가 아니라 격한 감탄의 표현이었다.
좆이 도무지 죽질 않는다.
그나마 사정으로 잠시 기세가 약해지자 성민은 어지러움을 느끼며 벽에 머리를 기댔다.
"후우…."
몸이 뜨거웠다. 발걸음을 옮겨 샤워기에서 뿜여져 나오는 미지근한 물을 맞으니 좀 나아졌다.
한아리. 그녀는 악마인가?
언제는 여신이라면서. 스스로 생각해도 웃기지도 않는 질문을 던졌다. 성민은 슬슬 미쳐가는 것 같다며 자신을 타박했다. 그러나 내심 아리 악마설에 설득력을 느끼기도 했다. 끝없이 정액을 짜내어서 사람을 말라 비틀어지게 하는 악마…. 성스러운 여신이라기엔 너무 외설적인 매력이 강하고,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치명적이었다.
곰인형 눈알 하나를 빼고 몰카를 넣어서 선물로 줬다. 그리고 책상에 배치하여 방 안을 전부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쪽 지식은 별로 없어서 온라인으로 어둠의 경로를 타고 들어가 나름 철저하게 준비한 것인데, 너무 성공적이어서 오히려 그에게 부작용을 선사했다.
"미치겠네."
곰인형에게 같이 자자고 말하면서 인형을 마주보도록 옆으로 눕혀놓고 속옷 차림으로 자는데, 사정 직후임에도 그 모습을 떠올리니 또다시 발기해 버렸다. 꽤나 큰 돈을 들였기에 카메라의 화질은 상당히 좋았고, 성민은 마치 자신이 옆에 누워 자는 듯한 현장감까지 느꼈다. 평화롭게, 즉 무방비하게 잠든 얼굴과 색색거리는 호흡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가슴은 정말 심장에 안 좋았다.
"흐어…."
이번에 새로 안 사실이 있다면 아리 누나는 생각보다 잠버릇이 활동적이라는 것이다. 계속해서 몸을 뒤척이는데, 그 덕분에 성민은 고정된 카메라의 시야로 아리의 속옷 차림을 모든 방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곰인형의 시야 각도가 기가 막혔다. 살짝 높고 비스듬해서 마치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했다. 성민의 눈에는 아리의 머리부터 종아리까지 거의 전신이 다 보였으며, 악마 같은 매력의 가슴골 역시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처음엔 곰인형과 마주 보고 자는 자세였다.일상에서 저도 모르게 사용하던 안면 근육들이 전부 나른하게 풀어지면서, 생각보다 몇 배는 예쁘고 귀여운 잠든 얼굴이 가장 눈에 띄었다. 처음엔 속옷 차림이길래 속살에 가장 흥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성민은 얼굴로가장 많이 뽑았다. 예쁘게 감긴 눈빛과 살짝 벌어진 입술, 아주 살짝만 드러나서 더 예뻐 보이는 새하얀 치아에서 왠지 모를 섹시함을 느꼈다. 덮쳐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남자의 공격성을 자극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성민은 무방비하게 자는 누나를 수면간 하거나, 깨워서 힘없이 몽롱한 상태의 누나를 범하는 상상을 하며 마찰열이 일어날 정도로 기둥을 흔들었다.
물론 다른 부분으로도 실컷 뽑았다. 오목하게, 그리고 볼록하게 고저차가 두드러지는 쇄골 라인. 말이 필요없는 예술적인 윗가슴과, 팔을 모은 자세로 인해 강조되는 가슴골. 매끈하게 잘 빠진 복부와귀여운 배꼽. 상상력을 극도로 자극하는 팬티 라인과 두 다리를 바짝 붙였음에도 살짝 생기는 다리 사이의 빈 공간. 그녀의 몸 모든 곳.
뒤척이며 똑바로 눕자 그녀의 피부가 햇빛을 반사하며 눈부시게 빛난다. 긴 속눈썹이나 오똑한 콧대, 오르락 내리락하는 가슴과 아슬아슬한 느낌의 하복부가 시선을 빼앗는다. 그녀의 팬티는 평균보다 확실히 작은 데도, 어떤 각도로 보아도 음모가 안 보이는 것이 분명 제모하거나 선천적으로 숱이 적은 듯했다. 어쩌면 무모증일 수도 있다. 털이 정리된 여성기는 수많은 남자들이 선호하는 것이고, 성민 역시 그랬기에 털 하나 없는 팬티 안쪽을 상상하며 흥분했다.
등지고 누웠을 때는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나는 목덜미나, 예술적인 느낌마저 주는 날개뼈, 전체적으로 탄탄하면서도 매혹적인 곡선을 그리는 등 라인을 보게 되어 행복했다. 또한 잘 볼수 없었던 꼬리뼈나 딱 붙는 속옷으로 인해 노골적으로 드러난 엉덩이를 볼 수 있었다.
'미치겠네.'
지칠대로 지친 성민은 샤워기 물로 몸을 식히다가 다리에힘이살짝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대론 답이 없겠다 싶어서 욕조에 물을 틀고 퍼져 누웠다. 그래도 짧은 시간에 여러 번 자위를 하니 진정이 되긴 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현자 타임이었다. 그러나 성욕에 대한 허무함이나 기피감은 커녕, 이성적으로 행동하였을 때어떻게 하면 더 누나와 가까워질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현자 타임도 별로 길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수치심이 뒤늦게나마 찾아왔다. 이건 뭐 발정난 중학생도 아니고. 어른들이 보기엔 똑같은 애들이겠지만 그 나이대는 한살 차이도 엄청 큰 시기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싸던 사춘기를 진작에 넘어선 성민에게 있어서 최근 자신의 행동은 좀 씁쓸했다. 용기있게 들이대기는 커녕 말도 제대로 못하고, 뒤에서 몰카나 찍어대며 그 영상으로 다시 발정이 난 것처럼 자위로 정액을 뽑아내는 자신을 돌이켜보니 부끄러운 것이다.
"으으…."
진작에 느꼈어야 했던 자괴감에 시달리던 성민은 문득 하나의 충동이 들었다.
몰래 관음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실물로 직접 보는게 좋다.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실제 섹스까진 바라지도 않고, 그저 누나를 오감으로 느끼면서 자위하고 싶었다. 실물을 직접보고 싶고,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면서 체향이 짙게 배어 있는 피부의 향기를 맡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입과 혀로 몸을 맛보고도 싶었고, 항상 상상했던 피부의 촉감을 손으로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현재의 자신에겐 찾아오지 않을 행운이겠지. 연인 관계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겠지만, 지금은 아무 관계도 아니잖는가. 아무리 강한 욕구를 느껴도 고백이라는 위험한 길은 여전히 꺼려졌다.
'하지만, 자는 중이라면?'
갑자기 구미가 확 당겼다. 이번에 보고 느낀 것이다. 음욕에 빠진 성민의 좁아진 판단 회로에 또다른순수악이 파고들었다. 자는 중이라면 몰래누나를 탐할 수 있지 않을까? 잠든 그녀는 무방비하다. 즉 자신의 모든 것을 허락한 상태다. 그렇다면 몰래 욕구를 충족할 수도 있겠다. 삽입하면 깨겠지만, 넣는 것만 포기하면 의외로 많은 행복이 허락된다. 보는 건 물론이고 만지거나 맛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치 투명한 물에 검은 물감을 풀어넣은 것처럼, 그의 어두운 욕구가 급속도로 몸을 잠식해 나갔다. 눈빛이 한층 더 탁해진다. 아예 몰랐더라면. 하지만 금단의 욕망을 깨달은 성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에 자신을 내던졌다. 인터넷으로 몰카를 알아봤을 때부터 예정된 길이기도 했다.
끼익, 쿵.
"뭐, 뭐지?"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성민은 현실로 돌아와 상황을 자각했다. 연쇄 자위를 끝낸 지도 수십 분이 흘렀고, 아리는 그보다도 한참 전에 낮잠을 잤으니 지금 일어나서 돌아다녀도 전혀 이상할건 없었다.
얼마나 몰입했는지,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욕조에도 제법 오래 있었기에 몸이 불은 성민은 빠르게 몸을 씻어내고 욕실 밖으로 나섰다.
…
"…네?"
성민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아리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성민에게 악마와도 같은 유혹을 선사했다.
"수면제, 센 걸로 좀 알아봐 줘."
"왜, 왜요?"
분명 이것은 천금 같은 기회였다. 그러나 성민은 마치 자신의 계획이 들통난 기분이었다. 분명 욕실에서는 끈적하고 음침한 검은 욕망으로 가득했는데,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니 가슴이 살짝 저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게 그 양심통이라는 건가. 문득 자신이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음을 자각한 성민은 눈빛으로 아리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요즘 도무지 깊게 잠들지가 않아. 피곤해서 낮잠도 잤는데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아서 지금도 많이 피곤해."
"…누나. 그래도 약은 함부로 먹는거 아니에요."
성민은 마치 데드 라인을 긋는 심정으로 말했다. 현재 그의 마음 속에서는 선과 악이 격렬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검게 타락한 영역이 늘어가는 중이었다.
이게 마지막 배려. 여기를 넘어버리면, 그땐 나도 몰라요 누나.
"성민아, 그냥 구해다줄 순 없을까? 부탁할게. 응?"
"…."
꿈에도 그리던 여신이 품에 안겨드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성민은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었다. 여전히 안에선 흑과 백이 싸우고 있었다. 잠시 침묵하며 스스로를 가다듬은 성민은, 이내 검은 호흡을 토하며 혀를움직여 언어를 만들었다.
"알았어요. 마침 친구 중에 불면증인 애가 있는데 물어볼게요."
"고마워."
아리가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말갛게 웃었다.
왜 스스로 구하진 않는 건지. 언제부터 잠을 자지 못한 건지. 진짜 몰라서 남자 앞에서 그렇게 무방비하게 구는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성민은 더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