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4-1. 아리스, 한 아리 (17) (56/162)



〈 56화 〉#4-1. 아리스, 한 아리 (17)

"츄웁,츕…."

아리는 다소곳하게 무릎 꿇은예쁜 자세로, 입으로  수 있는 가장 음란한 소리를 내며 침대에 걸터 앉은 성민의 자지에봉사중이었다. 요 며칠 동안 깨어있는 내내 섹스하면서 아랫입을 적어도 수천 번은 쑤셔준 고마운 남근이었다. 고생한 녀석을 다독여준다는 생각으로, 부드럽고 상냥하면서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입과 혀를 사용했다. 자신에게 있는 모든 지식과 기술과 봉사심을 동원하니, 성민도 그걸 느꼈는지 빙긋 웃으며 아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펠라도 따지고 보면 성행위의 일환이었으나, 이제까지의 후끈하고 진득했던 시간들을 떠올려보면 지금은 사실상 소강 상태나 다름없었다. 성민이 아무리 각성한 상태이고, 아리가 아무리 마나 유저라고 해도 이렇게나 해버리면 중간중간 휴식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 증거로 둘의 성기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저도 빨아줄게요. 올라와요."

귀두를 혀로 빙글빙글 돌리며 남근의 묘한 맛을 느끼던 아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침대 위로 올라갔다. 아리가 몸을 일으키면서, 그녀의 전신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그러나 며칠 전과는 다르게, 도화지처럼 하얀 몸 전체에 마치 물감을 칠한 것처럼 발간 자국들이 수없이 새겨져 있었다. 성민의 요구에 따라 하루 종일 알몸 상태인 아리의 몸은 혹사 아닌 혹사를 당하면서 자연스럽게 흔적을 몸에 그대로 남겼다. 부위마다 나름 특색이 있었는데, 허리 부근은 손으로 자주 잡아서 그런지 손가락 자국이 많았고 가슴이나 어깨, 목덜미에는 키스 마크가 유독 많았다.

"흐응…"

식스티나인, 69자세로 서로의 성기를 탐하기 시작하자 아리가 움찔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성민의 자지 만큼이나 그녀의 보지도 요 며칠간 풀타임으로 사용되면서 빨개진 상태였다. 마나 유저의 몸인데도 살짝 부어오른 모습은 그동안 수없이, 그리고 격렬히 해왔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열이 오르는 기분마저 드는 부분을 남자의 혀로 핥아지니 아리는 묘한 기분에 휩싸여 달콤한 소리를 냈다.

마치 서로의 열을 식혀주는 듯한 잠시 간의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서로의 것을 탐하자, 다시금 사용 준비가 완료된 둘의 성기는 각각 쿠퍼액과 애액을 흘리며 파트너를 흥분시켰다.

"헉, 헉, 누나…."

"으음…."

몸이 달아오르자 마음도 달아오른 성민이 다시금 솟아오른 성욕과 정력을 느끼고는 아리를 정면으로 돌렸다. 성민이 밑, 아리가 위에 있었기에 자세를 바꾸자 아리가 위에 있는 기승위가 됐다. 모처럼 주도권을 아리에게 넘겨준 성민은 아리가 흥분한 얼굴로 요분질치는 상상을 하며 흐뭇하게 올려다봤다. 그러나 아리는 섹스할 생각이 별로 없는 건지, 수평으로 누운 성민의 자지를 가랑이로 살살 비비기만 할 뿐이었다.


"누나?"

"좀 천천히 하자. 여기가 슬슬 아프려고 해."

"으으…."

사실 성민도 슬슬 피부가 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리의 부드러운 호소에 뜨겁게 올랐던 몸이 냉각수를 맞은 것처럼 진정됐다. 하루 종일 아리와 섹스하는 천국 같은 나날은 앞으로도 열흘이 넘게 남았고, 그 중간에 괜히 오버해서 쉬는 날을 만드는 실책을 범하고 싶진 않았다. 발정 마법도 이겨낼 만큼 강인한 그의 이성이 다시금 힘을 되찾았고, 비록 발기 상태는 여전했으나 참았다. 이른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


'흠.'

성민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자연스레 허벅지 위에 앉아있는 아리와 마주보는 자세가 됐다. 당연하다는 듯이 가볍게 키스한 후, 성민이 물었다.


"씻을까요?"

"…아?"

아리는 그 말이 절대 씻는다는 말로 안 들리는 건지, 굳이 되물었다.


"에이, 방금 쉬자고 했잖아요. 안 넣을게요."

"넣는거 빼고 다 하겠다는 거네."

"흐흐, 가죠? 가요."

"에휴…."

아리를 일으킨 성민은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밀고 등허리를 자지로 쿡쿡 찌르며 욕실로 향했다.




성민이 아무리 성욕의 화신이어도 입으로 내뱉은 말은 지키는 남자였다. 비록 씻겨준다는 명목으로 특정 부위를 거품 묻은 손으로 진득하게 만져주고, 아랫배나 등허리나 엉덩이에 계속 물건을 비벼대긴 했지만 그 이상을 하려 들진 않았다.

아리도 그 정도는 용인하는 범위였는지 핀잔은 커녕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나름 복수랍시고 바디 워시를 잔뜩 묻힌 손으로 성민의 기둥과 귀두를 마구 괴롭히긴 했지만, 오히려 성민은 황홀한 표정으로 더 해달라는 듯이 허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렇게 삼십 분 정도의 샤워가 끝나고 둘은 다시 성민의 방으로 돌아왔다. 아리의 머리카락은꼬리뼈를 덮고도 남아서 엉덩이 살을 찌를 정도로 길었는데, 샤워하면서 보니까 남이 보기에는 좋은데 관리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수밖에 없었다. 한 손에 가득히 샴푸를 쭉쭉 짜내는걸 보고 머리가 기니까 많이 쓴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도 모자라 그걸  번을  하는걸 보니 그저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말리는 것도 감는 것 만큼이나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하긴, 예쁘긴 하니까.'

 저렇게 길게 길렀을까 생각을 하다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 성민은 그쪽은 여자의 분야라고 판단하고는, 그저 나중에 예쁘다는 칭찬이나 하기로 했다. 하도 맨날 예쁘다고 해서 효력이 있을진 모르겠으나, 칭찬을 듣고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 테니까. 어린애 답지 않은 현명한 생각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휴식 시간을 보냈다. 아리는 몸을 섞기 전에 주로 했던 것처럼, 침대에 배를 깔고 누워서 핸드폰을 했다. 머리는 이미 다 말려서 흑단처럼 아름다운 평소의 생머리가 됐고, 바디 로션을 바른 몸도 평소의 촉촉하고 부드러워졌다. 다리 사이에 집중됐던 허연 자국들도 당연히 씻겨나가서 깨끗했다. 오직 몸 곳곳에 남은 진분홍빛 자국들만이 둘의 정사를 증명해줄 뿐이었다.


'으음….'

성민은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샤워한 직후의 누나는 확실히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그러나 자신이 남긴 흔적들 역시 대부분 물에 씻겨나가 버렸다. 그나마 남아있는 자국들도, 며칠이 지나면 점점 연해지고 사라져서 결국은 원래의 하얀색 피부로 돌아올 것이다.

흔적을,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

지금 당장은 죽도록 행복했으나, 미래에는 어떨까. 시간이 지나면 마치 샤워하듯이 깨끗하게 씻겨나가서, 생각으로밖에 떠올릴 수 없는, 그저 단편적인 과거에 불과해지지 않을까.


남기고 싶다. 이 행복한 나날의 기록들을, 생생하게….


'하지만, 어떻게?'

성민은 불현듯, 아리의 방에 있는 곰인형을 떠올렸다.


'몰래 찍을까?'

…아니.

수면제 사건이면 충분했다. 더 이상, 사회에서 범죄로 분류되는, 그런 나쁜 일을 누나에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누나가 허락해준다면 범죄가 아니잖아. 그런데, 허락을 어떻게 구해.

성민은 어느새 내적 갈등에 깊게 몰입하였다. 얼마나 몰입했는지, 어느새 아리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다.


쿡쿡.


"헛?"

아리가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자,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온 성민이 화들짝 놀랐다. 어느새 둘은 고개만 내밀면 입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아리가 몸을 들이민 것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성민이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아리는 한 번 더 빤히 쳐다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더니, 이내 씨익 웃으며 성민에게 물었다.


"성민아."

"네?"

"컴퓨터 좀 써도 될까?"

"…."

성민은 무심코 허락을 하려 했으나, 중요한 사실 하나를 떠올리고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 동영상… 곰인형으로 자는 아리를 몰래 찍은 그 동영상 파일이, 바탕화면에 있었다.

'…위기다.'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걸어 놓아서, 아리가 확인할 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바탕화면에 막 놨는데. 성민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두뇌를 맹렬하게 회전시켰다. 그런 그의 목덜미에, 식은 땀이 한 줄기 흘렀다.


"응? 왜 말이 없어. 뭐야, 야동이라도  있는 거야?"

아리는 응흉한 농담을 하며 씨익 웃어 보였다.


"아, 하하하…."

성민은 아리의 미소가, 처음으로 무섭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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