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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화 〉#4-2. 개입 (7) (72/162)



〈 72화 〉#4-2. 개입 (7)

한 번이 어렵지  번 부턴 쉬울 거야.

그런 각오를 했던 것을, 성민은 문득 떠올렸다. 피식 하고 자조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까지 갈 것도 없이, 처음부터 쉬웠다. 마치 홀린 듯이 기둥을 잡고 흔들자 쾌감이 몰려왔고, 사정해 버렸다.


시작 전에는 누나에게 피임약을 제공하려면 어쩔  없다고 생각하며 비장한 각오를 했었다. 괴롭지만 누나와 폰섹스를 한다는 생각까지 하며 몰입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막상 느낀 것은, 아리 누나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아무 것도 입지 않고 무방비하게 잠든 누나를,  사내가 손과 입으로 마구 탐하고, 자지를 꺼내 스마타로 누나의 몸을 마구 사용했다. 정액을 몸에 뿌려대고 입안에 싸넣었다. 그러나 그 만행을 전부 보았음에도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정신이 멍했고,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 박자 늦게, 너무나도 태연한 마음을 자각하고 나서야 마치 의리적으로, 의무감처럼 씩씩거렸을 뿐이었다.

 후에 찾아온 것은, 성적 충동이었다.


꼴렸다.


네토 취향이어서, 자기 여자를 남에게 던져주고 즐기는건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로 남의 여자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성민은 일면식도 없는 생판 모르는 여자를 딸감 삼아 딸딸이 치는 느낌으로 자위했다. 마치 영상 속의 여자가 아리 누나가 아닌 것처럼.


하지만 사정하고  뒤에는 제정신이 돌아와서, 커다란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최면에 걸린 것만 같았다. 아까 했었던 두 번째 자위도 마찬가지였다. 모르는 남자에게 억지로 따먹히는 아리 누나의 영상으로 태연하게 자위할 수 있었다. 마치 좋은 포르노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사정하고 나면 괴로움이 물밀듯 몰려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레이아가 점점 다가왔다. 성민은 그렇게 느꼈다. 분명 그녀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남자의 자위를 관찰했다.


처음엔 너무나도 신경 쓰였으나, 가면 갈수록 익숙해져서 별 생각이 안 들거라고 막연하게 미래를 억측했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들어맞는게 단 하나도 없었다. 괴로울 줄로만 알았던 동영상은 의외로 흥분됐고, 병풍처럼 느껴질  알았던 레이아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점점 무대 중앙으로 이동했다.

생각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으니 엉뚱한 생각만 들었다. 이제까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살아온 건가 싶었다. 세상에 저만큼 예쁜 여자는 생각보다 많고, 예쁜 여자들 중에는 기구한 사연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경우도 있나 싶었다. 분명 외모로 먹고 사는 배우나 아이돌보다 예쁜데, 레이아가 지금 하는 일은 남자의 자위를 지켜보고 보고하는 일이었다. 그녀의 사연이 굉장히 궁금했으나, 친하지도 않았고 이제까지 워낙 우울한 티를 내서 그런지 저쪽에서 말을 거는 경우도 드물었다.


민성에게 물어봐도 별 소득은 없었다. 그녀는 성민을 제외하고는 아예 대화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먼저 말을 걸어도 짧은 단답 후에 말을 끊는단다. 그럼 하루 종일 뭘 하냐고 물어봤더니,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한아리가 사용했던  방에서 보낸다고. 귀를 기울여봐도 숨소리조차 너무 작아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가끔씩 필기구를 쓰는 건지 슥슥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아마 공부를 하는 것 같다고 민성은 추측했다.

진짜 그럴까?

'알고 싶다.'

성민은 레이아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아직도 자각하지 못했다. 마치 눈덩이가 굴러가듯, 지금은 작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사람 몸집 만하게 커져 있으리라.

성민의 심리 상태는 레이아가 예상한 그대로 흘러갔다.





박민우가 보내는 영상에는 딱히 정해진 패턴이 없었다. 처음엔 저항하는 아리를 강제로 범하는 강간을 찍어 보냈고, 다음에는 '별장'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잠든 아리를 스마타로 범하는걸 보내왔다. 성감대를 지독하게 자극당해 어쩔  없이 느끼는, 쾌감에 푹 젖어가는 영상도 있었고 반대로 전혀 젖지 않아 아파하는 그녀에게 억지로 쑤셔넣는 영상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영상의 대부분은 조교 아니면 강간이었다. 최근에는 조교 영상이 많았다. 아리의 목구멍을 길들이는 과정이 주요 내용이었다. 딥 쓰롯 혹은 이라마치오라고 부르는, 목구멍 깊숙히 자지를 쑤셔넣는 하드한 행위. 영상이 재생되는 내내 박민우나 다른남자들은 아리의 목구멍에 열심히 길을 뚫고 있었다.


처음엔 눈동자가 뻘개지고 눈물이 가득 맺힌 채로 꺽꺽 헛구역질을 했다. 그러나 그 다음 동영상에선 조금 익숙해졌는지  정도가 덜해졌고, 이번 영상에선 어느 정도 적응한 것이 확실히 보였다. 그쪽 분야에 대해선 별로 아는 바가 없었던 성민은 그저 아리 누나가 적응을 빨리 하는 편인가 생각하고 말았다.

영상이 끝날 때 쯤 되자 그들은 아리를 테이블 위에 눕혀놓고 목구멍과 보지를 동시에 범했다.  구멍 모두 남자의 자지를 바짝 조이며 정액을 짜냈고, 남자들은 쾌감에 신음을 흘려댔다.


….


성민은 별 감흥은 못 느꼈고, 다만 영상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것을 체감했다. 처음엔 다소 강제로 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비록 마지못해 호응하는 듯했으나 어쨌든 조금씩이라도 협조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체위 변경을  때도 저번처럼 거칠게 이리저리 뒤집는게 아니라, 말을 하면 아리가 스스로 자세를 바꿨다.


소년은 마음이  좋았지만, 그다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별장'은 박민우의 아지트였고, 그가 지배하는 촘촘한 거미줄이었다. 한 명의 여자에 불과한 누나가 언제까지고 극렬하게 반항하는 것은 오히려 원하지 않는 바였다. 말을 안 들을수록 그들은 더 거칠게 다룰 테니까.

첫 영상에서 누나가 심하게 반항하자 뺨을 때리거나 주먹으로 배를 때리는 것을 보았다. 그때 너무 마음이 아팠던 성민은 어차피 결과가 변하지 않는다면 누나가 차라리 협조적으로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정신적으로 힘들 텐데, 몸까지 망가진다면  악몽 같은 시간을 버텨내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 타버리고 잿더미가 되는 배드 엔딩은 가장 원하지 않는 미래였다.

차라리 이게 낫다. 이게 나아.

비록 누나가 점점 놈들과의 섹스에 익숙해져도, 차라리 이게 낫다.

"후우…."

"그럼 이만."

"…그래."

레이아는 이번에도 역시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성민은 차마 고개를 들  없었다. 마음속에서 점점 커지는 레이아를, 이제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


레이아는 티나게 자신을 외면하는 성민의 태도에 나가지 않고 서있었다. 침묵이 이어지고, 시야 언저리에 여전히 서있는 그녀를 점점 외면하기 힘들어진 성민이 먼저 말을 꺼냈다.


"왜 계속 있는 거야."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어? 으, 응. 물어봐."

레이아가 먼저 대화를 여는건처음이었기에 성민이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기에, 소년의 눈동자와 레이아의 선명한 보라색 눈동자가 마주쳤다. 보라색 눈동자는 여느 때처럼 차분히 가라앉은 채로 소년을 응시하고 있었다.

"당신은 한아리와 무슨 관계입니까."

"어? 그, 그게…."

성민은 굉장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고 속으로 곰곰이 생각해봤다. 사귀는 사이? 솔직히 성민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으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해 확답할 수가 없었다. 친한 사이라고 말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겨우 그 정도의 관계는 아니었다.


섹스 파트너… 현재는 딱  정도가 맞는 말 같았다. 아직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진심으로 교제한게 아니었기에 애인 사이라고 하긴 애매했지만, 섹스는 많이 했으니 적어도 몸은 맺어진 관계였다.


질문을 듣고 허를 찔린 성민은 혼란스러웠다. 이전엔 섹스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지금은 서로 떨어져 고초를 겪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아리 누나와 자신의 관계를 마치 견우와 직녀처럼 애틋한 사연이 있는 연인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주고 받은 말과 약속이 없잖는가. 사실은 누나가 자신을 잠깐 즐기고 마는 장난감처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이르자 성민은 순간 멍해졌다. 타이밍 좋게 레이아가 치고 들어왔다.


"미래를 약속했습니까?"

"…아니."

"그럼 사귀고 있습니까?"

"그게, 잘 모르겠어."

레이아가 잠시 침묵했다. 성민은 왠지 모르게 그 침묵이 불편해서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그… 섹스는 했어."

"그럼, 섹스 파트너?"

"그, 그렇게 몸이 전부인 관계는 또 아니었는데…."

"분명 사귀지 않는다고…."

레이아가 말끝을 흐렸다. 똑부러진 그녀가 보기 드물게 그러자, 성민은 왠지 반박하고 싶었으나 차마 할 말이 없었다.


"말을 들어보니 당신은 한아리에게 마음이 있군요?"

"그, 그렇지."

"한아리의 마음을 확인해보진 못했고요?"

"…그래. 타이밍 좋게 이런 꼴이 되어서 말이지."

"음… 유감입니다."

모처럼 성민이 뼈 있는 말을 던졌다. 레이아는 쿨하게 한 수 접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궁금증이었습니다."

"그게 왜 궁금했어?"

"얼마나 애틋한 관계이길래 그렇게 힘든 길을 자처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힘든 길?"

성민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묻자 레이아가 되려 자기가 궁금하다는 듯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였다. 보기 드물게 귀여운 리액션이었다.


"항상 자위가 끝나면 그렇게 자괴감을 느끼시면서, 괴로움을 잊으려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으시니까요."

"하, 이 상황에서  괴로운게 어디 있다고."

"음…."

성민의 태연한 말에 레이아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제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군요. 성민 님은 아무래도 마음에 둔 여자가 있으시니, 지조를 지키시려는…."

"어엉?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말에 무어라 대답하려다가 멈칫,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성민에게  가지 묻는다.

"…잠깐. 혹시, 제가 저번에 드린 말씀을 잊고 계신 건지요."

대답이 없자 레이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유도 모르고 한숨 공격을 받은 성민은 왠지 억울해졌다.

"저기, 왜 한숨을 쉬는 거야."

"혹시, 제가 여자로 안 보이십니까."

"으, 으응?"

성민의 천연스러운 말에 레이아는 살짝 자존심이 상했는지, 살짝 올라간 톤으로 말을 이었다.

"저한테서 아무 매력도 못 느끼시냐고요."

그녀가  발짝 다가오며 묻자 갑작스러운 상황에 성민이 당황하며 한 발짝 물러났다. 그러나 그는 침대에 묶여있었기에, 도망갈곳이 없었다.

"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제가 말씀드렸지요."

또  발짝 더. 당황한 소년은 숨이 턱.


"원하신다면, 자위를 도와드리겠다고."

"…아."

"설마, 잊으신 겁니까."

아니. 절대!  말을 어떻게 잊겠는가.


오히려 가장 신경 쓰이는 말이었다. 다만 아리 누나를 배신하는 것 같기도 했고, 이런 상황에서조차 여자를 탐하는 철없는 놈이 되긴 싫었다. 그래서  들은 척했다. 그게 설마 레이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성민은 왠지 억울했으나 레이아의 기세에 눌려 입이 선뜻 떨어지지 않았다.

"남성민 님."

"응…."

"진지하게 물을테니, 솔직하게 대답하시지요."

"마, 말해."

왠지 질문을 알 것 같은 성민은, 침을 꿀꺽 삼켰다. 레이아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성민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혀나갔다. 저번에 목을 졸랐을 때처럼, 둘은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서로의 숨결이 충분히 닿는, 아주 위험한 거리였다.


"당신은 제가, 여자로서 어떻게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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