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2화 〉#4-2. 개입 (17) (82/162)



〈 82화 〉#4-2. 개입 (17)

"으음…."

아리는 깊은 숙면에서 깨어나고 정신을 차린 후 혼란스러움을 가장 먼저 느꼈다. 밤새 야외 노출 플레이를 하고, 돌아오는 와중에도 몇 번이고 따먹혔다. 그렇게 따먹히고 지친 그녀를 박민우는 편하게 휴식하게 냅뒀다.


'웬일로….'

이렇게 깊고 편히 잠든게 오랜만이라 어색했다. 여자를 너무  다뤘으니 쉬게 해주는건 맞는데, 어째 느낌이 좀 이상했다.

언제든 따먹어도 된다는 소악마 녀석의 말 때문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따먹으러 오던 남자들. 그들은 일부러 그러는 건지 배려라곤 하나도 없어서, 쉬고 있을 때나 샤워를 할 때, 심지어 잘 때도 불쑥 찾아와 자지를 푹푹 박았다. 뱃속이 가득 들어찬 느낌을 받으며 강제로 깨어나던 나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해가 중천에 뜬 오후임에도 남자들은 커녕 사람의 기척조차 없었다.

항상 질퍽하고 끈적하던 보지도 지금은 물기 하나 없이 뽀송뽀송한 것이, 자는 도중에도 건들지 않은 듯했다. 아무튼 편히 자게 해줬으니 나쁠 건 없었다.

'이 짓거리만 하지 않았으면 참 고마웠을 텐데.'

자는 도중에 유일하게 벌어진 일. 아리는 엉덩이 쪽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존재감을 인식하고는 손을 가져갔다. 뒷문을 만져보니 딱딱한 것이 입구를 빈틈없이 막고 있었다. 언제 박혔는지 모를 애널 플러그가 그녀의 후장보지를 넓히고 풀어놓은 상태였다. 언제든 수월하게 자지가 들어갈 수 있도록.


아랫 구멍에 뭘 박아놓은게 처음은 아니었다. 놈들은 하루 24시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그녀의 구멍에 자지나 딜도 등의 이물질을 항상 박아놓았다. 개통되고 꿰뚫려서 넓혀진 구멍들이 다시 원래의 비좁은 상태로 돌아온 적이 없을 정도였다. 처음인 것은, 이렇게 구멍을 풀어놓고도 최소 하룻밤은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둔 지금의 상황이었다.

'무슨 일이 있나?'

왠지 느낌이  쌔했으나, 어차피 여기서 좋은 일을 겪은 적이 없었기에 아리는 그냥 잠이나 마저 자기로 했다. 얌전히 재워주는게 어디냐고 생각하면서. 애널 플러그는 고민하다가 빼버리기로 했다. 현재의 컨셉은, 단단한 자지 몽둥이에 혼이 나서 다소 얌전해졌으나 아직 반항기가 조금 남아 있는 여자니까. 막상 정면에 서면 꼼짝도 못하지만, 안 보이는 곳에선 마치 구겨진 자존심을 세우듯 반항적으로 구는게 현재의 한아리였다. '플레이'에 누구보다 깊게 몰입하는 아리는 실제로 반항심을 느끼면서 가차없이 플러그를 뽑아 버렸다. 야릇한 감각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흐윽'하며 콧소리를 냈다. 쑤욱 하고 뽑혀나가면서 열린 구멍에 서늘한 공기가 닿아 살짝 오한이 들었다.

시원한 기분으로 다시 침대에 누운 아리는 밤새 숙면했음에도 또다시 잠들었다. 마나 유저여서 잠이 별로 없는 그녀가 계속 잠드는 것은, 며칠 내내 시달린 정신적 피로감이 원인이었다. 남자들은 마나 유저조차 지쳐 잠들게 만들 정도로 괴롭힌 것이다. 일반인이었으면 한참 전에 혼절했을게 분명했다. 아무튼 아리는 모처럼의 휴식을 취하며 그간의 피로감을 전부 해소했다.

비서가 그녀를 깨운 것은, 하늘이 주황빛으로 노을지기 시작할 때였다.

….


….

….

"1층?"

"네. 어차피 저희가 모셔다 드리니, 따로 준비하실건 없습니다. 알고만 계십시오."

이제는 3층이 아닌 1층으로 배정됐다는 통보. VIP 플로어인 3층과는 달리 1층은 남자들과 성민의 친구들이 어우러져 남자만 스무 명이 넘을 뿐더러, 남자보다도  많은 여자들이 교태를 부리며 난잡한 향락을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그곳으로 간다는 것은….


'이제 질렸나?'

바로 어제까지도 따먹어 놓고? 하룻밤 사이에 마음이 변한 건가.


아리는 의아했으나, 이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자와 남자는 많이 다르니까. 남자들은 심지어 섹스한 직후에도 마음이 변한다. 불꽃처럼 타오르다가도  식어서 얼음처럼 차가워지는게 남자였다. 콜로세움의 검투사 시절에 충분히 겪어봤다. 마치 예술품을 찬미하는 것처럼 굴다가도, 사정하고 나면 싸늘해지는 자들. 처음엔 당황스러워서, 그리고 자기 몸이 별로인 건가 싶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적응되니 그러려니 했다.

아무튼, 1층으로 간다는 것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패턴으로 간다는 뜻이었다.

'…갱뱅?'

이제와서 고작 돌림빵을 두려워할 리는 없지만, 몇십 명에게 박힌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도 숫자면 순번이 돌아오는 동안 재충전이 충분히 끝날 것이다. 진짜로 실신할 때까지 박힐 수도 있는 것이다. 돌림빵을 당할 때마다 느끼는 습하고 끈적한 기분과 진득한 남자 냄새, 어질어질한 정신 상태가 떠올라 벌써부터 머리가 띵했다.

아찔해진 아리는 다른 생각을 했다.

'아니면, 그냥 과시?'

그저 수집품을 자랑하는 것처럼, 수많은 관객 앞에서 따먹히는 걸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를 독점하지 않는 녀석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설령 1층에서 섹스 쇼를 펼친다 해도 한 명에게만 따먹힐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힘들…겠지?'

좋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적중하는 법. 심지어 이곳은 오로지 불길한 일밖에 없었던 별장이었다.

아리는 마치 어제처럼, 유두와 보지만 간신히 가리는 천쪼가리만 걸친 차림이었다. 노출 자체는 어제의 미니 비키니보다 더더욱 심했다. 끈이나 다름없는 차림이었기에, 조금만 자세히 보면 분홍빛유륜이나 대음순까지도 전부 보였다.

특정 부위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느끼며 아리는 얼굴을 붉혔다. 아무리 노출에 익숙하다 해도 수십 쌍의눈동자가 번들거리는 모습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뒤편에는 삼각대에 거치된 카메라까지 있었다. 이런 모습까지도 전부 성민이한테 가는 구나…. 그런 생각을 하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자. 오늘부터 여기서일하게 된 한아리야. 3층에서 나랑 아저씨들이 좀 즐겼는데,슬슬 너네도 맛보라고 데려왔어. 맛있는건 '친구'끼리 나눠 먹어야지.  그래?"

"와아아!"

박민우는 아리의 허리에 손을 두른 채로 선심 쓰듯이 말했다. 환호성이 들려오자 녀석은 호응하듯이 손을 내려 노출된 맨엉덩이를 음란하게 주물거리며, 성민의 친구들에게 그녀를 소개했다. 끈적한 욕망으로 가득한 수십 쌍의 시선이,마치 혀로 핥는 것처럼 진득하게 아리의 새하얀 육체를 훑었다. 생전 처음 보는 최고의 외모와 몸매에 감탄하던 소년들 역시, 며칠 동안 '별장'에서 즐기면서 빠르게 타락했는지 어른들처럼 욕망 가득한 시선을 쏘아보냈다. 박민우가 아리를 공공재로 풀겠다고 선언하자, 소년들이 특히 환호를 보냈다.


"신고식! 신고식! 신고식!"

마치 MT를  것 같은 들뜬 분위기. 갑작스럽게 신고식을 외치자 당황한 아리가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자들 뒤에서 지켜보던 여자  한 명이, 딱 봐도 고급스러운 술병을 들고나왔다. 박민우가 여자를 보며 아는 체를 했다.

"유란이네. 네가 얘 담당이야?"

"네에… 흑흑, 제가 힘이 제일 약해서요."

"큭큭, 반대겠지."

귀여우면서도 똑부러지게 생긴 유란은 장난으로 우는 척했지만, 눈빛이 살아있는 것이 딱 봐도 실세였다. 염색으로 물들인 짙은 검은색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그녀는 별장의 일인자인 박민우에게 꾸벅 예를 갖춰보인  아리의 옆까지 다가왔다. 박민우는 사람이 모여서 자연스레 형성된 무대에서 벗어나 관객석으로 물러난  다른 여자를 끼고 관람을 시작했다.

"한아리라고? 몇 살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네가 마지막으로 들어왔으니 여자들 중에선 막내야. 자, 일단 1층에 왔으니 환영주."

유란은 그렇게 말하고는 작은 양주잔에 술을 따랐다. 역시 술판인가 생각하며 잔을 받아들기 위해 손을 내밀던 아리는 유란이 손을 탁 쳐내자 당황하며 그녀를 보았다.


"아, 아예 아무 것도 모르는 구나. 원래라면 혼나야 되는데, 다들 보고 계시니까 착하게 말로 설명해줄게. 자, 일단 1층에는 절대 규칙이 있어. 술은 무조건 여자를 통해 마셔야 돼. 여자들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말한 유란은 술이 채워진 술잔을 자기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아리의 뒤통수를  붙잡아 당기고, 입을 맞췄다.

"오우, 유란이 박력있네!"

남자들의 환호성. 거친 동작에 압도당한 아리는 꼼짝없이 유란과 키스를 했다. 기침이 절로 나올 정도로 독한 술이 입에서 입으로 아리에게 흘러들어왔다. 그러나 술이 다 전달된 후에도 유란은 입을 떼지 않았다. 아리가 술을 다 삼킨 것을 확인한 후, 끈적하게 키스했다.


쪽. 츄, 츄르. 츕, 츕….


"오우야."

"와, 그림 존나 예쁘네."

유란은 실세일 뿐만 아니라 1층의 여자들 중에서도 탑(top)으로 꼽히는 상당한 미녀였다. 아리 옆에 있어서 빛이 살짝 바래진 감은 있었지만, 둘이 합쳐져서 키스를 하니 그림이 참 좋았다. 남자들이 환호하자 유란이 그들을 향해 눈웃음을 치고는 혀를 밖으로 빼어 모두가 보이는 곳에서 혀를 섞었다. 남자들은 환호가 대부분이었지만, 몇명은 제대로 흥분했는지 오히려 조용해졌다.


"후우."

"하아, 하아…."

술을 마시고 열렬하게 키스까지  아리는 벌써부터 혼이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3층과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좀 더 뜨겁고, 습하고, 정신이 없었다. 마나 유저의 몸은 알코올 따위에 함락되지는 않지만 다소의 취기 정도는 허용한다. 그리고 사람이 뿜어내는 기운은 더 잘 느꼈기에, 아리는 술보다는 분위기에 취하는 것을 느꼈다. 남자들의 기운과 시선과 분위기가 아리의 정신을 마구 흔들었다. 아리의 눈동자가 살짝 풀어진 것을 본 유란은 도도한 눈빛으로 아리의 아랫입술을 엄지로 매만지면서 말했다.

"여자끼리 하는거 싫어해?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적응해. 3층은 어땠는지 몰라도, 1층에선 이게 규칙이니까. 앞으로 우리, 키스는 물론이고 서로 정액 묻은 보지도 빨아주고, 가위치기도 할 텐데 빨리 적응하는게 나을 거야. 뭐,   봐도 인기 많을 테니 오빠들에게도 엄청 시달리겠지만. 아무튼, 1층에선 1층의 룰을 따르는 거야. 알았어?"

아리가 멍하게 듣다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란이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다.


"막내가 건방지게 고개만 까딱이네?"

"흐읏! 네, 네…."

갑자기 유두를 꼬집히자 아리가 놀라 숨을 삼키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우우! 군기는 너네끼리 있을 때나 잡아라! 그냥 키스나 해라!"

"유란아! 빨리 신고식이나 하자!"

"흥! 베에에."

남자들의 원성에 유란은 장난기 있게 혀를 내밀어 보인 후 해맑게 웃었다. 여우가 따로 없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여우짓을 하니 오히려 남자들은 귀엽게 봐주는 듯했다.


"자, 자. 알았어요. 조용! 신고식 하겠습니다아~."

짝짝짝짝.

"자, 아리야. 신고식 별 거 없어. 그냥 널 소개하는 거야."

싱글벙글 웃는 유란은 아리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설명했다. 어차피 다들 알고 있으니 굳이 크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

유란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오빠'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는게 신고식이란다. 이름과 나이, 키와 가슴 컵 정도만 말해주면 된단다. 물론 모든 것을 봐야 하니까, 천쪼가리만도 못한 옷은 전부 벗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봉사하게  보지와 애널을 보여준다고 한다.

'미친 년놈들….'

지구에서도 나름 성실한 편이었던 아리는 이런 난잡한 파티가 처음이었는지, 컬쳐 쇼크를 받았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은 아니었다. 콜로세움에서 별의 별 꼴을  당해봤으니까. 그러나 지구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었다. 아리는 밤에도 여자가 혼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평화로운 세상의 분위기와 따뜻한 일상에 매료되어 지구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 환상이 산산히 부서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속으로 욕을 했다. 사람은 어딜 가나 비슷한 것이었다. 적어도 이런 족속들은 말이다.


….

꿀꺽.


그러나 그와 동시에 흥분도 됐다. 진득하게 쳐다보는 수십 쌍의 눈동자가 [외강내유] 스킬을 쥐어짜듯이 마구 발동시켜서, 벌써부터 아랫도리가 미끌미끌한 느낌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킨다.  다리를 부비적거린다.

'이거… 이거, 위험해….'

틀림없이  구멍을, 하루 종일, 몇날 며칠이고 따먹힐 것이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당장이라도 쳐박을 기세로 눈을 번들거리고 있었다. 즉 [외강내유] 스킬을 발동시키기에 충분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도 스킬이 계속해서발동되고 있었지만, 이 스킬은 섹스할 때가 진짜였다. 지금은 맛보기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렇게나, 이렇게나 강렬하다.

…위험해.

그렇게 생각하던 아리는 저도 모르게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다가올 파도가 너무나도 거대해서, 두려워서 헛웃음마저 나왔다. 실내의 공기가 후끈한 탓에 몸에 땀방울이 살짝 맺혔지만, 다리 사이에 맺힌 끈적한 물기는 분명 흥분의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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