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5. 델렌과 흑백 (4)
만족한 서준은 다시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
….
서준의 차는 짙게 썬팅이 되어 있어서 유심히 봐도 안에서 뭘 하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마치 이러려고 썬팅했다는 듯이, 서준은 왼손으로 운전을 하고 오른손은 조수석에 뻗어서 델렌을 주무르고 있었다. 목덜미 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맨가슴을 만지던 그의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거친 손길이 속옷의 제지 없이 그대로 보지에 닿았다.
"으읏…."
델렌은 중간중간 움찔거렸으나, 이내 움츠러든 몸을 억지로 개방했다. 서준의 손길을 방해하면 좋지 않은 보복이 뒤따를게 뻔하기 때문이다.
여자에 대한 배려라곤 전혀 없는 우악스러운 손길이, 보통 여자였으면 털로 수북했을 민둥산을 더듬었다. 솜털 하나 없는 둔덕은 깔끔하게 왁싱한 것보다도 더 특별한 감촉을 선사했다. 타고난 백보지인 것과 털을 민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델렌의 그곳이 특별한 거겠지.
서준은 짧은 감상 이후 다시 손에 감각을 집중하였다. 여자의 신체 부위 중에서도 특히 섬세한 곳을 두툼한 손가락이 마구 헤집었다. 음핵이 있을 만한 부분을 찾아낸 그는 괜히 기분 좋게 자극해주는 대신, 다소 장난스럽게 보지를살살 꼬집었다. 음핵과 요도, 소음순 윗부분이 한꺼번에 잡히자 델렌이 으응 하고 다리를 오므렸다.
목적지에 도달하자, 델렌을 추행하는데 재미를 느꼈던 서준은 다시 딱딱해진 얼굴로 돌아왔다.
"거기 갈 거지?"
"네."
망설임 없는 확고한 대답. 서준은 씁쓸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엄격한 얼굴을 한 채 뭔가를 꺼내들었다. 붉은색 띠. 델렌의 목을 장식할 초커였다. 그것은 단순한 초커가 아니라 위치 추적기가 달려 있는 윤서준의 속박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델렌은 순순히 목을 내밀어 서준이 초커를 채우게 했다. 붙어 있는 둘의 모습은 마치 목걸이를 걸어주는 연인과도 같았으나, 실상은 노예와 주인의 관계였다.
초커를 채운 후에 서준이 덤덤히 물었다.
"그럼, 내가 나오라고 하면 나올 거야?"
"…으음."
잠시 생각하던 델렌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낮이라면 괜찮아요."
"그래? 그럼 짐 내려놓고 쉬는데 한 시간 줄게. 다시 여기로 나와."
"네. 그럴게요."
"그래, 밤이고 낮이고 시간대야 상관없지. 준비 알아서 하고 나와라."
그의 말을 끝으로 델렌이 차에서 내렸다. 내린 곳은 용사의 집 근처에 있는 카페였다.
"흐음."
델렌이 미묘한 표정으로 카페를 봤다. 이곳은 용사의 여자들이 심심찮게 들르는 곳이었지만, 서준에게는 아픈 기억만이 남은 장소였다. 델렌에게, 그리고 델렌의 남자에게 큰 상처를 받았던 공간.
그러나 그 장소를 지나는 델렌의 얼굴엔 생글생글 해맑은 미소 뿐이었다. 마치 그 사건에서 아무 감흥도 못 느꼈다는 듯이.
…
"아! 주인님!"
카페에서 1분 정도 걸으면 단독주택으로 이뤄진 주택가가 나온다. 그리고 주택가를 지나 조금 외진 곳으로 들어가면 공터에 홀로 세워진 용사의 집이 나온다. 연인의 집이자 자신의 집으로 향하던 델렌은 주택가에서 용사와 마주치자 만개하는 꽃처럼 얼굴이 활짝 피어났다.
"오랜만."
일부러 마중을 나온 건지 용사는 델렌을 만나자마자 그녀를 꼭 안아주고는 얼굴을 쓰다듬어줬다. 누가 봐도 오랜만에 만난 연인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마치 강아지를 대하는 것처럼 손으로 턱을 간질였다. 멍멍이 취급을 받은 델렌은 싫어하기는 커녕 여전히 밝은 얼굴로 눈을 감고 손길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흐흐흥, 하고 기분 좋게 웃는 것이 진짜로 주인 만난 강아지 같았다.
"흠."
델렌의 옷차림을 순식간에 알아챈 용사가 손을 아래로 내려 외투를 젖히고 상의에 볼록 튀어나온 유두를 톡톡 건드렸다. 용사가 감정을 알 수 없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벗은 거야, 벗겨진 거야?"
"으음…. 벗겨졌어요."
팬티는 명령을 받긴 했어도 직접 벗었기에 델렌은 잠시 고민했다. 일단은 브래지어에 대해 묻는 것 같으니 벗겨졌다고 대답은 했지만 위쪽 속옷이 없는걸 확인했으니, 다음은 아래쪽 속옷인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예상대로, 용사는 아래쪽을 체크하려 했다. 예상과 다른 점은, 치마 속으로 손을 넣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녀의 몸에서 손을 떼는 용사의 행동이었다. 델렌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용사가 지시했다.
"여기에 다리 올려."
용사는 눈짓으로 담벼락을 가리켰다. 마침 발을 걸치기 딱 좋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서 델렌은 그곳에 얌전히 한쪽 발을 올렸다. 오므려져 있던 안쪽이 벌어지면서 초겨울의 싸늘한 바람이 가랑이를 맴돌았다.
"치마 올려."
허벅지를 반도 가리지 못하는 짧은 치마가 올라갔다. 초겨울에 미니스커트와 맨다리라는 특이한 조합으로 꾸며 입은 델렌의 맨살이 점점 드러났다. 허벅지가 전부 드러나고,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던 치맛단이 결국 허리 위로 올라갔다.
"역시."
당연히 속옷은 없었고, 여자의 가장 비밀스러워야 할 부위가 싸늘한 공기에 노출됐다. 평일 낮이라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곳은 주택가였기에 언제 누가 지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연인의 가장 은밀하고 매력적인부분을 노출시킨 용사는 기분 좋다는 듯 진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치 누구한테 들키는게 더 재밌겠다고 말하는 듯이.
델렌도 원래는 이 정도 노출에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장소 때문인지 히잉, 하고 살짝 울상을 짓고 있었다. 이곳은 집 근처 주택가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언제든 다시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차라리 남자가 본다면 당황하되 은근히 눈요기도 하고 별말 않겠지만, 여자를 만나는건 조금 꺼려지는 일이었다. 경멸 가득한 시선 자체는 델렌도 좋아하긴 했으나, 그 감정 안에 일말의 성욕도 없다면 결국 팥 없는 찐빵 꼴이기 때문에 전혀 즐겁지 않았다. 게다가 여자들은 소문을 퍼뜨릴 확률이 너무 높았다.
'그래서 스릴 있긴 하지만….'
슬슬 치마를 내리고 싶어진 델렌은 감상하듯 얌전히 쳐다보는 용사에게 진도를 빼줄 것을 눈빛으로 요구했다. 가만히 있던 용사는 VIP룸의 남자들처럼 씨익, 음침하게 웃었다. 남자로서의, 수컷으로서의 욕망이 가득한 음습하고 탁하고 본능적인 미소였다. 미라였으면 그렇게 웃지 말라고 핀잔을 줬을 테지만, 델렌은 오히려 취향에 딱 맞는 음흉한 미소에 몽롱하게 풀린 얼굴로 멍하니 용사를 바라봤다.
잠시 후, 용사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쑥 튀어나왔다. 언뜻 보면 가지처럼 생긴 그것은 검은색의 흉흉한 딜도였다. 상당히 우람한 용사의 것보다도 더 큰 빅 사이즈의 검은색 딜도. 가지로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튼실한 도구가 용사의 손에 들려 있었다. 델렌이 멍하니 그것을 보다가 다시 용사를 올려다봤다.
"에…."
설마, 넣으려고?
그렇게 묻는 듯한 델렌의 아연한 표정에 용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델렌의 아래를 향해 손을 가져갔다.
텁.
본능적으로 딜도를 쥔 용사의 손목을 붙잡은 델렌은 용사가 다른 말을 하기 전에 애원하듯 말했다.
"주인님, 저 하나도 안 젖었어요…."
"그래서?"
"읏…."
용사의 싸늘한 시선. 물론 진심은 아니고 강압적인 주인을 연기하는 거지만, 본심이 어떻든 행동은 폭군처럼 할게 분명했다. 위기감에 진지해진 델렌은 필사적으로 할 말을 생각했다.하지만 델렌보다 용사의 말이 더 빨랐다. 진로가 막힌 용사의 손이 이번엔 위로 향했다.
"그럼 알아서 적셔."
마치 작은 몽둥이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것이 델렌의 코앞까지 들이밀어졌다. 입술을 쿡쿡 찌르는 딜도를 델렌은 거부하지 못하고 혀를 내밀어 할짝거렸다. 제품 특유의 냄새가 이질적이었다. 펠라치오 하듯이 입에 다 넣고 빨 수가 없는 사이즈여서 끝부분만 살짝 물거나 혀로 핥는 식으로 열심히 적셔야 했다.
용사는 연인을 도와주려는 마음인지는 모르겠으나 남은 한 손을 델렌의 커다란 가슴께로 가져갔다. 배려 없는 투박한 손길이 그녀의 상의를 가슴 위까지 걷어올려서 맨가슴이 드러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유방을 주무르고 정점에 우뚝 서있는 유두를 톡톡 자극한다.
"으읏, 흐응…."
싸늘한 초겨울에 누구에게 들켜도 이상하지 않을 주택가에서 연인의 다리를 벌리게 하고 가슴을 노출시키는 비신사적인 행위. 분명 여자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델렌은 오히려 뜨거워지는 건지 더운 숨을 내뱉고 달뜬 호흡을 한다. 분명 흥분에 달아오르고 있다.
찔꺽, 찔꺽….
씹질하는 용사의 손가락에 의해 물소리가 점점 진해진다. 사실 용사는 델렌을 배려하는 것이었다. 어느새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시꺼먼 딜도처럼, 델렌의 보지 역시 애액으로 미끌거리기 시작했다. 수십 분처럼 느껴지는 몇 분이 지난 후, 델렌의 몸 이곳저곳을 만져주며 충분히 적셨다고 판단한 용사는 행동에 들어갔다.
"간다."
"앗, 아직 준비가… 흐으으윽!"
커다란 이물감에 델렌이 숨을 들이켰다. 말하자마자 쑤우욱 넣을 줄은 몰랐는지 그녀가 눈을 크게 떴으나, 마치 꼬챙이에 꿰뚫린 것처럼 말도 못하고 입술을 뻐끔거릴 뿐이었다. 아까부터 초점이 흐릿했던 눈동자가 이제는 완전히 탁해졌다. 한동안 입을 벌리고 있던 델렌이 간신히 정신줄을 잡고는 풀어진 눈동자로 용사를 바라봤다.
"너, 너무해…."
용사는 그저 씨익 웃었다. 그의 입에서 뼈아픈 팩트가 튀어나왔다.
"입꼬리나 내리고 말하시지."
그 말대로, 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델렌의 표정은 누가 봐도 황홀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