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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화 〉#5. 델렌과 흑백 (7) (105/162)



〈 105화 〉#5. 델렌과 흑백 (7)

사형해야 마땅한 흉악범 델렌은 지금 어두운 밀실에 갇힌 채  남자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진짜 튼튼하군. 그래서 네가 좋아. 크흐흐."

델렌의 두 배는 되는 듯한 덩치의 사내가 그녀를 희롱했다. 튼튼한 밧줄로 구속되어 공중에 매달린 델렌에겐 저항할 수단이 없었다.

차르릉.

사슬이 출렁거리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델렌의 가슴 끄트머리, 분홍빛 유두에는 생소한 물건이 끼워져 있었다. 마치 귀걸이처럼 양쪽 유두를 꿰뚫은  개의 동그란 고리는 중지만한 굵기의 사슬로 연결되어 있어서, 사슬을 잡아당기면 자연스레 유두도 팽팽하게 당겨졌다. 순수한 몸을 중요시하여 문신이나 장신구를 엄격히 금지하는 교단의 규칙과는 상반되는 물건이었다.

"으윽…."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델렌은 사슬을 잡아당기는 사소한 행동에 반응하여 표정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것은 순수한 고통 뿐만이 아니었다.


"자, 슬슬 교육을 해보실까."

"하! 교단의  주제에 누굴 가르친다는 건지."

"그래, 좋아 좋아. 제발 끝까지 반항해라. 난 더 재밌으니까."

차악! 착! 착!

남자가 말채찍처럼 생긴 도구를 휘둘렀다. 살 때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귓속을 파고들었다. 델렌은 이를 악물고 참았으나, 잇새로 새어나오는 작은 신음까지 막진 못했다. 억누른 신음에 남자는 기분 좋다는 듯이 더더욱 채찍을 휘둘렀다. 델렌의 몸은 새하얗다는 말이 무색하게 빨간 자국으로 가득했다. 채찍 뿐만 아니라 수많은 물건과 남자의 손길이 그녀의 몸을 물들였다. 마나 유저의 뛰어난 회복력을 생각해보면, 이 무수한 자국들이 최소한 오늘 안에 생긴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참 동안 델렌을 괴롭힌 남자는 슬슬 성욕을 해결하고 싶은 건지 바짝 선 자지를 델렌의 몸에 비볐다. 고문과 섹스를 얼마나 자주 병행했는지, 남자는 애초에 알몸이었고 페니스는 무언가가 말라붙은 자국으로 가득했다. 델렌의 반항적인 눈초리를 마주보며 씨익 웃던 그는 뭔가 떠올랐는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 맞다. 우리 이쁜이 슬슬  줄 시간이지?"

"…."

 마디를 안 지려고 일일이 대꾸하던 델렌도 지금만큼은 조용해졌다. 누가 봐도 꺼리는 기색이 가득했다. 남자가 방의 구석으로 가서 뭔가를 집었다. 한손에 들어올 만한 크기의 유리병이었다. 병은 검붉은색의 액체로 가득했다.

세간엔 알려지지않은 교단의 비밀스러운 비약. 마족의 피와 어떤 시약을 섞어서 만들었다는데, 델렌은 제조법은 잘 모르지만 효과가 끝내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강경하던 그녀의 눈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으으읍! 읍!"

액체가 그녀의 입에 쏟아졌다. 남자가 코를 막고 그녀의 입을 유리병으로 틀어막았다. 고개를 흔들고 액체를 뱉으려 들었으나 헛수고였다. 무언가로 인해 쇠약해진 델렌의 몸은 마나 유저는 커녕 일반인 여자나 다름없었고, 그녀에게 저항할 방법은 없었다.

꼴깍, 꼴깍….


목젖이 움직이는 것을 본 사내는 그제서야 그녀를 풀어줬다. 몇 분 동안 숨도 제대로  쉰 델렌은 기침을 하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흐흐흐. 슬슬 마실만 하지?"

"개새끼…."

"네가 반항적인건 좋은데, 지금 만큼은 고분고분한게 좋지 않겠어?"

"엿 먹어."

델렌이 퉤, 침을 뱉었다. 남자는 화내기는 커녕 익숙한듯 침을 닦아내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굳이 힘든 길을 가겠다면, 좋아. 앞으로 30분 동안 난 아무 것도 안 하도록 하지."

세상 느긋한 그의 얼굴을 델렌은 조용히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표독스러운 얼굴이 망가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흐윽?"

"슬슬 반응이 오는군."

델렌의 마신 약의 효능은 아주 강력했다. 남자도 잘은 몰랐지만, 대표적인 두 가지 효과는 눈으로도 아주 잘 보였다. 첫번째 효력은 신성력을 아주 강하게 흩어놓는 것. 상급 기사보다 강한 델렌이 동네 처녀처럼 꼼짝도 못하고 버둥거리는 것에서 약효를 알 수 있었다.  번째 효력은….


"아으윽!"

델렌이 마치 벼락 맞은 것처럼 몸을 이리저리 뒤틀었다. 온몸을 관통하는 어떤 감각 때문인지 입가로 질질 흐르는 침조차 삼키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하나하나 앙칼지게 반응하던 여유로운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보일 정도로 다급해 보였다. 뒤로 묶인 손을 어떻게든 풀기 위해 아둥바둥 애를 쓰지만, 약을 먹기 전에도 풀지 못했던 것을 약효가 돈 다음에 풀 수는 없었다.

"아악! 제발!"

"난 분명 30분 동안 가만히 있는다고 했다."

10분이 지나자 델렌의 혀가 꼬였다.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으며 침을 질질 흘렸다. 예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지저분한 모습이었으나, 남자는 오히려 망가진 모습이 더 마음에 드는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20분이 지나자 결국 델렌이 무너졌다. 남자에게 애원했다. 꼬인 혀로 해주세요, 라고 간신히 발음하며 남자에게 굴종했다. 그러나 남자는 약속대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30분 후. 거의 탈진한 델렌을 남자가 건드렸다. 유두와 연결된 사슬을 가볍게 잡아당기자 델렌이 빳빳하게 몸을 경직시켰다. 그녀의 가랑이에서 소변이 아닌 투명한 액체가 주르륵,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델렌, 우리 예쁜 델렌."

"하으흐…."

남자가 머리를 쓰다듬자 델렌이 완전히 풀린 눈으로 남자를 보았다. 주인에게 복종하는 강아지 같은 모습이었다. 델렌의 태도가 고분고분해지자 남자도 사람 좋게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죄를 짓지 말았어야지."

"하으으…."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델렌의 속박을 풀어줬다. 예전에 성기사를 학살했건 뭐건, 지금은 움직일 힘조차 없는 나약한 죄수에 불과했다. 천장에 연결된 속박마저 풀리자 델렌이 떨어지듯 남자의 품에 안겼다. 하루 종일 땀 흘리며 시달려서 그런지 좋은 향기보단 암컷 본연의 야릇한 냄새가 났다. 남자는 그게 더 취향인지 페니스를  크게 발기시키며 코로 한껏 냄새를 들이마시고 델렌의 몸을 쓰다듬었다.

"흐음, 참 내 취향이란 말이야."

커다란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던 남자가 얌전히 안긴 채로, 오히려 더 해달라는 듯이 몸을 내미는 델렌을 매만지며 말했다.

"어차피 죄를 지을 거면 좀  짓지 그랬냐. 이단 행위도 좀 하고. 그랬으면 나랑 쭈욱 같이 있었을 텐데 말이야. 크흐흐."

"으으응…."

델렌이 앙탈인지 신음인지 모를 목소리를 흘렸다. 망가진 표정과 눈동자는 그녀가 이미 제정신이 아님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남자는 아무래도 좋은지 그녀의 온몸을 탐했다. 마침내 준비된 결합을, 남자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실행했다. 자지와 보지가 다시금 만나면서 거대한 쾌감의 폭발을 만들어낸다.

"흐으으으윽!"

"좋냐?"

"아아앙! 더, 더어!"

서있는 사내에게 거의 공중에 뜬 채로 안겨든 델렌은 황홀한 감각에 요분질을 하듯이 남자에게 몸을 부볐다. 남자도 딱히 거절하지 않고 성욕을 열심히 풀었다.

"흐아아앙!"

델렌이 마신 약의 두 번째 효능은, '간지러움'이었다. 듣기로는 마족의 마기와 신성력이 충돌해서 일어나는 현상을, 다른 약과 적절히 배합해 극도로 증폭시킨 거라고 하는데 아무튼 엄청 간지러워 했다. 수백 번의 채찍질도 이 악물고 버텨내는 델렌조차 이것에 무너졌다. 죽을 듯한 간지러움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감각으로 덮는  뿐이었다. 이를테면, 강력한 성적 쾌감이라던지.


이 약의 특징은 마시면 마실수록 내성이 생기는게 아니라 오히려  효력이 강해진다는 점이었다. 체력과 의지는 나날이 줄어드는 반면 약효는 점점 더 강해졌고, 델렌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고 함락됐다. 평소엔 앙칼지게 반항하지만 약만 마시면 말 잘듣는 아이가 되어 떡치자고 몸을 마구 들이민다.

"흐으응, 으응…."

남자가 얌전히 허릿짓만 하자 델렌이 애교를 부리듯 남자의 손목을 붙잡고 자기 가슴으로 옮겼다. 그 모습에 남자는 씨익 웃으며 꿰뚫린 유두를 톡톡 튀겼다. 델렌이 자지러진다.

나름 가벼운 수준의 고문이 이어졌던 독방은 남녀가 교접하는 끈적한 소리와 교성으로 가득찼다. 고문 담당자 중 하나인 남자의 목적은 애초부터 델렌을 가지고 노는 것이었고, 델렌은 지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남자에게 몸을 범해지는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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