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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화 〉#5. 델렌과 흑백 (10) (108/162)



〈 108화 〉#5. 델렌과 흑백 (10)

화장실 변기.

용사의 집에 있는 가구들 중 가장 제값을 못하는 가구였다. 마나 유저의 신체적 특징 중 하나가 배설의 획기적인 감소였는데, 대변은 마음만 먹으면 아예  보고  수 있었고, 소변은 그래도 가끔씩 본다. 용사와 다섯 명의 여자. 총 여섯 명이 사는집의 화장실에는 샤워기  개에 커다란 욕조까지 있었으나 변기는 딸랑 하나밖에 필요가 없었고, 그마저도 거의 쓰이지 않았다.

드륵.

그 가끔 쓰이는 변기가 모처럼 사용되기 위해 열리고 있었다. 용사가 거의 이주일 만에 소변을 보려고 바지춤을 내렸다. 그의 요도에서 모처럼 희뿌연 정액이 아닌 노란색 소변이 나오려는 순간.

쏴아아, 끼익.

"주인님! 잠깐만요!"

"왜."

샤워 부스 안에서 아까부터 샤워하던 델렌이 물을 잠그고 헐레벌떡 뛰쳐나왔다.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채 푹 젖은 알몸으로 다가오자 용사가 심드렁하게 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주 보기도 힘든 델렌을 꼭 안아주고 싶었으나, 그녀는 자기를 막 대해주는걸 좋아하기에 인내력을 발휘해 참는 중이었다.

덜컹.

델렌이 올라간 변기 뚜껑을 내렸다. 언뜻 보면 소변 보는걸 방해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아~."

그녀가 용사를 향해 무릎을 꿇고는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용사는 자연스럽게 몸의 방향을 델렌 쪽으로 돌렸다. 델렌이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며 빠르게 한마디 덧붙였다.

"조오~금 흘리셔도 돼요? 헤헤."

그리고, 용사의 자지에서, 정액보다 더 희귀한 금빛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델렌은 기쁜 얼굴로 입을 벌려 용사의 소변을 꼴깍꼴깍 받아마시다가, 용사가 일부러 자지를 아래로 내리자 '꺄악' 하면서 마치 물장난 치는 애처럼 까르르 웃었다. 샤워해서 흠뻑 젖어 있던 델렌의 새하얀 몸 위로 노란 액체가 투두두둑 쏟아져 내렸다.

입 안, 가슴, 배꼽, 오므린 다리 사이의 계곡, 다시 위쪽으로 가서 입 안으로….

"헤에에."

델렌은 몽롱한 얼굴로 입맛을 다셨다. 안 그래도  일 없는 변기가 더더욱 안 쓰이는 이유는 이 여자 때문이었다. 사실 마나 유저의 소변은 물이나 다름없어서 냄새도 별로 없고 식수로 마셔도 딱히 지장은 없다. 그러나 그걸 기쁘게 마시는 사람은 여자들 중에선 델렌이 유일했다.

그녀가 이런 취향을 갖게된 계기는 다소 씁쓸했다. 용사와 사랑에 빠져 연인이 된 후에 새로 시도해본 플레이는 별로 없었고, 대부분은 어렸을 적에 '개발'된 것이었다. 지금 소변을 받아마시고 몸에 뿌려지는, 이른바 '골든 샤워' 플레이도 용사가 아닌 다른 남자에 의해 개발된 취향이었다. 정확히는 델렌이 직접 사지를 찢어서 죽였던 교단의 이단 심문관 '브룩'이라는 남자에게 개발됐다. 그는 수감된 델렌에게 물을 주지 않고 자기 소변을 받아마시게 했는데, 처음엔 델렌도 저항했으나 갈수록 지쳐가는 몸과 마음이 결국엔 굴복했고, 나중에는 모처럼 베풀어지는 수분에 기쁨까지 느꼈다고 한다.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용사가 델렌 모르게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때 당시 용사는 네토 취향도, 이런 별난 취향도 없었다. 다른 남자에 의해 철저히 개발된 연인.  사실을 실감할 때면 진정한 네토라레의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에 반응하여 몸이 짜르르 울리고 고추가 서려고 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몸은 솔직하군.' 같은 상황이었다.

쪼옥, 할짝.

잠깐 사이에 빠르게 입안을 헹구고 몸을 가볍게 닦아낸 델렌이 용사를 샤워 부스로 이끌었다. 오랜만에 같이 씻자는 의미였다. 최근 들어 네토 플레이를 많이 했으니, 모처럼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내는 것도 필요했다. 용사가 빠른 속도로 옷을 벗고 알몸을 드러내자 델렌이 눈웃음을 지으며 기뻐했다.

그렇게 샤워 부스의 투명한 유리문이 닫히려는 순간.

끼익.

아리스가 들어왔다. 샤워할 의도는 아니었는지 가벼운 평상복을 입고 있었으나, 부스 안을 보고는 은근히 섭섭한 기색을 드러냈다. 델렌과 눈을 마주친 용사가 결국 아리스에게 손짓했다. 아리스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옷을 벗어 던지고 부스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부터 2인용으로 설계된 부스였기에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고, 어차피 공간이 넓었어도 그랬겠지만, 자연스레  여자가 용사의 앞뒤로 바짝 밀착했다.

참으로… 부드럽다.

"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탄력 있는 여체에 마치 샌드위치처럼 끼워진 용사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최고의 몸과 최고의 얼굴을 가진 최고의 연인. 특히나, 여자들 중에서 가슴이 가장 큰 두 여인의 부드러운 압박감에 황홀하지 않을 남자는 없을 것이다.

몰캉몰캉.

앞에서 용사를 탐하는 델렌은 연인의 얼굴과 탄탄한 가슴팍, 그리고 튼실한 페니스를 독차지해서 그런지 굉장히 만족스러워 보였다. 용사는 기뻐하는 델렌의 얼굴을  후, 뒤에 있는 아리스에게로 고개를 돌려 입을 맞추려 들었다. 내심 원했던 아리스가 눈웃음치며 입술과 혀를 내미는 순간.

끼익.

레이아가 들어왔다. 그녀 역시 씻을 생각은 없었는지 옷을 입고 있었지만, 부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는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의 차분한 얼굴이 사르르 무너진다.  여자와 뒹구는건 그러려니 하겠지만, 자기만 쏙 빼놓고 즐기고 있으면 그 누구라도 서운할 것이다. 다섯 명이 전부  있는 것도 아니고, 고작 세 명인데 어떻게  빼놓고 자기들 끼리만!

레이아의 눈빛에 델렌과 아리스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부스 안에  들어올공간은 없었다.

"욕조 쓸까?"

용사가 제안했다. 미안한 표정의 델렌과 아리스, 그리고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레이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

….

화장실 한쪽을 떡 차지하고 있는 욕조. 원형의 욕조는 거의 킹 사이즈 침대만한 크기여서 여섯 명 전부가 들어가도 될 정도로 넉넉했다. 하지만 다들 네토 플레이로 바빠서 다 같이 쓸 일은 별로 없었고, 이렇게 여럿이서 들어갈 때 주로 사용한다.

욕조 안의 구도가 조금 묘했다. 용사는 한쪽에 편하게 앉아 있었고, 반대편에 델렌과 아리스, 레이아가 앉아 있었다. 레이아를 가운데에 두고 델렌과 아리스가 마치 달래주듯 레이아의 어깨를 주물러주거나 머리를 만져주고 있었다. 레이아는 여전히 뚱한 표정이었고, 델렌과 아리스는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갔기 때문에 저자세로 그녀를 달래는 중이었다.

"레이아, 미안해. 흥분해서 그만 깜빡했어…."

"네. 아주 잘~ 알아요. 그 기분."

여자들끼리는 말을 편하게 해야 한다. 용사가 정한 엄격한 룰이었다. 그리고 레이아는 마치 용사에게 항의하듯 평소엔 쓰지도 않는 존댓말을 써가며 툴툴거렸다.

아무리 사이가 좋고 서로가 가족처럼 소중하다고 해도 결국 다섯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로 이루어진 관계였기에, 여자들 사이에는 어쩔  없이 경쟁 구도가 형성될 때가 종종 있었다. 고추는 하나고 조개는 다섯이니까. 그래서 여자들은 용사를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고 싶은 마음에 가끔씩 나쁜 아이가 되곤 한다. 다들 그런 경험이 있었고, 그 마음을 십분 이해했기에 섭섭할지라도 보통은 묵인하고 넘어가준다.

그러나 용사는, 용사만큼은 그러면  됐다. 레이아에게는 특히나 더 신경써야 했다. 이미 네 명이나 있는 용사의 하렘에 비집고 들어갔기에, 마지막 다섯번째 여자인 레이아는 자격지심을 느끼곤 했다. 안 그래도 작은 파이를 더 작게 나눠야 했기에 먼저 하렘에 들어온 다른 여자들에게도 미안했고, 마지막으로 들어왔으니 연인으로서의 입지도 좁을 것만 같아 초창기에는 많이 불안해 했다. 그래서 용사가 레이아를 특히 아껴줬다. 항상 가장 먼저 신경써줬다. 그런 용사의 행동에 레이아는 감동했고, 그에게 더더욱 깊게 빠져들었다. 이제는 설령 헤어나오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불치병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백 번 잘해도 한 번 못하면 결국 마이너스고, 줬다 뺏는게 제일 섭섭한 법이다. 항상 편애 수준으로 신경을 써주다가 딱  번 깜빡한 용사는 레이아의 섭섭함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이잉, 이러지 말고 사이 좋게 주인님이랑 놀자아. 다 같이 기분 좋게… 응?"

"으음…."

레이아도 사실 그렇게 화가  건 아니었기에, 양옆에서 부드럽게 달래주자 기분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문제는 용사가 마치 남의 일처럼 딴청을 피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레이아와 두 여자가 용사에게 은근히 눈치를 주자, 용사는 오히려 청개구리처럼 장난을 쳤다.

쏙.

"으읏! 마, 마스터?"

조용히 있던 용사가 발을 뻗어 레이아의 벌어진 다리 사이에 침입했다. 이내 그의 굵은 엄지 발가락이 레이아의 섬세한 보지를 무례하게 비집고 들어갔다.

"마스터, 지금  하는…. 나 기분 안 좋거든요? 네?"

레이아가 보기 드물게 존댓말까지 써가며 새된 목소리로 따졌다. 간신히 정상 궤도로 올라온 레이아의 기분이 다시 다운됐다. 옆에 있던 델렌과 아리스가 당황하며 용사에게 눈치를 줬지만, 용사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마스터!"

"예전부터 느꼈는데."

레이아가 결국 소리치자 용사가 딱 맞춰서 말을 꺼냈다. 연인의 소중한 구멍을 질 나쁘게 희롱하던 발가락을 빼내고 일어서자 출렁하고 수면이 한 차례 요동쳤다. 갑자기 우뚝 선 용사의 움직임에 세 여자의 고개가 위로 향했다.

레이아는 보기 드물게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사실 그 모습이 용사의 눈에는….

"너 화내는 거, 진짜 존나게 꼴린다."

용사가 자기만 들릴 정도로 작게 혼잣말하며 응큼하게 씨익 웃었다. 영문을 모르는 여자들에게 그가 명령을 내렸다.

"델렌, 아리스. 잠깐 옆으로."

레이아와 용사를 번갈아가며 보던 둘은 결국 연인의 말을 들었다. 혼자 남은 레이아는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에 오한이 들어 몸을 한 차례 파르르 떨었다. 화난  연기하다가 순간 저도 모르게 욱했는데, 갑자기 용사가 표정을 굳히고 진지한 분위기로 다가오니 당황한 것이었다.

'괜히 화난 척했나?'

으르렁 거리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히려 레이아가 용사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욕조 안에서 가장 컸던 레이아가, 이제는 가장 작고 가녀린 소녀가 되어 흔들리는 눈으로 포식자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옆을 지켜주던 두 언니들이 물러나고 혼자 남으니 눈에 띄게 불안해 한다.

"무, 무슨…. 마스터…?"

"내가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성큼성큼 다가온 용사는, 상체를 숙여 레이아의 턱을 붙잡았다. 진지하고 박력 있는 모습에 여자들이 조용해졌다.

"네가 화낼 때마다, 이상하게 꼴려."

"…에?"

비록 요즘은 네토의 재미에 푹 빠져서 좀 얌전했지만, 원래 용사는 꼴리면 가차 없이 박는 성격이었다. 하렘을 유지하는 비결 아닌 비결 중 하나였다. 오랜만에 용사의 거친 모습이 나오려 하자 델렌과 아리스가 얼굴을 붉혔고, 당황한 레이아는 말도 못하고 눈만 깜빡였다.

우뚝 선 좆이 레이아의 보지 안으로 사라지는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차아악! 철썩! 철썩! 철썩!

"꺅, 흐약! 마, 마스터! 흐긋!"

….

오랜만에 여자들과 뒹구는 용사의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혼이 빠질 듯한 허릿짓에 결국 레이아가 나가떨어졌고, 다음 차례는 델렌과 아리스였다.

남은  역시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뜬금없이 불타오른 용사에게 꼼짝없이 당했다. 마지막까지 의식을 유지한 것은 오로지 용사 뿐이었다. 그는 상남자처럼 정신을 잃은 세 여자를 욕조에 남겨두고 말없이 먼저 퇴장했다.

여자들은 정신이 든 후에도 한동안 멍한 표정과 몽롱한 눈빛으로 침묵했다.나중의 이야기지만, 셋은 자리에 없었던 미라와 지나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을 느꼈다. 저주가 강화된 이후로, 용사에게 몇 번이고 오르가즘을 느낄 일은 드물었으므로.




"그래서 주인님, 아깐 왜 그러신 거에요?"

"뭐가?"

"레이아요. 진짜 화낸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삐칠만도 했는데. 그냥 박아버리는 모습에 저야 심장이 두근두근했지만, 혹시 진짜로 화났으면…."

격렬한 목욕 이후 침대에 누운 용사에게 델렌이 질문했다. 델렌의 머리를 쓰다듬던 용사는 별 실없는 질문을 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유는 아까 다 말했잖아. 기억 안 나?"

"아까요? 으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델렌의 머릿속엔 한 마디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게 맞냐고 묻듯이, 델렌이 세 글자를 발음했다.

"…꼴려서?"

"정답."

실없는 소리였지만, 델렌은 뭐가 좋은지 꺄르르 웃었다. 그리고는 용사에게 알몸으로 푹 안겨들며 맨살을 문댔다. 목욕하며 수분을 머금어 촉촉해진 피부가 기분 좋은 감촉을선사한다. 여자들 중 가슴이 가장  델렌이 깊게 안겨드니 감촉 하나는 독보적이었다. 용사는 델렌을 좋을 대로 냅두며 말을 이었다.

"노력하고 애쓰는게 귀엽잖아. 예전엔 겉으로  드러내지 않던 애가 좀  입체적으로 변하면서 안 하던 말도 하고, 표정도 다양하게 짓고, 감정도 다양하게 표현하고. 나를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모습이 얼마나 기특한데. 안아주지 않을 수가 없잖아."

"아하."

궁금증이 풀린 델렌은 배시시 웃었다. 이렇게 평범하게 얘기를 나눌 때면 델렌은 웃음과 애교가 많은 여자친구 같았다. 성격이 밝아서 그런지 새내기 여대생처럼 파릇파릇한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면서도 그 누구보다도 성숙한 이 가슴은 정말…. 델렌의 매력을 잔잔하게 음미하던 용사가 사랑 담긴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델렌."

"넹?"

애교 섞인 콧소리에 용사가 미소지으며 델렌의 머리를 스윽스윽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이내 상체를 일으키며 델렌에게 손을 내밀었다.

"슬슬 나가자."

"네? 어딜요?"

오후부턴 서준에게 시달려야 하는데…. 델렌이 속으로 계산하며 묻자 용사가 덤덤하게 말했다.

"빌려준 내 '암캐' 돌려받으러."

"어어…. 헤?"

잠시 멍하던 델렌의 눈동자가 묘한 빛을 머금었다. 그것은 용사가 가끔씩 드러내는, 악동과도 같은 짓궂은 기색이었다. 델렌이 짓는 맑은 미소는 평소와 같았으나, 어째선지 순수해 보이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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