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5. 델렌과 흑백 (18)
며칠 후.
골든 비치, 사장의 집무실.
사장인 서준은 소위 말하는 사장님 의자에 앉은 채, 고급스러운 책상에 바짝 붙어 있었다. 밖에서 보면 사장의 명치가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수준이었다.
"이상으로 이번달 실적 보고를…."
"으음…."
"…사장님?"
직원의 보고를 받는 서준의 태도가 이상했다. 직원은 중간중간 자신의 말을 끊는 듯한 서준의 으음 거리는 목소리 또는 크흠 하는 헛기침에 몇 번이고 보고를 멈춰야만 했다.
"아냐. 계속 해."
"아… 네. 그래서, 항상 그랬듯 VIP룸에서 가장 많은 매출과 순이익이…."
"윽. 크흐음! 신경쓰지 말고 계속 하라니까."
아픈 건지, 아니면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직원은 예전부터 서준이 항상 부담스러웠다. 미래에 중견 기업을 물려받을 왕자님이건 뭐건, 지금 당장 골든 비치의 사장이라는 직책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이었다. 골든 비치는 평범한 매춘 업소와는 레벨이 달랐고, VIP 룸에서는 말 그대로 억 소리 나는 돈이 오간다. 단순히 여자만 파는 가게가 아니라, 거물들이 매춘을 하는 척하며 사업적으로 밀회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골든 비치의 최고 직책에 있는 서준이 편할 리가 없었다.
서준의이상한 모습에 직원이 긴장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일단 직원 본인이 너무 긴장했을 뿐더러 자리가 자리인 만큼 이상한 생각을 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서준은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포주였으나, 여기서 일하는 여자들을 직접안은 적은 없었다. 일반인과는 다른 세상을 사는 상류층이어서 그런지 아무하고나 막 하지 않는 듯했다.
물론 이것은 모두 직원 입장이었다.
사실 서준은 그렇게 꽉 막힌 사람도 아니었고, 오히려 개방적인 편에 속했다.
….
끼이익, 쿵.
"츄웁, 츄. 헤에."
부하 직원의 보고를 받는 동안 델렌의 펠라치오를 받을 정도로 말이다. 직원이 나가고 문이 닫히자, 델렌은 편하게 목소리를 내며 본격적으로 남근을 탐했다. 빠는 행위는 소리가 날 수도 있어서 직원이 보고하는 동안에는 핥기 위주로 펠라를 했는데, 보는 눈과 듣는 귀가 없어지니 아무 행동이나 거침없이 한다. 자지의 뿌리를 뽑아낼 것처럼 쪼오옥 빨아들이자 서준이 또다시 낮은 신음을 흘렸다.
"적당히 하지 그래."
"후후, 제 입에 싸주시면 적당히 그만둘게요. 츄웁, 츕!"
"하."
서준이 의자를 약간 뒤로 끌자 책상 밑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델렌이 밝은 곳으로 기어나왔다. 물론 입은 멈추지 않고 열린 지퍼 사이로 우뚝 선 서준의 자지를 빨았다.
그때 이후로 서준과 델렌은, 말 그대로 '텄다'. 섹스고 텄고, 항상 딱딱하던 분위기도 좀 텄다. 둘의 분위기는그날을 기점으로 꽤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모텔에 간 그날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수 차례 섹스한 서준은 마치 굳게 닫혀 있던 빗장을 연 것처럼 델렌을 대했다. 여전히 말투엔 그녀를 무시하는 듯한 경멸과 냉기가 풀풀 날렸지만, 이런 대담한 장난을 치는 델렌을 말리지 않는 등 행동은 확실히 달라졌다.
사실 마음을 열었다기보단, 델렌을 좀 더 낮게 좀 더 가볍게 평가한 결과였다. 그는 델렌을 더 이상 옛 연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대로 따먹고 탐해도 되는 암캐 정도로 보았고, 마치 공중변소에다 배설하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그녀와 섹스했다.
섹스를 튼 이후로 서준은 델렌에게 마음에 드는 점과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각각 하나씩 생겼다.
일단 마음에 드는 점은 그녀가 좀 더 온순해졌다는 점이었다. 처음부터 응당 그랬어야 할 얌전하고 순종적인 태도가 됐다. 예전에는 창녀 주제에 답지 않은 해맑은 미소를 짓고 서슴없이 살갑게 굴어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지금은 마주칠 때마다 공손하게 인사하고 서준이 허락하기 전까진 재잘재잘 떠들지도 않았다. 벗으라면 벗고, 빨라면 빨고, 요분질 치라면 친다.
델렌은 서준에게 따먹힌 이후로 태도가 확 바뀌었다.
자지를 박아주니 온순해지는, 영락없는 발정난 암캐의 모습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너무 암캐 같다는 점이었다.
그녀가 골든 비치에 머무르며 일을 시작한 이후, 자기에게 잘 대해주는 남자 직원들에게 전부 다리를 벌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서준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어쩐지 남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너무 친절하다 했다. 그 즉시 델렌에게 '벌'을 주었다. 옷을 다 벗기고 손발을 꽁꽁 묶고 손바닥과 말채찍으로 마구 때렸다. 하지만 델렌은 그런 고통조차 쾌감으로 받아들이며 애액을 줄줄 흘렸고, 이게 아니다 싶은 서준은 반대로 그녀를 방치했다.
온몸이 붉은 자국으로 가득하던 델렌은 몇 시간 동안 허벅지를 비비적 거리다가 결국 눈물을 줄줄 흘리며 사과했다. 그 이후론 서준의 허락 없인 아무하고나 몸을 섞지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서준에게 더 요구하게 됐고, 델렌이 얼마나 발정이 났는지를 실감한 서준은 더더욱 그녀를 함부로 다뤘다.
암캐 같아서 좋고, 암캐 같아서 싫다. 델렌을 사랑하고 증오했던 서준은 양가감정이 심화됐고 결국 애증이라는 모순적인 감정이 완성형을 이루었다. 한때 그녀를 순수하게 사랑했었고, 또 한때는 순수하게 증오했었지만…. 그녀를 겪으면 겪을수록 두 감정이 공존하는 애증이라는 감정이 가장 선명해졌다.
"개 같은 년…."
"헤헤헤."
서준은 무릎 꿇고 앉아 낼름낼름 혀로 자지를 탐하는 델렌에게 욕을 했다. 목소리가 들리자 위를 올려다본 델렌은 모욕적인 말에도 오히려 배시시 웃으며 빨던 것을 다시금 입에 머금었다.
"쪼옥. 츄, 우음… 츄웁."
스윽, 스윽.
그녀를 욕했던 서준은 자연스럽게 눈앞에 보이는 탐스러운 금발을 쓰다듬었다. 겉으론 마냥 싫어하지만, 사실 서준의 솔직한 마음은 온전한 경멸이 아니었다. 델렌이 순수하고 밝은 모습을 보일 때면 예전에 사귈 때의 느낌이 나서 싫지 않았다. 암캐 델렌이 아닌 여친 델렌은 그가 정말 진심으로 좋아했기에.
사실 델렌은 서준을 제외한 제삼자의 입장에선 썩 괜찮은 여자였다. 결혼은 하기 싫지만, 심심풀이 땅콩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사귀기 좋다고나 할까. 성격도 좋고 외모도 뛰어나고 몸매도 아주 훌륭하며, 보지는 진짜 막 쓰는 편인 주제에 항상 처녀처럼 모양이 예쁘고 그 속은 정말 끝내주게 기분 좋다. 실제로 델렌과 떡친 골든 비치 직원들이 최소 한 번씩은 사귀자고 했을 정도였다. 이 바닥이 얼마나 더러운지 잘 아는 직원들이 창녀에게 사귀자고 할 정도면, 델렌이 얼마나 괜찮은 지는 명약관화했다.
극단적으로 치우졌던 두 개의 진심, 사랑과 증오가 한 데 어우러져 서로가 서로를 희석시켰다. 서준은 이젠 델렌에게서 사랑을 거의 느끼지 못했지만, 그녀에 대한 증오 역시 점점 옅어졌다. 마치 순정만화에 나오는 말 안 듣는 꼴통 여학생과 또 너냐 하고 한숨 쉬는 시크한 선생님 같은 묘한 관계가 형성되어가고 있었다.
"으음…."
소리를 죽인 서준의 낮은 신음. 딱딱하게 선 기둥이 고조되는 쾌감에 껄떡거리자 델렌이 스퍼트를 내며 목구멍까지 써서 서준에게 최고의 펠라치오를 선사했고, 결국 2분도 버티지 못하고 사정했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에 힘이 들어가 델렌의 뒷통수를 억세게 눌렀고, 자지가 목구멍을 깊숙히 짓눌러 숨이 막혔으나 델렌은 어쩔 수 없이 빨개지는 눈시울과 점점 막혀가는 호흡을 참으면서 어떻게든 얌전히 버텨냈다.
"으브븝… 푸하아! 흐윽, 흐아아…."
"아… 미안. 미안하다."
마지막 몇 방울까지 쥐어짜낸 서준은 델렌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진 것을 보고는 재빨리 머리를 놔줬다. 델렌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고 눈가가 새빨갰으나, 그녀는 눈물 흘리면서도 오히려 괜찮다며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웃어보였다.
"아아."
그리고는 입을 벌려 아직 삼키지 않은 정액이 하얗게 고여 있는 입 안을 보여준다. 크림파이처럼 정액이 흘러나오는 보지 속살 만큼이나 야하고 꼴리는장면이었다.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입을 다물고 꼴깍꼴깍. 그녀의 목울대가 움직이는게 선명하게 보였다.
"하아, 콜록, 너무 찐해…."
델렌이 멍하니 혼잣말을 했다. 그러더니 혀를 입 밖으로 내밀고는 손으로 혀에 있는 무언가를 집어냈다. 꼬불꼬불한 검은색 털. 보지털이 전혀 없는 백보지 델렌의 음모일 리는 없었고, 델렌은 순진한 얼굴로 손가락으로 집은 음모를 보여주며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
"꼬추털!"
"풉. 크흠…."
"이건 안 먹어도 돼죠?"
"당연하지. 아무데나 갖다 버려."
너무 뜬금없는 델렌의 말에 살짝 터진 서준은 부드럽게 말했다. 방금 델렌이 한 짓은 썩 귀엽긴 했지만, 그녀의 겉모습은 썩 괜찮지 못했다.
목젖을 자극해서 반사적으로 흘러내린 눈물은 진작에 멈췄지만, 눈가에는 여전히 선홍색의 눈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런 주제에 배시시 웃으면서 정액을 삼키고, 남자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기분 좋다는 듯이 몽롱한 표정을 짓는다. 거기에 더해 장난인지 뭔지 모를 귀여운 짓까지 한다. 천성적인 걸레니까 그냥 자지와 정액이, 남자의 모든게 그냥 다 좋은 걸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어떤 남자에게서든 점수를 딸 만큼 헌신적이고 색스럽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무리해서라도 남자를 즐겁게 해주는 델렌의 모습에 서준도 마음이 좀 동했다.
"야."
"넹?"
델렌이 고개를 들었다. 청순한 소녀처럼 W자로 앉은 자세에, 눈물 자국 남은 촉촉한 눈망울과 마주치니 서준의 마음이 더더욱 흔들렸다. 그가 좀처럼 하지 않는 말을 건넸다.
"…이리 와 봐. 여기 옆에 앉아."
"으응? 헤헤, 네에~."
평소보다 둥글고 부드러운 서준의 모습에 델렌이 좋아하는 티를 내며 옆에 앉는다. 그의 손이 델렌의 어깨에 얹히며, 둘이 연인처럼 바짝 붙는다.
"힘들었어?"
"네? 헤헤, 괜찮아요."
….
그날은, 서준의 애증(愛憎) 중 애(愛)가 더 강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