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5. 델렌과 흑백 (19)
애증(愛憎) 중 애(愛)가 더 강한 날이 있다면, 증(憎)이 더 강한 날도 분명 있을 것이다.
서준이 델렌에게 좋은 감정을 느낄 때는, 그녀가 순종적이고 얌전하게 그리고 귀엽게 굴 때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안 좋은 감정을 느끼는것은, 그 빨간 머리 놈한테 그러듯이 암캐처럼 다른 남자들에게 빨빨거릴 때였다. 자기한테 몸가짐이 헤프고 무방비한 모습을 보이면 좋아하지만, 다른 남자에게 그러면 완전히 정반대의 감정을 느낀다. 소위 말하는 내로남불.
특히나 남자가 그 빨간 머리 놈이라면, 서준은 몹시 기분이 불쾌해진다.
요 며칠이 그런 불쾌한 날이었다. 저번에 이어 이번달에도 휴가를간 델렌은 더 이상 빨간 머리를 만나는걸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서준과 섹스한 후 침대 옆자리에 누워 내일(휴가날) 어디 가는지 안 물어보냐면서 떠보듯이 물어봤고, 혹시나 싶어 물어본 서준의 질문에 델렌은 당연하다는 듯이 주인님에게로 간다고 말했다. 건방지게 약올린 대가로 혼쭐이 났지만, 아마 혼나고 싶어서 그렇게 까분게 아닐까 서준은 추측했다. 혼나는 내내 위로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오질 않았으니까.
2박 3일의 짧은 휴가.
예전 같았으면 생각할수록 기분 나쁘다며 머릿속에서 지워버렸겠지만, 요즘은 델렌과의 분위기가 좋았기에 서준도 마냥 무시하기가 힘들었다. 빨간 머리와 델렌이 붙어 있는 장면이 자꾸 상상됐고, 델렌을 그놈에게서 빼앗아 다시 쟁취하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은밀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제까지 델렌은 서준에게 있어 계륵 같은 존재였다. 내가 차지하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남 주기도 싫은…. 특히나 델렌만큼 예쁘고 좋은 여자를 여럿 거느린 그 빨간 머리 새끼에겐 주기 싫었다.
….
최근 서준의 본심은 델렌을 원하는 쪽으로 기울어 가는 중이었다.
아주 썅년 짓을했기 때문에 더 이상 진실된 사랑을 하는 연인이 되진 못하겠지만, 여자로서 아니 암컷으로써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외적으로는 겉살부터 속살까지 색스럽게 쫀득거리는게 아주 완벽했고, 내적으로는 빨간 머리 놈이 가득해서 맘에 들진 않았지만 강압적으로 행동하면 온순해져서 암캐처럼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한다. 배신마저 용서가 될 정도로 델렌이라는 여자는 강력한 유혹이었다.
게다가 요즘 델렌은… 썩 나쁘지 않았다. 전엔 보기만 해도 화가 났는데 지금은 아니다. 섹스를 트고, 과거의 미련을 전부 버리고 오로지 암컷으로만 보니 은근히 괜찮았다. 순종적으로 무릎 꿇은 그녀에게 입보지로 봉사를 받거나, 밑에 깔아두고 허리를 놀리면서 감촉이 끝내주는 살덩이를 만지고 있을 때면 이만한 여자가 또 없었다. 속살은 타고난 명기인 데다가 후천적으로 익힌 온갖 테크닉도 아주 뛰어나서, 원수나 다름 없었던 남자도 다시 빠져들게 할 정도로 좋은 암캐인 것이다.
그 외에도 서준을 유혹하는 여러 매력이 있긴 했다.
알게 모르게 서준의 마음을 혹하게 만드는 델렌의 커다란 장점 중 하나는 바로 '깨끗함'이었다. 순결하다던가 청결한걸 말하는게 아니라, 걸레처럼 나뒹구는 것에 비해 몸의 색깔이 너무 깨끗했다.
아무리 때리고 꼬집고 거칠게 다뤄도 순백의 피부는 항상 오일 마사지라도 받고 온 것처럼 부드럽고 촉촉하고 탱탱했으며, 어지간히 사용당했을 유두도 처음처럼 예쁜 연분홍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보지 역시 시커먼 때가 묻어 징그러운 전복처럼 될 법도 하건만, 다리를 벌려서 볼 때마다 항상 처녀처럼 앙다문 일자 모양의 세로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다가도 흥분하면 금새 입을 벌리고 투명한 꿀물을 뚝뚝 흘리며 감춰졌던 핑크빛 꽃잎을 보여준다. 흑인 자지보다도 더 두꺼운 빅 사이즈 딜도로 마구 쑤시고 아주 허벌창을 내놓아도 섹스가 끝나고 몇 시간 뒤에 확인해보면 다시 처녀 보지처럼 일자선을 이루는게, 적어도 상위 0.1 퍼센트 안에 들어갈 법한 복구력 좋은 보지가 분명했다.
아무리 머리로 걸레니 창녀니 생각해도, 막상 보면 순결한 처녀보다도 더 예쁜 보지를 갖고 있으니 품는데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떡정이 들면 답도 없다고, 분명 델렌과 다시 섹스하기 전까진 그녀를 거부하고 싫어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손에 들어올듯 말듯하는 썸녀처럼, 손 위에 잠시 앉았으나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파랑새처럼….델렌은 서준의 색욕과 소유욕을 깃털로 간지럽히듯이 은근히 자극했다. 알게모르게 달아올라 정신 차리고 보면 아주 안달이 나있도록 말이다.
….
탁탁탁탁탁.
서준이 다리를 떨면서, 신발 밑창이 바닥에 부딪치며 적막 속에서 빠르고 규칙적인 소음을 만들어낸다. 몇 분이 지나고,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초조해 하던 서준은 노크 소리에 고개를 바짝 들었다.
똑똑똑.
"들어와."
끼익.
"안녕하세요오~. 휴가갔다 왔어요오~. 헤헤…."
오후 여섯 시. 이제 막 저녁 시간대로 접어들었으니, 델렌이 골든 비치로 복귀하기 위해 출발한 시간대는 늦어도 오후일 것이고, 그 말인 즉….
"술 마셨냐?"
"헤헤, 딱 한 잔!"
"한잔은 무슨."
델렌은 명백히 낮술을 했다. 골든 비치가 무슨 군대도 아니고, 복귀하는 날에 술 마시지 말라는 규정은 딱히 없었다. 왜냐하면 골든 비치는 큰 규모의 업소, 즉 엄격한 직장이기 때문에 굳이 규정화하지 않아도 알아서들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복귀하는 아가씨들 중 이렇게 대놓고 술 처먹고 온 년은 델렌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서준은 딱히 나무라지 않았다. 델렌이 다시 점점 좋아지는 속마음은 둘째치고서라도, 짧은 시간 동안 골든 비치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기특한 아가씨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귀엽게 넘어가 줄 수 있었다. 델렌의 이 엉뚱함과 대담함, 프리함이 고객들을 유혹시켰겠지. 그녀의 이런 성격을 억지로 교정하려 드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었고, 그런 멍청한 짓을 할 바보는 없었다.
즉 돈이 되기 때문에, 돈을 잘 벌어오니까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히히히."
"뭐가 좋다고 웃냐. 이리 와 봐."
술에 취해서 풀린 눈, 그리고 헤픈 웃음소리. 살짝 비틀거리는 발걸음.
그녀의 가볍고 쉬워 보이는 행동거지가 수컷의 사냥 본능을 자극했다. 모든 수컷이 원할 만큼 예쁘고 색스러운 최고의 사냥감이 무방비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델렌."
"에에? 우읍… 으음…."
쪼옥, 츄우웁.
서준이 대뜸 손을 뻗어 델렌을 확 끌어당기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과실주나 과일맛 술을 마신 건지, 좀 취한 델렌의 입 속은 달달한 복숭아 맛이 났다.
'미치겠군.'
충동적인 키스. 서준은 자신의 행동에 내심 놀라면서도, 놀랍도록 기분 좋은 혀의 감촉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무엇보다도 조금씩 마음이 동하는게 문제였다. 이 여자를 가지고 싶고, 탐하고 싶다. 이번 휴가로 델렌을 며칠 동안 기다리면서 확실히 느꼈다. 자신은 다시 그녀를 원하게 됐고, 다시금 그녀에게 이끌려가고 있었다.
진심으로 델렌이라는 '사람'을 사랑하는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몸은 사랑하는건 확실하다. 육욕과 색욕에 뿌리를 둔 시커멓고 끈적한 욕망, 그리고 좋은 암컷에 대한 소유욕이 서준의 심리에 대한 가장 정확한 설명이리라. 그리고.
적어도, 그 새끼에겐 넘겨주기 싫었다.
놈을 향한 경쟁심과 질투, 그리고 델렌을 향한 애증과 색욕과 소유욕.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서준을 점점 이상하게 만들었다. 한두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아직도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그의 마음 속에서 계속 커지고 있었다.
"침실로 가자."
서준이 마른 입술을 열어 말했다. 골든 비치엔 당연히 서준의 침실도 있었다. 말 그대로 잠을 자기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넓고 화려한 곳은 아니지만, 그의 침실은 골든 비치에서 가장 조용하고 은밀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침실로 가는 길은 조용하지도, 은밀하지도 않았다.
CCTV를 보고 있는 보안 직원이라던가, 지나가다 마주치는 다른 직원들이라던가. 머릿속에 생각나는 걸림돌들이 몇몇 떠올랐다.
'…이젠 상관없어.'
그러나 이제는 다른 사람 따윈 상관 없었다. 오로지 자신과 델렌, 둘이 가장 중요했다.델렌이 다른 직원들에게 더 이상 안 대준다, 그리고 사장님이랑 침실에 들어가더라. 절대 달가운 뒷담화는 없겠지만, 설령 혼자 처먹네라는 비난을 들어도 이젠 상관 없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던 욕망이, 마침내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널 가지고 싶다."
델렌의 휴가. 2박 3일의 갈증.
서준은 목마름에 반쯤 이성을 잃었고,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당장 이 목마름을 채우고 싶었다.
지금 만큼은 빨간 머리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델렌이 골든 비치에서 일하는 이상, 이곳에선 자신이 왕이고 델렌을 소유한 유일한 자였다.
그래, 이곳에서만큼은. 내가 델렌의 '주인님'이다.
"따라와."
"…."
취기에 들떠서 헤실거리던 델렌이 동그랗게 뜬 눈으로 멀뚱히 서준을 보았다. 뜻밖의 행동에 잠시 멈칫하다가, 당황하는 대신 흥미를 보였다.
"흐응?"
보름달처럼 크고 둥근 그녀의 눈이, 이내 초승달 모양으로 부드럽게 휘어졌다.
"네에~."
델렌이 짙은 눈웃음을 치며 서준에게 팔짱을 꼈다. 그의 한쪽 팔이 델렌의 상반신에, 옷을 통해 느껴지는 기분 좋은 살덩이에 파묻혔다.
너무나도 순순히 달라붙는 델렌.
'승낙인가?'
"크흠. 가, 가자."
서준은 자기가 미소를 짓고 있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스윽, 스르륵!
조용한 침실이 거칠게 옷 벗어제끼는 소리로 요란했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델렌을 밀어서 넘어뜨리듯 침대에 눕힌 서준은 자기 바지와 팬티를 한번에 쑥 내리고는 자지를 껄떡이며 침대에 올라와 델렌을 향해 무릎으로 기어갔다. 둘의 다리가 만나 스치듯 살짝살짝 비벼진다.
"다리 벌려."
그의 명령조에 델렌이 씨익 웃으며 다리를 벌렸다.
미약한 스탠드 조명 사이로, 그녀의 다리가 벌어지며 예쁜 조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며칠 내내 델렌의 몸이 고팠던 서준은 마치 생명수를 마시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자지를 손으로 잡고 조준하여, 귀두를 꽃잎에 비볐다.
그 순간.
"…음?"
이질감이 들었다. 처음엔 애액인줄 알았는데, 뭔가 더 끈적하고 진한 액체가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이 감촉은 분명히….
싸늘한 기분에, 당장이라고 쑤셔넣으려던 서준이 일단 한 발 물러서서 델렌의 보지 속을 손가락으로 얕게 훑어냈다. 구멍 입구에서부터 그 끈적한 것이 진득하게 묻어났고, 손가락을 들어 조명에 비춰보니….
"정액?"
"에? 네에. 정액이에요오."
딱 귀여울 정도로 혀가 살짝 꼬인 델렌의 확인사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머리 끝까지 차올라 있던 성욕과 소유욕이 한번에 바닥까지 내려앉는다. 서준의 얼굴과 몸이 딱딱하게 굳자 델렌이 다리를 벌리고 누운 채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
"으응? 갑자기 왜 그래요?"
"…왜냐니."
침대 위에서 무릎으로 앉은 채 망부석처럼 굳어 있는 서준이 간신히 입술만 움직여 말한다. 마냥 누워 있던 델렌이 의미 모를 미소를 지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아아, 이게 이상해요?"
"뭐?"
"헤에."
아하, 그렇구나.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한 델렌의 태도에 서준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의 입이 열리기 전에 델렌이 말한다.
"전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분명 저는 주인님에게 간다고 했고, 그전부터 제가 주인님의 자지를 너무나도 좋아한다고 말했으니까, 휴가를 나와 주인님께 가면 당연히 '그걸' 하지 않겠어요? 한 달에 고작 2박 3일만 허락된 외출이니, 만난 직후부터 헤어지기 직전까지 거의 쉼없이 섹스만 했어요. 흐음… 순진하신 건지, 아니면 애써 모른 척을 하시는 건지."
방금 전까진 취한 척 연기라도 한 건지, 또박또박 말하는 델렌의 목소리는 마치 아나운서처럼 흐트러짐 없고 선명해서, 빌어먹게도 토씨 하나 빠지지 않고 전부 서준의 귓가로 파고들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델렌은 서준에게 추가타를 넣었다.
"있잖아요. 사실 골든 비치에서 한 달에 거의 4주일을 떡치는데, 사실 그것보다 주인님한테 박히는 2박 3일이 훨씬 기분 좋고 즐거워요.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요. 그러니까, 이곳의 28일보다 주인님과의 48시간이 더 큰 쾌감이라고요. 히히, 비밀이니까 막 말하고 다니진 마요오?"
마치 엄청난 비밀을 말해주는 것처럼, 속삭이듯 말하는 델렌. 그녀의 눈빛에는 분명 짓궂고 못된 기운이 선명했으나, 얼떨떨하고 정신이 없는 서준은 델렌의 속마음을 알아챌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하나만, 묻자."
힘없는 목소리. 마치 기운을 쥐어짜내는 듯해서 안쓰러울 법도 하건만, 델렌은 그저 멀뚱한 눈으로 말하라는 제스쳐를 보냈다.
"나랑 그놈…. 누가 더…."
"잠깐. 잠깐만요."
정신줄을 놓고 파국에 다가가려는 서준을 델렌이 제지했다. 그리고는 한쪽 눈을 찡긋, 윙크하며 장난치는 듯한 말투로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
몇 초 간의적막. 그리고….
짜악!
"씨발년…."
델렌의 뺨을 날린 서준이 욕을 했다.
"흐응."
델렌은 획 돌아간 고개를 다시 원위치하며 콧소리를 냈다. 갑작스레 남자에게 세게 뺨을 맞았음에도 아파하기는 커녕 오히려 재밌다는 듯이 반응하자 서준은 소름이 돋았다.
"미친년."
"헤에."
짝!
"흐음."
"……."
무슨 말을 해도, 무슨 폭력을 써도 먹히지 않는다. 서준은 내심 만만하게봤던 작은 델렌이, 지금은 자기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발기했던 자지는 이미 힘을 잃고 쪼그라든지 오래였다. 그의 아래쪽을 살짝 곁눈질하던 델렌이 물었다.
"그래서. 섹스, 하실 건가요?"
"…."
당연히 섹스는 없었다.
마치 봄을 맞이한 것처럼 따스하게 녹아내리던 서준의 마음에 다시 빙하기가 찾아왔다. 그가 옷을 입고 힘없이 밖으로 퇴장한다.
끼익, 쿵.
"킥."
델렌의 짧은 웃음. 마치 깊은 곳에서 올라온 폭소를 간신히 참는 듯했다. 그녀의 얼굴에 가득한 미소는, 평소처럼 순수하고 해맑은 하얀색이 아닌, 악의적이고 불순한 검은색의 웃음이었다.
만약 서준이 델렌의 이 사악한 미소를 봤다면…. 뒤늦게나마 델렌의 본심을, 의도를 얼추 짐작하고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델렌에게 미련이 남았고, 그녀에게 더 흔들리지 않기 위해 잠시 뒤로 물러나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마지막 기회마저 날아갔고, 그에게 남은 미래는 딱 하나뿐.
"히히힛…."
검은색의 미래.
둘의 흐름은, 델렌이 애초부터 설계한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침실에 홀로 남겨진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