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화 〉단편 - 속옷, 그리고 선물
평범한 나날.
저주에 걸렸다고 하루 종일 섹스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직접 섹스하는 것 이상으로 네토라세 관음을 좋아하는 용사는 은근히 시간이 많았다.
….
현대 문명의 이기는 평범한 인간의 신체를 초월한 용사와 여자들에게도 분명 흥미로운 것이었다. 가장 먼저 스마트폰이라는 문물에 빠져든 미라를 시작으로, 나름 전통적인 생활을 고집하던 아리스가 마지막으로 함락(?)되면서 폰질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진 취미가 됐다.
용사는 애초에 지구 출신이어서 더 순순히 현대 문명을 받아들였다. 그가 판타지 세계로 납치당하기 전엔 스마트폰이 없었는데, 그래서 더 매력을 느끼는 듯했다. 핸드폰이 전화와 문자 뿐만 아니라 사진기도 되고 동영상 촬영, 일기예보, 네톡 메신저, 게임기, 양지의 SNS, 음지의 SNS, 그 외에도 셀 수 없을만큼 많은 기능을 한다는 것에 컬쳐 쇼크를 받았다. 고작 몇 년 사이에 이미 훌륭한 현대 기술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진보했다는 충격! 그가 받은 충격은 아예 모든게 새로운 여자들 만큼이나 컸다.
아무튼 지금은 다 적응했고, 그는 별다른 일 없이 심심할 때마다 누워서 폰질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연애 상담 글이었다. 마치 미라와 자신이 처음으로 맺어질 때를 보는 듯해 흥미가 생겼다.
[………… 생각나는건 대충 이 정도인데, 걔가 저한테 관심 있는거 맞겠죠?]
"당연하지. 이건 어장도 아니고 그냥 백 퍼센트잖아."
풋풋한 새내기인지 아니면 어린 학생인 건지, 아무튼 누가 봐도 글쓴이는 사랑을 처음 하는 어린 티가 났다. 처음으로 이성에게 관심이 생겼고, 그녀 역시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 상황에서 느끼는 두근두근 풋풋한 감정들. 저도 모르게 좋을 때다, 라고 생각한 용사는 어깨를 으쓱이며 스크롤을 내렸다.
[백 퍼센트. 장답합니다. 그분은 글쓴님에게 무조건 관심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글들 볼때 어장인가 헷갈리는 경우도 좀 있는데, 글쓴님의 경우엔 관심이 없고선 절대 나올 수 없는 행동들입니다. 여자는 관심있는 남자가 있으면 그날 입을 속옷까지도 신경쓰는 동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 따봉 마크와 함께 댓글란 맨 위에 있었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으면서도 논리적이고 분석력 좋은 글이었다. 용사는 어차피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굳이 자신이 댓글을 달아줄 필요는 없겠다 생각하면서 핸드폰을 내려놨다.
'속옷부터 신경쓴다라….'
맞는 말이었다. 용사는 여자라는 종족 자체가 굉장히 세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쁘게 말하자면 괜한 걱정과 수고를 하는 셈이고. 그걸 남에게까지 적용시키기도 한다. 남자들이라면 전부 싫어할만한 '오빠 나 달라진거 없어?' 라던가, 못 알아듣게 쓸데없이 빙빙 돌려 말해놓고 섭섭해 하는 경우라던가.
다행히 용사는 그런 일은 겪지 않았다. 감히 그럴 사람이 없다고나 할까.
사실 용사는 여자들에게 거의 상전 취급을 받고 있다. 모두가 현역 시절부터 용사에게 존경심을 갖고 있었을 뿐더러, 다들 용사로 인해 피폐한 삶에서 구원 받았기 때문에 굉장히 잘해주는 것이다. 설령 마왕을 죽인다고 해도 구원받을 수 없었던 답 없는 삶이었는데, 사랑하는 용사 덕분에 그의 고향인 지구에서 평화롭고 흥미로운 나날들을 보내니 용사가 상전 취급 받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여자만 다섯이기 때문에 여자들이 용사 한 명에게 귀찮게 굴기 시작하면, 5대 1의 입장인 용사는 굉장히피곤해질 것이다. 그래서 절제하는 면도 있고, 또 한편으론 괜히 싫은 소리 해서 점수가 깎여서 경쟁자인 다른 여자들에게 밀릴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면도 있었다.
아무튼 용사 입장에선 다섯 여자 모두가 피곤하지 않게 잘 해줘서 좋았고, 덕분에 여자의 좋은 면만 보고 사는 중이었다. 여자의 좋은 면만 보고 산다는 것은, 남자가심드렁해지는 권태기가 늦어진다는말과도 같았다.
실제로 그는 아직도 연애 초창기처럼 여자들과 포옹만 해도 발기하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마치 한창 발정난 중고딩처럼, 치마 틈새로 은근슬쩍 보이는 허벅지 안쪽이라던가, 빨래 걸이에 널려 있는 속옷들만 봐도 흥분한다.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 육체여서 그런지 정력과 성욕 역시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었다. 다섯 여자들을 끼고 사는 하렘의 주인 입장에선 다행인 일이었다.
….
"흠."
여자는 관심있는 남자가 있으면 속옷조차 신경쓴다. 용사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얘들은 어떨까.'
마왕의 저주 탓이긴 하지만 여자들은 워낙문란하게 노는 탓에 속옷이, 특히 팬티가 성할 날이 없었다. 흥분한 나머지 속옷을 뜯고 찢는 야만적인 남자들도 많았고, 섹스를 하도 자주해서 애액이나 정액 따위가 흘러나와 더러워지는 일이 많았다. 일부러 팬티에다 싸버리는 놈들도 있었고, 훔치거나 기념으로 달라며 가져가 버리는 변태들도 꽤 자주 있었다.
여자들은 항상 남자들로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랑하는 용사와는 아예 같이 살고 있고, 욕구를 채우는 용도로 다른 남자들과도 하루가 멀다하고 만난다. 일상이 섹스 어필로 가득한 것이다.
'과연?'
궁금해진 용사는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드르륵.
어느새 지나의 방으로 간 용사가 옷장을 열어봤다. 여자들의 옷장을 열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열어보다가 마침내 속옷이 들어간 칸을 찾아냈다.
"오."
지나는 집에서 자는 날보다 외박하는 날이 더 많기 때문에 항상 캐리어에 자기 옷을 한가득 싸들고 다닌다. 그래서 가득 차야 할 옷장이 반쯤은 비어 있었다. 용사는 남은 것들을 하나하나 체크해봤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속옷들은 모두….
"신경 쓰는군."
아주 섹시한 속옷들이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입을 법한 속옷은 아예 없었다. 다들 과감하고 불편한 것들이다. 심지어 티팬티도 보였다. 엉덩이를 반쯤 드러낸 것들은 그나마 건전한 편이었고, 아예 노출하든 시스루 같은 걸로 비치게 하든 보지 둔덕까지 죄다 드러나는게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일부는 구멍마저 노출시키는… 속옷조차도 아닌 수준이었다.
브래지어 역시 가슴을 받치는 데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누구에게 보여주는 용도임이 분명했다. 유륜이 다 보여도 이상하지 않을 야한 디자인도 있었고, 아예 반투명해서 안쪽 살이 비쳐 보이는 것도 있었다. 심지어 끈으로만 이루어진 브라도 있었는데, 그건 도저히 속옷으로 보이지 않았다. 가슴을 적당히 받치는 대신 유방의 대부분이 드러나고, 유두마저 노출하는 디자인이었으므로….
앳되고 귀여운 외모와는 다르게 성적으로 제일 화끈한게 지나였다. 그래서인지 이런 엄청난 속옷들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흐음…."
용사는 물론 자기도 본 적 있지만, 못 본 속옷들도 많아서 그런지 기분이 묘했다. 누가 봐도 남자에게 보여주려는 용도인데, 막상 그녀의 연인인 자신이 못 본 속옷이라니….
물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여자들의 속옷은 이런저런 이유로 오래 가지 못해서 새로 사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못 본 속옷이 있을 만도 했다. 하지만 용사는 분명히 다른 남자들이 이 음란한 속옷을 봤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와 동시에 흥분감도 들었다. 이런 속옷으로 남자들을 흥분시키고, 외간 남자들에게 마구 따먹히는 연인이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발기함과 동시에 쾌감이 들었다.
'한 발 뽑을까?'
….
일단 지금은 다른 여자들의 속옷도 확인하고 싶어서 용사는 딸딸이를 치는 대신 움직였다. 예상대로 다른 여자들도 평범한 속옷 따윈 갖고 있지 않았다. 의외였던 것은 업소 일을 했던 델렌이 여자들 중에선 그나마 건전하고 편하게 입는 쪽이고, 쿨한 아리스가 지나만큼이나 수위 높은 속옷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뒤늦게 용사가 자기 속옷을 뒤지는걸 목격한 아리스는 빨개진 얼굴로별장에 끌려가서 억지로 입혀진 속옷들이라고 해명했지만, 그걸 굳이 버리지 않고 갖고 와서 깔끔하게 보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용사는 변명임을 확신했다. 아리스가 모처럼 부끄러워 했기에 용사는 계속해서 은근한 시선을 주며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침착함의 대명사인 아리스에게 '횡설수설'이라는 단어가 붙을 줄은 상상조차 못했는데, 요즘 아리스는 꽤나 인간적이고 귀여웠다. 지금 모습이 더 보기 좋았다.
아무튼, 다들 많이 신경쓰고 꾸미는게 속옷만 봐도 느껴졌다.
어지간한 아이돌보다 뛰어난 외모는 그 자체로도 빛났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선 꾸미는 맛이 보통이 아닌듯했다. 타고난 완벽한 외모 때문에 화장을 짙게 하는건 오히려 별로였지만, 대신 옷 입는 재미는 아주 쏠쏠해 보였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일 뿐더러, 몸매도 워낙 좋으니 옷 입는게 재밌을 만도 하지.
예전에 여자들에게 만약 직업을 갖는다면? 이라는 질문을 했을 때, 외모를 꾸미고 옷을 많이 입는 직업, 즉 모델이나 연예인 등이 가장 많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카메라 앞에 서는 직업을 가지면, 일단 바빠서 놀 시간이 없어지고 심지어 사생활에 불필요한 관심을 많이받게 되니 실제로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어지간한 것은 간섭하지 않는 용사도 그것 만큼은 허락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 사람으로 인해 모두가 줄줄이 엮여서 귀찮아질 수가 있으니 말이다.
부끄러워 하는 아리스 덕분에 재밌는 시간을 보낸 용사는 마지막으로 레이아의 방으로 향했다.
"응? 마스터."
그녀는 항상 그렇듯 자기 방에 있었다. 용사의 방, 거실, 자기 방. 지구 생활 중 대부분의 시간을 그 세 공간에서 보냈기에 오히려 기대가 되기도 했다. 레이아가 무슨 히키코모리처럼 밖에 나가기 싫어서 방에 처박힌건 아니고, 큐피드를 만들거나 마법을 점검하거나 용사를 위한 네토 영상을 편집하는 등 이타심을 바탕으로 나름 바쁘게 일하고 있었지만, 아무튼 다른 여자들에 비해 외출이 적은건 사실이니까.
대부분 집에 있는 레이아의 속옷은 어떨지.
"레이아."
용사는 굳이 떠보지 않고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다 말했다. 사람에 따라선 부끄러워 하거나 용사가 이상한 짓을 한다고 생각할 법도 한데, 레이아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주라는 이름의 온갖 이상 성욕과 발정 때문에 현재 진행형으로 고생 아닌 고생을 하는 만큼 어지간한 일에는 무덤덤한 것이었다.
"그래서. 보고 싶은 거야, 마스터? 벗을까?"
"흠."
꽤나 야한 말을 마치 일상 대화처럼 건네는 레이아를 보며 꼴린 용사는 더 묵직해진 하반신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듣고 레이아는 상의부터 천천히 벗었다. 마치 벗는 과정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맨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랫배, 배꼽, 명치, 그리고 브래지어로 가려진 가슴이 드러났다. 윗도리를 벗은 레이아는 그대로 아래에 입고 있는 치맛단을 확 들어올려 단숨에 팬티까지 노출했다. 화끈한 액션에 검은색 속옷이 세트로 드러나자 용사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
레이아 역시 다른 여자들처럼 과감한 속옷이었다.
소위 말하는 승부 속옷. 지나의 그것처럼 막 유륜이 보이고 둔덕이 보이는 문란한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일반적인 속옷에 비해확실히 노출이 있었고 디자인도 더 섹시하고 화려했다.
'역시 신경 쓰는구나.'
하긴, 레이아가 집순이 이미지가 있긴 해도 겉보기에 심심하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별로 없었다. 수수한 코디로 용사의 시선을 끌었던 적은 있어도, 절대 꾸미는데 무심하진 않았다. 당장 옷차림만 봐도 승부 속옷에다가 집안에서 예쁘고 짧은 치마를 입고 있잖는가.
이후, 속옷만 입은 레이아가 자기 옷장을 열어 용사에게 속옷을 보여줬다. 다른 여자들처럼 일상 속옷은 없었으며 수위가 델렌보다 더 과감했고, 심지어 티팬티도 갖고 있는게 참으로 기특했다.
"아."
"응? 마스터, 왜 그래?"
"이제 슬슬…."
밀가루처럼 새하얀 피부를 거의 다 노출한 레이아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어보자, 용사는 결국….
와락!
"못 참겠다."
"앗!"
레이아를 침대에 던지고 그 위로 덮쳐들었다.
"아! 아흣! 마스터어… 흐응!"
용사는 그날 속옷을 완전히 벗기지 않고, 브래지어를 풀어 배쪽에 대충 놓고 팬티 역시 한쪽 허벅지에 걸쳐놓았다. 박아줄 때마다 레이아의 몸과 함께 흔들흔들거리는 속옷들이 좋은 눈요기가 되어 줬다.
…
며칠 뒤.
용사는 집 근처 카페로 향했다.
딸랑딸랑
문에 달린 벨이 딸랑딸랑 익숙한 소리를 낸다. 용사와 여자들이 집 다음으로 자주 가는 장소가 바로 카페였다. 집에 있지 않은 경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보통 카페로 간다. 가장 만만한 장소니까. 카페로 가는 것은 집에 있는 것 만큼이나 흔한 일상이었다.
오늘도 역시 그런 흔한 날 중 하루였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은 용사가 아니라 여자들이 불러서 나왔다는 점 정도?
용사는 딱히 카페를 막 좋아하진 않았지만, 말 그대로 밖에서 있을 만한 가장 가깝고 만만한 장소여서 카페를 오는 것이었다. 남자끼리 모이면 딱히 계획이 없을 경우 PC방이나 당구장을 가는 것처럼.
그리고 평생을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살았음에도, 여자는 여자인 건지 모두들 카페를 좋아했다. 용사는 새삼 신기함을 느꼈다.
카페의 바깥 부분은 다른 흔한 카페들과 같이 카운터와 테이블로 이루어진, 딱히 설명이 필요 없는 구조였다. 그리고 ㅋ자 모양의 내부 구조에서 깊숙한 곳으로 가면 룸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작은 룸, 하나는 큰 룸이었다. 작은 룸은 일반 좌석처럼, 많아봐야 네 명 정도가 있을 만한 사이즈였고 큰 룸은 열 명도 널널하게 앉을 만큼 컸다.
룸은 아무나 자유롭게 가는 곳은 아니고, 일종의 대실료를 지불하는 느낌이었다. 일정 가격 이상을 구매해야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 가격을 채우려면 일반 커피를 사는 걸론 좀 모자라고, 일부러 비싼 것을 사거나 추가로 쿠키나 샌드위치 같은걸 주문해야 한다.
그래도 용사에겐 나름 유용한 공간이었다. 룸은 사실 창문도 작고 구석진 곳에 있어서 답답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인기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비어 있었다.
용사 입장에선 그런 단점이 전부 장점이었다. 사람들이 지나갈 일이 없는 구석진 곳이고 창문으로 잘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본 게임으로 들어가진 않더라도, 키스하거나 막 주무르거나 하는 진한 스킨십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다. 탁 트인 곳에선, 아무리 남의 시선을 신경 안 쓴다 해도… 여러 여자를 끼고 찐한 애정 행각을 하는건 좀 그러니까.
그리고 설령 건전한 이유로 모여도, 여자들은 모두가 하나 같이 연예인급… 아니 그 이상으로 눈에 확 띄는 외모이기 때문에저들끼리 수군거리거나 남자가 번호를 따러 오거나 심지어 몰래 사진을 찍는 등 온갖 귀찮은 일에 시달린다. 개방된 곳에 다 같이 모이는건 여자들도 그리 반기지 않는 일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용사는 특히 다 같이 모일 때는 안쪽의 큰 룸을 선호했다.
"아, 오빠!"
룸으로 들어가는 길. 용사는 마침 화장실에서 나오던 지나와 딱 마주쳤다. 지나는 언제나 그렇듯 밝은 미소와 목소리로 연인을 반갑게 맞이했다.
"응, 지나야."
지나가 순식간에 안겨들어 팔짱을 낀다. 그것도 아주 깊숙하게. 팔짱이 이렇게 진한 스킨십인가 싶을 정도로. 팔을 통해 그녀의 상반신이 잔뜩 느껴졌다. 지나는 몸 전체가 밀가루 반죽처럼 하얗고 말랑말랑해서, 옷을 사이에 두어도 감촉이 참 좋았다.
'흐음.'
용사는 무슨 일인진 몰라도, 평소보다 조금 따뜻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지나의 몸에서 약간의 열기가 느껴졌다. 마나 유저가 아파서 그럴 리는 없을 텐데….
툭!
"아, 죄송합니다."
순간, 화장실에서 나오던 한 남자가 어깨를 부딪쳤다. 용사가 본능적으로 돌아보자, 남자는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며 사과했고 통로 밖으로 빠져나갔다.
'뭐지?'
왠지 익숙한 느낌. 정확히는 익숙한 냄새가 난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카페 화장실은 공용 화장실인데. 지나랑 저 사람은….
용사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지나가 재빨리 그를 현실로 끄집어냈다.
"오빠, 멍하니 서있지 말고 어서 들어가요."
용사는 지나에게 이끌려 룸 안으로 들어갔고, 떠오르는 의문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었다.
…
모처럼 모두가 모였다. 항상 집에 머무는건 레이아가 유일했다. 델렌은 애초에 집에 잘 못 들어왔고, 지나도 밖에 도는 날이 더 많아서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는건 제법 드문 일이었다.
용사는 마치 여러 꽃이 화려하게 어우러진 화단을보는 듯했다. 각자의 진한 매력을 품은 다섯 여자들이 나란히 앉아 있으니, 각자의 차이점과 장점이 눈에 띄게 잘 보였다. 여자들은 정말 닮은 면이 별로 없었고 개성이 강했다.
머리카락조차도 색깔 하나 안 겹친다. 미라의 레몬색 밝은 금발 포니테일, 지나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연두색 긴 생머리, 레이아의 컬이 살짝 들어간 진보랏빛 단발, 아리스의 엉덩이까지 덮는 남청색 기다란 생머리, 델렌의 벌꿀색 진한 금발. 평소엔 살짝 묶던데 오늘은 어깨를 덮는 생머리로 풀어내렸다.
다들 대체로 생머리인 이유는, 용사를 포함한 뭇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나마 포니테일이 나름의 트레이드 마크인 미라는 자기 스타일을 유지했지만, 그녀 역시 잠자리에선 매력을 어필하려는 건지 배시시 웃으며 머리끈을 풀고 생머리를 과시한다. 당하는(?) 용사 입장에선 그게 남자에게 확실히 효과가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눈동자는 또 어떤가. 미라는 녹색, 지나는 푸른색, 레이아는 보라색, 아리스는 검은색, 델렌은 갈색이다. 키나 가슴도 다르고 그 외에도 각자의 옷 입는 스타일이나 성격도 다르고 성향도 달랐다. 저주를 받은 이후로는 여자들 간의차이점이 더 강해진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연인, 즉 용사에 대한 사랑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룸 안에는 묘한 침묵이 흘렀다. 용사가 마치 비교하듯 진지한 얼굴로 여자들을 번갈아가며 스윽 훑어보니, 여자들은 겉으론 내색 안해도 은근히 앉은 자세를 고치거나 보이는 각도를 다르게 하거나 하며 예쁘게 보이려고 신경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은 제삼자 입장에선 꽤나 귀여웠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드러나는, 감출 수 없는 깊은 만족감. 여자들은 그 티나는 감정에 반응하며 소리 없이 웃었다. 말로 하자면 결국 예쁘다는 말이었고, 여자들은 예쁘다는 말 만큼은 들어도 들어도 절대 질리지 않아 한다. 다들 만족하면서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어졌다.
"자기, 저번에 우리 속옷 뒤져봤다며?"
미라가 운을 떼듯 침묵을 깨며 물었다. 아리스나 레이아에게 딱히 숨기지도 않았기에 오히려 모르는게 이상했다. 용사는 자리에 앉으며 끄덕끄덕 순순히 시인했다.
"왜에?"
지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차라리 입은 모습을 보여주면 보여줬지, 별 의미도 없는 옷장 속 속옷을 굳이?
그런 반응에 용사는 처음부터 설명했다. 폰질을 하다가 연애 상담글을 봤고, 답글에 속옷 얘기가 나왔다고. 그래서 뒤져보니, 다들 하나의 예외도 없이 전부 신경 쓴 속옷들 뿐이어서 피식했다고.
그리고 되물었다. 여자는 관심 있는 남자를 만날 땐 속옷까지도 신경쓰냐고. 물론 답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용사는 얌전히 대화의 흐름을 탔다.
대답은 아리스가 했다. 그녀는 여자들 중 가장 차분하고 쓸데없이 오버하지 않을 것 같은 쿨한 이미지가 있었지만, 그런 그녀조차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당연…하죠? 설령 연인이 아니라 썸타는 사람이어도 남녀 사이에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예쁜 속옷을 입는 것 자체가 재밌기도 하고요. 특히나 저희는, 으음… 어감이 좀 그렇지만, 저희는 남자들을 많이 만나니까요. 속옷을 볼 정도로, 끝까지 갈 남자들을요."
아리스가 그렇게 말할 정도이니, 다른 여자들의 말을 들을 것도 없었다. 용사는 고개를끄덕이며 수긍하고,또다른 질문을 건넸다.
"그럼 오늘 나올 때도 신경 썼겠네?"
다른 남자들도 아니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니까. 은근히 생략된게 많은 용사의 질문에, 여자들이 서로서로 눈을 마주치며 씨익 웃었다.
"흐응."
"후후…."
"히힛."
분위기가 갑자기 묘해졌다. 용사는 여자들이 저들끼리 뭔가 꾸몄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괜히 아는 척을 하기보단 궁금해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뭔데? 뭔데? 하는 듯한 용사의 표정에 지나가 스르륵 일어나며 물었다.
"궁금해요?"
"응."
"보여드릴까요?"
"…그럴래?"
아주 아주 보여주고 싶어하는 분위기여서 용사는 먼저 부탁했다. 지나가 으히히 하고 나름 응큼함을 연출하며 입고 있는 테니스 치마의 치맛단 끝자락을 잡고 스윽 들어올렸다. 항상 그렇듯 짧은 치마였기에 들어올리자마자 팬티가 드러났다.
"아."
용사는 곧바로 알아봤다. 저번에 아리스가 매너 없는 남자들 때문에 속옷을 너무 많이 잃어버린다는 얘기를 듣고 새 속옷을 선물한 적이 있었다. 둘만의 특별한 물건도 아니고 돈 주고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속옷인데 한 여자에게만 선물하긴 좀 그래서 모두에게 선물했었다. 그때 선물했던 속옷임을 용사는 단번에 알아챘다.
지나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른 여자들에게 눈을 돌리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들 치마 안쪽을 무방비하게 드러내어 보란듯이 속옷을 노출시켰다. 용사는 여자들이 하나같이 짧은 치마를 입은게 이런 이유였나 생각하면서도 좋은 풍경을 열심히 감상했다.
마지막으로 미라쪽을 보자, 그녀는 혼자 도도하게 팔짱을 낀 채 다리를 꼬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선을 받고는 괜히 모르는 척하며 스윽 하고 은근히 팔과 다리를 풀어 안쪽을 보일락말락 노출했다. 장난치듯이 그러다가 배시시 웃으며 치맛단을 활짝 들어 확 보여주는게 귀여워서 용사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런 작당모의를 했었군.'
용사 입장에선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선물한 속옷을 맞춰 입고 나왔다니. 각자 어떤 색깔의, 어떤 디자인의 속옷이 어울릴지 생각하고 신경써서 선물했던 속옷들이다. 잘 어울리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마음 같아선 여기서 사랑과 욕망의 섹스 파티를 하고 싶었으나 참기로 했다. 나중에 집에서 여자들 모아놓고 란제리쇼라도 할까 생각한 용사는 이미 진작에 부풀었던 바지춤으로 집중되는 시선을 느꼈다.
"주인님."
다시금 묘한 분위기가 되자, 이번엔 델렌 쪽에서 말을 꺼냈다.
"왜."
"뭐 이상한 거 없어요?"
"이상한 거?"
용사의 의문에 다들 시선을 열렬히 교환했다. 그 잠깐 사이에 말 한 마디 없이 모종의 합의가 이뤄진 건지, 여자들 중 아리스가 머뭇대다가 살짝 빨개진 얼굴로 다리를 활짝 열었다. 아까는 치마를 들추고 안쪽을 살짝 노출한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아예 다리를 M자로 벌리며 보이지 않았던 깊숙한 곳, 즉 가랑이 부분까지 훤히 드러냈다.
"아."
용사가 흠칫하며 말을 잃었다. 인간을 초월한 마나 유저의 초월적인 시력이 이상한 점을감지한 것이다. 아리스가 입고 있는 검은 속옷은 분명… 가랑이 부분이, 보지와맞닿은 부분이 얼룩져 있었다. 마치 어떤 액체로 젖은 것처럼 말이다. 속옷이 워낙 짙은 검은색이었기에 그 차이는 미세했고, 지금처럼 넌지시 귀띔을 받은 상태에서 아리스가 다리를 활짝 벌려줬기에 간신히 알아챌 수 있었다.
"혹시…."
용사의 의문에, 아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리스는 여자들 중 가장 장신이었고 그만큼 다리도 길어서, 앉아있는 용사는 그녀의 하반신을 훤히 볼 수 있었다. 참으로 바람직한 시야 각도였다. 치마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가려져서 팬티는 볼 수 없었지만, 허벅지는 전부 보였다. 뒤로 돌아 있었다면 흔히 말하는 엉밑살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잠시 멈칫하던 아리스는 결심했는지 입술에 살짝 힘을 준 귀여운 표정으로 손을 움직여 팬티를 살짝 밑으로 내렸다. 용사의 시야에는 그녀의 부끄러운 부위가 보이지 않았지만, 허벅지의 3분의 1쯤을 내려온 팬티와….
"으음, 이건…."
"아, 몰라…."
가랑이 부분에 찐득하게 늘어진 정액을 볼 수 있었다. 아리스가 부끄러운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리스으~."
델렌이 짓궂은 말투로 재촉하자, 아리스가 펄럭 치맛단을 들어올렸다. 맨공기에 아리스의 가장 은밀한 부분이 완전히 노출됐다.
"허…."
용사의 눈에 보였다. 아리스의 보지 구멍 안쪽에서 스물스물 흘러나오는, 마치 밀가루 풀처럼 진하고 끈덕진 정액…. 그것들이 흘러나와, 보지에서 시작해 바로 아래에 있는 아리스의 팬티로 이어지며 한 줄기의 굵은 하얀선을 만들었다.
워낙 의외의 장면이라 잠시 정신을 못 차렸던 용사는, 그저세야 이 방을 둘러싼 여자들의 음흉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다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아는 것뿐만 아니라 애초에 이걸 계획한 것이다.
모처럼 용사에게 직접적으로 안겨다주는 네토의 쾌감…. 용사가 침을 꿀꺽 삼켰고, 목울대가 크게 한 차례 움직였다. 그것을 본 여자들은 또다시 눈치를 주고받은 후, 다 같이 일어섰다.
"뭐야. 너희들, 설마…."
"히히."
뭔가 꾸민 듯한 음흉한 웃음. 그리고, 아리스처럼 활짝! 모든 것을 드러내는 지나. 그녀 역시 아리스와 마찬가지였다. 모처럼 신경써서 사줬던 특별한 속옷이, 다른 남자의 정액에 의해 더럽혀져 있었다.
그제서야 용사는 밖에서 느꼈던 이상한 점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지나야…. 내가 생각하는거, 맞지?"
"응? 응!"
밖에서 처음 지나와 마주쳤을 때 느낀 의문점. 지나의 몸이 평소보다 따뜻했던 것과, 어깨를 부딪친 남자에게서 느껴진 익숙한 느낌.
그렇다. 지나는 이곳, 카페 화장실에서 그 남자와 섹스했던 것이다. 그것도 방금 전에! 그렇게 질내 사정을 듬뿍 받고는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용사와 마주쳤고. 천연덕스럽게도 아무 일도 없었던 척을 했던 것이다. 이 요망한 계집애….
섹스한직후였기에 평소보다 몸이 뜨거웠던 것이고, 스쳐지나간 남자에게서 느꼈던 것은 바로 섹스할 때 나오는 몸냄새. 즉 지나의 여자 냄새와 남자의 남자 냄새였다. 이른바 섹스했다는 스모킹 건인 셈이다. 그걸 용사는 놓쳤고.
"하아, 참…. 너는 참…."
"참?"
"…참 사랑스럽다."
"헤헤."
아무튼, 지나는 한술 더 떠서 방금 전에 네토남과 섹스하고 정액을 받아왔다. 그 문란함을 딱히 지적할 이유는 없지만, 연인이 오는걸 아는데도 남자를 꼬셔서 화장실에서 섹스하는 그 대담함은 도대체가…. 정말 타고난 녀석이었다.
아리스와 지나. 둘과 마찬가지로, 나머지도 똑같은 짓을 했다. 연인이 선물해준 화려하고 야한 속옷을 다른 남자의 정액으로 더럽혔다. 미라의 속옷도, 델렌의 속옷도 질내사정당한 정액으로 뿌옇게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레이아는….
"음?"
"왜, 마스터?"
"아니…."
레이아는 저 혼자 깨끗했다. 질내사정당한 흔적도 없었고, 팬티가 뿌연 액체로 더러워지지도 않았다. 넌 왜 다른 남자 정액이 없냐고 물어보는 것도 이상했기에 용사는 잠시 할 말을 잃었고, 그 틈을 레이아가 파고들었다.
"보고 싶어?"
"어? 뭐가?"
"내 속옷이, 마스터가 선물해준 소중한 속옷이… 다른 남자의 것으로 더럽혀지는 거."
어떻게?
가장 먼저 그런 질문이 떠오른 용사는 자신이 꽤나 많이 흥분했다는 것을 뒤늦게 자각했다.
좋다, 싫다도 아니고 '어떻게'라니. 뭐, 밖에서 남자라도 들어오길 바란 건가. 정말, 엄청나게 흥분했구나.
바지춤이 터질 듯 발기한 것은 물론이고 자지의 끝단에서 쿠퍼액이 살짝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