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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5화 〉단편 - ASMR(?) (125/162)



〈 125화 〉단편 - ASMR(?)

-단편-

ASMR(?)

여느 날처럼 오늘도 해가 중천에 떠있건 말건 용사는 폰질을 하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귀에있는 무언가였다.


무선 이어폰.


오늘 아침에 지나가 나가면서 뜬금없이 선물해준 것이었다. 음악 듣는걸 좋아하긴 하지만 굳이 무선 이어폰까지 사진 않았던 용사는 말 그대로 선물인지 아니면 뭔가 의도가 있는건지 의아했다. 지나는 그저 헤헤 웃으면서 답을 주지 않았다.


지나의 묘한 분위기도 그렇고, 일단 선물 받은 당일인 오늘 만큼은 껴야겠다는 생각에 용사는 딱히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틀지 않았음에도 무선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그리고….


"음."

지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어폰과 연동되어 있어서 벨소리나 진동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진 않았지만, 용사의  안쪽으로 이어폰이 벨소리를 선명하게 토해내고 있었다.


좀 시끄럽긴 하지만, 아무튼 스피커랑은 확실히 달랐다. 고막에 소리를 직접 때려박기 때문에 굉장히 선명하게 들릴 뿐더러 입체 음향 기능으로 인해 특히 동영상을 볼땐 현장감이 엄청났다. 실제로 소리가 뒤나 옆에서 들리는 듯한 입체감에용사는 새삼 감탄했다. 감각이 일반인보다 훨씬 예민하기 때문에 듣고 있다 보면 좀 질리거나 피곤해져서 오래 쓰긴 좀 그렇지만….


"지나야?"

[흐히힛.]

지나의 특이한 웃음소리. 약간 멋쩍어하는 느낌, 혹은 은근히 음흉한 듯한 그 웃음소리는 그녀가 뭔가를 꾸밀 때 내는 일종의 신호였다. 본인은 자각못하는 것 같지만, 지나의 여우 같은 음흉함을 생각해보면 자각 못하는 척일 수도 있겠다.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용사는 이어폰을 선물해준 이유가 왠지 지금 드러날 것 같아서, 거의 최저에 가까웠던 이어폰 음량을 확 키웠다.


[오빠.]

"응?"

[아, 아아. 소리 잘 들려요? 이래도?]

"어.  들려. 방금 소리 키웠거든."

지나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이미 음량을 높인 용사는 지나가 속삭이는 소리조차 귀에 선명하게 때려박히는 느낌을 받았다.


[아. 아~ 아아~ 이건?]

"잘 들려. 지금도  들리지만 소리 더 키울게."

[좋아요.]

이제는 거의 숨소리 수준이었다. 실제로 만나서 얘기한다면 귓가에 대고 말하지 않는 이상 안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 하지만 이어폰은 귓가가 아니라 귓속에 박혀있지. 용사는 음량을 더 키우며 물었다.

"근데 왜 그러는 거야? 내 귓구멍 간지럽히려고?"

[으히히. 흠흠, 오빠. ASMR이라고 알아?]

"그 속삭이고 막 그러는거?"

[네. 히히, 저도 해보고 싶어서요.]

사실 용사는 그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귀만 간지럽히고, 누구 말로는 머리를 편안하게 해준다는데 오히려 휴식을 방해하는 느낌이었으니까. 감각이 예민한 사람에겐 안식보단 자극에 가까웠다.

[막 제대로 하는건 아니고, 그냥 대충 그런 형식으로 소리만 은근히 들려드린다고요. 괜찮죠, 오빠?]

'말로만 듣던 폰섹스인건가.'

용사는 딱히 할일도 없었고, 지나가 또 모처럼 이벤트를 준비해줬기에 얌전히 받아주기로 했다. 설령 진짜배기 ASMR이어도 상관없다. 그걸 막 싫어한다기보단, 뭐가 좋다는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었고 크게 거부감은 없었다. 연인이 해주겠다는데 마냥 싫을 리가 없지.


그나저나, 지나의 말투는 참 톡톡 튄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끼리는 서로 반말을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서로의 나이, 종족, 고향 등 같은 것 하나 없었지만, 결국은 다들 한 남자를 사랑하는 한 명의 여자였고, 용사의 연인이라는 동등한 위치에 섰으므로 서로 똑같이 대하라는 의미에서 정한 규칙이었다.

그러나 용사에 대해서는 딱히 정해진 규칙 없이 자유였다. 존대를 하든 반말을 하든 용사는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 각자의 취향에 의해 아리스와 델렌은 용사에게 존댓말을 했고, 미라와 레이아는 반말을 했다. 누가 존대를 하건 반말을 하건 용사는 딱히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의 특징이나 개성이 된  같아서 나름 좋았다.

지나는 혼자 특이했다. 평소엔 대체로 반말을 하다가도 존댓말을 중간중간 섞는다. 이게 말로만 듣던 반존대인가 싶다가도 듣다 보면 이상하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어떻게 말하든 애교가 가득해서 흐뭇할 뿐이다. 따지고 보면 워낙 사람이 예쁘고 귀여우니 뭘 해도 이쁜 거지만.


[오빠. 그러면 지금부터 시작… 할게?]

"응."

지나는 상당히 낮춘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도듣고 있다보면 진짜 ASMR처럼 귓구멍을 간지럽히는 느낌은 아니고 그냥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 이제 오빠는 듣는 입장. 지금부터 말하지 말고 소리를 들어주세요. 특별한 일 없으면 조용히 감상해줘요….]

"…."

[오빠는 이제부터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커튼을 치고 어두운  안에서 홀로 침대에 눕습니다.]

지나의 ASMR, 시작.


…어째 말투가 TV에서 봤던 최면술 같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녀가 시키는대로 했다.

창가의 커튼은 암막 커튼이었다. 그래서 보통은 쓰지 않다가 필요할 때 쓴다. 성능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 같이 쨍쨍한 한낮이어도 커튼만 치면 한밤중이 되어 깜깜해진다. 그나마 테두리에 살짝 새어나오는 햇빛 때문에 마치 한밤에 초승달이 떠있는 것처럼, 거의 안 보이지만 아주 시꺼먼 암흑은 아니었다. 의도한건 아닌데, 완전히 가리는 것보다 나아서 그대로 둔 것이었다.

시각이 할 일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방 안엔 오로지 어둠만이 가득해졌고, 시각 대신 다른 감각들이 조금씩 깨어나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커지는 감각은 당연히 청각이었다. 이어폰을 끼고 전화 저편에서 지나가 말을 하고 있으니까. 커튼 치는 소리와 침대에 눕는 소리를 듣기라도  건지, 타이밍 좋게 지나가 진행을 이어서 했다.


[오빠를 위한 ASMR…. 우리의 지나는 과연 건전한 것을 할지, 아니면 야한 것을 할지이… 두구두구….]

"큽."

무슨 TV 나레이션도 아니고, 평소와 다르게 특이한 말투를 쓰는 지나 때문에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리고 정답은, 왠지   같았다. 음란, 문란, 야함, 19금…. 모두가 지나를 상징하는 단어나 다름없었다.


일단 확실한건유사 ASMR이라는 것이다. 그냥 형식과 분위기만 흉내낸 거지 진짜배기는 분명 아니다. ASMR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호기심에 한두편만 봤던 용사도 이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정도였다. 일단 진짜 ASMR이라면 그 방송 나레이션 같은 말투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이다.

[오빠라면 정답을 알겠지…. 아무튼 소리를  테니, 집중하고 들어주세요….]

-스윽, 슥.

귓가로 입체감 가득한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옷을 벗는 소리였다. 소리의 입체감이 꽤나 강해서, 진짜로 지나가 되어 옷을 벗는 듯한 현장감이 들었다.

용사는 빠르게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지나가 꽤나 그럴 듯하게 준비한 모양이다. 소리의 입체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는게, 충동적인 통화로는 연출할  없는 것들이 여러 가지로 느껴졌다.


안 그래도 좋은 청각이 한껏 예민해진 지금, 용사는 느낄 수 있었다. 애초에 전화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지나의 목소리는 그 특유의 전자파를 거친 느낌이 아니었고, 진짜로 육성을 듣는 것 같았다. 품질 좋은 마이크라도 쓰고 있는 건가 싶었다.

[으음, 잠깐만….]

이번엔 아래쪽을 벗는 건지, 입체 음향을 통해 아래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군.

지나가 옷을 벗는 것을 시각적으로 상상함과 동시에 청각적으로 느낀다. 사람의 상상력이라는 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해서 성적인 쾌감을 충분히, 상당히 줄  있다. 오직 글자로만 이루어진 야설을 읽고 흥분해서 끝까지 가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충분한 근거가 마련된다.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지도, 코에 맡아지지도, 피부로 느끼지도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성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잖는가.

상상력과 더불어 실제로 청각 정보가 들어오니, 분명 이것은 훌륭한 자극이다.

….

언젠가 다이어트를 독려하는 연예인이 방송에서 그런 말을 했었다. 먹지 마라. 먹어봤자  아는 맛이라고. 그 말에 다이어트를  하는 일반인들이 절규했다. 아는 맛이니까 못 참는 거라고.

알기 때문에 큰 자극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것과 경험해본 것에는 당연히 큰 차이가 있다. 속담으로도 여러 가지가 있잖는가. 늦게 배운 도둑질이 어쩌구 저쩌구, 고기 맛을 본 중이 어쩌구 저쩌구…. 상상만 해본 사람보다 실제로 겪어본 사람이 자극을  크게 느끼는 법이다.

지금 상황이 딱 그런 상황이다. 지나를 몰랐다면 모를까, 지나가 얼마나 예쁘고 귀엽고 섹시하고 또 음탕하며… 그 속살 맛이 어떤지를 아주  알기 때문에 고작 옷 벗는 소리 하나만으로도 자지가 우뚝 서는 것이다.

아, 섹스.

그것은 인류에게베풀어진 최고의 자극, 쾌감….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낯설기도 했다. 여자들과 직접 섹스하기도 했고, 심지어 그녀들이 다른 남자들과 질펀하게 뒹구는 핸드메이드 포르노(?)를 보고 자위하기도 했지만 오직 청각만이 주어진 것은 처음으로 겪는 일이었다. 막상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닐진 몰라도,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갑작스레 주어진 새로운 자극에 흥분이 되는게 사실이었다.


[벗는 김에, 팬티도 한 번에….]

-스으윽. 슥.

맨살과 함께 어우러지는 바스락거리는 섬유 소리가 그렇게 야할 수가 없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지나가 지금 팬티를 벗었다. 상의와 하의를 벗었으니 지나는 지금 아무리 많이 입어봤자 브래지어와 스타킹 정도일 것이다.


…지나의 그 예쁜 보지가, 옷의 보호를 받지 못한  공기중에 훤히 노출되어 있겠지. 살면서 본인조차 셀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의 자지를 수없이 받아들였던 그 조그마한 구멍. 자지가 억만번을 피스톤질 했을  구멍은 주인의 문란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녀처럼 예쁘게 다물려 있겠지. 애무나 씹질 같은 자극을 받으면 순식간에 풀어져서 꽃잎처럼 벌어지지만, 평소에는  다물려져 있어 놀라울 만큼 순결해 보인다. 심지어 착색은 커녕 갈수록 색이 더 예뻐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빛깔도 예뻤다. 소녀 같은 연분홍빛에 음순이 늘어지지도 않았고, 그러면서도 보지 둔덕과 보짓살은 은근히 도톰해서 실제로 보면 정말 꼴린다.

상상력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힘이었다. 생생한 그 보지를 떠올리자 우뚝  자지 끄트머리에서 살짝 쿠퍼액이 나오려고 한다. 명기라는 말조차 모자랄 정도로 맛있는 보지. 그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지가 자극을받는다.

문득 옷이 걸리적거린다는 기분에 옷을 벗었다. 지나가 벗는 것처럼, 마치 공간을 뛰어넘어 섹스하는 기분으로 같이 옷을 벗고 나체가 된다.

[전 지금 뭘 입고 있을까요.]

대답은 하지 말라고 했으니, 그녀의 차림새를 상상했다. 브라만 했다던가, 아니면 스타킹까지 신고 있는 정도?

[아, 무, 것, 도. 안입었지~ 히히.]

속삭이는 듯한 작은 웃음. 생각지도 못했던 정답에 머리가 멍해진다. 하지만 이내 역시 지나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헤. 전화를 걸었을 때부터 노브라였고, 아래는 이 날씨에 치마만 입은 맨다리였지요.]

과감하네. 딱히 별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나 유저는 기후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물론 한겨울에 이불 속에 있거나, 한여름에 에어컨 빵빵하게 틀면 기분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노브라로 밖을 돌아다녔던 건지가 조금 신경 쓰일 뿐이었다.


[자, 이번에는 다른 소리를 들려드릴게요. 집중~.]

이내 이어폰에서 살 만지는 소리가 들렸다. 슥슥, 그 매끄러운 피부를 손가락이 스치듯이 거닐며 작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어디를 만지고 있을지, 또 어떤 표정일지 상상해본다.

-찔꺽. 쮹.


갑자기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지나는 언제부터 그렇게 흥분한건지, 이미 끈적한 씹물이 줄줄 흐르고 있는 보지를 손가락으로 얕게 후비고 있었다. 하도 많이 겪다보니 이제는 애액이 찔꺽이는 소리만 들어도 어디쯤을 후비는지 알아채는 경지에 이르렀다.

[아, 아…. 으음….]

지나가 자위하는 모습은 꽤  적이 많다. 보통은 남자랑 같이 놀지만 그럴 수 없을 때에는 자위를 해댔고, 가끔은 보여주거나 이쪽에서 해보라는 식으로 요구한 경우도 있어서 은근히 많이 봤다. 지나의 특징은 구멍을 쑤시는 데에만 열중한다는 것이었다.


여자들은 보통 성감이 여러 군데에 퍼져있고, 남자처럼 용두질만 하면 되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었다. 그래서 자위할 때도 가슴을 같이 주무르거나, 특히 자기 클리를 비비면서 쾌감을 얻어낸다.클리토리스, 음핵이 여자들의 가장 공통된 성감대였으니까. 그래서 레이아나 다른 여자들도 보지에 박아주면서 손으로 클리를 막 비벼주면 좋아서 자지러진다.


지나도 딱히 다를건 없었지만, 그녀는 그렇게 의존도가 높지 않았다. 다르게 말하자면 질의 성감이 좋은 편이다. 그냥 열심히 보지만 박아줘도 충분히 오르가즘을 느낀다. 그래서 본인이 딱히 요구하지도 않고, 심지어 자위할 때도 많이 만지지 않는다. 남자 입장에선 참 편하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좋은 성감이었다.

아무튼, 내내 침착했던 지나의 목소리가 자위를 시작하면서 점차 거칠어졌다. 할딱거린다.


[하, 흐응, 으음… 아, 거기…. 아아, 좋아….]

'큭.'

마치 섹스하는 것처럼 현장감 가득한 신음. 아마 흥분시키려고 일부러  소리가 아닌가 싶었다. 물론 자지는 정직하게 반응했다. 옷을 벗고 나서부터 자지를 흔들고 있었기 때문에, 지나의 소리 죽인 나직한 신음소리는 좋은 딸감이 되어 훌륭한 자극을 선사하고 있었다.

-찔꺽. 찌극. 쯔릅. 쯥. 쯔읍. 찌걱.

[아아, 흐앙….]

이어폰을 통해 생동감 있는 물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지나의 신음 역시….


물 많은 지나는 지금 아마 보지에서 쉴새없이 꽃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손가락은 이미 흠뻑 젖었을 테고, 가랑이 사이로 흘러내려 엉덩이골까지 적신 꽃물은 침대까지 침범해 시트를 축축하게 만들고 있겠지. 지나의 애액은 향기와 냄새를 섞은 듯해서, 남자가 맡기엔 참 좋지만 분명 향수처럼 모두가 좋아하는 객관적인 향기는 아니었다.  그대로 남자를 유혹하는 페로몬인 것이다.

만져보면 점성이 있긴 하지만 너무 끈덕지진 않았고, 희석시킨 물풀 같은 느낌이다. 맛은……먹으라고 나오는게 아니긴 한데, 왠지 맛있다고 느껴지는 오묘한 맛.

지나는 섹스할 때마다 주인을 똑 닮은 매력으로 가득한 애액을 홍수난 것처럼 줄줄 흘린다. 섹스가 끝나고 보면 땀보다도, 아니 다른 모든 체액을 다 합친 것보다도 애액이 많다. 사람들은 보통 여자의 애액을 흥분의 증거로 생각하던데, 지나는 워낙 쉽게 많은 애액을 흘려대서 잘 느끼는 건지 오히려 헷갈릴 정도였다.

어떤 날에는 남자보다도 쉽게 오르가즘에 달하는, 말 그대로 [음탕] 그 자체인 지나.


그녀의 자위를 상상하니 섹스에 대한 열망과 동시에 색다른 쾌감이 찾아온다.


안쪽 깊숙히 쑤시는 건지 씹물 깔짝대는 소리보다 살소리가 더 진해졌다. 지나의 신음 역시 조금씩 더 강해지고 있었다.


-츠붑, 쯔웁! 쯔븝!

[아응! 아아, 아! 으극! 끄흣! 아흑! 하아아….]

마치 임팩트를 주며 힘차게 푹, 푹,  쑤시는 것처럼 깊고 강한 소리가 났다. 보지를 깊숙히 쑤시는 쾌감에 지나가 점점 앓는 소리를 냈다. 뭐랄까, 오르가즘으로 향하는 몇 개의 문턱을 넘어설 때마다 지나는 그런 특이한 신음을 흘렸다. 덕분에 그녀가 점점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챌 수 있었다.

물론 이쪽도 자지를 격렬하게 흔든다. 소리를 죽이긴 했지만 중간중간 신음이 흘러나왔고, 그걸 지나는 들었을 것이다.

[아으, 흐응! 아아,오빠… 오빠!  기분 좋아… 흐응, 같이… 같이 느끼자. 으응!]

열심히 자위에 몰두하던 지나가 말을 건넸다. 분명 이쪽의 소리를 들은 것이다. 자지를 흔드는건 딱히 물소리가 나지 않아서 안 들릴수도 있는데, 용케도 잘 듣는구나. 하기야, 지나도 침대에서 홀로 자위하고 있을테니 딸감이 고프겠지. 워낙 문란해서 그냥 손가락 자극으로도 가능은 하겠지만,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단 딸감이 있는게 당연히  좋을 테니까.


이쪽은 기둥 흔드는 소리와 억누른 숨소리, 저쪽은 음란한 물소리와 조금씩 높아지는 신음소리로 서로의 자위를 돕는다.


점점 올라가는 성감, 그리고 찾아오는 쾌감. 지금까지 받은 자극으로도 충분히 좋았지만, 쾌감은 지금부터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치 험한 언덕길을 모두 오른 후 평지를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쾌감의 문턱을 모두 넘었기 때문에 지금부턴 단순 자극만으로도 쉽게 오르가즘을 느낄  있을 것이다.


지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엑셀을 마음껏 밟기 시작한다.

이쪽에선 자지가 격렬히 흔들려 선명한 살소리를 냈고,

저쪽에선 보지가 격렬히 쑤셔지며 진득한 물소리를 낸다.

사랑하는 사람의 신음과 흥분을 느끼면서, 둘은 마침내 절정에 이른다.


[흐아아아! 그아앗! 아아아앙!]

결국 지나는 절정의 환희를 참지 못하고 마음껏 신음을 내질렀다.

….


….

격렬했던 통화는 어느새 여운이라는 이름의 침묵으로 가득했다. 낮게 몰아쉬는 숨소리만이 남아서 둘의 낯설고도 새로운 오르가즘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쯔걱, 쯔걱….

방금 전처럼 거칠지는 않지만, 충분히 야한 물소리. 지나의 보지가 다시금 삽입된 이물질에 의해 울컥울컥 꿀물을 토해낸다. 물과 살이 만나 만들어내는 음탕한 화음. 그것은 수컷을 유혹하는암컷의 청각적 페로몬이기도 했다. 용사의 자지 역시 다시금 힘을 되찾으며 서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오르가즘 이후 느껴지는 허무함과 성욕의 산화. 소위 말하는 현자타임. 그러나 용사는 그다지 해당사항이 없었다. 몸은 언제나 따라줬고, 언제나 그렇듯 기분에 따라 즉 꼴림에 따라서 몇 번이고  할 수 있다. 섹스가 아닌 자위를 연속으로 하는건 드문 일이지만, 그만큼 지나가 꼴리게 해주니까.


지나 역시 여자의 오르가즘 이후의 깊은 만족감이나 한껏 예민해진 몸 따위는 큰 장애물이 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녀는 여자들 중에서도 워낙 성욕이 강한 편이라 유독 더했다. 한두번이면 충분히 만족하는 미라와는 완전히 정반대였고, 남자가 강하게 밀고 나가면 어쩔  없다는 듯 끌려가주는 아리스나,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편차가 엄청나게 큰 델렌의 최고치도 지나보단 약했다.


그래서 몇 분의 휴식조차 사치라는 듯이 금세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다시 시작한 지나가 한 가지를 제안했다.


[으으음, 흐응, 오빠.]

"왜?"

[우리 영상통화로 바꿀래?]

"흠…. 그래."

나름 폰섹스 같은 느낌이 있어서 새로웠지만, 역시 남자는 시각적 자극이 최고인 법. 여자 쪽에서 먼저 하자고 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용사가 승낙했고 음성통화가 영상통화로 바뀌는건 순식간이었다.

[헤헤헤. 안녕~.]

"그래, 안녕."

핸드폰 화면으로 지나의 얼굴이 나온다. 한 차례의 오르가즘 때문인지 살짝 풀린 눈매라던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살짝 맺힌 땀방울 같은게 참 색스러웠다. 지나는 저주 때문에 문란해진 여자들 중에서도 성욕이나 음란함 같은 분야에선독보적이었다. 그 말인 즉 남자 홀리는덴 최고라는 뜻이다. 성욕에 달아오른 남자의 눈에는 지나만큼 예쁜… 정확히는 꼴리는 여자가 없을 것이다.

지나가 웃으며 핸드폰을 움직였다. 얼굴만 나왔던 화면이 그녀와 멀어지면서 그녀의 목덜미, 어깨, 쇄골, 그리고 젖가슴까지 드러냈다. 발기했는지 빳빳해진 유두가 화면 너머로도 똑똑히 보였다. 어딨는진 모르겠지만, 형광등이 아닌 은은한 스탠드 조명 같은게 켜져 있어서 마냥 모든게 잘 보이진 않았다. 형광등이었다면 백야를 떠올릴 만큼 새하얗게 빛났을 지나의 맨살도 지금은 주황빛에 가까운 조명과 거의 같은 색을 띠고 있었다.

살짝 어두워서 그런지 지나가 더더욱 야해 보였다.


[오빠 얼굴 보니까 좋다. 헤헤.]

"나도  보니까 좋아."

….


연인끼리의 꽁냥대는 듯한 대화. 말로 건네는 애정 표현이 몇 차례 오간 후 지나가 화제를 돌렸다.


[아, 맞다! 오빠, 재밌는거 보여줄까?]

"재밌는거?"

[응응. 5초만 눈 감고 있어봐. 빨리~.]

"그래."

지나가 들뜬 목소리로 재촉하자 용사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하나, 둘, 셋, 넷, 다섯 입으로 숫자를 셌다.

[자,  떠도 돼.]

"응."

….


눈을 뜬 용사는 잠시 말이 없었다.

[안녕~.]

…틀린 그림 찾기인가?

지나가 양손을 흔들며 아까처럼 인사했다. 도대체 뭐가 바뀐 건지 눈치 채지 못한 용사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중대한 사실을 눈치챘다.


"너, 손이…?"

[안녕 안녕~.]

핸드폰은 여전히 공중에서 지나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지나는 아무 것도 없는 양손을 펼친 채 흔든다. 즉 핸드폰은 도구 같은 걸로 공중에 고정됐거나, 아니면….

아니면, 누가 들어주고 있거나.


"너, 지금…."

찔꺽!

[으읏!]

방금 전만 해도 수백 번을 들었던 음탕한 물소리.

지나가 달콤한 비음을 흘리며 몸을 살짝 꼬았다. 화면에는 여전히 지나의 양손이 촬영되고 있었다.

"지나야…."

[다시 하자. 오빠도….]

쯔붑!

[흐응, 으응, 오빠도, 딸딸이 쳐. 히힛.]

용사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당혹감. 그러나 이내 온몸을 맹렬하게 도는 피가 신체의 끝단에 모여든다. 이미 딱딱해진 자지가 더더욱 힘을 받아서 마치 흉기처럼 솟아올랐다.

지나는 자기 상태를 계속 보여주려는 듯, 아예 두손을 가슴께 위에 모았다. 쇄골 아래, 젖가슴 위에 놓인 작은 두 손은 하반신의 자극에도 꼼짝 않고 계속 자기 위치를 고수했다. 하지만 이런 노골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나나 용사나 밑에서 구멍을 쑤시는 누군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정체 모를 제3자 역시 지나에게 컨셉을 들었던 건지 숨소리 하나 없이 묵묵히 씹질을 해댔다.


오르가즘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둘은 또다시 열심히 쾌감을 높이면서 서로의 딸감이 되어줬다. 지나는 두 손이 놀고 있었기에 자위라고 부르긴 애매했지만, 어쨌든 용사의 흥분한 얼굴과 거친 숨소리와 자지를 훑는 소리 등의 시청각적 자극을 통해 흥분을 얻고 있었다. 용사 역시 지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단, 정체 모를 누군가에게 쑤셔지는 그 음란한 자태에서 쾌감을 얻고 있었으니 둘의 순수한 폰섹스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아쉬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쯔걱 쯔걱 쯔걱!

[흐그읏!]

계속해서 낮게 앙앙거리던 지나가 마치 전류를 맞은 것처럼한 차례의 새된 소리를 지르며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고개가 살짝 넘어가며 턱밑을 드러낸다. 얕은 절정. 음탕한 지나가 그 정도로 만족할 리는 없지만, 여자라면 누구라도 좋아할만한 감촉이었다.

물론 진짜 오르가즘이 최고지만, 거기에 다다르려면 꽤나 힘들고 진득한 정성이 필요하니까. 비유하자면 화려한 만찬과 군것질 같은 느낌이었다. 전자 쪽이 당연히 좋지만 후자 역시 쏠쏠한 재미를 주는, 놓치기 싫은 재미랄까. 얕은 절정이 왔다고 딱히 흐름이 끊기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끝까지 가기 위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것을 증명하듯, 지나는 잠시 간의 경직 이후  흥분한 표정으로 눈을 야하게빛냈다. 그동안 용사를 향했던 그 음탕한눈빛이 잠시 아래쪽을 향한다. 남자를 홀리는, 말 그대로 여우 같은 행동. 야한 일 만큼은 구미호 못지않은 지나가 신호를 보내자 찔꺽찔꺽 씹질하던 소리가 잠시 멈춘다. 이내 화면이 움직인다.

[으응, 흐으응. 아….]

지나가 몸을 비비 꼬며 신음했다. 얼굴만 봐서는  모를 수도 있으나, 지나의 모든 것을 아는 용사는 단번에 눈치챘다. 방금 지나가 보인 리액션은… 보지에 굵은 기둥을, 자지를 삽입당했을 때 나오는 것이었다.

척, 척, 척, 척….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템포로 살소리가 들려온다. 화면이 조금씩 흔들거리는게, 지나의 핸드폰으로 그녀를 찍는 남자는 손으로 들고있는 것 같았다. 그런 것 치고는 이제껏 고정된 것처럼 흔들림도 없었고 섹스하는 지금도 딱 좋을 정도로만 흔들려서 피사체인 지나의 몸을 오히려 더 섹시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마치 직접 박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프로인가 싶었으나 용사는 남자에겐 별 관심이 없었기에 다시 지나에게 집중했다.

화면은 여전히 지나의 가슴까지만 담고 있었다. 아까보단 시점이 조금 내려가서 그녀의 명치가 보였고, 화면이 흔들릴 때마다 이따금씩 예쁜 일자 배꼽이 보였으나  아래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지나의 엄격한 주문이 있었던 모양이다. 용사는 통화가 끝날 때까지 아래쪽을 못 볼 것 같다는 직감을 받고는 진작에 체념했다. 물론 아쉽긴 하지만, 지나의 흔들리는 상반신과 지금 상황에 대한 흥분만으로도 쾌감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기껏 만들어 놓은 컨셉을 이쪽에서 깨버리는건 예의가 아니기도 했고.


흔들흔들흔들.

척척척척척.

화면이, 지나의 몸이 흔들린다. 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깊숙한 물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내내 조용하던 저편의 남자는 마스크 같은걸 쓰고 있는 건지, 이따금씩 아주 작게 막힌 숨소리를 냈다. 분명 처음부터 신경쓴 듯하고, 덕분에 용사의 몰입을 깨는 남자의 신음소리는 없었다.


가슴께에 손을 모으고 얌전히 있었던 지나는 가만히 쾌감을 받으면 됐기에 헐떡이는 와중에도 나름 여유로웠고, 용사의 흥분감을 쉽게 캐치할  있었다. 흥분한 용사가 점점 쾌감이 고조되는 것을 보고는, 새로운 자극을 그에게 선사한다.

[잠깐만.]

조용히 말을 건네는 지나. 이어폰을 꽂고 있음에도 아주 작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용사가 아니라 촬영하는 남자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카메라맨? 아무튼 그 남자는 사전에 약속된 건지, 지나의 말에 곧바로 반응했다.


화면이 내려간다. 지나의 상반신을 담고 있던 화면이 조금씩 확대되며 지나의 한쪽 젖가슴을 가득 담는다. 아마 핸드폰이 밑으로 내려간 듯하다. 지나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한창 자위하던 용사가 오감을 집중한다.


츄릅, 쪼옥, 츄웁.


마치 들으라는 듯이 게걸스럽게 입을 탐하는 남자. 지나는 우웅, 하고 막힌 소리를 내며 그의 거친 키스를 받아냈다. 안 그래도 볼 게 별로 없어진 화면에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거의 보이지 않게 됐고, 용사는 마치 아까 폰섹스를 했던 것처럼 청각적 자극에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하아….]

1분쯤 되는 키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남자는 아주 잡아먹을 듯이 거칠게 탐했던 모양이다. 다시 화면이 돌아왔고, 지나는 아까보다  풀린 눈동자로 카메라 렌즈를 응시했다. 살짝 벌어진 입술이 조명빛에 번들거렸다.

처억, 처억, 처억!

[흐응! 아응, 하앗!]

화면이 아까보다 더 거칠게 흔들렸다. 지나의 신음 역시  거칠어졌다. 용사는 또다시 끝을 향해가는 분위기를 캐치하고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더 격렬하게 쾌감을 탐했다. 자지를 거칠게 흔들었고, 끄트머리에서 쿠퍼액이 새어나온다. 지나의 보지에 박는 카메라맨도 마찬가지겠지.

내 여자의 질내를 조금씩 적시는 다른 남자의 쿠퍼액이라….  뿜어져나올 수억마리의 정자가  여자의 촉촉한 자궁안에서 펄떡거리는 상상을 하자니….

어쩌면 진작에 싸질렀을 수도 있겠다. 처음 통화할 땐 음성 통화였고 옷 벗는 소리가 들렸다지만, 그 전에 뭘 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지나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하아, 아아! 아, 좋아! 오빠, 오빠!]

"후욱, 어? 으응?"

[흐으, 흣, 이거… 봐.]

마치 용사의 마음이라도 읽은 건지, 헐떡이는 지나가 옆쪽으로 손을 뻗어서 화면 밖에 있는 무언가를 집었다. 그리고 다시 화면 안쪽으로 가져온다.

작은 크기의 반투명한 주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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