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8화 〉#6. 미라의 여행 (3) (128/162)



〈 128화 〉#6. 미라의 여행 (3)

드르르….


캐리어의 바퀴가 아스팔트 바닥과 만나 무겁게 구르는 소리를 낸다. 바퀴가 묵직하게 구르는 소리만으로도 안에  짐이  많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캐리어의 크기도 보통이 아니었다. 미라가 캐리어 뒤에 쪼그려 앉으면 아예  보일 정도였다. 물론 미라는 남자 손 안에 딱 좋게 들어오는 물방울 가슴과 멋지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골반을 제외하면 키, 체중, 덩치(골격) 모두 평균보다 좀 작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캐리어는 꽤나  크기였다. 아마 몸을 웅크리면 캐리어 안에도 들어갈  있을 것이다.


척.


"아주 이사를 가시는 겁니까. 허허허…."

"무거워, 아저씨."

미라의 뒤에서 걸어나오는 남자도 그런 생각을 하는 듯하다.

눈으로 보기엔 그녀의 두 배는 되보이는 덩치 큰 거한. 그가 미라의 어깨에 편하게 손을 얹는다. 어지간한 남자들보다 머리 두 개 이상은 크고 덩치도 엄청난 남자가 평균보다 작은 미라에게 손을 얹으니 거의 팔걸이 수준이었다.

남자의 정체는 '회장'. 저번에 지나의 라이브 방송때 모습을 드러낸, 지나의 '남자'들 중 하나였다.

지나의 말에 의하면 회장이라는 명칭은 자기가 붙여준 것이며, 별명이 회장인 이유는 그녀가 아는 남자들 중 가장 먼저 나서서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하는게 마치 팬클럽 회장 같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끔씩은 몸 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욕심내는 것 같아 주의를 주기도 한단다. 지나는 마음 만큼은 절대 안되기 때문에 겉으로는 차갑고 따끔하게 경고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선을 넘을 정도로 강렬한 욕망의 대상이 되는게 내심 기분이 좋았다고 미라에게 조용히 고백했다.


아무튼.


그런 지나 바라기인 회장이 미라에게 친근하게 구는 이유는 딱 하나. 지나 때문이었다.

미라는 최근 자신이 생각한 것과 결심한 것을 지나에게 말했다.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 받고자 했다면 까놓고 말해서 훨씬 더 어른스러운 아리스나 은근히 의지되는 레이아 등등 다른 여자들이 더 좋았겠지만, 미라가 지나에게만 말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실천.


말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말과 결심에서 이어지는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 미라는 그렇게 생각했고, 지나에게 가장 먼저 찾아간 것이다. 그런 그녀의 판단은 옳았다.

여자들은 각각의 확실한 특징이 있었다. 예를 들어 레이아는 말만 하면 획기적인 물건을 만들어주는 도X에몽 같았고, 아리스는 방금 말했다시피 어른스럽고 얘기를 잘 들어줘서 여자들은 여자만의 고민이 생기면 용사 대신 그녀를 찾아간다.

지나 역시 나름의 특징이, 강점이 있었다. 그녀는… 말하자면 남자 자판기였다.

지나는 주변에 항상 남자가 많았고, 아는 오빠들… 냉정하게 말하면 아저씨들을 얼마든지 동원할 수 있었다. 지나는 취향이 꽤나 독특해서 아이돌처럼 곱상하게 잘생긴 젊은 남자보단 덩치 크고 살집 두둑하고 나이도 적당히 있는 그런 후덕한 아저씨들을 좋아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정력은 좋아야 하는데… 아무튼 그녀는 좀 특이한 여왕벌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래도 젊은 여자와 접점이 없는 아저씨들은 어지간한 아이돌도 평범하게 만들어 버리는 지나에게 모든  바칠 기세로 충성하고 있었다. 그녀가 부르면 생업도 집어던지고 올 기세였다.


물론 가끔씩 챙겨먹는 별식(?) 역할을 하는 젊고 몸 좋고 잘생긴 남자들도 있었다. 지나의 말에 의하면 그런 우월한 조건에 있는 남자를 곁들여서 난교하면 아저씨들이 질투하는 것처럼 더 열심히  격렬히 해서 시너지가 좋다고 한다.

그런 지나의 남자들 중 지나가 가장좋게 생각하는게 바로 회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회장의 역할은 조금 다른 것이었다.

택시.

회장의 본업은 개인 택시를 모는 기사였고, 이번에 그가 할 일은 미라를 따먹는게 아니라 그녀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역할이었다.


꾸욱.


하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운전 기사만 할 이유는 없다. 지나, 회장, 미라 셋 다 같은 생각이었다.


"으음…."

작은 어깨에 얹어진 큼지막한 손이 떨어지기는 커녕 더 진득하게 달라붙어서 브래지어의 어깨끈을 툭툭 건드렸다. 미라가 눈썹을 살짝 찌푸린다. 하지만 딱히 싫은 티는 내지 않는다. 그러자아예 두 손이 전부내려와서 가녀린 어깨와 팔을 느리고 진득하게 쓸어내리고, 어깨와 팔을 변태처럼 주물럭거린다.


"지나의 회장이라면서."

"지나가 허락했으니 괜찮습니다."

존댓말인데도 은근히 반말처럼 느껴지는 묘한 말투. 듣기로는 그렇게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30대 후반이라던데, 마치 인생을  겪은 사람처럼 여유가 느껴지는 말투였다. 어른스러운 분위기. 미라는 말투 자체는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코웃음을 쳤다.


애초에 젊은 데다가 환상적으로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애랑 떡칠 수 있다는 조건에 끌린 남자들이었기에, 꼭 지나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나를 앞에 두고 다른 여자에게 껄떡대는 바보는 없었지만, 지나도 집착은 커녕 방목에 가까운 스타일이었다. 지나가 집착하는건 세상에서 오로지 딱 한  뿐이니까. 애초에 와이프가 있는 아저씨도 많았다. 회장은… 이혼했는지 아니면 그냥 솔로인진 몰라도 아무튼 홀몸이었다.

미라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고, 다만 지나 바라기로 알고 있었던 회장이 이러니 살짝 떠본 것뿐이다.


"뭐야. 그냥 여자면  좋은 거야?"

"여자라고 다 좋아하는건 아니지요."

어깨에 있던 손이 머리 위에 얹어진다. 그리고는 두툼한 손이 미라의 옆머리, 볼, 턱선을 살살 타고 내려온다.

"지나와 지내다보니 어지간한 여자들은 여자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일단 이 얼굴. 얼굴에서 이미 99%는 탈락합니다."

미라는 손끝이 아슬아슬하게 피부를 쓸고 내려오자 간질간질한 느낌을 받아 몸을 살짝 움찔거렸다. 하지만 회장의 손은 전혀 개의치 않고 아래로 내려간다. 목과 어깨, 쇄골을 손가락으로 슬슬 쓰다듬고는 옷 위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언덕을 건드린다.

"지나에게서 좋은걸 배웠습니다. 가슴이란게 꼭 무식하게 크지 않아도 모양이나 색감, 촉감이 좋으면 황홀하더라고요.사실 처음부터 옷 위로 봤음에도 모양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듣기로는 감도도 좋다고 하던데…."

"흐으음…."

"그럼 최고죠."

마치 깃털로 간질이듯이 작지만 야릇한 자극에 미라가 낮은 숨소리를 내자 회장이 씨익 웃으며 말한다. 미라는 여전히 회장에게 뒤를 잡힌 구도였는데, 지금은 홍조가 살짝 생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회장은 실력자임이 분명했다. 직접적으로  주무르지 않고 깃털처럼 가볍게 터치하는데도 뭔가 느낌이 있었다. 여자를 만질 줄 아는 남자다.

미라는 회장이 '고수'임을 눈치챘다. 지금 하는 변태 같은 짓만 봐도 그렇다. 그는 그저 예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성을 잃는 하수는 확실히 아니었다. 미라의 목이 꿀꺽, 침을  차례 삼킨다. 그녀의 몸이 살짝 움츠러들자 회장이 씨익 웃는다.


"읏…."

가슴에 머물렀던 손이 별 미련 없이 아래로 간다. 허리를 살살 쓸면서 다시금 넓어지는 유려한 곡선을 타고 내려간다. 허리 라인이 끝나고 허벅지가 시작되기 직전인 골반 지점. 회장은  좋은 크기의 골반을 다소 넓게 만진다. 살은 부드럽게, 뼈 부분은 지긋이 누르니 느낌이 달랐다. 손이 점점 하체 쪽으로 내려갔기에, 회장의 얼굴 역시 미라의 정수리 위에서 귓가 쯤으로 내려와 있었고, 그의 숨결이 미라의 귓가를 간질였다. 미라가 이상한 기분에 파르르 한 차례 떨었다.


"물론 여자는 늘씬할수록 좋죠. 하지만 너무 말라서 여자의 매력까지 잃어버리면 말짱 꽝입니다. 다행히 아가씨는 몸매가 이상적이군요. 마치 지나처럼, 전체적으로 늘씬하지만 가슴과 골반은 크기와 모양이 아주 잘 잡혀있습니다. 다른데는 쏙 들어갔음에도 여자의 핵심인 가슴과 골반은 제대로 살아있으니 참으로 착한 몸매군요. 뒤치기 할 때의 그 황홀한 절경이 벌써부터 눈에 선합니다."

회장이 속삭이면서 떨어져 있던 하체를 조금씩 밀착했다. 둘 사이엔 옷이 있었지만 무의미하다 싶을 정도로 서로의 신체가 잘 느껴졌다. 키 차이가 꽤 있었기에 회장의 묵직한 물건이 미라의 등허리를 쿡쿡 찔렀다. 생각한 것보다도  존재감에 미라가 살짝 숨을 들이켰다.

'…크다.'

이런 야릇한 상황이라면 박힐 수도 있을 텐데, 자기 안으로 들어올 수도있는 물건이 각오했던 것보다도  커서 걱정이 될 정도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인 지나에 비하면 미라의 경험은 귀엽고 일반적인 수준이었으니, 일반적이지 않은 크기에 부담감을 느끼는게 딱히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걔는 도대체 어떻게….'

지나의 무용담(?)에 의하면 이만한 것에게 앞뒤로 동시에 마구 박혔다는데, 미라는 뱃속에 이런게 하나도 아니고 둘이 어떻게  들어가나 믿겨지지 않았다. 지나가 거짓말을 한 건가 하는 귀여운 생각을 하는 사이에 옆면을 쓸던 손이 미라의 앞으로 갔다. 회장은 손이 앞으로 감에 따라 자연스레 미라를 안는 자세가 되었고, 딴 생각을 하는 사이 잡혀버린 미라는 저항하지 않고 얌전히 잡혀 있었다. 미라가 침을 꿀꺽 넘기는 소리를 듣고는 회장이 낮게 웃었다.


큼지막한 손이 나뉘어진다. 한손은 그대로 미라의 아랫배, 안쪽에 그녀의 소중한 자궁이 있을  자리를 슬슬 쓰다듬었고 다른 한 손은 아래로 내려가 마침내 가장 비밀스러운 곳에 도달했다.

"지나에게 가장 크게 배운 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멈춰있던 손이, 미라의 비부를 쓰다듬었다. 옷 위였지만 그는 정확하게 위치를 찾아내어 미라를 자극했다.

"여자는 속살이, 보지 맛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죠."

"으읏. 자, 잠깐. 잠깐만… 흣! 잠깐만!"

이제까지 느리고 여유로운 템포로 움직이던 회장의 동작이 순식간에 빨라졌다. 미라가 입고 있던 허벅지를 반도  가리는 미니스커트를 쉽게 말아 올려,  안에 있는 얇은 팬티를 공기 중에 드러냈다.

"호오. 생각보다… 덜 민감하시군요."

"다, 당연하지! 이런 상황에서 느낄 리가…."

미라의 미약한 저항을 가볍게 무시하고 회장이 얇은 팬티 위로 그녀의 보지를 꾸욱 눌렀다. 하지만 지나와는 달리 미라는 홍수는 커녕 땀만 살짝 흘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의 젖지 않았다. 무슨 자판기마냥 누를 때마다 애액을 줄줄 토해내는 지나와는 확실히 달랐다. 회장은 지나의 친구라고 편견을 가진 것을 내심 인정하고는 흐흐 하고 낮게 웃었다.


"하지만 그거 아십니까."

"으, 응? 뭐, 뭐가…."

"전 그래서 오히려 아가씨가  마음에 듭니다. 덜 느끼는건 그만큼… 깨끗하다는 뜻이겠죠. 욕심이 납니다. 이렇게 새하얀 피부가 속까지 깨끗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당신을 더럽히고 싶습니다. 마치 깨끗한 눈밭에 발자국을 내고 싶은 것처럼 말이죠…. 맘에 드는 여자니까, 덜 느끼면  느끼는 대로 좋습니다. 남자란 동물이 뭐 그렇죠. 음,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당신과 해보고 싶습니다. 정말, 진심으로요."

"……."

당장이라도 따먹힐 것만 같은 야릇한 긴장감…. 미라는 비록 보지는 젖지 않았지만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분명 성적인 자극을 받았다는 증거였다. 그녀는 옷을 벗지 않고도 자극을 느끼는 것에 내심 놀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뱀에게 천천히 잡아먹히는 듯한  야릇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고수'인 이 남자가 어떻게 자신을 요리할지… 내심 기대가 됐다.


그러나.


"아아…."

여기까지.


진도가  빠지진 않았다.


거의 억누르는 것처럼 미라에게 바짝 밀착해있던 회장이 뒤로 물러났다. 체온끼리 맞닿아 따뜻했던 부분에 다시 쌀쌀한 공기가 들어온다. 미라가무의식적으로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마치  안해주느냐는 듯한 섭섭한 눈길을 저도 모르게회장에게 보냈고, 한 박자 늦게 자기 모습을 자각하며 흠칫한다.


"하지만  제 역할이 있지요. 제 역할은 당신을 목적지까지 모시는 겁니다."

어느새 회장은 미라의 캐리어를 트렁크에 싣고는, 조수석 문을 열어 숙녀를 에스코트하는 신사처럼 미라를 안내했다.

"만약 원하신다면, 그쪽에서 먼저 제게 요구하십시오."

얼굴이 살짝 상기된 미라는 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자존심이 상한 건지,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말없이 탑승했다.

….

부우우웅….


미라는 차 타는 시간 내내 회장에게 요구하기는 커녕 말 한 마디조차 건네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