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6. 미라의 여행 (8)
차로 2~30분 쯤 걸려 도착한 곳은 5층 이하의 원룸 건물들이 모인 원룸촌이었다. 하지만 저녁 시간대를 맞아 떠들썩할 줄 알았던 미라의 선입견과는 달리 이 일대는 전체적으로 고요한 편이었다. 미라가 예전에 사귀었던 대학생 남친의 원룸촌 자취방은 마침 개강 시즌을 맞아 위아래로 시끌벅적했고, 남친의 방 역시 정돈되지 않은 술병과 빨래 거리 등으로난잡했었다.
….
끼익.
"어…."
혼자 사는 남자의 방은 다 그런 줄 알았던 미라는, 문을 열면서 드러난 방 안의 풍경에 나직이 감탄했다. 지우가 적어도 깔끔하거나 성실해 보이는 인상은 아닌데 의외로 집은 아주 깔끔했다.
'신기해.'
비록늙지는 않았지만 청춘이 다 지나간 남자가 혼자 살면서 이렇게 깨끗한게 미라는 신기했다. 지우는 적어도 자신보다 더 살림을 잘 하는 남자였다.
미라도 아주 어렸을 적엔 보호자 없이 인간의 도시에 살면서 생존을 위해 여관이나 술집 등에서 청소와 정리정돈 같은 허드렛일을 했다. 하지만 성장기를맞이하고 본격적으로 마나를 다루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모험을 하면서 딱히 청소를 해본 적이 없었다. 노숙하면서, 혹은 추적자를 따돌리면서 자신과 동료의 흔적을 지우긴 했지만 그건 그저 전술적인 행동일 뿐이었다. 지구에서의 미라는 더럽지는 않지만 이 정도로 깨끗하게 살지도 않았다.
뒤에서 미라를 보던 지우가 흐뭇한지 실실 웃으며 묻는다.
"어때?"
미라는 입꼬리만 살짝 올린 무난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뭐가요?"
"내 방 어떠냐고."
"음…."
그녀는 마치 끼부리는 것처럼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지우를 쳐다보다가 이내 싱긋 웃으며 말한다.
"홀애비 냄새 나요."
"…헐."
"히힛. 장난, 장난."
지우가 살짝 충격 받은 얼굴을 하자 미라가 지우의 팔을 툭툭 치며 꺄르르 웃었다. 미라는 진짜로 장난이었다. 사실 냄새가 있긴 있었는데 아저씨 냄새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안 좋은 냄새라기보단 짙고 강렬한 냄새니까. 남자의 냄새….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남자 맛을 잘 아는 미라에게 있어서 이건 향기 쪽에 속했다.
하지만 지우는 장난이 아니라고 느낀 듯했다.
"…그럼 연습이나 좀 해볼까?"
"여, 연습이요?"
목소리에서 은근히 느껴지는 냉기와 노기에 미라가 당황하며 되물었다. 물론 둘 다 심각한 것도, 진심인 것도 아니었지만 미라는 어째 싸한 느낌에 몸을 살짝 떨었다.
"우리 초짜 배우님 기본기를 좀 봐야겠어. 앉아 봐."
분위기에압도당해 싱글 사이즈 침대까지 밀려난 미라가 얼떨떨한 얼굴로 앉았다. 지우는 악동 같은 얼굴로 미라를 내려다보며 명령했다.
"벗어."
…
찔꺽 찔꺽….
"흐응, 으으음…."
계절에맞게 건조하고 싸늘했던 지우의 원룸 안은 어느새 습하고 따뜻해졌다. 말 그대로 후끈 달아올랐다. 물론 난방을 킨 것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두 사람이 뿜어내는 체온도 뜨거웠다. 집주인인 지우는 팬티만 입은 차림으로 침대에 앉아 있었고, 미라는 완전한 알몸으로 그의 다리 위에 앉아서 배면좌위 자세로 다리를 활짝 벌려 분홍색 꽃잎 모양의 보지를 완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뭇 남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그녀의 다리 사이, 그녀의 보지는 현재 지우의 공략에 의해 꿀물을 줄줄 흘려대며 질척해진 상태였다.
"눈빛. 눈빛을 제일 신경써. 표정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으니까."
그저 보지를 탐할 뿐인 단순한 애무는 아니었다. 한지우는 전문가도 아니고 깊은 전공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예술은 재능의 영역이라고, 그는 분명 소질이 있었다.
미라와 지우가 보고 있는 쪽의 벽에 걸린 전신 거울. 세로로 길쭉한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라 가로 길이도 충분히 길어서 다리를 활짝 벌린 미라의 모습을 전부 담고도 남는 크기였다. 미라는 그 전신거울을 보며 한지우의 지도를 통해 연습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할 일은 단순한 섹스가 아니라 섹스하는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예쁘게 카메라에 담는 거니까.
하지만 그렇게 빡빡한 일은 아니었다. 한지우는 처음부터 미라에게 서투른 티가 나는게 오히려 매력이라고 했고, 그가 지도하는 것은 말 그대로 초보적인 기본기였다. 참고하면 좋으니 들어는 보라는 식의.
"연기 하는 티 내지 말고, 타고난 것처럼 섹시하게. 꼴리게."
"으읏, 흐으음…."
미라는 얕게 헐떡이면서 지우의 말을 따랐다. 사실 미라도 아예 생초보는 아니었다. 용사에게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를 의식하고 섹스한 경험이 있었다. 미라뿐만 아니라 용사의 여자들 전부가 그랬다. 그래서인지 미라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지우에게서 합격점을 받아냈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혹시 해본 적 있는거 아냐?"
"으음… 진지하게 해본건 처음이야."
"진지하게? 그럼 안 진지하게는 해봤다는 얘기?"
"자기… 아니, 남친에게 보여주려고…."
"그래?"
지우는 별 반응 없이 넘어갔다. 딱히 특이한 경우도 아니었다. 여자가 남자친구의 요구나 본인의 의사 등 여러 이유로 직접 자기 누드 사진을 찍거나 자위 영상 같은걸 보내주기도 하니까.
거기서 좀 더 나가면 같이 섹스 영상도 찍는 거고, 그러다가 안 좋게 헤어지면 남자가 복수심에 그걸 인터넷에 뿌리기도 하고….
'쓰레기들이지.'
지우는 현장감 있는 일반인들의 영상을 좋아하지만, 리벤지 포르노는 아주 싫어했다. 의도와 행동 모두 악의적이고 찌질하고쓰레기 같은 짓일 뿐더러, 여자가 좋은 뜻으로 찍어준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놈들 때문에 자기 같은 사람들이 계속 음지로 밀려나는 것이다. 게다가 훌륭한 모델이 될 수도 있는 미래의 인재를 잃어버리는 것도 뼈아픈 손실이다. 여자들이 카메라 렌즈를 기피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세태가 지우 입장에선 참으로 안타까웠다.
'…얘는 확실히 좀 특이해.'
그런 의미에서 미라는 특이하고 특별했다. 이렇게나 예쁘고 몸매도 좋은 사람이 굳이 이런 음지의 아마추어 작가, 아니 일개 업로더에게 찾아오다니. 취향이야 존중하겠지만, 사실 연예인을 하건 포르노 배우를 하건 훨씬 넓고 평탄한 길이 그녀를 기다릴텐데….
그건 그렇다 쳐도, 또 특이한 점이 있었다. 그녀에게선 뭔가 의지가 느껴졌다. 그저 어둡고 끈적한 성욕이 아니라, 에메랄드빛 녹안을 반짝이며 의욕을 보이는건…. 마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만화 속 여주인공 같았다. 실제론 그냥 야동이나 찍는 것뿐인데 말이다. 아니면 그냥 예뻐서 모든게 특별해 보이는 걸까?
과연…?
하지만 지우는 곧바로 호기심을 접었다. 그녀의 사생활은 말 그대로 사생활의 영역이었다. 벌써부터 추측하고 궁금해하고 파고들려 할 필요는 없었다. 허락해주지 않으면 계속 모른 채로 살아가고, 알려준다면 그때 듣고 궁금증을 해소하는게 맞다.
'내가 신경쓸 것은….'
그저 그녀의 몸 뿐. 누구나 탐내는 진귀한 극상품. 그러나 지금은 허락없이도 마음껏 탐할 수가 있다. 그만한 특권을 누리는 자가 세상에몇이나 있겠는가.
츄르릅.
지우가 얼굴을 들이밀어 미라의 입술을 탐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자기 입술을 훔치는 그의 행동에 미라가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벌렸다. 밖에서 굵은 혀가 침입해 들어왔고, 안에 있던 그녀의 혀가 마중나와 서로 섞인다. 타액을 교환하고 미끌미끌 질척질척 아주 깊고 진하게 얽힌다.
하나처럼 딱 붙어 있던 둘의 몸이 자연스럽게 침대 위로 무너졌고, 이내 그들은 동거하는 연인처럼 자연스럽게 섹스를 시작했다.
쯔걱, 쯔걱, 쯔걱….
척, 척, 척, 척….
살 소리와 남녀의 신음 소리. 후끈한 열기. 온갖 체액의 향연.
그들의 밤은 남들보다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