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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5화 〉#6. 미라의 여행 (10) (135/162)



〈 135화 〉#6. 미라의 여행 (10)

주르륵.

미라는 해방감과 함께 찝찝함을 느꼈다. 위에 있던 지우가 사정을 마치고 나오면서 묵직한 무게감이 사라졌고, 꼭 맞닿아있던 몸이 다시 공기 중에 노출되면서 가볍고 시원한 해방감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지우의 체온이, 따뜻한 온기가 떠나가자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다리 사이에는 몇 번째인지 모를 질내사정의 흔적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미 간밤에 연속으로 사정을 했음에도 지우의 정액은 양이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 훌륭한 정력가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지우가 미라의 위에서 나오면서 미라의 시야에 덜렁거리는 그의 성기가 그대로 보였다. 자지는 방금 전 사정으로 쪼그라들어서 귀여워져 있었지만,  아래로 덜렁거리는 알주머니는 확실히 이제껏 봐왔던 남자들보다 크고 통통했다. 미라는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다른 곳에 옮겼다.


"후우…."

지우는 미라의 보지 안에 깊숙히 질내사정을 해놓고도 태연하게 침대에 걸터앉아 숨을 골랐다. 어린애도 아니고 여자의 질내에 사정을 하는게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가 없겠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이런 반응이 당연한 것이, 미라는 포르노를 찍겠다고 자원한 여자였다. 그것도 제대로 된 회사도 아닌 일개 아마추어 업로더에게 말이다. 질내사정 쯤은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대비를 했을 것이다. 당연히 피임약을 먹었겠지.

미라는 마나 유저였고 사실상 불임의 몸이기 때문에(생리도 없다.) 실제로는 대비 같은건 안했지만, 그녀는 지우에게 피임했다고 말했다. 이유가 어찌됐건 임신은 못하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애초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력서랍시고 보지에서 다른 남자 정액을 뚝뚝 흘리는걸 보여줬으니 질싸 얘기는 필요도 없긴 했다.

미라의 크림파이 같은 보지를 보던 지우는 그녀가 방금 샤워했던 것을 떠올리고는 넌지시 물었다.

"이런, 또 샤워해야겠네?"

분명 네가 먼저 유혹한 거다? 라고 말하는 듯한 지우의 표정. 귀여운 합리화에 미라는 그저 피식 웃었다.

"귀찮아요."

"안 씻게?"

"그런 말은 안 했어요. 에이, 귀찮아…."

미라가 어깨를 으쓱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평소처럼 태연한 발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희멀건 정액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개의치 않는 듯했다. 다만 걸음걸이는 굉장히 느릿느릿했다. 혹사당한 가랑이가 얼얼해서 그런가 싶었지만 걷는 모양새는 전혀 엉거주춤하지 않은 정자세였다.


"물로만 적당히 씻죠 뭐. 귀찮지만…."

자꾸 귀찮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미라. 대답하기도 애매한 혼잣말에 지우는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을 하며 사정한 남자 특유의 풀린 눈동자로 미라를 보았다. 물로만 씻는다라…. 진짜 닦아내기만 하겠다는 건가.

겉으로 보기엔 샤워 직후랑 딱히 달라진게 없어 보이긴했다.  흘린 기색도 별로 없으니 대충 씻어도 되겠지. 구멍 안쪽과 Y존 정도만 좀 신경써서 닦으면 될  같다.

그렇게 멍하니 있다 보니 이내 화장실  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지우는 미라의 오묘한 표정과 늘어지는 말투가 무엇을 뜻하는지 유추해냈다.

'아! 혹시 씻겨달란 소리였나?'

뒤늦은 깨달음. 아차 싶은 지우는 자기가 눈치가 너무 없었나 생각했으나 미라는 이미 쿨한 표정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 상태였다. 갑자기 찾아온 깨달음… 지우는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졌다. 씻기 귀찮은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감지덕지할 기회였는데…. 샤워기 물을 맞으며 미라의 온몸을, 그 매끄러운 피부를 마음껏 만질 수 있었는데. 사정 직후의 피로 때문에 잠깐 머리가 안 돌아간 것 같았다. 지우는 다음 기회는 반드시 잡아야지 생각하며 쏴아아 하는 물소리를 멍하니 들었다.

'설마, 뒤끝 있는건 아니겠지….'

물론 미라는 그런 여자는 아니었다. 용사의 여자들 중에서도 좋은 의미로 가장 쿨한게 미라였으니.


….

미라는 정말 물로만 씻은 건지 5분도 되지 않아 다시 뽀송뽀송해진 몸으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지우는 방금 상상했던 몸의 감촉을 기대하며 자연스럽게 다가가 촉촉한 미라의 피부를 이곳저곳 더듬었고, 쿨한 표정으로 별 반응 없이 몸을 허락해주는 그녀와 같이 외출 준비를 했다.



미라의 차림은 확실히 바깥의 찬바람을 의식하지 않은 듯했다. 가을에나 입을 법한 옷을 걸치고 나왔으니 한겨울 영하의 날씨엔 분명 적합하지 않았다. 너무 얇은 것 아니냐고 묻자 자기는 추위 안 탄다며 괜찮다고 말했고, 지우는 자기가 무슨 미라 엄마도 아니고 성인인 여자애한테 계속 잔소리하기도 뭣해서 일단 더 말하지 않았다.

'이것 참….'

미라는 이 지역의 추위를 잘 모르는 듯했다. 이 동네는 미라네 집보다 더 북쪽에 있었고 산도 더 많았다. 정말 윽 소리 나는 칼바람이 잊을 만하면 쌩쌩 분다. 지우는 당연히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말해도 안 듣는걸 어쩔 순 없었다.

사실 그는 여자가 노출 있고 야한 옷을 입는걸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딱 붙는 얇은 옷은 여자의 미덕이자 특권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푹푹 찌는 여름을 좋아했다. 날씨는 숨이 턱 막히고 맘에  들지만, 그만큼 여자들이 흐뭇하게 입고 나오니까. 반대로 겨울은 싫었다. 더위보단 추위가 더 싫을 뿐더러 여자들이 죄다 꽁꽁 싸매니 말이다. 심지어 몇 년 전부터 유행하던 롱패딩이 여전히 현역이어서 전체적으로 예전보다  껴입는 추세였다.

롱패딩 진짜 싫다. 롱패딩 만든 놈은 나의 원수. 유행시킨 놈도 나의 원수.


…그렇게 생각했건만.


"으음, 진짜 괜찮은데요."

"내가 안 돼."

지우는지금의 현실이 참으로 씁쓸했다. 그토록 싫어하는 롱패딩을, 괜찮다고 사양하는 미라에게 억지로 사주겠다고 하고 있었다. 이 추운 날씨에 이렇게 기특하게 입은 그녀를 꽁꽁 싸매려는 것이었다. 참담한 심정을 딛고 지우는 미라에게 다시  번 설명했다.


"나도 롱패딩 진짜 싫어해. 보기만 해도 속이 답답하고 숨이 턱 막혀. 근데 이건 건강 문제니까. 되게중요한 문제야. 앞으로 야외 촬영도 있을 텐데 그렇게 입으면 진짜로 못 버텨. 지금 네 패션은 나도 참 좋아하고 존중하지만, 이건 엄연히 일과 관련된 사항이니까 절대 양보할 수 없어. 나도 진짜 싫은데 눈물을 머금고 내 돈 내면서까지 사주는 거니까 더 이상 거절하지 마."

"…으음, 뭐. 그래요. 배려를 계속 거절하는 것도 좀 그렇고….알았어요. 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앞으로 있을  차례의 촬영. 미리 기획해둔 바에 의하면 야외 촬영도 있었다. 춥지 않을까 걱정이 안 되는건 아니지만 촬영이란게 원래 고된 것 아니겠는가. 한파 특보 같은 것도 아니고 예년의 겨울 날씨인데 계획을 취소할  없었다.


그나저나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에 미라는 너무 안일했다. 그녀가 가지고 온 캐리어의 내용물을 보니 패딩이나 파카 종류의 따뜻한 외투는 하나도 없었고 죄다 코트나 재킷류로, 방한성보단 패션에 치중한 옷들이었다.


덜덜 떨기에도 벅찬 날씨에 패션을 신경쓰는게 참 기특했지만 그만큼 걱정도 들었다. 외투는  뚫리는 얇은 종류에 상의는 그나마 무난했지만 하의를 보니 바지는 거의 없고 치마와 스타킹이 대부분…. 이해가 안 가는건 아니었다. 지금 날씨에도 가끔씩 짧은 하의에 맨다리로 돌아다니는 중고딩이 있는걸 보면 젊은 여자애들은 추위에 굴복하지 않는 어떤 의지가 있는게 분명했다. 그런 애들에 비하면 그래도 스타킹은 신는 미라는 얌전한 편이겠지.

하지만 마냥 내버려둘  없었다. 절정의 추위가 찾아오는데, 안 그래도 다른 지역보다 추운  지역에서 야외 촬영까지 한다. 미라가 준비하지 않았다면 이쪽이 대비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추위 안 탄다는 말을 믿고 방치했다간 진짜로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니 말이다.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흐, 이 흉물을 내 돈 주고  줄이야…."

"헤, 롱패딩 진짜 싫어하시나 보네."

"어. 촬영만 아니었으면 패딩이고 뭐고 확 그냥 홀딱 벗겨버렸을텐데."

"으응? 홀딱 벗겨요? 흐응… 자기, 지금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럼, 급한 대로 화장실이라도 갈래요?"

"아,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흠, 거… 애가 빠꾸가 없네. 하하하…."

둘은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서 수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우는 당황하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미라의 엉덩이를 만지고 반죽하듯이 이리저리 주물럭거리며 살의 촉감을 즐겼다.  다 타인의 눈치를 보는 스타일은 아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대담한 이유는 사람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이다. 지방 도시, 유명한 대형 백화점도 아님, 평일 오전. 사람이 적을 만한 요인이  가지나 겹치니 정말 한산하다 못해 휑했고 둘은 안 그래도 편했던 말과 행동이 더더욱 편해져서 이런 아찔한 장난도 마음껏 치고 있었다.

미라는 지우가 일부러 이런 백화점을 고른걸 눈치채고는 엉덩이를 만지게 내버려두면서 깊게 팔짱을 껴서 지우의 팔에 자기 가슴을 꾹 들이밀었다. 롱패딩은 쇼핑백 안에 있었고, 입고 있던 코트는 제대로 여미지도 않았기에 미라의 가슴을 가리는 것은 두껍지 않은 윗도리와 브래지어가 전부였다. 지우는 미라가 선사해주는 몰캉몰캉한 감촉을 한껏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사소한 잡담, 그리고 야한 장난을 치며 둘은 백화점의 지하로 이동했다. 얼마 걷지 않아 널찍한 푸드 코트가 눈에 들어왔다.

지우는 한식 코너에서 산채 비빔밥을, 미라는 양식 코너에서 함박 스테이크를 골랐다.

….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반쯤 했을 때, 지우가 밥을 한 숟갈 뜨며 말했다.


"밥 먹고  데가 있어."

"뭔데요? 또 살 거 있어요?"

"아니. 사람 좀 만나야 해서. 약속이거든."

개인적인 만남이라면 굳이 같이 갈 이유가 없다. 일과 관련된 것을 눈치챈 미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누군데요?"

"누구긴. 나 같은 변태 아저씨지."

"어? 어어?"

미라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굉장히 뜬금 없는 리액션에 지우가 고개를갸웃거렸다.

"왜?"

"자기, 알고 있었네요?"

자기가 변태 아저씨라는 걸.


생략된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우가 에라이 하면서 미라에게 손을 뻗었고, 미라는  손을 피하며 꺄르르 웃었다. 겉보기엔 누가 봐도 사이 좋은 연상연하 커플이었다.

…그렇게 귀엽게 꽁냥대던 커플 분위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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