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화 〉#6. 미라의 여행 (24)
이렇게 마구잡이로 하는게 얼마만인지.
"흐흐흐."
지우가 불건전한웃음을 지으며생각했다. 그는 베테랑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계획하고 딱딱 맞게 실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현장의 상황에 맞게 애드립도 하면서 굉장히 자유분방하게 촬영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최소한의 밑그림은 그려놓고 그 테두리 안에서 움직인다. 지금처럼 최초의 계획과 완전히 다르게 촬영하는것은 초짜 시절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기분은 굉장히 좋았다.
카메라는 계속 그랬던 것처럼 지우의 손에 들려 있었고, 거의 그의 1인칭 시점으로 촬영 중이었다. 그가 자기 시선과 카메라를 동시에 내리면서 주머니에 쥐고 있던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손바닥 반 만한 연분홍색 타원형 장치. 성인용품에 지식이 있다면 단번에 알아볼만한 어떤 물건의 스위치였다. 지우가 터치식 버튼을 가볍게 톡 누르자….
띡.
우우웅.
"아, 그럼 다음에 올게…으읍."
여성복 코너에서 판매 직원과 얘기하고 있던 미라가 움찔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안에서 느껴지는 어떠한 감각이 그녀를 순식간에 위기에 빠트렸으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버티는 것 뿐이었다.
직원 입장에선 고객이 갑자기 인상을 굳히며 입을 꽉 다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을 하며 워낙 별의 별 진상을 다 만나봤기에, 좀 이상하지만 컴플레인의 징조 같다고 착각한 직원이 카운터에서 나와 미라에게 다가갔다.
"저, 고객님? 혹시 불편한 점이라도 있으신…."
"아, 흐, 아뇨. 갑자기 생각난 일이 있어서…. 그, 가, 가볼게요. 수고하세, 요…. 으음…."
방금전까지만 해도 부드러웠던 말투와 표정이 순식간에 딱딱해지는 모습.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웠으나 더 이상 참견 말라는 투로 말하자 직원은 불안해 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자, 자기…. 빨리 가자. 폐 끼치지, 흣, 말고오."
"왜? 더 보지 않을 거야? 내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쇼핑 해. 크흐흣…."
퍽!
마치 화장실이 급한 것처럼 다급해 보이는 미라의 얼굴은 평소의 여유로운 분위기과는 정반대여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진동 에그의 스위치를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리며 능글맞게 굴던 지우는 결국 미라에게 한 대 맞고 나서야 길을 내줬다. 미라가 종종걸음으로 열심히 걷지만 속도가 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만큼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지우의 손바닥 안이었다.
우웅…. 우우웅! 우우웅.
"으긋… 흐윽! 아, 진…짜아아."
여성복 코너에서 열심히 도망친 미라가 불만을 토하려 하자 지우가 진동의 세기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그녀를 농락했다. 방금 전의 섹스로 잔뜩 예민해진 보지 속에서 진동기가 난리를 치니 미라의 맑은 녹안이 힘이 풀려 탁해진다. 간신히 신음을 억누르곤 있지만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서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백화점 한복판에서 음란한 목소리로 헐떡이게 될 것이다.
'절대, 그럴 순, 없…어….'
또각, 또각.
이제는 구두굽 소리마저 불안하다. 미라가 신은 앵클부츠는 사뿐사뿐 걸으면 굽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갓 태어난 새끼 사슴처럼 다리를 파르르 떨며 힘겹게 걸음을 내디디니 굽소리도 꽤나 크게 났다.
"뭐야, 어디 가게?"
"…."
미라가 슬슬 힘겨워하자 이제 그만 봐주기로 하고 전원을 끈 지우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능글맞은 그 태도는 미라의 주먹을 부를 만도 했으나, 미라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입꼬리만 씰룩였다. 그렇게 두 번 입을 오물거리더니 지우의 손목을 턱 붙잡아 이끌었다.
또각 또각 또각.
여유를 잃어버린 미라의 굽소리가 요란했다.
…
화장실.
그녀는 백화점 화장실 중에서도 유독 인적이 드문 구석진 화장실로 가서 안쪽을 살피더니 지우를 이끌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남자 화장실로 앞장서서 들어가는 모습이 왜 이렇게 음란해 보이는 건지.
다행히 화장실 안은 아주 아주 깨끗했다. 청소한 후 처음으로 고객을 맞이한건지 세면대에 물기조차 없었다. 냄새가 나기는 커녕 방향제의 살짝 진한 향기가 가득했다. 자극적인 향이 짙은 것은 마나유저여서 감각이 예민한 미라에게는 전혀 향기롭지 않겠지만, 적어도 더러운 냄새보단 백 배 천 배 나았다. 악취 때문에 흥분이 가라앉으면 그것만큼 짜증나는게 없을 테니.
일단, 합격.
…사실 미라는 멀리서부터 진작 방향제 향기를 맡아서 화장실의 청결도를 얼추 짐작했기에 그곳으로 지우를 이끈 것이었다. 실제로도 깨끗한 것은 분명 행운이지만.
"여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미라는 소리를 죽이며 모기만한 소리로 지우에게 속삭였다. 유독 넓은 칸막이가 눈에 띄는 맨 끝 칸.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밖에 따로 있었고, 그냥 넓게 만든 것 같았다. 다른 칸에 비해 두 배 가량 넓었기에 남녀 둘이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기 충분해 보인다. 그것이 미라의 상식적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우는 끝 칸으로 가는 그녀를 붙잡아 맨 앞 칸으로 이끌었다.
"…에?"
앞장서 가던 미라는 자기 팔을 잡아끄는 지우의 행동에 멍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그녀는 화장실에서 나가자는 뜻으로 착각해서 괜히 혼란스러워 했다.
"그럴 거면 왜 여기서 하자고 한 거야."
지우가 목소리를 착 깔며 말했다. 미라처럼 모기 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마치 공공장소에서 통화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많이 죽였다. 넌 뭘모른다는 듯한 지우의 지적에 미라가 이해를 못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카섹스나 화장실 섹스나 똑같아. 그냥 넓고 편한게 좋으면 침대로 가지 뭐하러 그런 곳에서 하겠어. 비좁은 곳에서 은밀하게 하는 스릴 있는 섹스가 하고 싶은거 아니겠어? 일부러 좁은 맛에 하는 거지."
"…흥."
그가 열심히 설명하자 미라가 콧소리를 냈다. 솔직히 좀 쓸데없이 심오해서 그다지 맞장구 치고 싶진 않은데, 지우가 눈을 빛내며 신나게 얘기를 하니 면전에 무어라 하진 못하겠고 그저 귀엽게 앙탈을 부리는 것이었다. 한편으론 그저 그와 어울려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듣고 보니 그런가 싶은 솔깃한 심정도 있었다.
철컥.
결국은 비좁은 데다가 밖이랑 가장 가까워서 절로 긴장하게 되는 첫 번째 칸에 들어왔다. 바깥쪽이 그랬던 것처럼, 변기칸 내부도 굉장히 깨끗해서 흰 장갑으로 온통 문지르고 다녀도 괜찮을 정도였다.
"자, 롱패딩은 이제 그만 벗자."
지우가 미라의 등 뒤에서 소매를 잡아당기자 미라가 몸을 빼냈다. 벗겨진 롱패딩은 문에 달린 간이 옷걸이에 걸었다. 이제 미라의 몸에 남은 거라곤 앵클부츠와 보지 속에서 그녀를 진득하게 괴롭혔던 진동 에그가 전부였다. 사실상,아니 그냥 단어 그대로 누드가 된 것이다. 딸랑 신발만 신어놓고 누드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고, 에그는 의류조차 아니었니까.
모든 남자들이 선망하는 나신을, 남자들만의 공간인 남자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드러낸 미라가 뒤로 돌아 지우를 마주봤다. 한 명이 쓰도록 설계된 공간이었기에 둘이 쓰려니 딱 붙을 수밖에 없었고, 그녀가 뒤로 돌면서 자연스레 가슴이 지우의 몸에 맞닿아 예쁘게 뭉개졌다. 그 사소할 수도 있는 섹시한 장면을 깔끔하게 카메라에 담아낸 지우가 두 번째 지시를 내렸다.
"변기 위에 쪼그리고 앉아."
"신발은, 벗어요?"
"그게 좋겠지? 신발 신고 쪼그려 앉으면 고문일 것 같은데."
"그렇죠. 벗을게요."
미라는 순순히 말을 들었다. 부츠를 벗고 맨발로 변기 커버에 올라선 그녀가 지시대로 다리를 굽혀 쪼그려 앉았다. 지우가 그녀의 몸을 좋은 구도에서 찍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카메라 높이를 조절했다.
자세 때문에 높게 세운 무릎과 허벅지가 미라의 가슴을 부드럽게 짓뭉개고 있었다. 일단 그게 가장 먼저 보이는 눈호강 요소였고, 또 하나의 명소는 물을 뚝뚝 흘리는 그녀의 보지 쪽이었다.
안 그래도 충분히 자극적이었던 노출의 쾌감. 거기에 더해 한 시간에 이르는 애무, 그 이후 섹스까지 하면서 한껏 예민해진 보지 속에 진동 에그마저 삽입당하니 미라가 최대한 티는 안 냈지만 사실 상당히 달아오른 상태였다. 평범하게 쪼그려 앉은 자세로 있다가, 보지가 더 잘 보이도록 자세를 고쳐잡으면서 낑낑거리는게 귀여우면서도 너무나도 음탕했다.
그 상태로 지우가 스위치를 다시 켜자 작은 진동 소리가 났다. 이제는 조금이나마 소리를 막아줬던 롱패딩조차 없었고, 좁은 보지 구멍을 통해 진동음이 새어나오자 미라가 얼굴을 붉혔다. 소리고 나발이고, 미라는 에그에 당하는 당사자니까.
"으응, 응…."
쇼핑몰에서 사람들이 볼 때는 지우를 때리기까지 하며 만류하던 미라는 지금 온전히 쾌감을 느끼며 소리죽여 신음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게 두려웠을 뿐이지 진동 에그 자체는 싫은게아니었던 것이다. 싫지 않기는 커녕 꽤 마음에 들었는지, 저도 모르게 허벅다리를 슬슬 움직이며 짓눌린 자기 가슴과 젖꼭지를 안 그런 척 은근히 자극한다. 가쁜 숨결이 딱 듣기에도 달콤했다.
우우웅, 위이잉.
진동기의 단계를 높이자 진동음이 좀 더 커졌다. 높아진 세기만큼 미라도 더 반응하여 몸을 파르르 떨었다. 엄지손가락만한 그 작은 도구 하나가 미라의 몸 전체를 진동시키는 것만 같았다.
"으읍, 흐읍…."
신음을 참기 힘든 건지 미라가 손으로 제 입을 막으며 억눌린 신음소리를 냈다. 눈가가 발개져서는 입을 막고 신음하는게 여간 꼴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자세가 자세인지가 보지가 벌름거리는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느새 분비된 끈적한 물기가 방울방울 변기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위이이잉!
지우가 자비없이 진동을 최대 세기로 올렸다. 여자의 몸은 복잡해서 너무 강한 자극을 주면 역효과가 날 때도 있지만 적어도 미라는 그렇게 복잡한 여자가 아니었다. 베풀어 주는 그대로 느끼는, 흡수율 100%의 단순하고 깔끔한 쾌감세포를 지닌 여자였다. 그걸 잘 아는 지우는 걱정 없이 그녀에게 자기가 줄수 있는 최고의 쾌감을 선사했다.
"으흐으읍! 으응! 아앗?"
둑 터지듯 터져나오는 신음을 간신히 억누르던 미라. 지우가 카메라 너머에서 짓궂은 미소를 짓더니, 잔인하게 미라의 손목을 확 잡아당겼다. 더 이상 입을 가리지 못하는 미라는 당황할 틈도 없이 척추를 관통하고 올라오는 찌릿한 쾌감에 신음을 내질렀다.
"흐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