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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2화 〉#6. 미라의 여행 (27) (152/162)



〈 152화 〉#6. 미라의 여행 (27)

그녀의 눈에, 떨리는 눈동자로 미라와 눈을 마주친 남자애가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미라가 예상했던 대로 도망치지는 않았다. 미라가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게 아니라 마치 반갑다는 듯이 눈웃음을 치고 있으니 얼떨떨한 기분으로 멈춰 있는 거겠지.

대담하게도 촬영을 하는 건지, 핸드폰을 이쪽으로 조준하고 있다. 눈이 마주친 지금 이 순간에도. 보통 여자라면 아무리 치녀여도 낯선 카메라에 찍히는 일은 기피하겠지만, 미라는 전혀 개의치 않고 카메라와 남자애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계속해서 뜯어봤다.


얼굴은… 이제 막 스무 살이나 됐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 보이는 앳된 얼굴. 요즘 애들은 나이에 비해 삭아 보이는 경우도 많은데, 녀석은 반대로 꽤나 동안인 듯했다. 그래도 성인은 확실한게, 얼굴은 어린애 티를 못 벗었지만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었으니까. 정식으로 일을 할 나이면 적어도 성인이겠지.

찰나의 순간에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스캔한 미라는, 탐색을 마치고 팔을 뒤로 뻗어 지우의 손목을 콱 붙잡았다. 아까 약속했던 신호. 스퍼트를 내며 팍팍 박아달라는 신호였다.


처얼썩!

이제까지 찌걱대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떡치는 소리. 미라가 그 반동으로 앞으로 밀려나며 눈썹을 찌푸렸다. 쾌감에 찡그려지는  예쁘고 섹시한 표정은 사실 미라 본인이 가장  알고 있는 매력 포인트였다.


처억!처억!처억!처억!

빠르고 강하게. 한참 전부터 쌀 것 같았던 지우가 최후의 스퍼트를 내며 거칠게 박았다.

의외로 감각이 둔한 건지 지우는 아직도 위에서 도촬하는 남자애를 눈치채지 못했다. 아마 높은 흥분이 오래 지속되니 머리가 멍해지고 감각이 흐려진 거겠지. 몇 시간 동안 나름 유사 섹스와 진짜 섹스를 거듭했는데, 지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고 따지고 보면 그렇게 시달려놓고도 멀쩡한 미라가 특별한 경우였다.

"으응, 흐읏, 으읏!"

미라가 신음을 참지 못하고 내뱉기 시작한다. 그녀의 본격적인 신음을 처음 듣는 남자애의 얼굴이 확 빨개졌다. 생각보다 더 예쁘고 색스러운 목소리에 녀석은 흥분한 얼굴로 계속 핸드폰 촬영을 했다.

뒤에서 박던 지우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거친 동작으로 자신을 붙잡았던 미라의 손목을 역으로 잡아당겼다. 팔이 뒤로 잡아당겨지자, 변기 뚜껑을 짚고 숙인 자세였던 미라의 상체가 확 위로 들린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우의 나이스 플레이였다. 미라의 흥분한 얼굴과 쾌감에 찬 녹안 그리고 환희에 미소짓는 입이 남자애의 눈에, 핸드폰 화면에 가득 들어왔다.


척척척척척척척! 처어억!

"흐으윽!"

"아아아아!"

오랜 시간 흥분한 남녀의 단말마와도 같은 짧고 굵은 절정의 신음. 미라의 얼굴이 찌릿한 쾌감으로 찡그려졌다. 몰려오는 쾌감에 함락당해 눈을 꼭 감는  색스러운 모습이 남자애의 심장을 강타했다.

부욱! 부욱, 북!

한편, 긴 인내 끝에 마침내 사정한 지우는 처음으로 미라와의 섹스에서 콘돔에다 싸질렀다. 꼭 질내사정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녀의  어딘가에다 사정했었는데, 은근히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사정하면서 힘이 쫙 빠진 지우는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었다.


미라에게 기가 쭉 빨린 지우는 고개를 숙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머리가 띵해서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태였다.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고 지쳐버린 지우는 이 기묘한 삼각 구도에서 잠시 제외됐다.


….


둘의 섹스가 절정 후 결말에 이르는 타이밍. 위에서 훔쳐보던 남자애는 미라에게 넋이 나가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슬슬 내뺄 타이밍이라 판단하고는 마지막으로 미련과 욕망이 가득한 눈으로 미라를 보자….


"헤헤…."

미라가 녀석을 향해 웃어 보이며 한손으로 V자를 그려보였다. 마치 셀카를 찍는 중고딩 여자애들처럼, 뺨 옆에 대고 V자를 그리는 포즈. 포즈 자체는 되게 귀여웠다. 하지만 남자 화장실에서 아무 것도  입은 알몸으로 남자에게 뒤치기를 당하면서 그러니 남자애의 기분이 굉장히 복잡미묘했다. 귀엽고 예쁘고 섹시하지만, 한편으로는 음란하고 불건전해 보이는…. 그 복잡한 감정을 관통하는 하나의 감정은, 역시 '꼴린다'였다.


미라가 한동안 포즈를 취하고 있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녀석이 동영상 촬영을 종료하고 재빨리 사진을 찍었다. 어떤 구도에서도 빛나는 미라의 잘난 얼굴이 이번에도 열심히 일하며 평범한 이들에겐 인생샷 수준의 결과물을 손쉽게 만들어냈다. 무보정으로 찍고 있던 남자애가 감탄한다.

이젠 정말로 내뺄  같은 분위기. 미라는 마지막으로 녀석에게 어필했다. 아주 심플하고 강력하게.


낼름.

미라가, 녀석을 똑바로 쳐다보며 쾌락을 탐하는 탁한 눈빛으로 입맛을  다셨다. 마치 너 정말 맛있겠다 라고 말하는 듯한 그 행동은, 마치 큐피트의 화살처럼 날아가 녀석의 심장을 꿰뚫었다. 새하얀 천사보단 시커먼 악마에 가까운 유혹이었지만, 원래 유혹과 색기는악마적일수록 강력한 법이다.

"으으…."

가슴이 아프도록 두근대자 녀석이 앓는 소리를 낸다. 비록 백화점 남자 화장실에서 웬 놈이랑 떡치는 문란하기 짝이 없는 여자였지만, 남자를매료시키는 그 얼굴과 색기는 쉽게 접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녀석은  매력에 푹 빠졌고, 콩깍지가  것처럼 미라가 마냥 좋게만 보였다. 마치 진흙탕에서 피어나는 연꽃을 보는 것처럼, 이 추잡해 보이는 상황이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만들었다.

녀석의 표정을 보고 강력한 확신을 얻은 미라는 생긋 웃으며 쿨하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저쪽에서 똑같이 손을 흔들어주지는 않는다.

드륵.


탁, 탁,탁, 탁….


변기에서 내려가 도망치듯 빠르게 도망가는 녀석.


"어?뭐야."

싸기 전엔 쾌감에 빠져서, 싸고 난 후엔 현자 타임과 탈력감에 빠져서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지우. 미라는 뒤늦게 물어보는 그가 둔하고 미련한 곰탱이처럼 보였지만, 이내 절륜한 그 역시 일반인일 뿐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평범한 사람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한계치의 상황에서 작은 소리 같은걸 캐치하는게 오히려  이상하잖아.


납득 완료.


"이런, 가버렸나…."

늦게나마 상황을 파악한 지우는 마치 물고기를 놓친 낚시꾼처럼 아쉬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아뇨. 놓친 거 아니에요."

"응?"

덜컥.

미라가 알몸으로 겁도 없이 문을 열었다. 벽에 기대고 있던 지우가 당황하며 그쪽을 본다. 그들의 눈에, 바닥에 떨어진 하얀색 사각형의 물체가 보였다. 미라가 그것을 집어들며, 지우를 보고 씨익 웃었다.

"성공이에요. 딱  번만에."

아주 아주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사원증 목걸이.


[김정우 / NTS ]

녀석, 김정우의 사진과 이름, 소속이 나와 있다. 미라가 그것을 자랑하듯이 흔들어 보였다. 전리품을 회수한 그녀는 다시 롱패딩을 입으며 여유로운 얼굴로 웃는다. 진이 빠져 표정이 풀린 지우와는 반대로 활기찬 모습이었다.


"가보죠. 우리정우한테."

말 한 마디 나눠보지도 않은 녀석을 벌써부터 친근하게 부른다. 미라와 방금 떡쳤던 지우는 섹스 직후의 떡정이 남아있어서인지 유치한 질투심이 들었고… 그만큼 가슴이 찌릿한 정신적 쾌감을 느꼈다. 미라가 아주 능숙하게 네토 쾌감을 일으켜낸 것이다.

지우는 이미 미라의 손바닥 안이었다. 네토라세 성벽을 고백한 순간부터 정해진 미래였다. 그 현실이, 지우는 너무나도…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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