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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6화 〉#6. 미라의 여행 (31) (156/162)



〈 156화 〉#6. 미라의 여행 (31)

대로변으로 나와서 택시를탔고, 어느새 지우의 원룸 앞에 도착했다. 정우가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자, 미라는 같이 살고 있는 남자친구의 원룸이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

열리지 않는 녀석의 입 안에 얼마나 많은 말이 담겨있을지. 수많은 말을 삼키고 있는게 뻔히 보였다.

….


긴 침묵.

끝내 정우는 그쪽에 대해 더 묻지 않았다. 물어볼 용기가 없었던 건지 아니면 현명한 건지. 미라야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정우가 도망가지만 않으면 어찌 되든 알 바 아니니까.

따로 오간 말은 없었지만 둘  오늘 하룻밤을 불태울 짧은 인연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인지하고 있었다. 즐기기도 바쁜데 쓸데없는 얘기를 할 이유는 없겠지.

정우는 떠오르는 생각을, 호기심을 억눌렀다. 그런 잡생각은 헤어진 이후에 해도 충분하다. 그저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오늘 하루 주어진 미라라는 여신에게 전념해야지.


스윽.


생각을 마무리지은 정우가 미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무심한 척하면서도 은근히 신경 쓰고 있었던 미라가 자연스레 팔짱을 끼며 안겨들어왔다. 한 차례의 섹스와 오르가즘으로 인해 지쳐 보일 법도 하건만, 그녀는 여전히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여주인공처럼 반짝였다. 보고 보고 또 봐도 어떻게 이런 여신이 있는지 정우는 새삼 신기했다.


'슬슬….'

아까부터 아랫도리는 벌떡 일어서 있었다. 섹스를 끝내고 벤치에서  때부터 쭈욱. 하지만 미라는 원하는 템포가 있는 건지, 은근히 눈치를 주며 정우가 달려드는 것을 분위기로 억제하고 있었다.

욕망이 근질거린다. 다른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 앞이었다.


띠리릭.


도어락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여자 방 특유의 향기는 별로 없었지만, 그렇다고 남자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냄새가 없는 깔끔한 방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깨끗하다는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자 정우를 들여보내고 뒤이어 들어온 미라가 문을 닫았다.


"뭐 먹을까? 면 싫어해?"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는 정우는 생각 없이 '아무거나'라고 가장 어려운 대답을 했고, 미라는 입술을 삐죽이며 무난한 토마토 스파게티를 저녁으로 선정했다.

"먼저 씻고 있어."

미라가 방 안쪽으로 들어가려는 정우를 화장실로 밀어넣었다. 정우는 당황해 하면서도 결국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미라의 생각대로 움직여줬다. 화장실 안쪽에서 옷가지가 하나 둘 나오고 문이 닫힌 뒤 샤워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


물을 올려놓은 미라가 느긋한 걸음으로 안쪽으로 걸어갔다. 현관 겸 부엌에서,  안쪽. 침대가 있는 방 안으로. 난방으로 따뜻한 집 안에 들어오자 슬슬 불편해지기 시작한 롱패딩을 벗어서 옷걸이에 걸어놓은 후, 그 옆에 있던 지우의 윗도리를 입었다. 집안에서 입으려고 산 건지 지우의 다른 옷들보다 사이즈가 커서 미라가 입으니 딱 엉덩이까지 가려주는 아슬아슬한 옷이 됐다.


미라는 다른걸 더 입지 않고 남자들이 좋아하는 야시시한 차림으로 방의 중앙으로 걸어갔고, 이내 몸을 숙여 바닥에 엎드렸다. 개구리처럼 바닥에 바짝 엎드리자, 미라의 녹안에 누군가의 검은 눈동자가 비쳤다.

"안녕? 자기."

"응."

침대 밑의 어둡고 협소한 공간. 개구쟁이 아이가 아니고서야 들어갈 일이 없는 그 공간에, 한지우가 옆으로 누워 있었다. 맨바닥에 그냥 있긴 싫은 건지 얇은 이불을 바닥에 깔고 있는게 웃겨서 미라가 피식했다.


 광경은 미라와 지우의 합작품이었다. 지우는 어떻게든 정우와 미라  둘이서 뒹구는 모습을 찍고 싶어했고, 미라는 지우를 완전히 제외하고 싶지 않아 했기에 이런 방식을 선택했다.

몰래 카메라를 놓을까, 정우의 눈이라도 가려야 하나 여러 생각을 하다가 나온 지우의 아이디어였다. 관음라는 측면에서 꽤나 좋은 것 같다며 스스로 만족하는게 미라는 재밌게 느껴졌다.


자세가 좀 불편하긴 하겠지만, 그가 약간 마른 체형이어서 그런지 의외로 비좁거나 버거워 보이진 않았다. 미라는 안심하며 지우를 향해 웃어보였다.

"그럼 수고해, 자기."

"응."

지우가 열정에 불타는 눈으로 미라를 보았다. 미라가 손을 흔들어 보이자 그 모습을 카메라로 찍는다. 무음 모드라서 찰칵 소리는 나지 않았다.

당연히 밤새 이럴 순 없었기에, 둘은 한두 시간 정도를 계획하고 스케줄을 짰다. 그래봐야 내용은 식사와 샤워, 섹스 뿐이지만. 그렇게 일정을 소화한  다시  번 더 샤워하자면서 미라가 김정우를 욕실로 끌고 들어가면, 그때 한지우가 침대에서 나와 방금 들어온 것처럼 문을 열고 닫는다. 나름 철저한 계획이었다.


왠지 신난  같은 지우를 잠시 보고 있던 미라가 다시 일어나서 부엌으로 향했다. 지우는 그녀의 발이 멀어지는 것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불끈불끈.


상상으로만 해봤지, 실제로 이런걸 하게  줄이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상황과 구도 자체가 엄청나게 꼴리는건 확실했다.

아직 즐거운 시간은 오지도 않았으나 그의 자지는 터질 듯이 흥분한 상태였다. 지우는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주물럭거리며 다가올 쾌감을 기대했다.





정우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고, 미라는 저녁을 완성한  작은 접이식 식탁에 상을 차려 방 안으로 가져갔다. 미라는 씻겠다며 먼저 먹고 있으라고 했고, 10분도 안 돼서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 정우와 함께 식사를 마쳤다.


미라가 리모콘으로 TV를 틀었고,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보던 정우가 입을 열었다.


"근데, 그…."

"응?"

미라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정우는 우물쭈물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이가 어떻게…?"

"뭐야, 말 편하게 하고 싶어서 그래? 그럼 그냥 반말해. 괜찮아."

나이 얘기가 나오자 속으로뜨끔한 미라. 겉으로는 태연함을 유지하며 괜히 정우를  쳤다.


"그것도 있고, 그냥 궁금해서."

"윽….  몇 살인데?"

안 그래도 은근슬쩍 편하게 말하던 정우는 미라의 권유에 곧바로 말을 완전히 놓았다. 그럼에도 나이라는 주제를 놓지 않자 미라가 먼저 물었다.

"나? 스물 하나."

"뭐야, 애기잖아."

미라의 가소롭다는 듯한 눈빛. 아직 어린 정우는 애기라는 단어에 반응했다.


"그럼 넌 몇 살인데."

"스물 둘."

"…야."

"야? 어어, 말이 너무 편한데?"

고작 한 살 차이로 투닥거리는 둘은 그 또래가 그러는 것처럼 꽤나 귀엽고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미라의 실제 나이는 많긴 했지만, 겉으로만 보면 미라가 더 어리다고 해도 납득이 갈 정도였다. 아니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러울 듯하다. 쿨하고 여유로운 그녀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애 취급을 받지 않을 뿐이지, 얼굴만 놓고 보면 아직 10대라고 해도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식사하는 동안 장난을 치면서 부쩍 가까워진 둘은 아까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붙어서 진짜 연인처럼 행동했다. 서로 어깨를 기대며 둘은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눴다.

"근데 너, 이름이 뭐였지?"

"엥? 뭐야, 아직 내 이름도 몰랐어?"

"알려줘야 알지."

"…허, 진작 물어보지 그랬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짓는 미라. 그녀를 지긋이 보던 정우가 그녀의 옷 위로 가슴을 주무르며 말했다. 옷 위인데도 그 감촉이 어디 가지 않는게  좋다는 생각을 하며 말한다.

"내가 잠깐이라도 제정신이었으면 물어봤을 거야."

"흐응."

그만큼 섹스가 기분 좋았고 미라가 매력적이라는 뜻이었다. 돌려 말하는 그의 칭찬에 미라가 싫지 않은지 웃음기를 머금었다.

"슬슬 배도 부르고…."

정우가 운을 떼며 미라 쪽으로 조금씩 가까워졌다. 안 그래도 어깨가 닿을 정도로 가까웠는데 녀석이 밀착하기 시작하니 미라의 옆가슴이 눌리며 이리저리 모양을 바꿨다. 키스하려고 얼굴을 가까이하자….

척.

다가오는 입술을 검지 손가락으로 막은 미라가 배시시 웃으며 정우를 타일렀다.

"마지막으로, 양치만 하자. 응? 착하지?"

"칫."

"밤새도록 할건데 음식 냄새도 나고 찝찝할  같지 않아?"

"흐음."

미라의 그 요망한 웃음, 그리고 요망한 유혹에 정우가 기대감을 품으며 순순히 따랐다.


"일어나자. 접시도 치워야지."

"어. 내가 할게."

정우가 먼저 일어나며 상을 치웠다. 미라는 싱크대에 있는 김정우가 보지 않는 사이에 바닥에 엎드려서 한지우와 마지막 대화를 했다.

'막을 거면 지금 뿐이에요.'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 한지우의 들뜬 분위기에 미라가 눈웃음을 짓는다.


'지금 말리지 않으면… 나, 따먹혀버릴 텐데요? 밤새도록. 몇번이고, 몇번이고….'

"후우, 후…."

'원래 남친은 생각도 못 한 채, 멋진 자지를 가진 눈앞의 남자한테  빠져서 키스하고, 자지도 빨아주고, 보지를 벌려주면서 같이 아기 만들자고 조를 거예요. 침대 밑에 남친이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서요.'

미라의 말은 직접적인 애무보다도 더 흥분감을 끌어올렸다. 네토라세 취향의 남자를 손쉽게 요리하는 미라의 실력. 지우는 눈에 핏발이 설 정도로 흥분했다.


"야, 거기서 뭐해?"

설거지하던 정우가 엎드려 있는 미라를 보며 물었다.


"아? 기지개 좀 펴는 거야. 흐으읏! 차!"

"…진짜 특이하네."

갑작스러운 정우의 목소리에 바짝 긴장한 한지우는 태연하게 넘기는 미라의 능청스러움에 감탄하면서도, 기지개를 펴는 척하느라 옷이 내려가면서 드러나버린 미라의 엉덩이와 맨다리에 시선을 빼앗겼다.


저 다리 사이에, 잠시 후면….


예쁜 엉덩이가, 녀석의 치골에 수백 수천번을 철썩철썩 맞고서 새빨개질 테고….

그 은밀하고 매혹적인 허벅지 안쪽에서, 희뿌연 정액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그 광경….

"으윽…."

상상력이 뛰어난 지우는 선명하게 떠오르는 미래의 장면에 흥분해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였다.  모습을 웃으며 보던 미라가 떠나기  마지막으로 한 마디 했다.

'진짜, 개변태야.'

벌써부터 흥분감에 새빨개진 지우는 녹아버려서 바닥에 눌러붙을 기세였다. 왠지 익숙한  느낌에 미라는 새하얗게 웃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

화장실로 걸어가며 미라가 생각한다.


이제 슬슬 영상 촬영을 준비하겠지.

진짜 연인에게 보낼 용도로, 임시 연인이 침대 밑에서 촬영한, 하룻밤 연인과 찍은 동영상.


"큭큭, 이게 뭐람."

미라는 자기도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으면서 정우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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