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화 〉#6. 미라의 여행 (34)
띠리릭, 삑삑삑삑, 띠리릭.
끼익, 쿵….
바깥에서 들리는 도어락 소리와 문 열리는 소리에 정우가 흠칫했다. 하지만 미라가 배시시 웃으며 다가와 녀석의 손을 잡았다.
"슬슬 나갈까?"
샤워는 진작에 끝났고,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면서 둘은 애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진한 스킨십을 하고 있었다. 서로의 피부 감촉을 적당히 즐긴 후 온몸이 물기로 촉촉해진 미라가 푹 젖은 금발을 손으로 쓸어넘기며 물었다. 그 모습은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그림 속 물의 요정처럼 느껴졌다.
아름다움과 색기를 동시에 뽐내는 그 자태에 정우가 반응하여 다시 한 번 육봉을 세웠다.
"크흠."
이미 몇발이나 뽑았지만, 맞닿은 곳의 기분 좋은 피부 감촉과 더불어 미라의 얼굴과 몸을 직접적으로 즐기고 있자니 또다시 자지가 부활했다. 중학생 때, 한창 발정났을 시절에도 이만큼은 해본 적이 없었다. 정우는 신기록을 세운 자신의 정력에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또다시 미라를 원하게 됐다. 정말 질리지가 않았다. 할때마다 새로웠다.
계속해서 정기를 몸 밖으로 뽑아내는 정우도 대단했지만, 미라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보통 여자들은 여러번 오르가즘을 느끼면 만족하고 떨어져 나가서 설령 남자가 원한다고 해도 밀어낼텐데, 미라는 만족이라는게 없는 건지 한껏 고개를 꺾으며 오르가즘을 느낀 이후에도 계속해서 정우의 것을 받아주고 호응해줬다. 정말이지 일반 여자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게 분명했다.
물론 그녀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멀쩡한건 아니었다. 격렬한 정사와 쾌락의 흔적 때문에 몸 곳곳에 불긋한 자국이 남아있었고, 눈빛도 처음보다 확실히 흐릿했다. 살짝 풀린 녹안을 본 정우는 꼴릿함을 느끼며 미라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성욕 충만한 두 남녀가 느긋하게 회복의 시간을 갖고 난 후, 지금 다시 서로를 원하고 있는 상황. 미라가 빙긋 웃으며 정우에게 밀착해 까치발을 들어 뽀뽀했다. 서로의 입술 안쪽까지 빠는 진한뽀뽀였다. 미라가 밀착하면서 자연스레 젖가슴이 탄탄한 정우의 가슴에 의해 뭉개졌고, 정우의 자지 역시 위쪽으로 바짝 서서 미라의 배꼽과 명치 사이를 왔다갔다 왕복했다. 기분이 은근히 좋자 정우가 일부러 귀두를 슬슬 문질렀다.
"그만 나갈까?"
정우가 먼저 물었다. 마음같아선 당장이라도 박고 싶었지만, 아까부터 미라가 본방을 허락하지 않았기에 섹스하려면 나가야만 했다. 미라 남친이라는 사람과의 불편한 첫 대면을 언제까지고 미룰 수는 없으니, 여러모로 귀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먼저 나선 것이다. 정우의 말에 미라가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건으로 물기를 적당히 닦고 나가자 방 안쪽에서 외투와 옷을 벗고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스튜디오 사장이라고 했나?'
정우는 오후에 주웠던 명함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책상 쪽에 카메라도 여럿 수납되어 있고, 듀얼 모니터 컴퓨터도 그렇고, 듣고 보니 그런건지 방 안이 좀 전문가스러운 느낌이 있어보였다.
뒤따라 나온 미라가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를 수건으로 돌돌 감싼 채 그에게로 향했다.
"자기 왔어요~?"
노골적인 애교가 담긴 목소리. 정우는 처음 듣는 그녀의 아양과 비음에 기분이 묘해졌다. 물론 이쪽이 하룻밤 손님이고 저쪽이 진짜 연인이라지만, 그녀에 대한 애욕이 들끓는 상태로 눈앞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니….
가슴 속에 은근한 질투심과 소유욕이 끓어오르자 정우가 흠칫했다. 끓어올라야 할 건 저쪽의 남자친구일 텐데. 이쪽은 오히려 그에게 감사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사람이란 동물은 간사하고 이기적인 건가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미라를 흘끗 보면 또다시 속이 타고 가슴이 끓는다.
녀석이 양심과 본능 사이에서 내적으로 번민하는 사이, 미라는 웃음기를 머금고 어느새 옷을 다 벗고 팬티 차림이 된 한지우를 뒤에서 확 끌어안았다. 지우는 익숙한듯 고개를 돌려 미라에게 미소를 보였다.
"뭐야 쟤는. 또 아무나 붙잡고 떡쳤어?"
"응응, 아까부터 섹스했어요. 애가 튼실하고 기운도 좋아서 모처럼많이 느꼈어요!"
"어쩐지. 침대에는 물난리가 났고 방도 떡 냄새로 가득하더라."
"헤헤."
딱히 대본은 없었지만 어떤 대화를 하자는 방향성은 정해놓았기에 둘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다.
둘이 짜고 치는 중인걸 모르는 정우는 딴 남자랑 떡친걸 자랑스럽게 떠드는 미라나, 그걸 별 것 아닌 듯이 받아들이는 정우나 둘 다 이상해 보였다.
컬쳐 쇼크.
평생을 자라온 우리 나라가… 이 정도로 성관념이 프리했었나? 하는 혼란마저 느끼며 멍한 얼굴로 서있었다.
….
일반 취향인 정우는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여전히 미라가 꼴릿했고, 아직도 그녀와 떡치고 싶다는 단순하고 우직한 마음에 그 자리에서 버티고 서있었다.
어떤 면에선 오히려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었다. 미라와 미라의 남친 둘 중 하나라도 덜 이상했다면, 이 눈부신 금발 여신과 떡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이상해서 오히려 이쪽에게 기회가 왔으니 저 커플의 취향에 감사해야하는 입장이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고마운 사람인 거야.
….
몸이 좀 피곤한 와중에 다른 생각을 하느라 둘의 대화를 듣지 못했던 정우는 두 명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흠칫 놀랐다.
"정우야, 이리 와 봐."
반쯤 말라서 촉촉한 생머리를 늘어뜨린 미라가 정우에게 손짓했다. 미라는 알몸으로 남친에게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자연스레 그쪽 가슴이 옆에서 눌리면서 반달 모양처럼 예쁘게 뭉개져 있었다. 멀쩡한 모양이든 짓눌린 모양이든 둘 다 참으로 꼴릿하구나 생각하면서 정우가 주춤주춤 미라 쪽으로 향했다.
"헤헤, 남자 둘끼린 어색하니까 내가 가운데에 있을게."
미라가 남아 있는 한쪽 손으로 정우를 끌어들여 팔짱을 꼈다. 그녀의 양 가슴이 서로 다른 두 남자의 팔에 의해 짓눌려서 두 젖꼭지가 안쪽으로 모아지는 형태를 만들었다. 가슴 감촉에 정신이 팔린 두 남자를 옆에 끼고서 미라가 양쪽을 번갈아 보며 말한다.
"자기, 이쪽은 김정우. 오늘 밤은 얘랑 불태울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응."
너무나도 쿨한 지우의대답에 정우가 귀를 의심했다. 미라의 말을 듣긴 한거야? 라고 묻고 싶었다. 지우의 대답을 들은 미라는 곧바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정우에게 말했다.
"정우야, 이쪽은 내 남친.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도 되고, 호칭은 네 맘이니 맘대로 해. 음, 서로 부르긴 하려나 모르겠네."
"으, 응."
정우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근데, 정우야. 우리 자기가 좀 특이한 취향이 있거든? 영상 찍는 취미인데, 좀 어울려 줄 수 있어?"
"영상?"
"으음… 뭐, 쉽게 말해 야동이야. 나나 우리 자기가 개인적으로 감상하기도 하고, 얼굴쪽을 살짝 가리고 사이트에 올리기도 해. 다른 남자들이 날 보고 꼴려하는게 기분 좋다면서. 우리 남친 취미 덕분에 너도 나랑 할 수있었던 거야. 아무튼, 얼굴 쪽은 가려줄 테니까 같이 찍자. 응? 혹시 싫어?"
뭔가 찝찝하면서도, 이건 여자 쪽이 꺼리는거 아닌가 생각하던 정우는 그깟 야동 출연이 대수인가 싶었다. 설령 얼굴이 팔린다고 해도,이런 엄청난 여자와 찍은 거면 오히려 부러움을 사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남자의 세계와 여자의 세계는 엄연히 다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특이한 취미에 어울려주지 않으면 미라는 미련 없이 떠날 것만 같아서 불안했다. 겉으로는 부탁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거절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 은근한 강요였다. 하지만, 이런 강요라면 백 번, 천 번을 받아도 기쁠 것이다.
고민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처음부터 대답은 정해져 있었고, 정우는 형식적인 승낙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그래. 할게."
"헤헤, 망설이지도 않네. 어유 이뻐라."
미라가 지우와의 팔짱을 풀면서 정우에게 와락 안겨들어서 볼에 쪽쪽 연속으로 뽀뽀를 퍼부었다. 왠지 용기가 난 정우는 그녀의 머리를 끌어안고 키스하기 위해 입을 벌렸다.
찰칵.
둘이 그러는 사이, 팬티 차림의 한지우는 언제 꺼내든 건지 카메라로 둘이 키스하기 직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막상 찍힌다고 생각하니 찝찝해진 정우가 멈칫하자 이번엔 미라가 정우를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얼굴 팔릴 걱정은 하지 마. 우린 이런 일 확실하게 처리하거든. 설령 얼굴이 나와도 나만 나올 테니까 걱정 말고…. 착하지? 쪽, 쪽."
미라의 말에 정우는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다가, 이내 생각하는걸 관뒀다. 이성과 본능 모두 그게 베스트라고 판단하고 있었으니.
"헤헤, 2차전이네. 우리 힘 내자."
미라의 응원. 정우는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로지 미라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며 그녀를 침대에 밀어 넘어뜨렸다.
"흐읏…."
침대에 누운 미라에게 두 남자가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