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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6화 (6/74)



〈 6화 〉6화

‘목욕?’

물론 하고 싶었다.


지금 나는 늑대인간의 피를 뒤집어써서 엉망이니까.
너무 흥분하고 말았다.

마나석이 없는 몬스터를 상대로 그렇게 몸통을 난자해 놓았으니......

한 마디로 변태 사이코 같은 짓이었다.

나는 피로 더럽혀진 추리닝 상의를 벗었다.


‘그나저나......’


늑대인간을 상대할 때 나는 엄청 강했다.

스스로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 전혀 쑥스럽지 않을 정도로.

‘늑대인간이 약한 거겠지.’

이쪽 세상의 몬스터는 내가 사는 세상의 몬스터보다 훨씬 약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여유롭게 움직이던 몸의 감각과 단도로 몬스터를 쪼갤 때의 호쾌한 감각을 잊기 어려웠다.

나는 허공에 휙 휙 팔을 휘둘러보았다.


이곳에서 나는 컨디션이 무척 좋다.


그러고 있는 사이 세라가 돌아왔다.

그녀의 팔에는 옷가지가 들려있었다.

깨끗하게 세탁된 옷이었지만 그것은 곧 소용없게 되고 말았다.


그녀가 벗은 상체를 보고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그녀가 가져온 옷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래?
남자의 벗은 몸 처음 보냐?
아랫도리까지 벗었으면 아예 기절했겠네.

세라는 내 벗은 상체를 보고 경직되어버렸다.

 사이에 몹시 뻘쭘한 공기가 흘렀기 때문에 나는 화제전환을위해그녀에게 물었다.


“목욕은 어디서 하면 되지?”
“아, 네!”


여전히  쪽을 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세라가 한쪽을 가리켰다.


가리킨 방향에는 문이  있었으므로 그쪽으로 가면 욕실이 있겠다 싶었다.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세라가 말했다.

“저, 오, 옷을 주시면 제가 빨아드리겠습니다. 물이 아직 덜 덥혀졌으니까욕조에는 천천히 들어가세요.”
“옷까지? 괜찮은데?”


모르긴 해도 이쪽 세상에는 세탁기라는 게 존재하지 않을 듯했다.

늑대인간의 피는 여간해서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고.

비록 산 지 얼마 안 된 옷이라고는 해도 별수 없이 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아니요! 최선을 다해 빨아드리겠습니다!”
“딱히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래도 세라가  옷을 빨아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것처럼 보여 계속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럼, 미안하지만......”


나는 벗은 상의 추리닝을 옆에 두고 하의를 마저 벗으려고 했다.

“앗! 자, 잠깐만요!”
“왜?”
“옷은 욕실에서 벗어 주세요!”
“미안. 역겨운 꼴을 보이고 말았네.”
“역겹다니요!”


내 반사적인 대꾸에 세라가 양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용사님의 몸은 아름답습니다!”
“......”

여자에게 몸이 아름답다는 소리를 듣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나저나 세라가 나를 호칭한 용어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사라니? 누굴 말하는 거야? 나?”
“네, 용사님.”

누가 이세계 아니랄까  나를 용사라고 불러버리는구나.
오슬오슬 닭살이 돋는 느낌이다.


“내 이름은 범일이야. 조범일.”
“네, 범일님......”
“님자는 빼고. 내 나이가 많아서 존대를 하고 싶은 거라면 그냥 오빠라고 해.”
“알겠습니다...... 범일 오빠.”

응? 뭐지?
 느낌은......?
소녀에게 오빠라고 불리는  이렇게까지 전율이 이는 기분이었던가?
세라와 있으면 상식이 파괴되면서 머리가 뱅글뱅글 도는 기분이었다.

나는 대화를 중단하고 욕실로 향했다.

‘역시나 아날로그 방식이구나......’

구닥다리 느낌이 물씬 풍기는 보일러 시설이 있는 욕실이었다.

땔감이 있고 불을 모락모락 피워서 물을 덥히는 시스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문화충격이었다.

바지를 벗어  옆에 숨어있는 세라에게 주었더니 그녀가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저, 소, 속옷도 주신다면......”
“괜찮아. 그건 피  묻었어.”
“네......”

처음 보는 여자에게 팬티까지 빨게 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비싼 추리닝을 입은 보람이 있어서 팬티까지 피가 스며들지는 않았다.

나는 적당히 김이 올라오고 있는 욕조 안에 손을 담가보았다.

‘이 정도면 됐네.’


아직 차갑기는 하지만 몸을 담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팬티를 벗어 인벤토리에 넣은 뒤 욕조에 천천히 몸을 담갔다.

“어후야~~~”


아날로그 욕조에 들어가는 것은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좋~~다!!’

이세계에 오게 되어 당황스러운 것과는 별개로 컨디션은 무척 좋았다.

그냥 이곳의 모든 것이 나를 힐링시키는 기분이다.

여기 처음 와서 만난 것이 여자라는 것은 유감이었지만, 그 여자도 내게 전혀 적대적이지 않았다.
심지어 호의적인 분위기였다.

‘세라......’

나는  옷을 세탁하고 있을 그녀를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아까받은 보상이 생각났다.

‘소환카드라고 했지?’


아까는 여자 따위 소환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세라를 겪어보니 은연중에 생각이 바뀌었다.

다른 여자들에게 피로감을 느낄 때 그녀를 소환하면 조금은 힐링이 되지 않을까?
나는 허공에 대고 물었다.

“소환카드는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메뉴를 활성화하여 아이템에서 선택하시면 됩니다.]

“메뉴?”


내가 궁금해하자  적이 있는 빛 덩어리가 팍하고 허공에 다시 나타났다.


그것을 터치하자 메뉴가 출력되었다.

[내 정보]
[보유 아이템]
[임무 현황]

‘진짜 게임 같네......’


나는 가장 먼저 ‘내 정보’부터 터치해보았다.


이름 : 조범일
등급 : F
업적 : 바시냐의 은인(L), 두 개의 차원을 오가는 자(U)
스킬 : -

“......”

늑대인간과의 싸움이 워낙 일방적이었던 탓에 행여나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정보창은 초라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등급 F에 스킬은 무(無).

“젠장.”

확인 사살당한 느낌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라면 ‘바시냐의 은인’과 ‘두 개의 차원을 오가는 자’라고 쓰인 업적.


이게 왜 생겼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름 자체가 내용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괄호 안의 L과 U는 레전드와 유니크인가?’

엄청난 업적을 두 개 가지고 있는 듯하지만 이게 어디에 쓸모가 있는 것인지 알  없었다.

[업적의 자세한 효과를 보길 원하면 각 업적을 터치하면 됩니다.]

‘그렇구나.’

나는 튜토리얼이 알려준 대로 먼저 ‘바시냐의 은인’을 터치해보았다.

[바시냐의 은인]
등급 :L(Legend)
효과 : 성장 잠재력 – SSS/ 성장 속도 – S/ 스킬해석 및 습득 속도 - S
설명 : 차원의 통로를 관리하는 신 바시냐를 돌보아 그의 생명을 구해주었다. 신과 한 달 동안 꾸준히 소통한 결과 보통의 인간보다 훨씬 높은 격을 갖게 되었다. SSS급에 도달하면 신과동격이 된다.

“뭐라고!”


나는 깜짝 놀라 욕조 안에 담갔던 몸을 크게 들썩였다.

목까지  있던 물이 찰랑거리며 넘쳤다.

“범일 오빠!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야. 아무것도.”
“물 온도는 괜찮으신가요?”
“응! 완벽해!”
“다행입니다. 식사를 준비할 테니 천천히 씻고 나오십시오.”


무슨 식사씩이나.

 먹은 지 얼마  됐는데.

하지만 대꾸하는 것도 잊을 만큼 눈앞에 떠올라있는 정보가  관심을 잡아끌었다.

‘성장 잠재력이 SSS라고?’


거기 더해 성장 속도, 스킬 해석  습득 속도까지 S였다.


대관절 이게 남자 헌터에게 있을 수 일인가?
진짜 나한테 일어난 일이 맞나?
나는 멍하게 설명을 읽어 보았다.

‘그랬구나......’

역시 바시냐는 신이었다.


신을 돌보고 그와 소통하는 동안 아마도 내게  격이 조금 옮아온 모양이었다.


만약 SSS급이 되면 나는 댕댕이와 진정한 소울 메이트가   있을지 모른다.

“아, 진짜.”


너무 좋은데 이 일을 어쩌면 좋나? 자랑할 사람이 없네?

‘고맙다, 댕댕아.’

하지만 잠시 후 암울한 자각이 내 의식을 덮쳤다.

‘하긴...... 그러면 뭐해?’


세상은 여자들이 지배하고 있다.


내 잠재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그것을 계발할기회가 주어질 리 없었다.


여자들이 내가 다른 남자와 다르다는 것을 알면 성장을 독려하기는커녕 짓밟으려고만  테니까.

‘됐고, 두 번째 업적 효과를 보자.’


일단 우울한 생각은 접고 번째 업적 효과를 확인하기로 했다.


손가락으로 터치하자  번째 것과 마찬가지로 정보가 나타났다.




[두 개의 차원을 오가는 자]
등급 : U(Unique)
효과 : 양 차원에서의 경험과 성장 공유/ 양 차원에서의 적응력 - S
설명 : 바시냐의 허락으로 두 개의 차원을 오갈 수 있게 되었다.두 개의 차원에서 마나, 성장, 적응력이 최상이며 출신 성별 때문에 걸려있던 성장 리미트가 해제되었다. 임무 달성에 따른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아......”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먼저 생각한 대로 SSS급까지 성장할 잠재력을 얻었다고 해도원래 세상에서는 성장할수 있는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얻은 경험과 성장은 양 차원에 똑같이 적용된다고 한다.


성장을 할  있는 무대가 두 개라면!
이곳에서성장하고  능력을 원래 세상에서 발휘할  있을 것이다.

“유레카!!”


마음이 벅찬 나머지 벌떡 일어나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범일 오빠, 무슨 일......”

내가 욕실에서 소란을 피운 탓에 세라가 걱정되었는지 보러 왔다.


그런 그녀의 얼굴이 곧장 창백해졌다.
얼굴을 가리고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그녀의 시선이  하반신으로 향했다.
근데 너 눈 가린 것 맞냐?
손가락 사이가 너무 벌어져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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