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지도 교수는 이미 내정되어 있다더군요.”
“응. 작년부터 찾아다니더니 얼마 전에 구했다더라.”
“교수님의 후임을 맡을 만큼 유능한 분을 고용했답니까? 쉽지 않았을 텐데, 저희 대학의 스카우트 능력이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나 보네요.”
“얘는. 이제 얼마 안 보지도 못할 사이인데 내 얼굴에 금칠은 뭣하러 해?”
“진심인데용.”
예르나가 수명이 긴 엘프이긴 한데, 성과를 못 냈으면 5년 짜리 계약이 3번이나 갱신됐을 리가 없다.
저 사람이 유능해서 계속 성과를 냈으니까 15년이나 여기에 있도록 대학 측에서도 허락을 내려준 거다.
물론 방금 지껄인 말이야 반쯤 아부였지만 팩트를 기반으로 하는 아부만큼 쉬운 것도 없다.
시발거 입 털어가며 상사한테 알랑방구 뀌는 기술이야 한국 군대에서 2년이나 있던 내게는 좆도 아닌 일이지.
이제 안 볼 사이라지만 예르나는 이쪽 업계에서 유명한 양반이다. 언제 또 신세를 질 지 모를 일이니 말 몇 마디 해서 아부 떨어주는 것쯤 어려울 것 없다.
고삐리들도 담임이 전근 갈 때는 덕담 한 마디 씩 해 주는 법인데 전직 노예가 나이 반오십 처먹고 지도교수 앞에서 손바닥 한두 개 못 비벼서야 쓰겠냐.
“그래서? 이게 네가 이번에 학계에 낼 논문이니?”
“네. 교수님 밑에서 학식을 쌓은 덕분에 만들 수 있었던 걸작이죠. 사실 상 교수님 논문이라고 해도 됩니다.”
예르나가 가리킨 것은 요 며칠 동안 밤새서 완성한 논문이었다.
아직 제출 기간이 일주일 남았지만 고작 1주일 가지고는 여유가 있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 못 하는 것이 이쪽 업계의 평균.
이번 기회를 놓쳤다간 다음 기회는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판국이다. 그래서 존나 코피까지 터져가며 급하게 완성해야 했던 것이다.
“걸작이라. 자신감이 대단한데?”
“논문 말고도 제가 받은 자격증도 몇 개 있으니까요. 일이 잘 풀리면 바로 박사 학위를 딸지도 모릅니다?”
노예에서 해방되고서 벌써 반년.
번역능력으로 언어 자격증도 잔뜩 따 놨다. 겸사겸사 지난 3년 동안 예르나를 도우며 배운 지식으로 고고학 관련 자격증도 있다.
근데 이것 뿐이여서야 중졸이 검정고시 합격하고 언어 자격증만 7개를 딴 정도의 업적이다.
대단한 일은 맞지만 본격적으로 학계에 진출하기에는 흐으으음 소리가 나는 수준의 스펙이다. 나는 언어학과가 아니라 고고학과에 갈 생각이니까.
이쪽 세상은 학위를 대학이 아닌 그 학과의 총괄 학계에서 증정한다.
실적을 쌓은 연구생은 ○○대 박사가 아니라 ○○학계 박사로서 학위를 얻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직 정식으로 고고학계로부터 학위를 증정받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그냥 대학원생 처지니까.’
연구원이 아니라 연구원‘생’이라는 점만 봐도 그렇다.
아니 시발, 더 까놓고 말해버리면 대학 졸업증도 없으니 대학원생은 커녕 중소기업 인턴생만도 못하다. 저 머나먼 지구의 대학원생이 우리가 좃으로 보여??? 라며 풀발하는 꼴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노예로서 3년 동안 쌓은 커리어? 그딴 거 없다.
‘시발 어떤 교수가 지 논문에 노예 이름을 적어주겠냐.’
매일 같이 부려먹은 대학원생들을 논문에 이름 올려주는 것에도 생색 내는 것이 교수란 생물이다.
무료 번역노예 노르드는 제 1저자나 공저자는 커녕 ‘그밖에 제가 논문을 쓰는데 보탬이 되어 주신 여러분’에조차 포함될 리가 없어요.
하지만 그런 내가 곧바로 박사 학위를 딸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다.
“학계에서의 제 신분을 결정할 학위논문인데 함부로 쓸 수 없죠.”
학위논문 제도.
이건 말하자면 농어촌 특채 비슷한 느낌의 거시기인데, 나 같은 외국인들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이곳 카르미네 대학에는 외국인들이 자격증과 논문만으로 학위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외국인들에게 이쪽 문화권에서 학위를 인정받을 기회를 주는 제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학 입시로 비유하자면 정시, 수시가 아닌 외국어 에세이 같은 특채 입학.
혹은 편입시험과 같이 일반적이지 않은 수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충분한 능력을 입증하면 최소 학사에서 최대 박사 학위까지 따내는 것이 가능하다. 원큐에 박사 학위를 딴 전례는 거의 없지만, 나라면 아마 가능할지도 모른다.
왜냐면 언어 관련 자격증도 존나 많고, 이번에 준비 중인 논문이 개쩌는 퀄리티로 완성 중이기 때문이었다.
“음~ 기록 상 수료한 교육원은 없어도 노르라면 자격증만 쳐도 석사 쯤은 따겠지.”
내 스펙을 알기 때문에 예르나도 그 점은 인정했다.
카르미네 대학에 알려진 내 대외적인 스펙은 7개 국어 가능자에 고고학 자격증 상급.
자격증의 태반은 번역능력 덕분이지만 그래도 평범한 연구원생의 스펙은 아니다.
특히 언어 자격증 중에 2개는 마법사들과 고고학자들이 평생 파고들어도 모자란다는 룬어와 엘룬어다. 저것들은 아예 전문학과가 따로 있을 정도의 분야란 말씀.
아마 남들이 보기엔 나는 고작 25살 나이에 수십 년을 공부한 교수들과 엇비슷한 성과를 낸 천재로 보일 것이다.
실제로 대학에서는 평생 공부만 하느라 세상 물정 모르는 샌님이 브로커한테 낚여 불법 루트로 입국했다가 붙잡혀서 노예가 됐겠거니~ 하는 평판이었다.
“그치만 박사 학위는 좀 어렵지 않을까?”
“뭐, 그렇기는 해요. 사실 박사는 바라지도 않고 석사 은장(銀章) 정도만 돼도 만족할 생각이라서.”
석사 은장이라는 건 일종의 티어였다.
여기 이세계는 랭전 돌리다 뒤진 겜창의 망령이 들러 붙었는지 너나 할 것 없이 급을 나누기를 오지게도 좋아했다.
오죽하면 학자란 놈들이 학위에다가 랭크를 붙이는 걸로 모자라 그 흔한 모험가들조차 브론즈 실버 골드에 미스릴이니 아다만티움이니 하며 지랄 염병을 떨고 앉았다.
아마 이 세상 새끼들한테 온라인 게임을 가르쳐주면 패치 한 번 할 때마다 이번에 직업별 티어는 어떻게 바뀌었냐며 일주일은 그걸로 떠들어댈 것이다. 그리고 아마 끝끝내 지들끼리 딜량 표를 만들어서 1티어부터 10티어까지 세사하게 분류를 해 놓겠지.
이런 실태는 교수들의 짬처리와 짬부심으로도 이어졌다.
노예는 말할 것도 없고, 연구원생이 된 나조차도 가아암히 평교수님들께서 격식 높은 토론을 나누시는데 끼어들어서는 안 됐다.
그 내용이 오늘 점심 맛 없지 않냐? 같은 하찮은 화제여도 마찬가지다. 시발 지들이 물어봐 놓고는 가 봐도 되냐고 물어본 걸 가지고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먹물 좀 갈아 봤다는 양반들의 똥군기는 고작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 새끼들 논문에 오탈자가 있어도 나는 그걸 지적해서는 안 된다. 박사도 못 단 새끼가 어디 감히 교수님의 논문에 흠을 잡냐는 개 병신 같은 논리다.
그럼 어떻게 하냐. 내가 교수한테 암 말 않고 조용히 오탈자를 고쳐서 수정해야 한다.
‘시발 근데 이 좆 같이 미개한 이세계에는 워드도 한컴도 없어.’
여기 논문은 그냥 다 먹물로 쓴 종이 쪼가리다.
컴퓨터 파일처럼 백업 만들고 오타 부분만 지우고 타자 몇 번 두들기고 끝? 그딴 거 없다.
논문 한 페이지에 오타가 있으면 그 페이지를 통째로 베껴쓴 다음에 오타가 난 부분만 고쳐 놔야 된다.
그렇게 고쳐놨는데 글씨체가 교수 마음에 안 든다? 꿀잠 자다가 오밤 중에 불려가서 개털린다.
예르나한테 그런 악랄한 취미가 없어서 다행이었지, 다른 교수들 밑에서 3년을 그렇게 살았으면 나는 진작에 그 새끼들 배때지에 칼 꼽고 교수형 당했을 거다.
아무튼 이야기가 좀 탈선했는데, 이렇게 짬 부심과 신분 차이에 환장한 갓겜충 새끼들이 쉽게 쉽게 나한테 높은 학위를 내 줄 리가 없다.
‘원래 지구에서도 편입은 보통 입학보다 엄격했었지.’
이 학위논문 제도 역시 일반적인 학위 취득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은 것은 당근빠따인 일이었다.
아마 내 논문을 보는 채점관들은 여친한테 엊그제 차인 중대장이 군기경연대회를 심사하는 것처럼 엄정할 것이다. 내가 노벨상급 논문을 써 가도 100% 꼬투리를 잡히겠지.
그런 만큼 나도 별로 기대하지 않고 석사 은장 정도만 따도 만족할 마음으로 제출할 생각이다.
“읽어 봐도 되니?”
“네, 얼마든지요. 차 한 잔 타 드려요?”
“아, 그래 줄래? 고마워.”
이것 봐라. 고맙댄다.
어떤 상사가 부하가 커피 타오는데 고맙다고 하냐. 예리나가 날 사가서 다행이라고 몇 번을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이 사람은 진짜 내 여신님이 맞다.
기쁜 마음으로 차를 타러 가는 나.
근데 이것도 왠지 노예근성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지.
“응? 이거 고고학 논문이었니?”
“네? 아, 맞아요.”
내가 논문 내용을 말 안 했던가? 쓰벌, 여기서 그냥 말씀 드리는 걸 깜빡했다고 했다가는 점수 깎이게 생겼다.
두네 3000% 풀가동! 버텨다오 내 머리야!
“교수님도 전근 준비하느라 바쁘신데 괜히 일 늘려드리기 싫어서 그랬죠. 저 혼자서도 그럭저럭 할 만 했구요.”
“후훗. 그랬니?”
운 좋게 그럴싸한 변명이 나왔다.
다행히 예르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임기응변 대성공이었다.
“나는 네가 나한테 뭘 물어보지를 않길래, 논문은 어학 쪽으로 내려나보다 했지. 그쪽은 내가 되려 너한테 배워야 할 정도니까.”
“흐흐. 저도 교수님 밑에서 일하면서 고고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거든요. 룬어나 엘룬어는… 좀 어렵기도 하고요.”
나도 처음에는 그쪽으로 학위를 딸까 하는 생각을 했다.
룬어와 그 변형어인 엘룬어는 마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언어다. 존나 매지컬 대학원생 노르드. 너무 멋있다!
하지만 이 룬어나 엘룬어는 굳이 표현하자면 코딩 언어 같은 거다.
즉, 나는 컴퓨터 하나 못 키는 컴맹이 코딩만 할 줄 아는 격이었다. 아예 룬어나 엘룬어 학자로 먹고 살자니 마법부터 시작해서 배워야 할 게 많았다. 돈도 많이 들고 말이다.
‘내가 여기서 평생 눌러 살 것도 아니고.’
생활기반을 다져서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괜한 시간 낭비는 하기 싫었다.
그리고 다행히 이쪽 세상에서는 유적이나 던전 등이 많아서 옛날 일을 연구하는 고고학의 입지가 컸다.
이세계 고고학은 장래성이 밝은 업계다. 나도 이쪽에서 대학원생 노예로 3년 간 구른 경험을 살리면 빠르게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었다.
“어쩌다 보니 보여드리는 건 오늘이 처음이 됐네요. 틀은 한 달도 전에 다 잡아 놨었는데.”
나는 차를 두 잔 타서 예르나 옆으로 갔다. 예르나는 대답도 없이 내 논문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가요? 제 논문은요.”
“으, 으응?”
내 물음에 눈이 빠져라 종이를 쳐다보던 예르나가 뒤늦게 고개를 들었다.
“아, 응. 그래. 괜찮은 것 같아. 열심히 썼구나?”
“제 학위가 정해지는 논문이니까요.”
이세계 판 배치고사 같은 건데 적당히 휘갈긴 순 없지.
존나 페이커처럼 시작하자마자 플래티넘으로 시작해야 젊은 나이에 이름을 날리는 위대한 엘리트가 되는 것이다.
노력 끝에 뭔가를 얻어내는 게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능력이 되는데 성과를 못 거두는 꼴을 피하고 싶은 거지.
“…응. 역시 좋은 논문이야.”
예르나는 내 논문을 한참 더 쳐다보다 내려놓았다.
“그래서 말인데, 노르 너만 괜찮다면 내가 첨삭을 좀 도와줄까?”
“네? 정말요?”
바라지도 않던 제안이었다. 교수 짬이 내 인생보다 긴 양반한테 논문을 교정받을 수 있다니?
원래 지도교수 일이 그거라지만, 노예 근성이 몸에 배어 있어서 그런지 꿈에도 못 꾼 일이었다.
“그래. 제 1저자에 이만한 논문에 내 이름을 박아줬는데 내가 손을 안 댈 수는 없잖니?”
아니 시발 지 논문에 지도교수 이름을 안 박아넣는 대학원생이 어디 있다고 그러세요.
그딴 짓거리는 신입 감독이 영화 스탭롤에 스폰서 이름 다 지우고 지 이름만 띄우는 것보다 더 미친 짓이었다.
“저야 좋죠. 확실히 교수님 성함을 실었는데 수준 낮은 논문이어서야 교수님 얼굴에 먹칠하는 셈이기도 하고.”
“아냐. 정말 잘 썼어. 역시 공부 많이 한 애는 다르네.”
예리나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내 서재에서 참고서적 몇 권 챙겨올게.”
“아, 도와 드릴게요.”
“괜찮아. 별로 안 무겁거든. 금방 올 테니 기다리렴.”
그렇게 우리는 거의 완성된 논문을 퇴고하고 수정해가며 시간을 보냈다.
완성되어 있던 논리를 보강할 기반 자료를 추가한다. 예리나는 때가 되서 출근한 다른 대학원생에게 자기 짐 정리를 대신 부탁해가면서까지 내 논문 수정을 도와주었다.
하지만 타자기도 없는 이 세상에서 종이랑 펜을 들고 몇 시간을 내리 지랄했더니 금방 졸음이 쏟아졌다.
“……스으으으읍. 커어어어어….”
깨닫고 보니 혼이 반쯤 빠져나가서 앉은 채로 침을 흘리고 있었다. 도비는 이제 자유에요. 꿈나라로 갈 거에요.
“후후. 졸리니?”
“…크흠, 괜찮습니다. 졸아서 죄송합니다.”
“아냐. 잠깐 눈 붙여도 돼. 그러고 보니까 내가 자는 걸 깨워서 일을 시켰었네. 졸릴 만도 해.”
예리나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랩실 안쪽의 부엌에서 찻잔 두 개를 들고 돌아온다.
카페인 들어간 차도 없는 세상에서 뭘 가져왔나 했는데, 찻잔에 들어간 것은 따뜻하게 뎁힌 우유였다.
“이거라도 마시고 좀 쉬렴. 어차피 제출까진 며칠 더 남았잖니? 피곤할 때는 오타가 늘어서 일만 늘어.”
“그것도 그렇네요.”
맞는 말이었다. 오타 한 글자만 나와도 그 페이지 전체가 빠꾸다. 머리가 잘 안 굴러갈 때는 자고 일어나서 하는 편이 더 일이 빨랐다.
“알겠습니다. 금방 잤다가 일어날게요.”
“푹 자도 돼.”
생글생글 웃는 예리나의 미소를 받으며 나는 따뜻한 우유를 들이켰다. 따뜻한 우유가 목을 넘어 들어가자 몸속이 천천히 풀어졌다.
확실히 피곤하긴 했나 보다. 반도 안 마셨는데 벌써부터 눈꺼풀이 여름철 부랄처럼 축 늘어지는 것만 같았다.
“와. 이거 효과 엄청… 빠르네요…….”
찻잔을 내려놓은 내 의식은 빠르게 수마에 빠져들었다.
감겨가는 내 시야에는 어쩐지 평소와 다른 미소를 짓는 예르나의 모습이 비쳤다.
새들이 존나게 지져귀는 소리와 함께 나는 일어났다.
“짹짹! (섹스!)”
이 시발 좆 같은 번역 능력.
아침마다 지랄하는 플라잉 섹무새들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동물의 말까지 번역해 줄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굿 모닝 뻐킹 랩실아.”
소파에서 일어나서 기지개를 폈다.
창가 밖의 해가 중천에 뜬 꼬라지를 보아하니 굿 모닝은 진작에 지났을 듯 싶지만, 내가 방금 일어났으니 지금은 모닝이 맞았다.
그나저나 이만큼 푹 잔 게 대체 얼마 만이지? 노예에서 해방되고 나서도 자격증이랑 학위논문에 시달리느라 컴퓨터 멀티탭 끄듯이 자고 깨고 그랬는데.
“일어났냐?”
“어. 쌉오지게 푹 잤음.”
근처에 있던 랩실 노예… 가 아니라 연구원생 동료에게 인사를 돌려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잠들기 전까지 옆에 있던 예르나가 안 보였다. 나는 눈을 비비며 노예 프렌드에 물었다.
“야, 교수님은 어디 가셨대?”
“뭔 소리야. 오늘 아침에 전근지로 출발하셨잖아.”
“뭐? 나한테 인사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