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마는 좌중의 표정을 자연스럽게 훑고는 땅을 칠 듯이 슬픈 표정으로 어깨를 떨궜다. 셈무스가 당연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인. 너는 안 맞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정말이지 그렇더랍니다. 특히 남편 분이 계신 부인을 노골적으로 쳐다봤다가는 크게 경을 칠 일이 생기더군요.”
“아니 너 임마. 그거야 당연한 일 아니냐?”
NTR충 새끼들은 뒤져 마땅하다.
혹시 이 새끼 싹싹하게 굴더니만 그쪽 취향이었나? 시발 이제 보니 생긴 것도 금발 양아치네.
이런 새끼는 여기서 죽여두는 편이 세상의 평화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엇, 오해하지 마십쇼! 저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러자 조르마는 억울하다는 듯이 항의했다.
“몸에 바르는 도료의 모양으로 기혼자를 구분한다던데, 그게 어디 저희 같은 외지인에게 쉬운 일이랍니까? 덕택에 저도 고생 좀 했습니다!”
“도료? 얼스터인은 문신을 하는 게 아니었던가?”
이번에도 아닌 척 하면서 얘기에 집중하던 말라깽이 아재가 은근슬쩍 질문했다. 조르마는 그 질문에 무릎을 탁 쳤다.
“문신! 예. 그 문신도 조심해야 합니다.”
“문신을? 왜지?”
“듣기로는 몸에 도료를 바르는 것이 아니라 문신을 할 수 있는 인물은 뛰어난 전사와 드루이드 분들 뿐이라더군요. 그래서 문신을 한 여성 분에게 시선을 잘못 줬다가는 다시는 마을에 못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촌장, 아니 귀족 같은 건가?”
말라깽이 아재의 의문에 대답한 것은 셈무스였다.
“마나로 그린 문신은 가장 큰 명예다. 대전사와 대주술사 외에는 해서는 안 된다.”
“그렇군. 신분이 높은 자에게 무례를 범하고도 추방형으로 끝난다면 오히려 자비로운 거지.”
말라깽이 아저씨는 납득했지만, 조르마는 슬픈 얼굴로 어깨를 떨궜다.
“정말이지 맞는 말씀이십니다만, 이렇듯 얼스터인 분들의 나라는 조심해야 할 것이 은근히 많습니다. 자칫 실수하면 크게 데이곤 하죠. 그래서 풍문으로 들리는 것처럼 꿈 같은 곳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으음. 그런가….”
은근한 로망을 부정당한 아재들은 시무룩해졌다. 마치 일본은 세계 최대의 성진국이라는 성적 판타지를 부정당한 중학생 같은 낯짝이었다.
“그런데… 혹시 그거 아십니까?”
그때, 조르마가 바로 그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이 웃었다.
“얼스터인들 못지 않게 맨살을 드러내면서도, 남자들의 시선을 싫어하기는 커녕 되려 웃음으로 돌려주는 여인들의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아니? 그게 정말인가?”
조르마의 말에 아재들은 일주일 만에 빗물을 받은 해바라기처럼 얼굴을 빛냈다. 제발 체통 좀 지켰줬음 좋겠다.
“흐흐흐. 정말이고 말고요. 들어보신 적 없습니까? 사막국가 나르메르-나일이라는 나라를.”
“있고 말고. 사르가디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모험가들의 황금향 아닌가.”
“나도 들어 봤군. 유적이 잠든 모래바다의 땅. 야트라우 강과 오아시스에 모이는 상인과 전사들의 나라.”
아재 둘은 제각각 자기 지식을 뽐냈다. 이세계인 식 티어 부심은 이런 잡지식 부심으로도 이어지곤 했다.
[노랭이. 나르메르-나일이 어디인가?]
그들의 지식자랑에 셈무스가 내게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브리타니아에서 가까운 사막국가입니다. 고대문명의 유적이 많아서 모험가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죠.]
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아까는 이 새끼랑 친해질까 고민도 했는데, 말할 때마다 노랭이라는 말을 안 붙이고는 못 배기는 꼴을 보니 그럴 마음이 싹 가셨다.
이 새끼는 내가 존나 친절하게 대해 줘도 노랭이 새끼는 백인에게 봉사하는 게 당연하잖아? 같은 소리나 할 것 같다.
“나르메르-나일의 수도 이우누와 신전도시 이네브에는 태양신 아툼을 섬기는 교단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러는 사이 조르마의 이야기는 무르익고 있었다. 조르마는 관심 없는 우리들 대신 타겟을 아재 둘로 잡고 설명에 열의를 올렸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 교단의 여신도들은 무려! 평소에도 옷을 입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오!”
어느새 아재들의 이목을 완전히 휘어잡은 조르마가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나르메르인들은 갈색 피부의 사람들과 흰색 피부의 사람들이 섞여서 살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이 갈색 피부의 여신도들이었습니다!”
“갈색 피부? 다크 엘프처럼?”
“비슷합니다. 그 여신도 분들은 몸을 가리는 옷 대신 장신구나 훤히 보이는 천을 몸에 감고 신전 안을 돌아다닙니다. 향유를 바른 갈색 피부가 하늘하늘한 천 사이로 엿보이는 것이 정말이지… 크으!”
남자들 간의 음담패설은 이쪽 세상에서도 꽤 적나라했다. 가슴 앞에서 노골적으로 여성의 굴곡을 흉내내는 조르마의 손짓에 뚱보 아재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발을 굴렀다.
“세상에, 그렇게 멋진 나라가 있었다니! 나는 왜 이 나이가 되서야 나르메르-나일의 훌륭함을 알게 된 것인가! 선원으로 살 때 알았으면 배를 타고 가 봤을 것을!”
“흐흐. 아직 정정하시지 않습니까. 인생은 살아있는 동안은 끝나지 않는 법입니다. 누가 압니까? 아론 씨도 언젠가 저 얼스터 분들의 나라나 황금향에 가게 될지.”
“끄응…. 그래. 죽기 전에 한 번 더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죽기 전에 떠나는 여행 치고는 너무 세속적인 것 같은데. 그러나 조르마는 뚱보 아재의 말에 두 팔을 벌렸다.
“맞습니다! 기회는 도전하는 자에게 찾아오는 법! 그런 아론 씨를 여행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제가 좋은 상품을 하나 추천해 드리죠!”
“상품?”
“예! 나르메르인 아가씨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신구입니다! 아주 저렴한 가격임에도 그쪽 나라에서는 구하기가 힘들어서 몹시 인기가 많지요.”
“호오!”
두 아재는 홀린 것처럼 조르마가 품에서 꺼낸 시판품에 눈이 박혔다. 구리를 꼬아 만든 장식품이다.
설마 저 썰풀이가 다 상품을 팔기 위한 빌드업이었나? 이 새끼 입 좀 터는데? 나는 물 흐르듯이 상품 광고로 전환하는 조르마의 모습에 속으로 감탄했다.
“흐흐흐.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데, 평균가보다 적게 드리지요. 20쿠퍼로 모시겠습니다.”
“20쿠퍼? 좀 비싸지 않나?”
뚱보 아재가 약간 정색을 했다. 20쿠퍼면 20만원 정도다. 우리 같은 서민층은 한 달은 버틸 수 있는 금액이다.
“어허. 어디 가서 이 가격에는 절대 못 구할 물건입니다.”
조르마는 가격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호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말했다.
“이 장신구로 말할 것 같으면, 나르메르-나일만이 아니라 이 나라 여성 분들에게도 충분히 인기가 있는 디자인입죠. 평소 품에 넣고 다니시면 언제고 좋은 만남을 얻었을 때를 위한 비장의 무기가 될 겁니다.”
“아니, 하지만 20쿠퍼는 역시 좀….”
“참고로 저는 이 장식품으로 아툼의 여신도 분과 뜨거운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두 개 주게.”
“어이쿠, 감사합니다. 쉬는 시간에 짐에서 꺼내 드리지요.”
두 아재는 끝끝내 참지 못하고 장신구를 구매했다. 남자란 이렇듯 쥬지에 뇌를 지배당하는 불쌍한 생물들이었다.
“노르드 씨는 필요 없으십니까?”
“나? 됐어.”
나는 단호하게 장신구를 거부했다. 광고가 범람하는 21세기의 젊은이가 지하철 보부상한테 물건 사는 것 봤는가? 효과가 있을지 확실하지도 않은 물건을 살 리가 없었다.
“상인. 나도 하나 산다.”
근데 이 빨갱이 새끼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셈무스는 로브 안에서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지갑 안의 동전을 세던 말라깽이 아재는 그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렸다.
“자네 부족에도 미인들이 많을 텐데, 자네는 뭣하러 저 먼 땅의 여인들에게까지 관심을 가지는 건가?”
그 질문에 셈무스는 씹정색을 하면서 대답했다.
“나, 여기에 아내를 구하러 왔다. 부족 여자들, 나랑 결혼 안 한다.”
“…크흠. 잘 알겠네. 사람마다 사정이 있겠지.”
외노자의 슬픔을 엿본 것 같은 기분에 아재들은 숙연한 태도가 되어 침묵했다.
어느 시대 어느 세상에서나, 외노자는 자기 나라에서 능력을 펼치지 못해 나라를 떠난 사람들이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떼우며 마차로 이동하기를 대략 하룻밤.
다음날, 우리는 목적지인 사르가디스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군요.”
사르가디스의 정문을 통과해서 마차를 내린 우리에게 조르마가 애석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제 하루 동안 70쿠퍼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니 헤어지기 아쉬울 만도 하다. 호구 잡힌 아재들을 놓쳐야 하니 세상 안타깝긴 하겠지.
“저는 이제 다른 도시로 갑니다만, 언젠가 또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나야말로. 자네에게 산 물건은 내 유용하게 쓰겠네.”
뚱보 아재는 처음 왔을 때보다 많아진 짐을 메고 말했다. 장신구로 시작해서 온갖 잡동사니와 식품을 쌈짓돈을 털어서 산 것 치고는 참 행복해 보였다.
“노르드 씨도 조심하십쇼. 모험가는 몸이 자산입니다.”
“그래. 너도 도시 밖에서 도적 만나서 죽지 말고.”
“하하하! 확실히 남 일처럼 말 할 입장은 아니었군요.”
조르마와 가볍게 악수한 뒤에 우리는 제 갈 길을 갔다.
아재들은 각각 다른 곳으로 흩어졌고 셈무스 이 새끼는 인사도 없이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야만인 모히칸 새끼답게 끝까지 예의를 모르는 놈이었다.
“아휴.”
나는 나대로 모험가 길드에 갈 생각이었다. 여관부터 잡을까도 했는데, 길드 쪽에서 추천해 주는 곳이 있을 수도 있어서 그냥 움직였다.
“실례합니다. 길 좀 물어도 되겠습니까?”
“응? 여행객이신가?”
다짜고짜 움직이기도 뭣해서 나는 지나가던 선한 인상의 아저씨를 붙잡고 길을 물었다.
“아뇨. 여행객은 아니고 모험가가 될 생각으로 왔습니다.”
“모험가? 그럼 모험가 길드 위치가 궁금한 거겠군?”
“예. 눈치가 대단하시군요. 가장 현명해 보이는 분께 말을 걸길 잘 했습니다.”
“어흠. 내가 나름 글을 읽을 줄 알긴 하오.”
이세계인들은 립 서비스에 약하다. 식자층이 아닌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내 적당한 칭찬에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잘나 보이려 노력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흠. 모험가 길드는 우리 사르가디스에 총 3개인가 있소.”
“거기까지는 저도 들어봤습니다.”
처음에는 뭔 이세계 깡패집단이 그렇게 많나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말도 통일 안 돼 있는 놈들이 길드라고 하나로 뭉쳐서 으쌰으쌰 할 리가 없었다.
모험가 길드도 다 자기들 이권과 이익을 위해서 설립하는 거다. 국가마다, 그리고 도시마다 여러 종류의 길드가 존재하는 이유였다.
길드의 대부분은 커다란 길드에서 나라 곳곳에 지부를 설립하는 구조를 취한다. 대충 프렌차이즈 지점과 비슷하다. 살짝 웹소설의 헌터물 같은 느낌도 난다.
나는 사르가디스에 오기 전에 이미 어느 길드로 갈지 정해 놓고 왔다.
“아우둠라 길드라는 곳은 어디입니까?”
“아우둠라? 다른 길드가 많은데 뭣하러 그런 곳에?”
“네? 혹시 안 좋은 소문이라도 있나요?”
‘그런 곳’이라니. 제일 내가 원하는 방향에 맞는 길드라서 골랐더니만 평가가 꽤 박하다. 마치 취직처를 골랐는데 면접 보기도 전에 안 좋은 소리를 들은 기분이다.
“안 좋은 소문이야 모험가들한테는 늘 따라다니는 것이지. 그런데 아움두라 길드는 다른 두 길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진다고 여겨진다오.”
“허미.”
시민들의 안전과 생활에 직결되는 것이 모험가 길드다. 그런데 저런 평가를 받을 정도일 줄이야. 리얼 트루 중소기업 그 자체인 듯 했다.
“거기로 갈 바에야 다른 길드를 추천하겠소. 세크메트 길드는 여성만 받으니 안 되겠고, 길피 길드는 어떻소?”
친절하게 국내외의 길드를 추천해주는 아저씨였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기껏 친절하게 알려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정해서요.”
“으음. 자네가 싫다면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구려.”
아재는 자기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들어 반대쪽 길을 가리켰다.
“아우둠라 길드는 저쪽… 일 것이오. 미안하구려. 유명하지 않아서 정확한 위치는 헷갈리는군.”
“아뇨, 천만에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친절한 아재한테 인사를 하고 알려준 대로 길을 간다.
막 면접 같은 것도 보려나? 지구에 살 때도 안 해 본 것을 이세계에서 하게 되다니.
긴장되는 가슴을 끌어안고 나는 아우둠라 길드로 향했다.
아우둠라 길드는 조금 후미진 곳에 있었다.
뒷골목이나 뭐 그런 곳은 아니지만 번화가 같은 느낌은 거의 없다. 반쯤 촌구석인 사르디가스에서도 그럴진대 어디 깔끔하거나 화려한 곳일 리가 없다. 비교적 커다란 동네 잡화점 같은 인상의 건물이다.
쓰으읍…. 지금이라도 다른 곳에 갈까?
한참을 문 앞에서 고민하던 나였지만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는 것도 아까웠다. 안쪽 분위기만이라도 보려는 심정으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웅성웅성.
문조차 없어서 그냥 뚜벅거리며 들어갔더니 안쪽은 생각했던 것보다 밝고 북적대는 곳이었다. 전등도 싸구려가 아니라 밝은 마법 전등이고, 게시판도 큰데다 한켠에는 술집과 식당을 겸하는 장소도 보였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나 건물 지저분한 느낌은 안 들어서 다행이었다. 이 세상이 시대적 배경에 비해서 위생관념이나 여타 면에서 뛰어난 곳이라 다행이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추태를 보이지 않게 조심하며 창구 쪽으로 갔다. 마침 모험가 몇 명이 떠난 덕에 창구가 하나 비었길래 이때다 하고 거기로 이동했다.
“아아… 어서오세요.”
…이 사람 대학원생인가?
순간 그렇게 생각해버릴 정도로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꽤 미인으로 보이는데 무덤에서 기어나온 것처럼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 3일 연속 철야했을 때의 다나와 소름 돋게 똑같은 느낌이다.
뭐지? 나는 5일에 걸친 여행 끝에 카르미네 대학으로 돌아온 거였나?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모험가 등록인가요?”
“예? 아,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나요?”
반쯤 죽어가는 듯 한 여성의 질문에 나는 또 놀랐다.
아니 어떻게 아랐지??? 칭챙춍 새끼가 모험가 길드에 의뢰를 넣을 돈이 있을 리 없을 거라는 인종차별적 판단인가?
“갑옷에 무기까지 차고 계시니까요. 등에 짐도 있으시고.”
“아.”
그러고보니 그랬다. 아직 짐도 안 풀었었지. 겸연쩍어진 나는 일부러 헛기침을 했다.
“크흠. 네. 오늘은 아우둠라 길드에 모험가로 등록하고 싶어서 왔는데요.”
“아~ 그러셨구나.”
진작에 정답을 맞힌 주제에 접수원 여성은 놀라 하는 시늉을 했다. 첫인상과는 달리 리액션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면 성함은 어떻게 되시나요?”
“노르드입니다. 성은 아직 안 정했는데, 문제가 되나요?”
“아뇨. 상관 없답니다. 신분증을 보여 주시겠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미리 품에 넣어둔 신분증을 꺼냈다.
대학 졸업증을 겸하는 엠블렘도 아니고, 현장직 학자임을 증명하는 물건도 아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시민증이다.
이건 내 학위가 유지되는 동안은 계속 유효하다. 대략 장기 비자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확인되었습니다. 정식 시민증이 맞군요.”
나무로 된 패를 받아든 접수원은 얼마 안 가서 그것을 내게 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