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1,009)

“그렇군요.”

생각보다 훨씬 멀쩡한 이유였다.

아니, 오히려 젠틀하다고 해도 좋았다. 존나 저런 근육과 흉터를 가지고도 가족을 건드린 새끼를 살려보내다니. 생긴 것과는 달리 의외로 메르시한 남자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 무서운 외견도 믿음직스러웠다. 보디가드를 불렀는데 귀가 뭉개진 덩치가 와 준 것 같은 안심감이었다.

“아무튼 어서 오시게. 아까 들었겠지만, 나는 도르카요. 그리고 우리 ‘샘의 쉼터’는 식사, 숙박, 술까지 뭐든 제공하지. 뭐 필요한 것 있으신가?”

카운터에 도착한 도르카는 나를 휙 돌아보며 물었다. 나는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내 등에 멘 짐을 가리켰다.

“숙박입니다. 모험가가 되려고 사르가디스로 왔거든요.”

“그럴 것 같았소. 아, 숙박은 하루에 3쿠퍼요.”

존나 개비싸네. 나는 깜짝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1쿠퍼는 최저액의 화폐지만 결코 싼 값은 아니다.

옛날 조선처럼 저렴한 금액의 화폐가 없는 거지, 1쿠퍼라는 돈 자체는 나름 고액이다. 이세계에는 소액결제라는 개념이 그다지 없으니까.

여기서는 상품에 맞춰서 가격이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1쿠퍼라는 최저가에 맞춰서 상품을 판매하는 편이었다.

하루치 빵이 1쿠퍼. 양배추 2통이 1쿠퍼. 작은 통닭이 1쿠퍼. 대충 그런 식이다.

바나나 우유 1병을 1400원 주고 사는 것은 현대인의 발상이다. 만일 이쪽 세상에서 바나나 우유를 판다면 내가 항아리를 들고 가서 1쿠퍼를 내고 만원어치 바나나 우유를 받아와야 할 것이다.

‘근데 여관이 1박에 3쿠퍼?’

현대에서야 싸구려 모텔도 하루에 2, 3만원 하지만 여기서 3쿠퍼 받는 여관은 그다지 없다.

시발 군부대 근처 모텔들이 1박에 10만원씩 받는 거랑 비슷한 건가? 모험가라고 등쳐먹고 그런 거야?

“대신 아침식사가 나오고, 창고에 물건도 맡길 수 있지.”

“아, 그렇군요.”

그럼 인정이지. 아침이 딱딱한 빵에 물만 내놓는 게 아니라면야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금액이다.

원래 모험가들은 갑옷이나 무기를 비롯해서 비싼 장비를 많이 가지고 다니니까. 이걸 방에 그냥 놔뒀다가 도둑맞으면 좆되기 마련이라서, 여관에서 따로 보관해 주기도 한다.

모든 방을 관리하기보단 튼튼한 금고 하나 만드는 편이 더 편한 법이었다.

금고를 털어가면 영지의 경비병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믿어도 괜찮다. 테러리스트나 다름없는 도둑 길드 놈들이 털어가지 않고서는 문제 없을 것이다.

“일단 3박 정도 부탁드립니다. 당장은 돈이 없어서.”

“오늘 새로 등록했을 테니 어쩔 수 없지. 이해하고 말고.”

척 하면 척이네. 어쩌면 전직 모험가일 수도 있겠다.

나는 10쿠퍼 짜리 동전을 꺼내서 내밀었다. 존나 웃긴게 0.1쿠퍼 역할을 하는 화폐는 없는데 10쿠퍼 짜리 화폐는 있다. 여기 귀족들이 얼마나 밑의 놈들 삶에 관심이 없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식사는 하셨소? 마침 오늘 좋은 돼지고기가 들어와서 스튜를 끓였는데.”

1쿠퍼짜리보다 큰 동전을 만지던 도르카가 물었다.

“빵이랑 스튜에 채소볶음까지 1쿠퍼에 드리지. 어떻소?”

“네. 마침 배고프던 차에 잘 됐네요. 짐만 풀고 내려올 테니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1쿠퍼는 나름 큰 돈이다. 외식이 원래 다 비싼 법임을 고려해도, 여기서 나오는 음식 수준으로 내가 앞으로 여기 계속 묵을지 어떨지가 결정될 것이다.

‘영 아니면 옮기지 뭐.’

석사 월급은 월 2실버다. 월 200만원. 21세기 한국과는 달리 여기서는 상위 50%의 월급이었다. 내가 성과를 못 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들어올 돈이기도 하다.

‘…논문을 도둑맞지만 않았어도 좀 더 돈을 모아서 아예 집을 구할 수도 있었을 건데.’

우울해진 나는 억지로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괜히 집 따윌 구했다간 눈에 띄어서 내 돈을 노리는 파리들이 꼬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 내 실력으로는 무기 든 거지 도둑놈조차 체체파리 만큼 위험하다.

도난 위험을 감안해도 여기 묵는 편이 낫다. 내가 여기 방에다가 비싼 전공서적을 둘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방은 2층 오른쪽 끝방을 쓰시오. 여기 열쇠요.”

“고맙습니다.”

열쇠는 옛날 민박집에서 주는 열쇠처럼 생겼다. 끝에 번호표가 달린 열쇠라니. 새삼 생각해도 이상한 곳에서 중세 같고, 이상한 곳에서 근대 같은 세상이다.

더 할 말도 없어서 계단을 올라가 2층으로 들어갔다. 내 방은 후미진 곳에 있었지만 복도는 깨끗했다.

─끼이익.

방 안에 들어가서 짐을 풀었다. 침대와 테이블과 화장실 뿐인 작은 공간이다. 구석에 옷장 대신 쓸 작은 상자가 남은 가구의 전부였다.

허전한 방이지만 벽이나 바닥에 곰팡이도 안 보이고, 시트도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중에 일광건조 정도는 해야겠다.

침대에 앉아 짐을 풀어서 정리한다.

브람마톤 교수님의 책은 잃어버렸다간 어디서 구하기도 힘들테니 들고 다녀야겠지. 지갑하고 무기, 갑옷을 빼고 남은 짐을 전부 정리하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간다.

“오, 빨리 왔군. 식사 준비 다 됐수다.”

도르카가 이미 테이블 하나에 그릇을 차려놓고 있었다.

미리 말한대로 메뉴는 스튜에 빵, 그리고 채소볶음이다. 채소볶음은 볶음이라기보다는 찜에 가까운 비쥬얼이었으나 맛은 괜찮을 듯 했다.

“이야, 스튜가 참 맛있어 보이네요. 사모님 요리 실력이 꽤 대단하신가 봅니다.”

자리에 앉아 감탄사를 한 번 흘려주었다. 붉은 스튜에는 고기와 감자가 잔뜩 떠다니는 것이 아부를 섞을 것까지도 없이 식욕을 돋궜다.

그러나 식기를 내려놓던 도르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스튜는 내가 한 거요.”

“아내는 요리를 잘 못하거든. 그래서 메인 요리는 늘 내가 맡지. 대신 그밖의 일은 아내 몫이고.”

도르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서는 젊은 여인이 열심히 술과 요리를 나르고 있었다. 그녀가 도르카의 아내일 것이다.

나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가 정신을 차렸다.

“음. 그렇군요. 하긴 누가 요리했든 맛있기만 하면 되죠.”

“그렇지? 댁이 뭘 좀 아는군.”

흉터 투성이의 얼굴로 씩 웃는 주인장의 얼굴은 몹시도 흉악했다. 진짜 와꾸 원툴로 이 근방 조폭들한테 형님 소리를 듣고도 남을 것이었다.

그래도 스튜는 맛있었다.

당분간 여기 묵고 싶어졌을 정도로는 말이다.

3일이라는 시간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군입대나 방학의 끝을 앞둔 3일은 순식간에 사라지는데, 전역이나 방학 직전의 3일은 하루가 24일 같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지난 3일은 무척 빠른 편이었다.

방을 정리하고 챙겨온 문서도구로 미리 준비해 놓은 논문 주제를 열심히 쓰고 나니 어느새 3일이 지나 있었다. 나는 창밖에서 비추는 햇살에 기지개를 펴며 일어났다.

“흐아아암….”

눈을 비비고 있으니 테이블 위의 논문이 보였다.

석사가 혼자서 쓸 수 있는 논문 수준이야 알 만 하다. 저것마저도 사르가디스에 도서관이 없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뭐, 여기에도 꽤 큰 도서관이 있는 곳인 것을 알고 왔으니 그럴 염려는 없지만.’

그래도 수준 미달인 논문만 냈다가는 연구보조금도 증발하고 심의 끝에 학계에서 팽 당할 가능성도 크다. 휘하부대에서 탈영 사건이 발생한 중대장 꼴이 나 버리는 것이다.

단, 그것도 내가 이 여관방에서만 논문을 쓰려 할 경우의 일이었다.

‘오늘 부로 모험가 의뢰를 받을 수 있으니까.’

사르가디스는 이세계판 경주 같은 곳이었다.

건물을 지으려고 하면 신라 시대 토기가 나오고 지하철을 뚫으려고 하면 고려시대 석실이 튀어나오는 지역. 논문거리는 일을 하는 사이에 알아서 굴러들어오게 되어 있다.

고고학계에서 주로 높게 쳐주는 업적은 유적발굴과 역사해석이다.

쓸 만한 아티팩트가 있는 유적만 발견해도 어지간한 논문 하나 쓰는 것보다 낫다. 기존의 학설을 일신할 기록이나 유물을 발견하는 날에는 최소 반 년은 학계에 연구성과를 보고하기도 바쁘다.

문제는 내가 일하다가 나가뒤질 위험도 높다는 거다.

유적에서 튀어나오는 함정이나 몬스터는 정규 기사들도 버거울 때가 있다. 괜히 학자들이 모험가들 가라 치는 줄 뻔히 알면서도 하청을 주는 게 아니다. 현장직은 욕심 부리다가 죽기 딱 좋다.

‘앞으로 1, 2년은 스펙을 쌓아야지.’

여기서 말하는 스펙은 자격증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에서 흔히 말하는 그 스펙이다. 스공 100만인가 하는 그런 거.

‘탐사하다 뒤지기 싫으면 최소 골드는 찍어야 돼.’

모험가의 등급(class)는 총 8단계다.

아이언-브론즈-실버-골드-플래티넘-미스릴의 6단계.

그리고 그 위로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의 2단계.

이중에서도 플래티넘 클래스 위로는 사실 상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스펙이 되는데도 중소기업에 뼈를 묻는 경우가 없듯이, 일반적인 모험가들은 골드 클래스만 되도 다른 대기업급 단체로 넘어가는 법이니까.

‘나야 원래 모험가랑 고고학자를 양다리 걸치고 있는 셈이니까 상관 없고.’

학계와 모험가 길드의 이중소속은 불법이 아니다. 나는 대충 뭐, 박사 찍을 때까지 모험가 일을 하며 좆쎈 상남자 노르드가 되기만 하면 된다.

내 등짝을 노리는 암살자에게 「느려」하고 말해줄 수 있는 남자가 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였다.

그렇기에 나는 여관 아침밥을 후루룩 말아먹고 새벽부터 모험가 길드를 향했다.

아직 해도 거의 뜨지 않았는데 길드는 열려 있었다. 공장처럼 24시간 4교대제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벽부터 문을 연 것이다. 애초에 밤에는 성문이 닫혀서 길드만 열어놔도 별 의미가 없다.

“아, 오셨어요?”

마침 접수를 보고 있던 직원이 내가 첫날 만난 접수원이었다. 피곤해 보이는 것은 여전하지만 덕분에 귀찮은 설명은 생략하고 본론으로 넘어갔다.

“플레이트는 완성됐나요?”

“그럼요. 여기요. 노르드 씨의 플레이트랍니다.”

반짝─.

어두운 길드 실내에서도 반짝이는 철색 플레이트였다. 손가락 2개를 붙여놓은 크기였다. 한쪽에는 새끼손톱보다 작은 남색 돌이 박혀 있다. 염료로도 쓰이는 싸구려 돌멩이다.

“이 가죽끈을 플레이트에 묶어서 늘 들고 다녀주세요.”

함께 받은 가죽끈은 가죽을 두들기고 잘라서 만든 조악한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플레이트 양쪽에 연결해 목에 멨다.

브람마톤 교수님의 책에서는 좋은 끈을 구해서 묶는 편이 이롭다고 적혀 있었다. 그렇게 해도 의뢰 도중 분실할 수 있으니 손목이 아니라 목에 감는 편이 낫다고 한다. 플레이트 재발급에는 매번 돈이 들었다.

“오늘부로 정식으로 의뢰를 받으실 수 있답니다.”

군번줄 같은 느낌에 몸서리를 치던 내게 접수원이 말했다.

“저쪽 게시판에서 의뢰를 확인하고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게시판에 붙어있는 대자보나 의뢰서는 1인용 의뢰 말고는 함부로 떼시면 안 돼요?”

“알겠습니다. 게시판은 저기 있는 게 다인가요?”

“2층에도 있기는 한데, 거기는 골드 클래스 이상만 받으실 수 있는 의뢰랍니다. 올라가시는 건 상관 없지만 의뢰를 가져 오셔도 접수하실 수는 없어요.”

골드 클래스 이상의 의뢰는 드물어서 게시판을 분할해 놓은 걸까? 브람마톤 교수님의 책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교수님이 모험가로 활동했던 곳은 아우둠라 길드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플레이트를 만지작거리며 게시판으로 향하자 아침부터 몇 명의 모험가들이 게시판 주변에 모여 있었다.

“최근 고블린 퇴치 의뢰가 많이 줄었네.”

“그러게. 어디 다른 길드로 의뢰가 새는 거 아냐?”

“모르지. 누가 몰래 고블린만 죽이고 다니는 걸 수도.”

“크크크. 그런 또라이가 세상에 어디 있냐? 어차피 고블린 새끼들이잖아. 어디 동굴에 숨어서 미련한 계획이라도 짜고 있겠지.”

“좋은 거 아니냐? 일이 커지면 이번에야말로 승급 가능할 텐데.”

“지랄은. 니가 깝치다 죽는 게 더 빠르겠다.”

실로 브딱실딱다운 대화였다. 나는 남녀 혼성의 모험가들이 떠드는 대화를 한 귀로 흘리면서 게시판을 둘러봤다.

아이언 클래스 모험가가 받을 수 있는 의뢰는 적다. 약초 채집, 코볼트 퇴치, 들짐승 사냥… 하여간 오래 걸리고 돈도 안 되며 실적도 쌓기 힘든 의뢰가 많다.

중소 기업에서 사람 쓰고 버리듯이 많은 모험가 길드가 아딱이를 대충 굴렸다. 그러다가 퇴사해도 새로 들어오니까. 헬 브리타니아에서는 그래도 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저급 의뢰들 중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은 의뢰가 뭔지 알았다.

출처는 당연히 브람마톤 교수님의 이하 생략.

“…있다.”

게시판에 있는 의뢰서 중에서 하나를 집어들었다.

나온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하수도 정찰’ 의뢰였다.

우리 지도교수 님의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갓 데뷔한 아이언 클래스 모험가가 가장 빠르게 브론즈 클래스로 올라가는 방법은 하수도 정찰 의뢰다.]

“우욱 씹.”

나는 운 좋게─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운 나쁘게─ 노리던 의뢰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접수처로 돌아갔다. 그새 찾아온 모험가들이 몇 명 있어서 잠깐 줄을 서고 기다렸다.

줄 뒤에 서서 조금 기다렸더니 내 차례가 왔다.

“실례합니다. 게시판에 걸려있는 하수도 정찰 의뢰를 받고 싶은데요.”

“하수도 의뢰요? 잠시만요. 하수도… 하수도….”

접수원은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의 의뢰장부를 훑었다.

“아, 여기 있네요. 4인 파티에 보수 3쿠퍼 짜리 의뢰 맞으신가요?”

“예. 맞습니다”

시발 일당 3만원 실화냐. 이세계 물가는 정말 전설이다. 의뢰서에 오자가 났길 바랬었는데.

“다행이네요. 하수도 정찰 의뢰는 인기가 없어서 오늘 점심까지 신청자가 다 안 모였으면 취소될 뻔 했거든요.”

하수도 정찰이란 말 그대로 하수도를 정찰하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뢰다. 영지 차원에서 치안 유지 및 보수를 위해 뿌리는 의뢰라고 들었다.

의뢰 내용은 어렵지 않다. 하수도에 들어가서 유지 보수가 필요할 정도로 손상된 곳을 찾고, 보고하는 게 전부다.

이 의뢰는 주로 아이언 클래스에게 추천된다. 의뢰가 인기가 없어서다. 하수도는 냄새 나고 어둡고 병 들기 쉽다. 이런 3중고 탓에 늘 지원자가 적었다.

하지만 장점도 있다. 하수도에는 몬스터가 꼬이기 쉽다는 점이 그것이다.

왜 이게 장점이냐면, 아이언 클래스는 몬스터 토벌 실적을 쌓기가 어려워서 그렇다. 좆밥들한테 몬스터를 잡아달라고 부탁하는 의뢰자는 없으니까.

의뢰서에는 안 적혀 있지만 하수도에서 몬스터가 나와도 대처는 자기 책임이다. 알아서 조지고 증거를 회수해서 길드에다가 보고 때리면 된다.

‘토벌 실적은 승급에 가장 높게 쳐주는 요소니까.’

그렇기에 빠른 승급을 위해서는 하수도 정찰 의뢰도 선택 중 하나라는 것이 브람마톤 교수님의 지론이었다.

“노르드 씨까지 의뢰를 받으시면 딱 4명이 모여요.”

상세한 의뢰 기록을 읽은 접수원은 말을 이었다.

“다른 3분은 전사 분, 도적 분, 그리고 마법사 분이에요. 다른 분들도 약속시간 전에 오셔서 파티 결성 여부를 확인하고 시간에 맞춰 모이시겠죠.”

“마법사요?”

우리 파티원 중 의외의 직업이 있었다.

이세계에서 마법사는 그렇게 희귀한 직업은 아니다. 여기는 마법사나 마법의 종류가 존나 많다. 돈만 조금 많이 내면 싸구려 마법 정도는 일반인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모험가 길드에서 마법사로 쳐주는 인력은 최소한 마법사 길드와 동시 재적이 가능한 수준의 인재였다.

비유하자면 대충 경영학 석사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즉, 나랑 동급의 인재다. 젊은 천재거나 짬 좀 먹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마법사 분이 왜 하수도 정찰 같은 의뢰를…?”

의문점은 그것이었다.

등급이 낮은 모험가는 거의 뭐 중소기업 공장 알바에 가까운 처지다. 인서울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해 놓고 공장에 알바 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는 법이다.

만약 공장에 나오더라도 대부분 취직활동 틈틈히 돈을 벌려고 오는 정도일 것이었다.

단기알바라고 치면 모험가 짓도 나쁠 건 없겠지만, 왜 굳이 하수도 정찰 의뢰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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